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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전라도·광주

주작덕룡산의 가을 풍경

by 즐풍 2019. 5. 7.

 

 

산행탐방일자  2012.10.20.06:06-15:00(9시간)   날씨 : 맑으나 가스 많음

 

 

징가리님, 대로님, 여로님, 주니아범님, 목화님, 솔담님, 사랑이님 동행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에 속한다지만 산악국가이다 보니 높고 낮은 산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소위 명산은 국립, 도립, 군립공원으로 분류되된다.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 등은 국가와 지자체가 선정하였기에 공신력과 객관성이 담보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산림청에서는 산의 가치와 지역적 안배에 따른 「한국의 100대 명산」을 선정했다. 

한국의산하에서도 접속순위에 따른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소개하기도 한다.

두 곳 다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이니 일부 산이 포함되기도 하고 탈락하기도 한다. 

이 두 사이트에서 선정된 100대 명산에 교통접근성의 불편함으로 제외 된 수많은 보물들이 숨어 있다.

 

그 보물 중에 하나가 오늘 탐방하게 될 전남 해남과 강진에 숨어 있는 주작산과 덕룡산이다.

주작덕룡산은 두륜산, 달마산으로 연결되어 해남의 땅끝에 이르는 소위 땅끝기맥에 속한다. 

산은 기껏해야 450m 전후라지만 바닷가에 위치하여 바로 산행이 시작되므로 내륙의 600-700m급과 맞먹는다.

거의 암봉구간이라 힘든 코스도 많다. 

등산하며 들녁으로 넓게 펼쳐진 농지와 멀리는 바다가 조망되어 일반 산행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는 정취를 갖는다. 

 

주작덕룡산 산행코스 

 

전날 오후 11:20분에 예약한 미니버스를 타고 밤새 달려 산행기점인 오소재에 도착했다.

늘 그렇듯 대로님의 수고로 맛있게 라면을 끓여 먹고 오전 6시 5분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일출 전이라 점차 날이 밝아지고 있으나 그래도 아직은 랜턴을 켜야하는 상황이다.  

 

일출이 시작된 지 몇 분 뒤에 담아본 풍경   

 

기암괴석이 즐비한 가운데 암봉구간을 통과하는 일행

 

 

중북부 지방은 현재 단풍으로 만산홍엽에 온 산이 붉게 물들었고, 벌써 낙엽이 져 나뭇가지만 앙상한 곳도 있다.

그런데 이곳은 진달래꽃이 피는가 하면 나뭇가지엔 새순이 돋아 연초록 나뭇잎의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지난 번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볼라벤, 덴벤 등의 태풍이 지나가 나뭇잎이 떨어지면서 나무에 성장호르몬이 작용해

새순을 나게 하는 '불시개화' 현상이다.

가을에 꽃이 피면 봄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고 하니 과수의 피해가 없기를 기원해 본다.

 

 

 

저 바위가 미끄러져 떨어지다 공교롭게도 틈새에 걸려 영구 불모가 된 가련한 신세다.

 

주작산은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듯한 형산을 지닌 산이다.

겉으로 드러난 이 암맥은 곳곳에 길게 암릉을 형성하고 있어 멋진 남해 조망을 제공하고

산행에 재미를 더하지만 때때로 위험한 곳을 노출시키기도 한다.

주작산은 주작이 서쪽으로 머리를 돌린 형상하고 있어 멀리서 보면 덕룡산처럼 날카롭지 않고 두리뭉술하다. 

그러나 이 산을 직접 올라 본 사람은 첩첩 이어진 날카롭고 거친 암릉에 그만 혀를 내두른다.

이 산의 정상에서 작천소령 북쪽 능선에 올라 바라보는 강진의 산하 또한 일품이다.

특히 가을에는  산 아래 펼쳐진 논정간척지의 황금물결이 볼만하다. 정상 뒤쪽은 해남 흥사가 있는 두륜산이다.

 

          

저 뒤로 멀리 보이는 곳이 주작산의 최고봉이다.

앞쪽엔 잘 설치된 팔괘진을 무탈하게 넘어야 하는 난코스가 진지하게 기다리고 있다.

 

넘어진 바위를 둘러 맨 암봉

 

  로프가 설치된 곳이 등로인 줄 알겠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행착오 끝에 암봉 사이로 등로가 개설되었을 테니 선답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중간에 평판 바위는 탐방객의 쉼터가 되기도 한다.

 

 

금강산 일만이천봉이라지만 주작덕룡의 암봉도 그에 못지 않게 많다. 

 

 

색다른 모습이다,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암봉에 아래쪽엔 부숴진 암봉이 정리되듯 쌓여있는 불가사의함이 갖는 자연의 경이로움.

 

좀 더 높은 곳에서 비봉을 우측으로 빼본 결과, 이런 모습으로도 보인다. 

비슷한듯 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주작산의 암봉

 

 

지난 주말 1무1박3일로 지리산종주를 한 끝에 지독한 감기몸살로 일주일을 거의 정신없이 지냈다.

이번 주작덕룡 산행을 포기해하는 기로에 섰으나 2주 전에 산행신청을 한 데다 회원이 많지 않아

내가 포기하면 회원들의 부담이 가중돼 결국 산행에 나섰다.

다행히 오늘은 정도 견딜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미니버스 맨 앞 좌석에 앉아 연결된 4개의 의자를 펼친 후 잠을 청해보지만, 코너링과 노면의 요철로 잠을 잘 수 없다.

밤이 깊어질수록공기가 차가워 기침까지 터져 나온다. 

눈은 감고 있으나 몸이 추우니 터져나오는 기침도 막아야 하고 자세도 불편해 잠자기는 애초부터 틀렸다.

심장 약한 사람에게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위험하다는 데 지방산행으로 수없이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으니 

점차 지방산행을 줄여가야겠다.   

 

덕룡산을 끝내고 마지막 구간으로 넘어갈 때, 대로님 부부와 목화님 부부만 주작산 정상을 다녀오기로 한다.

우리 네 명은 임도를 거쳐 주작산 주능선을 탄다.

나는 혼자 질러간다고 임도로 수풀을 헤집고 내려가는데 남도 특유의 나무들이 엉켜 옷을 잡아끌어

바지 여기저기에 작은 구멍이 뽕뽕 뚫린다. 

가까스로 탈출해 기다리던 일행과 만나 쉬면서 사랑이님이 헝가리에서 구입했다는 초코렛을 먹는다.

단 음식으로 나중에 밥맛이 떨어져 점심을 반만 먹은 탓에 덕룡산 동봉을 지날 때부터는 허기를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물까지 떨어졌어져 빵을 머긍려 해도 물이 없으니 허기를 달랠 수 없는 비상사태다.

다행히 귀가시간때문에 소석문까지 종주하지 않고 길을 끊고 하산하여 위기를 모면한다.

 

 

지나와서 보는 건너편 주작산 능선

 

산너머 산이 끝없이 연결돼 있으나 지리산의 지리함과는 차원이 다른 절경이다.

 

 

우측 암봉은 멀리서 보면 성벽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 일행들은 방금 막걸리 병을 깨끗히 비운 뒤라 사랑이님이 막걸리 없음을 탄해보지만 때는 늦었다. 

 

 

 

 

 

 

 

산행 내내 이런 길의 연속이지만 한 달 보름 전에 늑골 3대가 골절됐다는 사랑이님이

완치도 안 된 상태에서 이런 골산을 무리없이 산행을 진행하는 열정과 정신력의 쾌거에 놀라울 뿐이다.

 

 

로프에 생명을 의지한 채 굳세게 올라보자.

 

 

시도 때도 없이 올라야 하는 암봉, 우리네 인생도 도처에 피하고 넘어야 할 난관에 수없이 직면한다.

 생로병사나 길흉화복이니 하는 운명에 얽매이지 말고 이런 산길을 가듯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보자.

시도 때도 없이 올라야 하는 암봉, 우리네 인생도 도처에 피하고 넘어야 할 난관에 수없이 직면한다.

 생로병사나 길흉화복이니 하는 운명에 얽매이지 말고 이런 산길을 가듯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보자.

 

 

저 큰바위 틈으로 물이 스미고 얼음이 언다면 발로 밀어도 떨어질 것 같은 흥미로운 상상을 해본다.

 

 

호남지방이 묵향의 고장이라 표지석의 한자도 멋진 필력을 보여준다.

 

 

 

저기 두 사람이 가는 걸 보니 능선으로 길이 이어짐을 알 수 있겠다.

 

 

흠, 갈길이 태산이군.

 

 

이쪽에서 보는 계곡엔 이제야 붉고 노란 단풍도 보이니 2주나 이후에 단풍이 절정이겠다.

 

 

동봉과 서봉은 같은 사람의 필체임을 알겠지만 각각 다른 사람의 필체라면 산객들의 눈 호강을 넓힐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서봉이나 동봉 모두에서 峯자의 맨아래 (아름다울, 풀 무성할) 봉字는 二자 가운데로 획을 내려

긋는 게 아니라  三자 가운데로 획을 내려 그었어야 한자가 맞고 이 (아름다울, 풀 무성할)봉字에서 봉우리 峯자의 음

을 취했으므로 어떠한 경우라도 변경할 수 없는 글자이므로 아무리 균형을 생각했어도 글자가 틀렸으니 안타깝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아름다울, 풀 무성할) 봉字 아래 여백이 큰 거로 보아 아마도 석수장이의 실수로 보인다.    

 

 

동봉에서 소석문으로 하산해야 맞겠지만 귀가 일정을 생각하여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만덕광업으로 하산하여 산행을 마친다.

 

거의 다 하산 한 지점에 석굴이 보이지만 일부러 찾지는 않는다.

이쪽엔 조릿대라고 하기엔 굵고 큰 대나무가 밀식돼 있어 남도 땅임을 알 수 있다. 

 

 

귀로에 설성식당에 들려 백반을 먹는 데 남도 특유의 넉넉하고 맛 있는 반찬이

이쪽의 인심을 말해주는 데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빠르게 음식이 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