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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첫날 한계령에서 오른 설악산 대청봉의 단풍

by 즐풍 2019. 6. 27.





산행일자 2017.10.05.(목) 10:21~15:54(산행시간 05:32,  이동거리 8.55km,  휴식시간 28분,  평균속도 1.8km/h)  맑은 후 점차 흐림



집에서 가까운데다 많은 절경으로 둘러쌓여 자주 가는 북한산 외에 제일 멋진 산은 누가 뭐라 해도 설악산이다.

2016년인 작년에 공룡능선 두 번에 용아장성, 희야봉, 칠성봉, 4암자 순례 산행 등 여섯 번을 다녀오고 이제야 다시 찾는다.

설악산은 풍경이 너무 좋아 자주 찾아보겠다고 생각했지만, 작년 어느 산악회를 따라 나설 때 

버스 운행이 없는 새벽에 용대리 백담분소에서 백담사까지 6.5km를 거의 한 시간에 주파하는 강행군을 했다.

그리고 나서도 용아장성 들머리인 8봉까지도 거의 쉼 없이 질주하고 정작 용아장성에선 안전을 위해 천천히 다녔다.

설악산 비탐지역은 그 산악회가 서울에서 거의 유일하게 탐방하는 데, 이런 강행군을 견딜 수 없어 이후 산행은 포기했다.


내 걸음이 느리진 않으나 그런 속보를 감당할 정도의 준족도 아니기에 부담 없는 정도의 산행을 즐긴다.

이번에 솔담님이 한계령에서 시작해 공룡능선을 타는 설악산을 1박2일 코스가 있다기에 함께 따라 나선다.

오늘은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오른 다음 대피소에서 1하고 내일 공룡능선을 뛰게 된다.

이 코스는 이미 무박으로 13시간 동안 등산한 경험이 있는데, 이를 이틀에 나눠 산행한다면 여유로운 산행이 되겠다.

대신 이틀치 음식과 고산지대임을 감안해 보온성 좋은 옷과 갈아입을 옷까지 준비하자면 배낭 무게의 부담이 커진다.

그래도 금년을 넘기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찾아오는 설악산의 단풍을 본다는 설레임에 마음이 앞선다.


처음 산행할 때의 설렘과 경이로움이 이젠 많이 사라졌다.

북한산을 처음 오르내릴 때 특이하거나 커다란 바위만 봐도 세상을 처음 만난 어린아이처럼 느끼던 감정이 식었다.

이러한 북한산을 바라보는 시선과는 달리 어쩌다 연례행사처럼 다니는 설악산은 여전히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설악산은 늘 공룡능선이 주요 산행지이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화려하고 장엄한 풍경 앞에선 작은 인간에 불과하다.

이제는 어느 산을 다녀왔다는 산행 경력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는 타락한 산꾼에게도 설악산은 여전히 경이로운 산이다.

북한산처럼 가까운 산이라면 설악산은 늘 내 안방이 될 텐데 그러지 못함이 아쉽다. 



한계령~대청봉 등산코스



아침에 서울을 지나 홍천을 통과할 때만 해도 청명하던 날씨가 인제로 들어서면서 점차 구름이 많아진다.

대관령을 중심으로 동서로 날씨가 많이 갈리는 데 그 중심에 설악산이 있다보니 오늘이 그날이다. 



한계령으로 내려오는 점봉산 일부 



그저께 올라간 치악산 정상부의 능선에 이제 겨우 10% 정도 물든 단풍이 설악산 한계령을 오르자 붉게 물든 모습을 볼 수 있다.

북쪽으로도 산이야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설악산이 가장 많이 찾는 최북단의 산이다 보니 우리나라 단풍은 설악에서부터 시작된다.

단풍이 빠른 만큼 겨울도 빨라 가장 오랫동안 눈에 파묻혀 설악이란 이름이 붙었다. 



드디어 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자 병풍처럼 펼쳐진 설악의 진경이 나타난다.

대부분 한밤중에 통과하거나 하산하던 한계령이라 별로 기억에 없던 곳이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잠시 후 오르게 될 서북능선이다. 



모양으로 봐선 서어나무 같은 데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제법 큰 나무다. 






서북능선에서 바라보는 저 암봉이 궁금한데 누군가 대승령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승령을 서북능선과 일직선상에 있는데다 귀떼청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지도를 보면 귀떼기청봉에서 흘러내린 1287봉과 연결된 암봉인거 같다. 



뒤쪽 능선이 공룡능선이고 앞쪽은 용아장성이라는 데... 



서북능선의 암봉을 피해 우회로로 간다는 게 영 마음 아프지만 단풍으로 맘을 달랜다. 







내일 가게 될 공룡능선은 너무 이른 시간에 지나게 된 데다 날씨 마저 흐려 단풍도 풍경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설악산의 단풍은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걷는 동안 보는 게 올가을 들어 최고의 단풍인 셈이다. 



서북능선에서 한계령 쪽으로 흘러내린 계곡의 기암괴석 



끝청에서 흘러내린 작은 능선의 참나무 단풍 숲 






오후가 되자 구름이 내려앉아 흩어지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며 나름대로 운치를 만든다. 



끝청을 지나 중청 허리에서 바라보는 대청봉이다. 

대청봉 단풍은 이미 져 붉기 보다는 갈색에 가깝다.  



오늘 숙박할 중청대피소 



중청엔 기상 시설물 때문에 출입이 금지되어 오를 수 없다. 


눈잣나무

눈잣나무는 '누워서 자란다'는 뜻을 가져 '누운 잣나무'를 줄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곳 대청봉 일원이 유일한 자생지이다.

이곳 눈잣나무를 보호하지 않으면 남한에서는 영원히 볼 수 없게 된다.

더욱이 눈잣나무 열매를 먹고 사는 고산지대 잣까마귀의 생명까지도 위험할 수 있다.   (안내문 편집)



안개가 파도처럼 계곡을 메우며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며 산봉우리를 하나둘씩 삼켜간다.

대청봉을 다 오르고 인증 사진을 직을 때까지 무사해야 할 텐데... 



안개가 사방에서 조여오니 높은 봉우리가 섬인듯 운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드디어 대청봉에 올랐다.

추석 다음날이지만 대청봉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겠다고 줄을 길게 늘어섰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속에 30여분을 기다린 후 겨우 인증 사진을 찍고 숙소인 중청대피소로 들어간다. 



아직 오후 3:40여 분 밖에 되지 않았어도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껴 저녁같은 느낌이 든다.  



오후 네 시 30분이 넘자 솔담님이 준비한 버너와 코펠로 라면을 끓여 가져온 주먹밥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지하 1층인 숙소엔 아래쪽엔 남자가 위쪽 평상에 여자 숙소로 공간이 트여 있어 혼숙 아닌 혼숙을 하게 된다.

지리산 대피소는 남녀가 각각 별실로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은 효율적인 공간 이용을 위해선지 같은 공간을 사용한다.

숙소를 배정받고 오후 다섯 시가 좀 넘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으나 다들 잠이 올 리 만무하다.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 벌써 머리까지 담요 뒤집어쓰고 잠을 청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와중에 끼리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사무실에서 오늘 1만2천 명이 설악산을 찾았는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국립공원이므로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안내방송과

오후 여덟 시까지만 매점 이용을 할 수 있고, 21:00에 소등할 테니 그때까지 화장실을 다녀오라는 등 안내방송이 여러 차례 이어진다.

 

그러니 잠을 청한다는 건 처음부터 무리다.

아홉 시가 넘어 소등을 하고 겨우 잠이 든 상태에서 누군가 자리 자리가 없다며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니 그냥 일어나 발로 차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서울의 "ㄸㅂㅇ 산악회"로 산행 대장이 참 바보 같은 넘이라 자리 배정도 제대로 못 해 생긴 참사다.

정작 자리 배정이 잘못 돼 대장 자신은 자리가 없어 한 구석에 앉아 잤다고 하니 자신이 한심스러웠을 것이다.


다음날 산행하며 배낭에 "ㄸㅂㅇ 산악회" 표식을 단 게 보여 어젯밤 ㄸㅂ이 산악회 때문에 밤잠도 제대로 못 잤다니까 자기가 그 주인공이란다.

뭐 잘났다고 자랑인지, ㄸㅂ이 산악회는 멍청한 산악회라고 하니 대장이 처음이라 잘 못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숙박 산행은 명석하고 빠릿빠릿한 대장이 필요한데 ㄸㅂ이 산악회는 그렇지 못해 본인은 물론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다.




산행 첫날의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 산행은 이렇게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