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봉에서 바라본 공룡능선의 맏형인 1275봉
가야동계곡의 넓은 소
2018.09.29. 토 04:50~15:25(전체 시간 10:35, 전체 거리 19.5km, 평균 속도 2.1km) 맑음
제1부 ① 설악산 범봉과 노인봉 단풍 맞이 산행에 이어 제2부 가야동계곡이다.
평소 계곡 보다 조망이 좋은 능선에 더 애정을 갖다 보니 웬만하면 능선 위주로 산행했다.
오늘 설악산 산행도 범봉이나 노인봉에 욕심냈으나 가야동계곡으로 하산하며 일반적인 산행에서 느끼지 못한 옥빛 물색에 반했다.
한 장 두 장 사진을 찍을 땐 몰랐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한없이 많은 사진이 쏟아져 나온다.
버리고도 버리길 여러 차례, 그중에 살아남은 사진을 다시 추려 남은 것만 다시 올린다.
그래도 50장이 넘으나 포스팅을 작성하며 잘려나갈 사진이 또 서너 장은 될 것이다.
설악산 가야동계곡 등산코스
설악동에서 설악골로 오른 후 범봉까지 오를 때 주변의 풍경이 대단했다.
암봉 하나 하나가 다 비경이라 그 비경을 보자면 평생 설악산만 매달려야 할 판이다.
노인봉에선 공룡능선의 맹주인 1275봉과 범봉 일대가 손에 잡힐듯 가깝고, 멀리는 울산바위나 동해까지 눈에 들어온다.
그런 비경을 한껏 조망하며 감탄하기를 반복하다 공룡능선을 넘어 가야동계곡으로 하산한다.
공룡능선과 가야동계곡을 가르는 공가골로 내려서면 비로소 가야동계곡이 시작되는데, 대부분 암반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니 설악산 바닥은 거의 암반인 셈이고 그 암반을 뚫고 거대한 바위가 수없이 많이 솟은게 공룡이자 용아고 다른 많은 능선이다.
이즈음 설악산은 대청봉이나 중봉까지 단풍이 한참이겠지만 대략 1100m 지점인 이곳엔 드문드문 단풍이 보인다.
공룡능선의 단풍 비경을 보자면 이번 주말인 10월 6일에서 그 다음 주말인 13일까지가 절정이겠다.
이런 암반이 끝없이 이어져 아무리 많은 비가 내려도 거칠 것 없이 휩쓸고 내려갈테니 비 올 때 하류지역은 늘 긴장해야겠다.
북한산에서 암반이 가장 많은 계곡은 노적봉과 백운대 사이를 흐르는 계곡으로 제법 긴 구간이 이런 암반지역이다.
그럼에도 그곳의 계곡이 워낙 짧아 이곳과 비교되지 않는다.
비가 온 지 제법 지났어도 상류인 이곳엔 여전히 이 정도의 수량이 흐른다.
왼쪽 보다 햇빛이 좋은 오른쪽에 더 많은 단풍이 든다.
지구가 생긴 이후 이곳 가야동계곡도 꽤 많은 지진이나 화산이 지나갔을 것이다.
안정화 된 이후 영검의 세월 동안 물이 흐르며 암반을 서서히 깍아나간 두께가 얼마나 될까?
물은 더없이 맑으나 물고기는 없다.
한여름 아주 가물 때 이 물 마저 다 증발할 때가 있어 물고기가 올라올 여력이 없기 때문일까?
물이 조금 더 깊다면 이렇게 깨끗한 옥빛을 띄운다.
어느 산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소(와룡연)를 보지 못했다.
너무 아름다워 용이 누워있던 연못으로 소가 더 깊고 넓었다면 천둥 번개가 칠 때 승천했을 텐데, 그런 기운을 받을 만큼 넓지 못하다.
더 당기고
더 당겨보면 소 전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보석이 된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카메라에서 검은색으로 코팅된 필터를 뺏다.
그래야 설악이 보여주는 여러 비경의 순수를 그대로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물결의 빛 반사를 다 걸러주지 못한 약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디든 서있는 곳에서 사진 찍으면 근사한 배경이 된다.
물색으로 이곳 소 또한 깊음을 알겠다.
지금이야 벌써 서늘한 기운이 생겨서 그렇지 무더운 날 보름달을 받으며 이곳에서 더위를 식힐 선녀가 얼마나 많을까?
그러기에 이곳 어디쯤 옥녀봉이 있기도 하다.
옥빛 물빛에 서서히 물들어가는 단풍이 조화롭다.
때는 벌써 오후로 접어들었는데도 기울어진 해가 계곡을 온전히 다 비추지 못하고 있다.
응달과 양지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곳이 내려가면서 보는 천왕문인 왼쪽 봉우리다.
내려가며 본 천왕문
내려가서 찍은 천왕문이다.
내려올 때 찍은 것 보다 아래쪽에서 찍은 게 더 천왕문 대문을 찍은 거 같다.
이 문을 열고 오르든 내려가든 이곳이 용이 살만큼 아름다운 천계의 세계로 이끄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공간인 셈이다.
가야동계곡이 너무 빠르지 않게 흐르라고 막아선 암릉
물길을 가로막은 보가 오랜 세월동안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한쪽이 터져버렸다.
윗쪽 소에선 목욕하고 아래쪽 소에선 빨래를 했을까?
제법 아래쪽 계곡인데도 이렇게 멋진 단풍이 알박기를 해 등산객의 피로를 풀어준다.
바위의 형태에 따라 여러 물결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
폭우가 쏟아질 때 물길의 압력으로 여기까지 굴러왔을 바위들
넓을 땐 또 한없이 넓어진 계곡이다.
바위가 돌로 쪼개질 때 뾰족뾰족 했을 모서리도 영겁의 세월을 흐르며 물길에 닳고 닳아 둥근 형태가 되었다.
이곳은 위쪽과 다르게 다소 붉은 색이 도는 암반이다.
가야동계곡을 따라 백담사계곡으로 바로 내려가면 중간 어디쯤 국공이 지키는 곳이 있나보다.
적당한 곳에서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 한참을 올라가다 오세암 앞에 있는 만경대 갈 사람은 다녀오라고 한다.
지난 2016년 5월 21일 백담사, 영시암, 오세암, 봉정암을 연결하는 설악산 4암자 순례를 했었다.
그때 시간이 없어 만경사를 들리지 못했기에 이번에 대여섯 명과 함께 만경대를 오르기로 한다.
처음엔 길이 제법 눈에 띄었으나 고도를 높을수록 옆으로 빠지는 길로 하산하며 결국 길이 없어졌다.
선두가 용감하게 길을 내며 갔으나 경사가 가파르고 험해 무진 고생을 하며 결국에 오르고 만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너무 많이 올라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오른 셈이다.
그러니 만경대에 올랐을 때의 기분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그곳에서 조망하는 공룡능선과 대청봉 일대, 오세암 등 여러 비경에 한참이나 심취한다.
마등령에서 황철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구간
잠깐 사이에 안개가 덮어버릴 만큼 변화무쌍한 산정의 풍경이다.
그새 더 내려온 안개
처음 설악에 발을 디뎠을 땐 저 공룡의 등줄기가 설악의 최고 비경인 줄 알았다.
그런데 다녀보면 볼수록 속속들이 비경으로 가득찬 설악이다.
맨 위 설악산 중봉과 오른쪽 용아가 거친 어금니를 으르릉거리며 내보인다.
저 용아를 비켜서 가야동계곡으로 하산
귀때기청봉도 제법 선명하게 다가온다.
좀 전에 가야동계곡에서 내려온 천왕문 전경
그 아래 계곡을 가로지르며 물을 막았던 보(洑)도 보인다.
오세암이 이렇게 큰 사찰인줄 몰랐다.
전에 설악산 4암자 종주할 때 이곳에서 받았던 점심 공양은 내 일생에서 가장 맛진 밥맛이었다.
그 추억을 되살리며 오세암이든 봉정암이든 다시 한 번 점심이나 저녁 또는 아침을 먹어야할 텐데...
만경대에서 잠시 시간을 지체하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다 퍼뜩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열 시간의 산행 시간이 주어졌는데, 벌써 여덟 시간 40분이나 지났으니 서둘러야 한다.
부리나케 내려가고 있는 데, 일행 몇 명이 사람들을 제치며 뛰어간다.
그들을 따라 뛸까 생각했으나 무릎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르게 걷기로 하고 속보로 사람들을 제친다.
영시암 범종각
이 돌탑이 보이니 백담사도 멀지 않을 터...
백담사 앞 개울의 돌탑은 지난 여름 많은 비가 내렸음도 여전히 건재하다.
작고 가냘퍼 보여도 불심의 공력이 들었기에 폭풍우를 견딘걸까?
궁금했던 범봉과 노인봉, 가야동계곡 탐방을 마쳤다.
당초 17.5km 구간을 걸을 생각이었으나 만경봉을 경유한다고 2km를 더 걷는 바람에 지옥의 산행이 된 하루다.
오세암에서 회원들이 뛰어갈 때 무던히도 빠르게 걸으며 체력의 한계를 보이고 말았다.
그저 자동적으로 움직이며 팔다리에 휴식을 주지 못 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몇몇 사람은 아직 다 하산을 끝내지 못했으니 그리 늦은 것도 아니다.
이제 또 3일 후 신불산 간월산 공룡능선을 타야하니 전신에 기운을 충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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