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일자 2016.5.21.토 09:51~17:31(이동시간 7:40, 이동거리 22.1km, 평균속도 3.3km) 날씨: 맑음
국내 산 중에 제일 가고 싶은 산은 설악산이다.
고산준령에 빼곡히 들어 앉은 기암괴석의 암봉군락엔 누구나 환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산세가 거칠고 높아 선뜻 가기도 쉽지 않다.
가장 선호하는 공룡능선을 타자면 어느 코스로 오르고 내려도 열 시간 정도 걸을 체력이 필요하다.
그런 고행이 동반되어야 남들이 보지 못하는 비경을 비경을 훔쳐 볼 수 있다.
비록 체력이 된다하더라도 이동수단이나 날씨 등이 뒷바침 되어야 한다.
설악산은 워낙 큰 산이다보니 능선이나 계곡이 많다.
그런 설악산을 아직 열 손가락을 다 꼽을만큼 가보질 못했다.
대청봉 몇 번 밟아본 것으로 설악산을 다녀왔다는 생각과 다른 명산에도 관심이 많기때문이다.
북한산 만큼 속속들이 알자면 200번은 다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근에 살지 않는 한 요원한 일로 이룰 수 있는 소망일 뿐이다.
오늘 그 설악산 중에 용아장성을 한 바퀴도는 계곡 산행을 한다.
출발은 백담사에서 시작해 영시암~오세암으로 올라가 정점인 봉정암을 찍고 수렴동계곡을 타고
다시 영시암을 거쳐 백담사로 되돌아오는 계곡 탐방이다.
신사동에서 예정대로 07:10에 출발해 서울을 빠져나가는데 시간이 지체됐고
서울양양간고속도로에서 경기도 경계를 빠져나가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지체되었다.
예상 시간보다 다소 늦게 도착해 산행을 시작하다보니 당초 예상과 달리 빡빡한 일정이 주어진다.
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 마을버스를 이용하게 되는데,
백담사에서 막차가 오후 6시에 끊기므로 그 전에 하산해야 산악회 버스를 이용해 귀가할 수 있다.
오늘 걸어야 할 전체 거리는 대략 22km이므로 처음부터 속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솔담님과 둘이 산행하는 줄 알았는데 도솔님도 참석해 셋이 함께 산행에 나선다.
버스 두 대로 왔으니 대략 8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하지만, 셋이 보조를 맞추며 긴 산행을 시작한다.
설악산 4암자 등산코스
늘 능선코스를 위주로 등산을 했으나 여름엔 계곡산행이 많아진다.
오가며 더우면 잠깐 물에 들어가 발을 담그거나 세수를 하며 땀을 닦아내기 좋겠다.
올라오며 백담사를 들리지 않았으니 영시암이 첫 번째 암자다.
여기까지 한 시간 10분이 걸렸다.
새벽에 일어나 대충 식사를 하고 나왔지만 시간에 쫒겨 허겁지겁 먹다보다 부실할 수밖에 없다.
시장기를 없애기 위해 준비한 떡을 먹고 기운을 차린다.
오세암에 도착하니 밥솥과 미역국 솥단지, 깍두기와 김치를 버무린 볶음이 준비되어 있다.
별 기대없이 큰 그릇에 밥을 푸고 그 위에 미역국을 붓고 김치볶음을 얹는다.
비빔그릇 하나에 숟가락 하나가 전부인 점심 공양이다.
별 기대 없이 첫술을 뜨자 세상에 이렇게 맛난 음식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밥도 맛있는데, 국은 밥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고 볶인 깍두기와 만난 절묘한 배합이다.
모두가 맛있다며 감격스러워 한다.
고등학교 국사 교사인 솔담님 따님이 사찰 여행을 떠날 때마다 "절밥~ 절밥!!"하는 이유를 알겠다고 한다.
오세암에서 식사를 마치고 건너편을 바라보니 망경대가 보인다.
저 망경대에 올라서면 조망이 좋다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 올라가보지 못했다.
함께한 도솔님이 여기서 주변을 살피며 살방살방 하산하겠다고 해 솔담님과 봉정암으로 향한다.
언젠가 공룡능선을 돌고 마등령에서 혼자 이 오세암을 거쳐 백담사로 하산했던 적이 있으니 여기까지 오는 길은 낯설지 않다.
이제부터 봉정암을 거쳐 하산하는 길은 영시암을 만날 때까지 새로운 길이다.
오세암 뒤편의 암봉
그동안 솔담님은 무릎에 통증이 있어 산행을 자제했는데, 오늘 통증이 재발되지 않을까 무척이나 염려스럽다.
오세암을 지나면서부터 오르막은 갑자기 높아져 걱정스럽긴 한데, 의외를 잘 따라오니 체력이 대단하다.
평소 마라톤과 오랜 기간동안 등산으로 다져진 다부진 체력이라 오늘 그 저력을 보여준다.
봉정암이 가까워지자 고도가 높아져 서서히 설악산의 위용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쪽은 용아장성의 어느 구간 암봉이다.
어쩌면 올해 보게 될 마지막 철쭉꽃이다.
철쭉꽃은 많지 않지만, 수수한 연분홍 철쭉꽃이 수줍게 맞아주니 나 또한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마등령으로 이어지는 공룡능선의 어느 구간이다.
봉정암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고개의 암봉이다. 이제부터는 오직 하산 길이니 오르는 고생은 끝났다.
솔담님이 올라오며 고생을 했다면, 무릎이 약한 나는 하산 길이 더 위험하니 이제부턴 내가 걱정이다.
암봉 아래로 보이는 봉정암
봉정암 산령각
오세암으로 오르는 길이나 봉정암에서 하산하는 길에 많은 불교 신자들의 암자 순례자를 만난다.
대부분은 어느 절과 암자 소속의 신자들로 당일 또는 1박2일 여정으로 순례에 나선 분들이다.
등산이 목적이 아닌 분들이라 등산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산행은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종교적 신념으로 고난을 극복하며 끼리끼리 또는 혼자 올라가는 나이 많은 그분들을 볼 때 경외심 마져 느껴진다.
봉점암 뒤편의 특이한 암봉
하산길에 만난 사자바위에서 주변 산세를 조망한다.
용아장성의 한 구간이다.
용아장성은 비탐방지역이지만, 갈 사람은 어떻게든 가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 기회가 내게도 오길 기대해본다.
여기까지가 사자봉에서 본 주변 풍경이다.
마지막으로 봉정암 다시 한 번 보고
지금부터는 하산길에 만나는 주변 풍경이다.
계곡으로 하산하다보니 능선과 달리 볼만한 풍경은 별로 없다.
가끔씩 하늘이 트인 구간에서 드러나는 암릉의 일부만이 보일 뿐
작은 폭포, 물은 수정처럼 맑다.
설악산은 온 산이 모두 바위로 된 산이다.
이 설악산에 머쟎아 케이블카가 놓인다니 덕유산 향적봉처럼 사람들의 발길로 들끓을 때가 있겠다.
지역 주민들이야 음식점이나 숙박사업이 잘 되니 좋겠지만, 자연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니 걱정이다.
이제부터 하산 길은 크게 고도차가 없으니 편한 지역으로 바뀐다.
하지만 걸어야 할 구간은 아직도 길어 마을 버스 시간에 맞추자면 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물가에 앉아 더위를 식힐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놈의 시간에 맞추자니 그림의 떡이다.
아직은 싱그런 봄이다.
돋아난지 얼마 안 된 나뭇잎이 청순하니 이 봄에 계속 머무르고 싶다.
아침에 오르던 이 계곡의 바위 앞엔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놀이터가 된다.
백담사 앞 계곡엔 많은 사람들이 쌓아올린 소망과 기원이 줄지어 있다.
마이산 돌탑이나 금오산의 오형톨탑, 치악산 등 수많은 산의 대형 돌탑에 비해 백담사 계곡의 돌탑은 사진처럼 크지 않다.
가족이나 연인끼리 작은 소망 하나씩 쌓으며 서로의 사람의 키워가는 재미가 있겠다.
17:30에 백담사에 도착했다.
잠시 경내를 돌아보고 마을버스로 산악회 버스에 도착했을 땐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백담사계곡의 명물인 황태국으로 식사를 하며 맥주로 목을 축이며 산행의 피로를 푼다.
솔담님이 식사를 산다고 했지만, 그 얘기를 못 들은 도솔님이 계산했다.
작년 4월 홍천 팔봉산을 함께 산행 한 후 1년이 넘어 이번 설악산을 함께 했다.
도솔님은 산림청과 한국의산하, 블랙야크가 정한 100대 명산 탐방 중이고, 난 계절에 맞는 테마 산행을 이어간다.
솔담님은 나름대로 산행을 이어가지만, 무릎통증으로 산행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서로 함산하기 어려웠다.
오늘 우연찮게 셋이 함산하는 기회가 되었다.
자주 이런 기회를 갖기로 했으니 기대할만 하다.
22.15km를 불과 7시간 40분만에 산행을 마쳤다.
시간 당 평균속도가 3.3km에 이르는 매우 빠른 걸음이다.
지금까지 산행의 평균 이동시간은 시간 당 2km를 넘는 경우는 드문 편에 속했다.
설악산 오세암에서 봉점암에 이르는 구간은 매우 급경사다.
봉정암에서 수렴동계곡에 다다를 때까지 구간 역시 그렇다.
그 험란한 구간을 포함 해 평균 시간 당 이동속도가 3.3km라는 것은 매우 빠른 속도전을 의미한다.
22km라는 긴 거리를 백담사에서 마지막 운행은 마을버스를 타기위해 쉼 없이 빠르게 걸은 결과다.
다음엔 우보산행을 지향하며 아름다운 산하를 즐기는 산행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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