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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경기 인천

가장 무더운 날의 명지산과 명지계곡

by 즐풍 2019. 6. 27.

 

 

 

 

탐방일자 2016.8.13.토  08:30~19:38(산행시간 9:08, 휴식시간 2:06, 이동거리 14.89km)   날씨: 흐림

 

 

 

8월 15일 광복절이 월요일인 바람에 모처럼 3일 연휴가 시작된다.

지난 주 제주도로 5일간 휴가를 다녀왔으니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오늘도 산으로로 간다.

금년에 꼭 가보겠다고 맘 먹은 명지산으로 가려고 어제 춘천행 가평터미널을 예약했다.

명지산이야 가을 단풍이 절경이지만, 명지계곡이 깊다보니 오히려 여름에 더 찾는 사람들이 많다.

가을엔 가을대로 가야할 산이 많으니 남들처럼 계곡을 낀 산행지로 명지산을 선택했다.

첫차가 06:20인데 가평까지 한 시간 50분 정도 걸린다니 오전 8:10 정도면 도착한다.

하지만, 휴가 막바지인데다 3일 연휴 첫날이므로 야외로 빠지는 피서객이 많아 걱정된다.

걱정대로 차량지체가 있어 8:50이 넘어서야 겨우 가평에 도착했다.

명지산 입구로 가는 다음 버스는 연착으로10분 늦은 9:50에 도착하여 목적지엔 10:30에 내렸다.

명지산 입구까지 이어지는 꽤 긴 계곡엔 벌써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명지산 등산코스

 

 

 

 

능선으로 올라가기 전 계곡으로 보니 제법 물이 좋아 잠깐 내려서본다.

 

여름 명지산은 계곡이 좋겠지만, 계곡은 하산할 때 보기로 하고 입구에서 300여 m 들어와 물탱크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바로 능선으로 오른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등산객이 별로 다니지 않는지 오르는 길엔 이렇게 칡넝쿨이 길을 막는가 하면 잡풀이 우거진 곳도 많다.

오르는 내내 낙엽송 숲이 울창한 걸 보니 1960~70년대 산림녹화의 일환으로 속성수인 낙엽송을 심은 느낌이다.

 

11:11, 드디어 능선에 올랐다.

1994년 이후 가장 무더운 여름으로 기록되는 금년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날인듯 싶다.

지난 주 마지막 날 제주에서 먹은 고기국수에 넣은 돼지고기로 배탈이 났었다.

제주를 떠나기 직전부터 다음날까지 12번을 넘게 화장실에 들락거리다보니 지난 주말은 완전히 퍼졌다.

그렇게 속을 깨끗히 비우다보니 숙변까지 완전히 빠져나가 개운함은 있지만, 힘이 없다.

그 여파 탓일까?

오늘은 몇 달만에 처음하는 등산처럼 어렵게 느껴진다.

아침은 새벽 4:30에 먹어 능선을 잡아타고 나니 벌써 배가 고파 시간과 관계없이 점심을 먹고 힘을 내본다.

 

이 바위 간격 사이로 들어가보니 없던 바람도 생겨 시원함이 좋다.   

 

명지산에선 군데군데 암벽을 만나기도 하는데 일반적인 화강암과는 다른 재질이다.

유난히 흰색이 많이 들어가 있으며, 이렇게 큰 바위가 많아 우회로를 많이 내기도 했다.

 

1,013m인 사향봉

명지산은 대략 다섯 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아직 1/4도 돌지 못했는데 벌써 세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때 좀 더 속도를 냈어야 하는데 덥다보니 쉬는 시간 많아지고 걸음은 느리다.

 

사향봉 아래에 있는 이 넓적한 바위에서 포도로 당분을 섭취하고 잠시 누워 쉰다.

누웠던 자리엔 등의 땀이 바위에 밴 자국이 오른쪽 스틱 위로 보이기도 한다.

 

 

 

 

드디어 명지산 정상(1,267m)이다.

대략 다섯 시간 정도로 예상했던 명지산이 정상까지 올라오는데 벌써 다섯 시간이 흘렀다.

능선에 올라왔던 11시 10분에 점심을 먹었는데, 13:30 경인 사향봉에서 살짝 허기가 져 포도를 먹었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 지난 명지산 정상에서 다시 허기를 느끼지만, 먹을 건 아무 것도 없다.

아침에 목우가 제주에서 산 냉동 오메기 떡을 가져가라는 걸 그냥 두고 온게 후회된다.

저기 보이는 능선을 따라올라간 끝이 명지2봉이고 오른쪽 끝에 살짝 튀어나온 곳이 명지3봉이다.

명지3봉을 돌지 않고 명지2봉에서 백둔봉을 거쳐가자면 제법 먼 거리인데, 벌써 시장기가 생기는 게 걱정스럽다.

 

백둔리 방향으로 내려가는 계곡

 

처음부터 명지산 능선을 타고 사향봉을 경유하여 정상에 오를 때까지 단 한 명의 등산객도 만나지 못했다.

워낙 염천인데다 휴가가 겹쳐서일까?

아니면 좀 더 쉬운 익근리계곡으로 바로 오를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일까?

정상에서는 몇 팀이 쉬거나 사진을 찍는 걸 보긴 했지만, 하산길 역시 다른 사람들은 만나지 못했다.

 

명지산 정상 표지석

 

하산길에 명지산 정상을  다시 본다.

 

금강초롱

 

 

명지2봉이다. 명지3봉은 20분 거리에 있으니 다녀오자면 40분을 더 소비해야 한다.

이때가 오후 네 시간 넘은데다, 더위에 지치고 시장하니 3봉은 포기하고 백둔봉으로 향한다.

 

명지2봉에서 400m를 내려오면 바로 익근리로 빠지는 계곡길이다.

거리상 5.4km라지만, 하산길이니 조심하며 걷다보면 명지계곡이 나올테니 더우면 잠시 계곡으로 내려가도 좋다.

하지만, 이런 유혹도 뿌리치고 능선으로 길을 내며 백둔봉으로 향한다.

가면서 뱀이 놀라 숲으로 들어가는 걸 본다. 참, 그 작은 뱀이 왜 그리 무서운지 온몸에 냉기가 뻗친다.

뱀은 뱀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서로 놀라 피하고 본다.

 

큰 암봉을 보지만, 길을 내기 어려우니 안전한 우회로를 따라 걷는다.

 

사람 한 명이 온전히 들어갈 수 있는 죽은 참나무 속이 제법 크다.

이 나무를 지나면서 길이 갑자기 없어져 두세 번 잘 살핀 다음에야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이쪽 코스만 하더라도 등산객이 별로 다니지 않는 모양이다.

 

마지막 봉우리인 백둔봉은 참 멀고도 힘든 길이다.

다 올라왔거니 생각한 곳은 백둔봉이 아니라 헬기장이다.

헬기장에서 조금 더 간 뒤에 비로소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백둔봉을 만난다.

백둔봉은 별도의 표지석이 없이 생태보전지역이라는 팻말을 이렇게 둘러서 가이드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명지계곡으로 길이 있는 모양인데 찾지를 못해 느낌으로 바로 계곡으로 질러내려간다.

 

명지산만 해도 큰 산인데다 나무가 울창해 큰 나무 아래는 별로 잡목이 없어 길을 잡기가 편하다.

그런데 계곡이 가까워질수록 잡목이 우거져 결국 고생을 좀 한다.

계곡을 따라가면 언젠가 도로를 만나겠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때로 습기찬 바위를 지날 때 여러 번 미끄러질 뻔 한 끝에 결국 한 번 넘어지고야 만다.

크게 넘어진게 아니니 다행이긴 한데, 산너머 산이라고 숲이 우거진 곳은 피할 곳도 마땅치 않아 힘든 여정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지금껏 아무도 보지 못한 이상스런 나무를 보기도 한다.

 

이낀 낀 계곡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가슴에 단 카메라를 무릎으로 치며 카메라 후드가 돌아간 것도 몰라 이렇게 양끝으로 엉뚱하게 후드가 잡히기도 한다.

 

남들이 보지 못한 착한 계류를 잡아본다.

 

 

 

 

명지폭포

명주실 한 타래를 모두 풀어도 그 끝이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로 깊다고 하여 생긴 이름이란다.

좀 과장된 면이 있겠다.

 

 

 

다섯 시간 정도로 예상했던 명지산은 아홉시간이 조금 넘어 끝났다.

그 중에 두 시간을 넘게 휴식을 취했으니 여름산행을 만만히 봤다가 큰코 다친 날이다.

막차가 오후 8:30~40분에 있다길래 혹여 버스를 놓칠까 두려워 식사도 못하고 음료수 두 병으로 견뎠다.

그런데 아침과 마찬가지로 연착되어 마지막 버스가 20:45이나 되어 올라간다.

결국 그 차가 종점까지 갔다가 내려오니 21:15이나 되어서야 차를 탈 수 있었다. 

이미 그 시간에 고양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끊겼으니 가평역에서 전철을 탈 생각으로 버스를 오른다.

하지만, 막차인데다 피서객들로 이미 만차라 50여분을 배낭을 맨채 서서 갈 수밖에 없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잘 냉방된 버스에서 갑자기 온몸이 뜨거워지면서 땀구멍으로 땀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더위에 지치고 11시 이후 먹은 거라곤 물과 음료수 두 병에 더위가 전부니 허기가 져 허한이 온 것이다.

결국 서있지 못하고 맨 바닥에 주저 앉았다.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전철을 타고 집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해 가평버스터미널에서 내린다.

제일 급한 저녁부터 해결하고 가평에서 숙박하고 내일 아침에 가겠다고 목우에게 전화하니 병원 응급실부터 찾으란다.

그냥 저녀 먹고 여관에서 한잠 푹 자면 피로가 해결된텐데, 망할 놈의 병원은 무슨?!!

 

한참을 헤맨 끝에 겨우 식당을 찾아 저녁을 먹는데, 다시 목우가 전화로 지금 당장 차를 끌고 가평으로 온단다.

헉~!

집에서 가평터미널까지 온다면 대략 두어 시간 걸릴텐데....

애들이 가평의 병원을 검색하니 응급실 있는 병원은 없고 양평을 가야 병원이 있다길래 그냥 큰애와 함께 데릴러 온 것이다.

더위와 예상치 못한 고생으로 간신히 산행을 끝내고, 이런 우여곡적 끝에 가족의 도움으로 자정을 넘겨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명지산에 대한 정보 부족과 더위, 행동양식 부족 등으로 악전고투한 산행을 이렇게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