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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설악산 귀때기청 단풍과 대승폭포

by 즐풍 2019. 6. 27.










2018.10.09. 화(한글날)  10:15~17:36(전체 시간 07:21,  전체 거리 12.36km,  평균 속도 1.9km/h)  맑은 후 흐리다 빗방울 조금



주말이나 휴일만 되면 늘 어느 산으로 갈지 고민이 많다.

요즘 같은 단풍철엔 단풍산행이나 억새산행을 하러 가면 되니 고민이 다소 줄어든다.

아직은 시기적으로 단풍이 일러 높은 산이 아니면 단풍을 구경하기도 힘드니 다소 난감하다.

그러던 차에 지난 토요일 중형급 태풍 콩레이가 남해안으로 빠지며 전국적으로 많은 비를 뿌렸다.

그렇다면 설악산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타고 대승폭포로 하산하면 제법 수량 많은 폭포의 위용을 볼 수 있겠다.


오래전 '한국의 산하'가 100대 명산을 선정하자 "2002년 세계 산의 해"를 맞아 산림청도 100대 명산을 선정 공표했다.

그러자 등산용품 업체인 블랙야크에서도 사업성을 발휘하여 2013년 명산 40에서 출발해 같은 해 100명산을 확정했다.

BY에서 이 100명산에 여러 혜택과 기념품을 제공함으로써 등산객의 폭발적 호응을 얻어 급격한 매출 신장을 기록하게 된다. 

약삭빠른 BY에선 다시 '50섬&산', '백두대간 에코 트레일', '서울둘레길', 'BAC낙동정맥' 등등 여러 테마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산악회에서도 사업성이 보장되는 BY의 100명산 위주로 편성하다 보니 일반인은 정작 가고 싶은 산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블야에서 선정한 100명산의 폐단은 이뿐만이 아니다.

BY가 선정한 100명산 정상에 들면 늘 그들이 인증타월을 들고 몇 번씩이나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대니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이렇게 인기를 구가하자 어느 산악회에서는 자체 100명산을 만들어 회원이 목표를 달성했을 때 혜택을 주기까지 한다.

BY의 챌린지 프로그램에 가입자가 100명산만 고집하다 보니 일반인의 다른 산행 기회를 빼앗아 성원 부족으로 불발되는 폐단을 초래한다.

산행하다 보면 언젠가 세 군데에서 지정한 100명산을 다 찍을 테니 구태여 100명산만 골라다니는 이런 시류에 물들지 않겠다.


사실, 오늘은 육지 속의 섬으로 표현되는 회룡포 마을과 인근 사림봉 원산성을 트레킹할 생각이었으나 성원 부족으로 불발됐다.

여러 고민 끝에 한반도에 태풍이 지나가며 많은 비가 내렸으니 설악의 단풍과 대승폭포가 제법 괜찮겠단 생각이 든다.

태풍이 지나갔다 해도 대승폭포 상단의 계곡이 깊지 않은 데다 암반이 많아 하루 이틀이면 폭포의 위용은 끝난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안고 폭포가 아니면 단풍이라도 볼 수 있겠단 생각에 한계령을 오른다.




설악산 서북능선 귀때기청봉 등산 코스




지금까지 설악산은 공룡능선을 제일 많이 다녔다.

워낙 명 코스이다 보니 어느 산악회든 설악산이라면 공룡능선은 매주 나오다시피 하므로 설악을 간다면 의례 공룡능선인 줄 안다.

하지만 오늘은 서북능선을 반으로 뚝 잘라 한계령에서 장수대로 연결되는 구간이다.

한계령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서너 번 다녀봤으나 반대편인 귀때기청봉을 거쳐 대승령으로 가는 구간은 처음이다.

워낙 악명 높은 곳이라 주저했는데, 설악의 단풍을 서북능선에서 볼 겸 이참에 중청에 귀싸대기를 맞았다는 귀때기청봉을 오른다.



한계령은 평소에도 새벽부터 주차장이 꽉 차지만 단풍철인 요즘도 예외가 아니다.

경찰도 서너 명 나와서 차량 관리를 하며 차량이 엉키는 걸 방지하고자 애쓰고 있으니 때는 바야흐로 평화를 구가하고 있다.


위령비를 조금 지난 곳의 봉우리에서 본 풍경

설악에 들자마자 여러 암봉이 설악임을 증명한다.






지난 9월 29일 설악산 범봉, 노인봉에 들었을 땐 간혹 단풍든 나무를 볼 수 있었으나 열흘이란 날짜가 지나자 단풍은 벌써 한참이나 내려왔다.

해발 500m 지점까지 내려왔으니 이번 주말의 강원도는 어딜 가더라도 붉게 물든 단풍을 만끽할 수 있겠다.

더 높은 지리산도 거의 설악산과 같은 시기에 단풍을 볼 수 있으니 지리산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서북능선의 정상 부근이 이미 단풍이 지는 추세다.



왼쪽이 귀때기청봉




설악산은 어느 곳이든 기암괴석이 즐비한 수석 전시장이다.

암봉은 크고 화려하니 눈을 두는 곳마다 비경이다.



산 봉우리의 반은 바위고 그 사이의 나머지 절반은  단풍이 채운다.






지리산과 달리 설악산은 정규 탐방로 외에도 수없이 많은 비탐이 있고 또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개발 중이다.

그 많은 곳을 언제 다 다닐까.



귀때기청봉에서 구곡담계곡으로 흘러내리는 능선 이름을 알 수 없다. 이제부터 하경능선이라 부르자.






하경능선과 용아장성, 공룡능선이 거무줄처럼 엉켜있다.



서울을 출발할 땐 비가 올듯 잔뜩 흐리더니 홍천의 철정휴게소에서 잠깐 쉴 때 해가 반짝 들었다.

한계령계곡에서 산행할 때만 해도 제법 좋던 날씨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다.

일기예보도 오후엔 점점 흐리겠다더니 아니게 아니라 점점 하늘이 탁해지며 햇빛을 가린다.




제주 한라산이나 지리산에서 자주 보았던 구상나무와 비슷해 구상나무인 줄 알았다.

함께한 도솔님이 가문비나무라고 알려주며 구상나무는 지리산 이남 지역에서 주로 자란다고 한다.

내 수목 전문가가 아니니 외양이 비슷해 보이는 가문비나무와 구상나무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다.


소나뭇과에 속한 가문비나무는 백두대간의 가장 높은 곳에 서식하는 고산 침엽수다.

설악산, 오대산, 계방산, 덕유산, 지리산에 서식하며 가장 큰 서식지는 지리산이라고 한다.

요즘은 기후변화로 구상나무나 가문비나무 모두 말라 죽는 게 많다.

이곳에도 많은 가문비나무가 말라 죽고 점차 아열대성 식물이 들어서면 가문비나무의 고고한 자태를 더 이상 볼 수 없을까?




드디어 서북능선의 악명 높은 너덜지대가 나타났다.

이제부터 길은 더뎌지고 발길은 무거워질 테니 조심할 구간이다.






서북능선은 이곳부터 너덜지대가 시작된다.

이리저리 제멋대로 박힌 너덜이 간격이 높거나 넓거나 간격이 제멋대로라 이를 건너뛰거나 헤쳐나가기도 쉽지 않다.

오늘 탐방구간은 대략 12.6km에 주어진 시간은 일곱 시간 50분이다.

일반 산행이라면 여섯 시간 30분이면 충분한데, 거의 여덟 시간이나 주어졌어도 너덜지대가 많으니 서둘러야 한다.



밝은 햇살이라면 단풍은 더 붉게 빛날 텐데...



귀때기청봉까지 오르는 동안, 아니 1408m 봉을 가는 동안에도 많은 곳이 이런 너덜지대다.



이 너덜 지대를 오르던 중 레키 카본 스틱이 부러졌다.

작년 9월 북한산 상장능선을 탈 땐 오른쪽 중간 지점이 부러져 교체했는데, 이번엔 상단부 손잡이 바로 아래가 부러졌다.

그때 중간 부분 교체에 거금 5만 원이 들었는데, 이번엔 손잡이 부분은 손목 스트랩과 그립이 있어 더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교체가 가능한지 레키 A/S 센터에 문의하니 상단만큼은 교체가 안 된다고 하니 가난한 내가 이를 어찌할꼬... 

아래 부분과 스트랩은 나중에라도 쓸모가 있을 테니 보관하고 스틱 없는 산행은 생각할 수 없으니 출혈을 감수해야겠다.



아래쪽에서 볼 땐 이곳이 귀때기봉인 줄 알았으나 막상 올라오니 숨겨져 있던 귀때기청봉이 더 위에 있다.

다시 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올라야 한다.







귀때기청봉(1578m)


귀때기청이 생긴 유래를 찾아보니,

귀때기청봉은 원래 중청봉 옆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설악산에서 제일 높다고 큰소리치고 다녔다.

중청봉이 꼴 같지 않은 얘기를 듣고는  

"뒤에 대청 큰형님이 계신데 건방지게 군다."며 귀싸대기를 호되게 쳐대자 밀려 나가 지금의 위치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때 밀려 나가며 바위가 사방으로 튀어 귀때기청봉 주변을 뒤덮고 있는 너덜이 만들어졌다는 믿거나 말거나 설과

한겨울 북풍한설이 휘몰아칠 때 귀때기가 얼어 떨어져 나갈 만큼 춥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다른 설로는 바위산도 아닌 것이 설악산에 끼었다고 귀때기를 얻어맞고는 같은 바위산이 되려고 돌을 모아 바위산을 만들려다

또 다시 귀싸대기를 얻어맞은 바위가 부서져 사방에 흩어지며 너덜지대가 생겼다는 귀때기청봉이다.


이참에 나도 스토리 텔링을 하나 더 만들면,

한계령 삼거리까지 오르는 것도 힘들었는데, 너덜 구간을 만들어 스틱까지 망가지자 화가 단단히 난 즐풍이 귀싸대기를 또 갈겨버린다.

얼마나 귀때기청봉을 오르는 게 힘들면 이런저런 설이 난무하며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귀때기청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이렇게 수많은 스토리 텔링이 만들어지는 귀때기청봉엔 그 흔한 정상 표지석도 없이 고작 이 나무 이정표가 정상임을 알린다.

워낙 어려운 구간이라 등산객이 적어 무시당하는 걸까?



능선이 둥글게 반원을 그리며 이리저리 휘돌아 나가는 품새가 멋지다.

지리산이 유장하다면 설악에선 이 서북능선에서 유장미를 느낀다.



귀때기청봉에 오르면 사방으로 트인 조망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가히 설악에서 최고의 조망처라 해도 손색이 없다.

오르는 내내 용아의 날카로운 이빨과 공룡의 등줄기가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공룡의 가슴팍에 봉정암이 박혀있다.

봉정암을 정점으로 용아장성이 흘러내리는 데, 그 풍경에 심취하다 보니 사진을 남기는 것초차 잊었다.


눈을 또 대승령으로 돌리면 이렇게 긴 능선이 끝없이 펼쳐진다.

갈수록 점입가경이니 가을 단풍은 설악산 하나만으로도 가슴에 차고 넘친다.



설악의 가장 화려한 구간인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이 서로 뽐내듯 화려한 암봉을 자랑한다.

맨 위 왼쪽에서 세 번째 봉우리는 공룡의 1275봉인데, 지난번 범봉을 오를 때처럼 둥글넓적한 게 공룡에서 보던 것과는 한참 다르다.



정상에서 불붙은 단풍은 빠르게 계곡을 타고 아래쪽으로 불길을 당기며 내려간다.

그 중간중간에 푸른 가문비나무가 제동을 걸듯 속도를 줄인다.



일부는 낙엽이 지고 일부는 단풍이 절정이다.

오전까지만 해도 맑던 하늘이 오후가 되며 점차 구름이 많아진다.

햇빛만 좋다면 더 찬란할 단풍이 빛이 없으니 다소 아쉽다.



동양화든 서양화든 이렇게 아름다운 설악의 비경을 원근법으로 그려낼 재간이 없겠다.




1408봉으로 이동하며 확 트인 공간에서 귀때기청봉을 바라보니 너덜바위가 아직 녹지 않은 눈처럼 보인다.

저 너덜바위가 잘 쌓은 레고블록처럼 견고하게 다져져 영겁의 세월을 견뎠으니 대단하다.



너덜바위가 귀때기청봉을 채워 거대한 봉우리를 만들었다면 바로 지척엔 또 이렇게 바위가 송곳처럼 솟았다.



아래쪽에 뾰족뾰족하게 솟은 칼날 같은 바위가 작은 동양화를 보는 듯 하다.

도로에서도 가까워 개발된 곳이라면 하루 놀고 가기 딱 좋은 코스다.






귀때기청봉을 지나며 한동안 산행을 함께했던 여성 회원이다.

대승령이 2.4km가 남았단 이정표를 봤을 때 남은 시간이 촉박한 걸 알고 서둘렀다.

한참이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따라오던 이 회원이 보이지 않아 서두르라고 소리쳐도 대답이 없다.

그를 걱정하며 하산했을 때 다행히 마감 시간 안에 들어왔다.

그러나 제시간에 들어오지 못한 남성 회원 두 명은 어두운 밤길을 잘 내려왔는지 지금도 걱정된다.  



그런걸 보면 여성은 여리지만 등산하는 여자는 때로 웬만한 남자 보다 산을 더 잘 탄다.






귀때기청봉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1408m봉이다.



건너편 주걱봉과 가리봉이라는데, 언제 저길 가볼까?



1408봉 정상 표지목이자 이정표



1408봉 바로 아래 단풍이 절정인데, 이 단풍은 약 500m 지점의 단풍나무도 붉게 물들이고 있으니 대략 고도 900m 구간을 단풍으로 수놓고 있다.

이번 주말 속리산 관음봉 구간을 가기로 했는데, 영~ 성원이 부족해 출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속리산에 가게 되면 그곳의 단풍 또한 절정이면 좋겠는데...



단풍나무 자생지가 점점 더 넓어져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면 더 좋겠는데...






올들어 가장 멋진 단풍을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인 설악에서 이렇게 보게 되다니 행운이다.  



시간이 촉박해 서두르고 또 서두른다.

우리 뒤로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산하고 보니 아직 못 내려온 회원이 몇 명 되나 보다.

그들이 올 때까지 20뷴 더 기다린 후 18:20에 귀경한다.



이제 고생 끝, 그래도 쉬운 하산길만 남았다.



단풍은 정작 하산길을 붉게 수놓았다.

단풍나무가 산 정상 부근 보다 적당히 아래쪽에 더 많으니 올라오며 보고 내려가며 다시 본다.









대승폭포가 가까워지자 바위가 젖어 있다.

산행하는 동안 이곳엔 약한 비가 지나갔나 보다.

대승폭포를 볼 때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으나 우비를 쓸 만큼 내리지 않았고 이내 그쳤다.

비록 비는 많이 내리지 않았다고 해도 갑자기 어두워져 사진도 제대로 안 나올까 걱정이 많았다.


설악산 서북능선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대승폭포다.

가뭄이 지속되는 한여름이라면 폭포도 보잘것 없어 소 오줌 줄기만 도 못하겠지만, 며칠 전 태풍 콩레이가 지나갔다.

벌써 3일 전에 콩레이는 남해안에 많은 비를 부렸으나 이곳 설악산에도 다소간 비를 뿌렸다.

제법 숲이 울창하다 보니 그래도 아직은 숲이 가뒀던 물이 모이고 모여 내려오며 제법 폭포의 위용을 보인다.


내 사진 보다 회원이 찍은 사진이 더 좋아 그분의 사진을 대신 올린다.




대승폭포


설악산 대승폭포는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폭포의 하나다.

설악산엔 대승폭포 외에도 십이폭포, 용폭포, 비룡폭포, 토왕성폭포 등 20여개가 넘는 유명한 폭포가 많다.

이 대승폭포는 해발고도 약 800m 지점에서 80여m의 낙차로 떨어지며 장엄한 경관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폭포의 크기는 낙차, 폭, 유량 등 세 가지를 가지고 평가하는데, 대승폭포는 낙차와 폭에서 가장 큰 폭포 가운데 하나다.


대승폭포는 수직절리에 의한 수직형에 가까운 폭포에 속한다.

설악산에서 수직을 이루는 폭포는 천당폭포와 용아폭포 등에 불과하다.

수직으로 낙하하는 폭포의 경우 폭포 아래에 이무기와 용의 전설을 갖는 '용소'는 다른 이름인 폭호라는 물웅덩이가 크고 깊게 발달한다.

대승폭포의  경우 잘 발달된 폭호를 가지고 있다.   (안내문 편집)





대장이 서북능선을 안내할 때 작년에도 이곳에 왔으나 다섯 명이 버스를 못 타고 개별적으로 귀경했다고 한다.

서북능선을 못 타는 B조는 한계령에서 귀대기청봉까지 왕복한 후 버스를 이용해 장수로 이동한 후 대승폭포를 보게 했다.

절반도 안 되는 사람이 A코스를 탔으나 끝내 두 명은 마감 시간 20분이 넘어도 하산을 못 하고 따로 귀경한다고 한다.

작년에도 다섯 명이나 다로 귀경했다고 하는데, 워낙 난코스라 연년이 이런 일이 발생한다.

사정이 이러니 서북능선은 결코 만만하게 볼 코스가 아니다.

그들이 늦게 하산해도 장수대에서 서울 가는  마지막 고속버스가 오후 7:40까지 있다고 하니 귀경하는 덴 큰 문제가 없겠다.




함께 산행한 도솔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