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농사는 봄에 시작하고, 1년을 쟁여놓고 먹을 김장김치는 겨울 문턱에서 만든다.
배추나 무로 김치를 만들어 항아리에 쟁여놓고 김장독에 보관하면 다음 해 봄까지 먹을 천연 냉장고이다.
세월이 좋아져 김칫독 대신 김치냉장고로 사계절 변함없는 김치를 맛볼 수 있다.
냉장고 김치 맛은 사계절 변함없으나 예전처럼 눈 맞아가며 김치 광에서 꺼내온 시원한 김치 맛은 따라가지 못한다.
올해는 10월 한파와 배추 무름병으로 배춧값이 금값인 데다 양념 재룟값도 많이 올라 가계에 타격이 크다.
아내는 절임 배추를 사는 데 가격이 너무 비싸 몇 번을 고민 끝에 겨우 사 왔다고 한다.
예년보다 배나 더 비싼 김장을 하게 됐으니 차라리 사 먹는 게 더 낫지만 사람 인심이 어디 그런가.
그나마 아내와 작은딸은 대부분 직장에서 식사를 해결하니 김장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10년 전 부천에 근무할 때 (주)한성식품에 견학 가서 김치 만들기 체험을 했다.
이후 아내가 힘들게 혼자 김치하던 걸 무채 썰어주고, 함께 양념을 버무리며 김치를 만들었다.
무채는 길이가 5~7cm 정도가 가장 맛있다기에 무를 세로로 두 조각이나 네 조각으로 갈라 썰어준다.
각종 양념의 구성이나 배합은 당연히 아내 몫인데, 올해는 특별히 여수에서 산 디포리 액젓을 추가했다.
김장김치는 만드는 건 전적으로 가풍에 따른 안주인 몫이라 집집마다 통일된 기준이 없다.
아내가 처음에 고수를 넣었을 땐 특유의 비릿한 맛에 적응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사위도 고수를 싫어한다기에 올해는 고수를 뺐으니 즐풍의 과거와 판박이인 셈이다.
해산물을 구경하기 힘든 조선족이 우리나라에 와 생선 비린내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즐풍은 김치 체험할 때 배운 대로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오며 양념을 버무리는데, 아내는 반대로 한다.
꼭 그래야 하는 법은 없으니 각자 편한 대로 하기 마련이다.
지난주 총각김치에 이어 이번엔 김장김치를 했으니 앞으로 1년간 식탁을 든든하게 지켜줄 기본 반찬이다.
우리가 너무 중국산 김치에 의지하면 언젠가 제2차 요소수 사태를 만들며 우리 뒤통수를 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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