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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전라도·광주

주작덕룡산 진달래꽃 비경(2014년)

by 즐풍 2019. 5. 7.

 

 

 

 

산행 일자 2014.4.12. (토) 04:55~13:55 (열 시간 산행) 종일 흐림

 

 

큰 병이 아닌 감기몸살 정도야 나을 때까지 그냥 앓고 말자는 게 평소 지론이다.

그러면 병에 대한 내성이 생겨 웬만큼 큰 병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겨울을 잘 지낸다 싶었는데, 30여 명 되는 사무실 여기저기서 콜록콜록거리기 시작한다.

감기에 걸리지 않고 잘 견디다가 화요일 퇴근 무렵부터 갑자기 몸살기가 시작된다.

옷에 닿는 살가죽이 아파 약국을 찾아 한 번 먹을 약을 달라는 데, 한 번에 두 종류를 이틀 치나 준다.

두 알을 다 먹으면 쓰러질 거 같아 생약이다 싶은 한 가지만 구입해 한 번 먹고 치워버렸다.

 

전라도 강진의 주작 덕룡산은 거리가 멀어 무박 산행을 가는 데, 몸 상태가 걱정스럽다.

날씨가 안 좋아 비 예보가 있으면 취소되겠단 희망을 갖고 주말 강진 날씨를 검색한다.

오후에 비가 내린다던 예보도 산행일이 다가오자 흐리는 걸로 변경된다.

산행을 취소하려다 결국 산행하기로 마음을 굳힌다.

금요일이 되어도 별 차도가 없어 오후에 조퇴하고 두어 시간 숙면을 취해본다.

나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옷에 닿는 살갗이 아픈 느낌은 여전하다.

 

감기몸살로 죽진 않겠지만, 주작 덕룡산은 거리가 길어 쉬는 시간까지 합쳐 열 시간 이상 산행해야 한다.

몸살과 싸운다고 이미 체력은 바닥났는데, 그만한 거리와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

하지만 내 몸은 주작 덕룡산을 기억하고 있다.

2년 전 가을에 시간 부족으로 종주하지 못했어도 종주와 맞먹는 거리를 뛰어본 적이 있다.

산세가 워낙 좋고 비경이 많아 힘든줄도 모르고 지나가리라.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다섯 시간 반 동안 중간중간 깨긴 했어도 내내 잤다.

산행을 처음 시작할 땐 맨 뒤에서 일행을 따라가기가 좀 힘들었다.

산행은 덕룡산 오소재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날이 밝으며 본격적인 암릉이 나타나자 사진 찍는다고 발길이 더뎌지기 시작한다.

우려했던 몸은 산 기운을 받으며 점차 회복되더니 어느 순간 정상으로 돌아오는 놀라운 변신을 한다.

결국 두어 시간 만에 선두를 탈환한 후 하산할 때까지 줄곧 선두를 유지했다.

 

 

새벽을 가르며 올라온 산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는 날씨가 흐려 시야가 좁은 게 아쉽다.

시원스레 경지 정리가 잘 된 농경기가 보인다.

 

주작덕룡산은 대부분이 이런 골산이지만 높지 않아 이를 즐기는 산행이라 산타는 재미가 더해진다

 

산엔 온통 진달래꽃 만발하지만 하루종일 날씨가 흐린게 많이 아쉽다  

진달래 가득하니 산행시기는 잘 선택했지만 날씨가 아쉽다, 멀리 두륜산의 스카이라인이 실루엣처럼 잡힌다

 

 

 

진달래와 괴암괴석, 그리고 이제 올라오기 시작하는 연두색 나뭇잎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간간히 우회하는 험봉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암봉을 즐기면서 산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일주일 전에 올라온 주작덕룡산엔 이미 진달래가 만개해 오늘쯤이면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여전히 산을 가득 채운 진달래가 아름답다.

하지만 많은 경우 끝물이라 이번주가 지나면 더 이상 진달래를 보긴 어렵겠다.  

 

 

 

언덕 하나를 넘기면 또 다른 풍경이 새롭게 다가오니 주작산의 변화무쌍함에 놀랄 수밖에 없다

 

 

 

 

주상절리가 아닌데도 주상절리 같은 느낌이 들며, 이런 특이한 모습으로 입체영화를 보는 듯한 새로운 풍경에 빠져든다

 

이런 암봉을 오르내릴 때 때론 험로에 로프가 설치돼 어렵게 이동해야 할는 구간도 있다

  

주상절리가 꼭 육각형의 돌기둥만을 생각해왔는데, 보통 사각에서 육각형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니 이것도 주상절리의 일종이겠단 생각을 해본다

 

주작산의 여러 기형을 다 만날 수 있는 수석전시장 같다

 

지나온 길 되돌아보니 멀리 두륜산이 여전히 보인다

 

 

 

저 바위 틈으로 길을 내 용케 찾아다닌다

 

진달래와 벚꽃, 그리고 바위가 보여주는 비경

 

 

 

주작산의 봄은 진달래로 더 아름답다

 

 

몸살로 걱정했던 산행이었지만 어느새 산속 비경에 빠지다보니 언제 몸살을 앓았냐 싶게 몸살은 커녕 이젠 힘이 남아돈다

산행의 매력이 바로 이런 휠링산행이다

 

절묘하게 균형잡힌 바위

 

 

 

 

 

 

 

덕룡산 넘어가기 마지막에 있는 암봉군락이다

 

걱정했던 몸살은 산행을 시작하고 한 시간도 안 돼 떨쳐버렸다.

주작덕룡산을 다시 보기위해 나는 그리움에 그렇게 몸서리쳤던 것은 아닐까?

 아뭏든 산행이 좋긴 좋은가 보다. 어제는 몸살기로 오후에 조퇴까지 할만큼 상태가 안 좋았지만

산행을 시작하고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몸이 회복됐으니 산사람으로 남아야겠다.

  

이곳이 주작산과 덕룡산을 구분짓는 작천소령이다.

주작산이나 덕룡산은 해발 500m도 채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해발이 낮다보니 여느 내륙의 600-700m 급과 맞먹는다.

그렇다고 힘든 산은 아니다.

산세가 워낙 좋고 가는 곳마다 비경이라 힘든 줄도 모르게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저기 보이는 작천소령을 지나 주작봉을 오를 대까지 순한 육산이다 싶을만큼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저 고개만 오르면 또다시 비경의 끝을 모를만큼 다양한 풍경이 숨어있다.

 

우리 산악회는 작천소령을 앞두고 이곳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제2부 산행인 덕룡산 산행을 준비한다

 

먼저 도착해 식사를 마친 후 잠시 근처를 돌며 주위 풍경을 담아본다

 

저기 보이는 곳이 주작산 정상이지만 덕룡산과 연결코스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어 산행에서 제외시킨다

 

작천소령으로 내려가는 길

작소천령을 오르면서 '산에가자'에서 함께 산행했던 '구름'님을 만났다.

나이도 많지만 늘 젊은 마음으로 살아선지 여전히 동안의 모습에 건강하시니 보기좋다. 

주작봉 오르며 보는 건너편 주작산 암봉, 저 능선을 넘어 왔다.  

 

오늘이 두 번째 산행이지만 앞으로도 몇 번을 더 올지 모르겠다.

주작봉 정상부근을 빨갛게 달군 진달래밭

 

내려오는 길에 다시한번 진달래밭을 본다.  

 

 

 

웬지 삭막하고 스산한 기운이 풍긴다.  

 

촛대바위

 

 

 

 

 

 

 

 

 

산 아래부터 불 붙기 시작한 춘심은 이제 산정을 치달으며 마지막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

 

주작덕룡산을 타는 열 시간 내내 이런 비경을 걷는다니 얼마나 행복한 산행인가?

 

 

 

주작덕룡산인 인위적인 나무계단을 만들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로프에 의지한 산행이 되길 기대해본다

 

 

 

 

설악산을 닮기도 하고 가야산 만물상코스를 닮기도 한 덕유산의 암봉코스

 

이 뾰족한 산 아랜 여유롭기까지 한 농촌 마을을 보여준다

 

 

 

 

 

골산이지만 때론 완만한 능선을 보이다가도 갑자기 높은음 소리로 치고 올라가듯 칼봉을 보여주니 몸의 피로는 쌓여도 힘들지 않다   

저 봉우리가 덕룡산 서봉이렸다?

 

저 봉우리 오르기가 힘들겠지만 막상 오를 땐 힘든지도 모르니 명산은 명산이다

 

서봉을 오르며 내려다 보는 지나온 코스

 

지나온 능선을 다시 본다

 

서봉, 峯자가 틀렸다고 2년 전 강진군청 게시판에 수정을 요구했지만 아직 그대로다

 

 

 

동봉으로 진행하며 보는 서봉

 

산 구비구비 고봉준령의 모습이 뒷산이 더 커 보이는데 언제 저 산을 다 타볼까?

 

동봉에서 3km 더 가 소석문으로 빠져야겠지만 오늘 산행도 동봉을 끝으로 지난번 '산에가자' 산행팀과 마찬가지로

만덕광업쪽으로 하산하며 산행을 마친다.

소석문까지 별로 볼 것도 없이 엎다운이 심하다니 다행으로 여긴다. 용현굴은 무슨 발굴조사가 있는지 닫혀있다.

 

내려와서 보는 덕룡산 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