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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충청도·대전·세종

차박 명소인 충주 수주팔봉 너무 멋진데

by 즐풍 2023. 2. 22.

2023_012

 

 

2023.2.3. (금)  오후에 잠시 탐방

 

 

늘 머릿속에 맴돌던 충주 수주팔봉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작성한 충주 고구려비 전시관, 누암리 고분군, 충주 박물관, 중앙탑, 충주 관아는 그 전편에 불과하다.

혼자 수주팔봉 탐방에 이어 두룽산 등산까지 끝내고 대중교통으로 일정을 끝내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하여 자차를 이용해 목우와 함께 충주 관광을 하며 이번 여행의 대미를 수주팔봉으로 끝낸다. 

 

수주팔봉을 보려면 세 군데가 적당하다.

달천을 끼고 있는 수주팔봉 야영지에서 보는 것과 반대편인 칼바위 출렁다리 입구가 있는 농경지에서 보는 건

같은 듯 미묘하게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출렁다리를 건너며 보는 풍경이다.

 

충주 시내에서 들어오면 먼저 달천이 큰 원을 그리며 나가는 수주팔봉 야영지로 내려가 보자.

석문동천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언 게 아직 녹지 않아 어느 여름날 폭우가 흐르는 것처럼 보인다.

갈수기라 물이 없으면 자칫 밋밋했을 풍경인데, 빙폭이 세월을 속이는 느낌이다. 

싱그러운 푸른 초원은 아니지만 얼음폭포가 시원한, 아니 겨울을 더 서늘하게 선사한다.

 

 

 

 

□ 충주 수주팔봉

 

달천을 따라 수주팔봉으로 가는 길

 

“이 땅 물맛 중 최고는 충주 달천이요, 다음은 한강 우중수요, 셋째는 속리산 삼타수다.” 

고려 말의 학자 이행은 달천의 물맛을 최고로 꼽았다. 

물맛이 달아 ‘감천(甘川)’ ‘달래강’이라 불리기도 한 달천은 지금도 충주 시민의 식수원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속리산 천왕봉 인근에서 발원해 충북 내륙의 산과 들을 적시며 수려한 계곡을 만든 달천은 충주에 이르러 

그 품을 넓히고 충북의 2대 평야 중 하나인 달천평야를 만든다.

 충주의 젖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주시의 남쪽과 서쪽을 감싸듯 흐르는 강. 

 

나이 지긋한 충주 시민이라면 강가에서 고기를 낚고 다슬기를 줍던 추억 하나쯤 있을 게다. 

물론 달천이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기 전 일이다. 

충주 시내에서 달천을 거슬러 오르다가 달천교 지나 살미면 향산리에 이르면 물줄기는 

신비한 세상으로 이끄는 안내자가 된 듯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산 그림자 넉넉히 담은 너비에 깊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물빛에 짧은 감탄사가 터진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되는 수달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싯계마을이 있는 이 구간은 생태계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물길을 따라 한가로이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면 너른 물줄기가 ‘ᄃ’ 자로 산자락을 휘감고 돈다. 

강 건너편에 병풍처럼 서 있는 산자락의 바위 능선이 바로 수주팔봉이다.

 

 

왕의 꿈에 나타난 수주팔봉

 

수주팔봉을 풀어쓰면 ‘물 위에선 여덟 개 봉우리’다.

달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암봉은 송곳바위, 중바위, 칼바위 등 각기 이름도 있다. 

가장 높은 칼바위는 493m에 이른다. 

파노라마를 펼치듯 고개를 돌려가며 봐야 수주팔봉 전체를 가늠할 수 있다. 

마치 대형 스크린 앞에 선 듯 깎아지른 암봉들이 그려내는 장관에 압도된다.

달천으로 흘러드는 오가천의 물길이 수주팔봉 가운데로 떨어지며 팔봉폭포를 이룬다. 

오가천 물길을 막아 농지로 만들기 위해 인공으로 만든 폭포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몸 한가운데가 잘려 나간 셈이다.

수주팔봉이 온전한 모습이던 조선 철종 때 이야기다. 

어느 날 왕이 꿈에 여덟 개 봉우리가 비치는 물가에 발을 담그고 노는데, 발밑으로 수달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으로 들어가 신선이 된 듯했다. 

그 꿈이 현실처럼 생생해 영의정을 불러 얘기했다. 

실제로 이런 곳이 있을까? 

“충주의 수주팔봉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라는 이조판서의 말에 왕이 직접 충주까지 간다.

 

배를 타고 수주팔봉 칼바위 아래 도착한 철종은 “과연 꿈에서 본 그곳이구나” 감탄하며 달천에 발을 담그고 한동안 놀았다고 한다. 

지금도 왕이 도착한 나루터와 마을은 ‘어림포’ ‘왕답마을’로 불린다.

팔봉교를 건너 왼쪽으로 난 비포장 길을 따라가면 수주팔봉 위에 선 모원정에 오를 수 있다. 

충주에 사는 한 농부가 부모님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다. 

정자에 오르면 회색 암봉들이 그려낸 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수주팔봉과 작별을 고하고 흘러가는 달천의 물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원정에 오르는 계단 옆으로 한 걸음 비켜서 보면 농지를 만들기 위해 

인공으로 깎아낸 자리와 달천으로 떨어지는 팔봉폭포의 물길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고풍스러운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사람들로 북적이는 물가에서 벗어나 고요함 속에 수주팔봉을 바라보는 공간이다.

                                                                                                       (출처_충주시청, 문화관광)

 

 

 

오른쪽 모원정에서 수주팔봉으로 넘어가는 출렁다리를 만들어 이곳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속리산에서 발원한 물줄기 하나가 보은군을 지나며 이곳에 도달한 때는 제법 물이 많아진다. 

겨울이라고 해도 여전히 많은 물이 흐르니 비가 자주 오는 여름엔 더 시원하겠다.

 

 

 

수주팔봉은 한여름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겠지만 지금은 오직 즐풍과 목우만이 이 풍경을 독점한다.

유명세를 치르는 관광 명소는 아무도 없을 때 더 값지게 볼 수 있다. 

 

 

 

 

 

달천강을 건너 반대편으로 들어왔다.

 

출렁다리 입구엔 20여 대 주차할 공간이 마련되었다.

평일 오후라 한가한 편이다.

 

달천강에서 보던 느낌과 또 다르다.

동전의 앞뒤를 보는 느낌이지만 이곳은 순광이라 보기에 도 좋다.

 

계단을 따라 출렁다리로 올라섰다. 

 

 

충주시에서는 이 모원정을 이곳에 사는 한 농부가 부모님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라고 했다.

다른 자료를 찾아보니 음애 이자(陰崖 李耔)가 기묘사화 이후 세상을 등지고 몽암(夢庵)이라는 정자를 짓고 은거한 곳이다.

이자의 호는 호는 음애뿐만 아니라 몽옹(夢翁)·계옹(溪翁)이 있다.

몽옹(夢翁)이 몽암이란 정자를 지은 건 우연이 아니다.

이곳에 살며 그의 마을을 담은 시를 살펴보니 세상에 대한 원망을 접고자 애쓰는 마음이 애잔하게 느껴진다.

 

 

몽암에 묻혀 살다(夢庵幽居)

 

茅齋楚楚映疏籬  모재초초영소리  / 성긴 울타리 사이로 초가집 선명하고      
翠壁爲屛江作池  최벽의병강작지  /  푸른 암벽 병풍 되어 강이 못을 이루네
案有詩書甁有酒  안유진서뱡유주  /  책상에는 시문이요 병에는 술 있으니               
陰崖活計已全移  음애활계이전이  /  음애의 생활계획 정말 여유로워졌네               
暮年心事屬幽偏  모연심사석유편  /  해가 저물어가니 심사가 어둡고 불편하나     
每到山門思獨專  모도산문사곡전  /  산문에 이를 때마다 생각에 전념한다네    

 

 

 

 

물을 산을 넘지 못하더니 이 팔봉 사이로 난 틈을 따라 달천으로 합류한다.

오른쪽 시냇물이 석물을 지나는 곳이라 석문동천이라 부른다.

 

물은 낮은 데로 흐르며 팔봉마을을 큰 원을 그리며 흐른다.

속리산 계곡을 가파르게 흐르던 물도 이곳을 지날 땐 한 박자 쉬며 서두르지 않는다.

여름이면 아이들도 달천에 발 담그며 시원함을 만끽하겠다. 

 

 

 

 

 

 

 

달천과 팔봉마을 전체를 사진에 담기는 쉽지 않다.

목우가 여러 번 자리를 이동하며 겨우 잡은 사진이다.

이럴 땐 화각이 좀 더 넓은 렌즈가 있으면 좋겠다.

 

달천은 두룽산 자락을 여기저기 치면서 팔봉마을을 굽이쳐 흐를 때 속도는 많이 줄게 된다.

거칠만 한 물맛도 이렇게 산자락에 몇 번이고 부딪치며 순하고 달달한 맛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모르긴 해도 이곳 주민들 역시 물의 심성을 닮아 순박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신토불이가 그냥 생긴 말은 아닐 것이다.

 

전망대에서 눈을 돌리면 석문동천을 빠져나가는 물길 위로 난 출렁다리가 보인다.

번잡한 여름이 아니더라도 시원한 물이 흐르는 어느 여름날 다시 오고 싶다.

 

겨우내 쌓인 낙엽은 그물망에 잡혀 등산화에 치이고 밟혀 폭신폭신 부드러운 비단길을 만들었다.

 

뒤돌아 본 전망대다.

등산화를 바꿔 신고 오르자고 하니 그냥 오르는 목우다.

처음부터 등산에 뜻을 두지 않았으니 전망대까지만 다녀온다. 

 

 

 

마을 논둑에서 한 번 더 보는 것으로 수주팔봉의 원을 풀고 간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수주팔봉 탐방을 끝낸 지도 20여 일이 후딱 지나갔다.

평소라면 서둘렀을 포스팅도 미루고 미뤄 이제야 끝낸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다니던 산행도 요즘은 뜸하다.

천성이 게으른 건지 하기 싫어 미룬 건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