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5. 토 02:57~15:54(전체 시간 12:57, 전체거리 약 19.1km, 휴식 시간 02:28, 평균 속도 1.9km/h) 흐림
대청봉 공룡능선 등산코스
20km나 되는 장거리 산행일 수밖에 없는 설악산이나 지리산을 갈 때면 늘 긴장이 앞선다.
지리산보다 바위와 업다운이 심한 설악산은 더 긴장하게 된다.
설악은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오르는 게 가장 힘들다.
공룡능선은 워낙 필수 코스로 거쳐야 하는 곳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마지막 구간인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 너덜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그 너덜 구간을 지나며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비선대에서 신흥사까지 팔다리는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한때 마라톤 하며 페이스 안배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초반에 욕심내다간 완주도 못 하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같은 장거리 산행도 마찬가지다.
무리하지 말고 전 구간을 일정하게 체력 안배하되 산행을 마치고 20~30% 정도의 체력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니 빠른 걸음보다 일정한 속도가 유지되도록 해야 불편하지 않게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이 거대한 돌출바위를 대개 촛대바위라 하는데, 난 존나 큰 이놈을 대물바위라 말하고 싶다.
이놈의 양기는 하늘을 찌를 듯 분기탱천하니 공룡의 암릉을 이 대물바위로 말미암아 잉태된 것이다.
1275봉에 도착했으니 공룡능선 절반을 탄 셈이다.
공룡능선은 어느 곳이든 절경 아닌 데가 없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견딜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해 정상을 오르려 했으나 워낙 바람이 심하게 분다.
그간 산방 기간에 막혔다가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주말이라 전국에서 도착한 산꾼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밤 두 시에 설악휴게소에 주차했을 때 주차된 버스가 9대나 됐으니 이곳에 들리지 않은 차량까지 친다면 또 얼마나 많을까?
02:45에 도착했을 때 이미 입구는 개방된 상태라 붐비지 않고 산을 오를 수 있었고 앞뒤로 연결된 랜턴 불빛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중 얼마는 봉정암을 거쳐 백담사로 내려갔고, 또 얼마간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한 경우도 많겠다.
등산객의 절반이나 그 절반이 공룡능선을 지나간다 해도 상당한 인원이 되겠으나 그 누구도 1275봉을 오르는 사람은 없다.
나도 위험을 무릅쓰고 오를 필요가 없어 입만만 다시고 이동한다.
1275봉을 올라 이 암봉쪽으로 하산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오늘만 오는 게 아니니 날 좋을 때 걸을 기회가 있겠다.
시간이 넉넉해 여기 저기 들어가 전에 보지 못한 여러 풍경을 담을 수 있어 좋다.
큰새봉 대가리와 몸통이다.
네가 날개 펴고 공룡을 차고 오를 때 넌 대봉이 되리라.
오른쪽에 아슬아슬하게 영겁의 세월을 견뎌온 바위가 대단해 보인다.
저 바위가 부숴져 자갈이 되고 모래가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부러진 형태로 보아 소나무 같은데, 위로 뻗은 줄기는 남아 있으나 구멍은 나무줄기가 빠져나간 것일까?
뒤돌아 본 풍경이다.
지금 보니 저 바위쪽으로 온 거 같진 않은데...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이 바위를 올라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오늘도 그냥 지나쳤다.
아마 오르기 힘들다고 생각해 그냥 건너뛰었을 확률이 높다.
이젠 1275봉을 떠난 지도 제법 되는 느낌이다.
공룡능선도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니 조금만 더 참으면 하산길에 접어든다.
이 봉우리 사이로 올라가 조망해야겠단 생각으로 올라가며 이분께 뭐 좋은 게 있냐고 물으니 솜다리가 다음 주나 돼야 만개할 거라고 한다.
그중에 몇 개는 폈다기에 잘 찾아보니 정말 아닌 게 아니라 꽃이 핀 게 보인다.
늘 사진으로만 봐 오던 솜다리꽃(에델바이스)을 처음으로 목격하는 순간이다.
이 솜다리꽃 하나로 오늘의 피로가 싹 가신다.
나중에 버스에 올라와 옆에 앉은 대장에게 솜다리꽃을 봤다고 하니 같이 온 뒷사람은 설악산에 100번을 왔어도 아직 보지 못했다고 한다.
나 또한 등산로로만 다녔으면 있는 줄도 몰랐을 텐데, 먼저 오른 분이 알려주는 바람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보물 같은 존재다.
오~ 신이시여, 제가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드디어 산솜다리를 봤나이다.
산솜다리
국화과 솜다리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한라산·설악산·금강산 등 중부 이북의 고산에 자라는 한국 특산식물로 ‘한국의 에델바이스’라고도 불린다.
키는 약 25cm에 이르며 잎과 줄기는 회백색의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다.
꽃은 두상화로 줄기 끝에서 봄부터 가을에 걸쳐 핀다.
이전에는 다소 높은 산에서 쉽게 볼 수 있었으나, 남획으로 인해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환경부가 한국특산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해발 800m가 이상의 능선 절벽이나 바위 틈에 자생한다.
바람이 잘 통하며 반그늘에 습기가 있는 토양에서 잘 자란다. 더위에는 매우 약하다.
7월말경에 종자를 채취하여 파종하면 다음 해 봄에 발아한다. (다음백과 인용)
솜다리를 본 후 이런 암봉을 보니 더 멋지게 보인다.
계단 설치 대신 이런 로프로 걸어 최소한의 가공으로 산행을 돕는다. 좋다, 힘 좀 써보자.
구상나무인지 가문비나문지 알 수 없다.
초록은 동색이라니 내게 두 나무는 다 같은 나무로 보인다.
구상나무엔 진드기가 많이 살아 그 나무 아래 있으면 진드기가 떨어져 몸에 붙으면 위험하니 가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겨우 한 사람 지나갈 정도의 작은 통로에 돌바닥으로 길을 내 한결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공룡능선에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건 이런 공사로 등로가 편해졌기 때문이다.
나한봉을 끝으로 공룡에서 볼 수 잇는 암릉은 끝난다.
신흥사로 내려가는 길에 보게 될 세존봉
1275봉과 여러 암릉이 설악을 내설악 외설악으로 나누며 난공불락의 성처럼 견고하게 자리를 지킨다.
나한봉이 1275봉과 잘 어울린다.
고인돌도 아니고 굄돌인가?
공룡능선을 끝내며 이 너덜길을 밟으면 곧이어 마등령 안부가 나타난다.
왼쪽 오세암을 거쳐 백담사로 가느냐, 아니면 신흥사로 가느냐?
그것이 문제다.
어느 쪽이든 쉬운 곳이 없으니 거리가 짧은 신흥사 쪽을 선택하게 된다.
마등령에서 반대로 오세암을 거쳐 영시암, 백담사는 더 먼 거리인 데다 용대리 나가는 버스를 타기도 만만치 않다.
어느 쪽이든 대청봉과 공룡능선을 산행하려면 체력 고갈에 따른 자신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올봄 마지막일 진달래꽃을 대청봉에서 보고 공룡능선을 지나며 더위와 몸도 가누기 힘든 바람과도 싸워야 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솜다리꽃을 보는 행운을 누렸다.
마등령에서 울산바위 방향의 암봉
세존봉 방향
좌측 1275봉, 가운데 나한봉, 맨오른쪽 너덜경
여기가 금강문인 암봉인가?
비선대를 목전에 둔 금강굴을 가자면 이 금강문을 통과해야 한다.
반대로 비선대에서 올라오면 이 문은 공룡의 등뼈처럼 사정없이 솟은 바위와 암릉을 밟고 가야 하는 고행의 문을 여는 셈이다.
하산할 땐 고생이 끝났다는 회심의 미소가 서리고
비선대에서 올라올 땐 벌써 등줄기로 한 웅쿰의 땀을 쏟아낸 뒤일 것이다.
겨우 몇 평의 하늘이 보일 뿐이다.
외설악이 자랑하는 천화대 방향인데 저 구석을 언제 다닐 수 있을까?
뒤돌아 본 세존봉
공룡능선에서 마등령에서 힘 다 빼고 신흥사까지 걷는 길 역시 너덜길이 지뢰처럼 연결된다.
간혹 이렇게 낙엽이 쌓이고 쌓여 길을 낸 곳을 밟을 땐 탄력 있게 솟구치는 낙엽의 탄성에 피로가 풀린다.
값비싼 양탄자도 흉내 낼 수 없는 멋진 길이다.
6월에 달마봉을 거쳐 저 울산바위 서봉으로 진행하는 산행에 구미가 당기니 다녀와야 겠다.
유선대에서 암벽 타는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등산 끝내고 내려오던 사람이 이렇게 바람이 심하게 부는데 암벽 탄다고 혼자 뭐라 한다.
등산이나 암벽이나 다 자기 좋아서 하는 건데 그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비선대
권금성 왼쪽 노적봉이다.
저 어마무시한 노적봉을 올라갔던 경험이 있으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믓하다.
이젠 공룡능선 타는 것도 몸을 사리게 된다.
산악회에 선 거의 매주 설악산행 모집이 있어 그중 가장 많은 시간을 준 ㅎㅂ산악회를 이용해 다녀왔다.
시간이 넉넉해 평소 지나쳤던 바위에 올라가 조망을 즐긴 산행이었다.
솜다리꽃을 처음 보는 행운도 누렸다.
이 솜다리꽃은 무궁화꽃만큼이나 오랫동안 피고 지니 올해가 가기 전 적어도 한 번 이상 볼 일이 있겠다.
처음 가졌던 긴장치고는 대체로 편하게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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