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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둘째 날 설악산 공룡능선의 단풍

by 즐풍 2019. 6. 27.





2017.10.06. 금 03:07~12:50(산행시간 09:43,  이동거리 13.62km,  휴식시간 01:25, 평균속도 1.7km/h)  흐린 후 비



두 시가 되자 벌써 산행을 나서는 사람의 기척에 따라 잠을 깬다.

그 소리에 잠을 깨니 솔담님이 아직 두 시 밖에 안 됐다며 우린 세 시에 나가자고 한다.

화장실을 다녀온 솔담님은 어제저녁 보다 날도 안 춥고 날씨가 맑아 좋다고 한다.

난 그냥 화장실만 다녀왔을 뿐인데, 그 잠깐의 순간에도 기상 파악까지 다 하고 왔으니 진정한 산꾼이다.

잠깐 누웠다가 일어나 배낭을 메고 랜턴 불빛에 의지해 공룡능선 들머리인 희운각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늘 산행 마감은 16:30이라 세 시부터 산행하면 열세 시간 30분이란 긴 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5년 전 하루에 한계령에서 대청봉 찍고 공룡능선으로 하산했던 열세 시간보다 많은 시간이다.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들어 이틀에 나눠 산행해도 바위가 많은 설악산이라면 이젠 버겁게 느껴진다.

지난 토요일 경북 문경의 황장산 촛대바위 능선을 힘들게 산행했고 추석 전날 치악산까지 오른 후

겨우 추석 하루를 쉬고 또다시 설악산에 들렀으니 피로가 축적되어 몸 안에 쌓여있다.


어제 오후에 대청봉에 올랐을 때 오후 세 시 반 밖에 안 된 한낮이었으나 바람이 불고 기온이 떨어져 추웠다.

그런데 한밤중인 새벽 세 시 현재 바람이 없으니 날씨가 추운 줄도 모르겠다. 

한 시간 10분을 걸어 04:17에 희운각에 도착해 엊저녁처럼 솔담님이 준비한 코펠과 버너로 라면을 끓여 먹는다.

조리장에 들어서니 대피소 예약이 안 돼 바닥에서 자던 사람이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고 있다.

아침에 중청대피소에 나올 때도 몇몇 사람이 사무실 입구와 복도에서 자는 걸 목격했다.  


대부분 산은 산림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야영이 금지되어 있으나 100ℓ가 넘는 배낭을 메고 오르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어디선가 비박을 한다든지 일출이나 낙조, 기타 여러 풍경의 사진을 찍기 위해 텐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여자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행과 똑같은 크기의 배낭을 메고 오르는 그들을 볼 때마다 존경심이 솟는다.

이런 날씨에 그런 비박은 아니어도 온기도 없는 바닥에서 밤을 지새운다는 건 상상도 못 할 극한 체험이다.

그들과 목적지가 같거나 다를 수 있지만, 산을 좋아하고 즐기는 맘은 한결같을 것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무작정 걸음을 옮기며 한창 내려가고 있는데 쉬고 있던 사람들이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공룡능선으로 간다고 하니 천불동계곡에서 올라온 그들도 공룡능선으로 간다며 잘못 내려왔다고 한다.

희운각 대피소에서 불과 300여 m 떨어진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으로 가는 길을 놓치고 300m를 내려간 것이다

하산 코스는 가팔라 300m를 왕복하는 30분은 참 맥빠지는 시간이었지만, 천불동으로 하산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600m를 더 걸어 신선봉에 도착해서야 겨우 여명이 밝아오며 멀리 공룡능선의 최고봉인 1275봉이 눈에 잡힌다.




중청대피소~공룡능선 등산코스



무너미 삼거리에서 잠시 혼란이 있었지만 굴하지 않고 신선봉에 도착했다.

속초지역의 일출은 06:26분인데, 아직 일출 7분 전인 데다가 날씨가 흐려 시야가 선명하지 않다.

그래도 건너편 1275봉 일대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인다. 



맑은 하늘이라면 단풍 색깔이 고울지 모르지만 회색하늘이라 어두침침한 느낌이다. 



앞쪽에 범봄이 왼쪽 위로는 세존봉, 멀리 울산바위까지 조망되긴 하나 역시 문제는 날씨다. 



신선봉 정상은 나중에 시간 날 때 한 번 올라가 보자. 



한결 가까워진 범봉이 드러낸 날카로운 이빨 



1275봉 가며 보는 뒤돌아 본 신선봉 정상에 한 사람이 있어 도두라지게 보인다. 



칠형제바위 뒤로 보이는 1275봉은 안개가 휘감고 돌아 우리가 도착할 때면 어떨지 모르겠다. 



설악산 공룡능선엔 워낙 뛰어난 바위가 많아 그 대부분은 이름도 없이 남겨진 채 있다.

우리가 지어야 할 이름도 그만큼 많다는 얘기니 산꾼들에게 남겨진 몫이다. 



다시 한 번 더 바라보는 신선봉, 좀 전에 정상에 올라갔던 산객도 어느 쪽이든 갈길을 가겠다. 



신선봉은 여전히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을 보이고... 



저 칠형제봉으로 하산할 날이 오기만을 기다려 보는데, 언제 공지가 뜰지 모르겠다. 






칠형제봉에서 바라보는 1275봉 뒤로 쌍둥이처럼 큰새봉과 나한봉이 보인다. 



뒤돌아 본 칠형제봉 









날씨가 맑다면 단풍도 도드라지겠지만, 지금은 안개가 바위를 삼키니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높아간다.

이런 모습 또한 접하기 힘드니 하나라도 열심히 보고 가야 한다.



또 한 칸 건너 1275봉에 도착했다.

시간이 많으니 1275봉 정상까지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워낙 날씨가 나빠 조망이 별로일테니 그냥 발길을 옮긴다.

희운각에서 마등령까지 절반 온 셈인데, 마등령에서 하산길도 지루하게 길어 아직은 힘을 비축해야 한다. 



1275봉 끝지점과 만나는 암봉 






이 바위 이름은 뭘까? 



큰새봉을 넘으니 훨씬 가까워진 세존봉과 울산바위 



당겨본 울산바위 

오늘 일찍 하산한 사람은 저 울산바위까지 다녀온 사람도 있다니 대단한 준족이다. 



뒤돌아 본 1275봉 









왼쪽 1275봉과 오른쪽 큰새봉 



마등령에 도착하자 머잖은 오른쪽 능선에 비를 뿌리는 게 보인다.

이제부터 하산이라고 하지만 거친 공룡능선보다 더 힘든 하산길이라 간단한 요기로 에너지를 보충하는 데 비가 내린다.

요기를 마치고 일어나 우비를 입고 또 얼마간 가다가 방수 바지인 오버트라우저를 입는다.

비는 많이 내리지 않고 간혹 그치다 내리길 반복한다.

이미 카메라는 배낭에 넣었고 아이폰으로 사진 찍기도 귀찮아 금강굴 아래쪽에 도착할 때까지 사진은 없다.

카메라를 꺼냈어도 여전히 비가 내려 사진 찍을 일은 별로 없다. 



비선교를 지나며 바라보는 비선대 



한계령에서 대청봉 찍고 1박 한 후 공룡능선을 탄 이틀에 걸친 산행이라도 여전히 힘들다.

공룡능선 산행보다 더 힘든 마등령의 그 긴 구간을 어렵게 끝내고 설악동으로 내려오는 데 신흥사 박물관을 개장한 게 보인다.

솔담님에게 들어가 보자고 해 구경하고 나오니 멈췄던 비가 제법 굵게 내려 잠시 기다려도 도체 멈출 기미가 없다.

박물관을 들르지 않고 그냥 내려왔다면 맞지 않았을 비를 괜히 나 때문에 비를 맞게 돼 미안했다.


비가 오는데도 추석 명절이라 비선대부터 주차장까지 나들이객으로 북적거린다.

속초로 나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니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리느니 산악회 버스가 주차된 신흥사 C 지구까지 걷자고 한다.

얼마큼 가다가 내려가는 택시를 세우니 한 대는 그냥 지나가고 다행히 두 번째 택시가 선다.

올라오는 길엔 차량이 너무 많아 승용차나 버스나 모두 굼벵이 걸음이다. 


산악회에서 지정한 어느 모텔 앞에서 하차해 산악회와 약정한 4천 원 요금을 내고 방에 들어가 샤워를 하니 살 거 같다.

어제 숙박한 대피소는 남녀가 층만 다를 뿐 한방에서 잤기에 옷을 갈아입지 못한 데다 비까지 내려 옷 냄새까지 말이 아니었다.

깔끔하게 옷까지 갈아입고 지정된 식당에서 식사하는 데 다른 산악회까지 함께 하다 보니 식당도 북새통이다.


귀경하는 데 서울 쪽 길이 막힌다며 아신역에서 국철을 이용할 분은 내리라기에 서울까지 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다 싶어 내린다.

아신역이 경의·중앙선이라 환승 없이 앉아서 일산역에 도착해 집 문을 열었을 때 예상시간보다 20분을 당길 수 있었다.

추석 명절을 이용한 1박2일의 설악산 단풍 산행을 이렇게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