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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설악산 용아장성의 속살

by 즐풍 2019. 6. 27.





탐방일자 2016.10.22.토 02:49~13:54(전체시간 11:04, 이동거리 27.3km, 평균속도 2.8km)   날씨: 다소 흐림



늘 가고 싶은 산 1순위는 언제나 설악산이다.

그 설악산 중 갈 수 있는 곳은 불과 몇 코스에 지나지 않는다.

그중의 으뜸은 당연히 공룡능선이지만, 어느 쪽으로 오르내려도 거리와 시간이 만만치 않다. 

지난 달 추석명절을 지나고 그 다음 주에 비선대에서 마등령을 지나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했다.

아직 단풍이 안 든 줄 알면서도 무심히 다녀왔다.

지난 주말에도 공룡능선의 단풍을 보기위해 3주만에 다시 다녀왔다.


그리고 오늘 험하디 험한 용아장성의 벽을 넘는다.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설악산의 숨겨진 비경을 자주 찾게 될 거 같다.

적어도 지금 생각으로는 기상악화로 다니기 힘들 때까지 설악산을 목표로 산행을 예정이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북한산만큼이나 많이 다니지 않을까?

그러자면 250여 번을 넘게 다녀야 하니 10년 정도의 세월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 기간동안 우공이산의 신념이 변하지 않는다면 앞당겨 꿈을 실현할 수도 있다.


이 각오를 다지기 위해 오늘 그 첫발을 내딛는다.


용아장성 등산코스


02:50분에 산행을 시작했으니 꼭두새벽이 아니라 한밤 중이다.

그 밤중에 오직 랜턴에 의지해 동틀무렵 쌍룡폭포에 도착할 때까지 보이는 게 없어 사진은 없다.


쌍용폭포다.

쌍용폭포는 이 폭포 왼쪽에 작은 줄기의 또 다른 폭포가 있어 쌍용폭포란 이름이 붙었다.

전망대 아래쪽에서 합류하여 흐르게 된다.


수렴동대피소를 지나 구곡담계곡으로 올라오며 벌써 몇 번째 폭포를 본다.

아래쪽 용소폭포와 관음폭포, 동아폭포는 아직 일출전이라 어두워 마음에 담기만 하고 위 쌍용폭포부터 사진을 찍는다.

이 폭포는 쌍용폭포 위에 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지난 6월 봉점암에서 이 구곡담계곡으로 하산할 땐 제대로 보이지 않던 폭포가 물이 많아졌는지 갑자기 많이 보인다.


대부분 용아장성은 오르막의 첫 번째 봉우리인 옥녀봉부터 오르는 게 순서상 맞다.

그런데 국공이 1봉과 9봉을 막고 있다는 첩보가 확인돼 안전하게 구곡담계곡으로 올라가 꺼꾸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한다.

그러다보니 하산 들머리인 9봉은 건너뛰고 아쉽지만, 8봉부터 시작한다.

드디어 올라서면서 마주한 첫 번째 암릉은 봉정암쪽 방향이다. 구경만 하고 하산하며 본격적으로 용아장성을 만난다.




실질적으로 처음 만난 암봉

벌써 10월말이다보니 해가 많이 기울어져 산봉우리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고, 햇볕도 선명하지가 않다.

앞으로 용아장성은 몇 번 더 올 기회가 있겠지만, 야생화 가득한 봄이나 태양이 머리 위에서 지글거리는 여름이 사진상 가장 좋겠다.


위 사진을 부분적으로 확대한 풍경




용아장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기막힌 암봉 구간의 연속이다.

그러다보니 안전시설을 설치할 엄두가 안 나 비탐방구간으로 묶였다.






설악산에서 정상코스로 가장 힘든 구간은 공룡능선이다.

산악회에서 공룡능선을 갈 경우 제한 시간만 주어지면 누구든 찾아갈 수 있을만큼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다.

비탐지역으로 가장 선호하는 구간은 이 용아장성이다.

워낙 암봉구간이 많고 위험하여 쉽사리 접근할 수 없기때문에 오히려 더 선망 대상이다.


용아장성에서 지능선으로 갈라지며 내려가는 작은 능선의 암봉


워낙 산이 어렵다보니 릿지를 한다던지 심한 경사에 따른 정체구간이 많아 산행은 더디다.

하여 이런 시간을 감안해 새벽부터 시속 6km가 넘는 강행군을 했나보다.


여성회원이 대략 1/3 정도, 다들 산행이 익숙해 보인다.


노송과 바위의 절묘한 조화




역광이다보니 오래되어 색이 낡은 수묵화를 보는 느낌이다.

해가 많이 기울어져 역광이 참 오래도 간다.


오늘 코스 중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9봉부터 시작했으면 봉점암과 칠형제봉도 보았을텐데, 오늘의 아쉬움은 다음으로 기약한다.




공룡능선




바위를 따라 하산하는 코스 역시 쉽지 않다.

전 구간에 걸쳐 이보다 더 험란한 코스가 많다.


검지손가락바위


저 무샤시한 암봉도 지나오고....




이제 또 이 암봉도 올라야 한다.

모두가 다 암봉뿐이므로 길을 찾기는 쉽지 않다. 노련한 대장을 따라 이 구간을 오르내린다.


맨 위 봉우리는 자일을 깔아야 내려올 수 있고, 아래쪽도 쉬운 코스는 아니다.


맨 오른쪽에서 두 번째 봉우리가 공룡능선의 1275봉이다.




가는 길은 내내 이런 암봉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아래쪽엔 구곡담계곡이 보인다.


왼쪽은 여근석이라는데, 멀리서 봐도 쪼개져 있다.




지나온 또 하나의 암봉


몇 번을 다니면 볼 때마다 몇 봉인지 쉽게 알겠지만, 오늘은 다만 이 용아장성을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계절별로 몇 번을 더 다녀보아야겠다.


1봉 옥녀봉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생략하고 2봉과 1봉 사이의 계곡으로 하산한다.

용아장성을 오르내리는 시간을 빼면 순순하게 용아장성만 네 시간 정도 타는 셈이다.

용아장성으로 오르내리는 동안 단풍은 거의 볼 수 없었는데, 고도가 낮아지자 이제야 서서히 단풍이 보인다.


수렴동계곡




불과 7년밖에 안 된 짧은 산행 경력 중 오늘 산행이 제일 힘든 날 중 하나로 기록된다.

용아장성은 위험구간이 많아 조심해야 하기에 안전을 위해 불과 5.3km 구간을 꼭 다섯 시간만에 끝낸다.

아무리 어려운 구간이라도 선수들만 있다면 대략 두 시간이면 족한 구간을 km 당 평균 한 시간 걸린 널널한 산행이었다.


힘들다고 한 것은 사실 백담사까지 뛰듯이 걸은 속보와 이후 용아장성 입구까지 거침없이 내달렸기 때문이다.

백담사를 가자면 인제군 용대리에 있는 백담분소 매표소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6.5km를 이동하여 백담사 입구 종점에서 하차한다.

그런데 밤 2시 50분에 마을버스가 움직일리 없으니 후미대장의 안내에 따라 평균시속 6.2km로 이동하여 버스 종점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서 잠깐 쉰 뒤 용아장성 들머리 입구까지도 거침없이 내달렸으니 내 인생을 통털어 가장 빨리 걸은 날이다.

처음부터 너무 빡세게 돌리는 바람에 이탈자가 나오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모두들 용감하게 잘 따라붙는다.

약 20분 가량 아침식사 시간이 포함하여 용아장성 입구까지 15.2km를 불과 네 시간 30분 만에 돌파했다.


하산하여 백담사에 내려오니 마지막 단풍을 보기위한 상풍객과 사찰 순례를 위한 순례단, 등산객이 뒤엉켜 난리다.

백담사에 도착했을 때가 13:54, 한참을 기다려 15:02에야 겨우 마을 버스에 올랐으니 한 시간 넘게 서서 기다렸다. 

가을엔 설악산, 지리산, 내장산 단풍을 보자면 이런 불편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 


그 긴 시간동안 무탈하게 산행을 끝내고 멋진 용아장성까지 눈과 가슴에 담은 오늘의 감동이 아직도 여운으로 남아있다.


올가을 보게 될 설악산의 마지막 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