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6.토 10:23~16:10(이동 거리 11.7km, 이동 시간 05:47, 휴식 시간 51분, 평균 속도 2.2km) 맑은 후 흐림
지난주에 소백산 연화봉과 비로봉의 철쭉꽃 산행에 이어 오늘은 소백산 최대 철쭉군락지인 국망봉을 가려고 신청했던 산행은 인원 부족으로 취소되었다.
올해는 냉해가 심해 전국 어디든 진달래와 철쭉이 제대로 핀 곳이 없어 봄꽃 산행을 즐기려던 등산객은 큰 실망을 맛보아야 했다.
진작에 소백산 국망봉 철쭉을 기대하며 산행을 신청했으나 산행 신청자가 워낙 적어 취소가 확실시되자 북설악 마산봉으로 갈아탈 수 있었다.
갈아탄 산악회도 아직은 신생 산악회라 마산봉과 인근에서 진행하던 소똥령+해파랑 트레킹을 팀을 연합으로 묶어 한 버스에 오른다.
미시령을 경계로 북쪽 지역이라 북설악으로 분류되는 마산은 요즘 마산봉으로 더 많이 불린다.
소간령, 대간령, 마산, 신선봉, 상봉이 북설악 구간에 속한다.
산행은 알프스리조트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마산은 겨울철 심설 산행지로 인기가 많아 겨울철엔 리조트부터 걸어가야 하는 데, 오늘은 바로 산행 들머리까지 버스가 올라와 약 30분 거리를 줄였다.
소똥령으로 가는 절반의 회원을 태운 버스는 다음 목적지로 향하고 우리는 한없이 계속되는 낙엽송 숲을 헤치며 오른다.
북설악 마산봉 등산코스
알프스스키장은 1976년 용평리조트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열었다. 국내 스키장 중
자연설 비율이 가장 높다는 알프스스키장은 경기권부터 강원도
교통요지에 시설 좋은 스키장이 속속 개장하자 2006년 경영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스키장과 리조트가 산속에 저렇게 팽겨쳐지다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
들머리에서 1.9km 지점에 있는 마산봉까지 불과 한 시간이면 닿는다.
겨울철이면 여러 산악회가 뒤엉켜 북적거릴 이 마산봉을 오늘은 우리 산악회에서 독점하고, 간간히 한두 명씩 지나가는 등산객과 마주친다.
1,000m가 넘는 고지라 싱그러운 새순이 환하게 맞이한다.
병풍바위
병풍바위(1,075.5m)는 백두대간 마산봉과 대간령(세이령) 사이에 생긴 모습이 바람을 막아주고 마치 병풍을 두른 것처럼 생긴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봄이면 주위의 각양각색의 야생화가 피어나고 여름이면 산의 푸름과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과 운해가 산에 드리우면 산치 산 전체가 단풍으로 물들어 훨훨 타다가 연기를 뿜어 올리는 듯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겨울에는 허리까지 빠지는 눈과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동부지방산림청 안내문)
이렇게 멋진 병풍바위를 정면에서 바라볼 수 없으니 이처럼 비스듬히 일부만 보게 된다.
사실, 이 사진도 남들은 가지 않는 절벽에서 잡은 것이다.
설악의 한 구간이라고 마산봉에서 잠깐 한 점 바위 봉우리를 만들더니 이곳에 병풍바위를 울타리처럼 둘렀다.
설악산의 이름 값을 이 병풍바위가 지켜낸다.
병풍바위를 다 내려서면 왼쪽으로 새이령 가는 길과 만날 것이다.
위험한 곳으로 아무도 안 내려가기에 대장에게 저 아래 길에서 새이령으로 가는 길이 있으니 혼자 내려갔다가 합류하겠다고 했다.
막상 내려가보니 왼쪽으로 합류하는 길은 오래전에 끊어져 없어졌기에 조금 더 가 방금 내려온 바위를 잡아본다.
내쳐 직진을 하면 새이령으로 가는 길과 완전히 방향이 틀려 다시 올라가 팀과 만난다.
이곳 코스는 숲이 우거져 마산봉이나 병품바위가 아니면 조망은 거의 없다.
그런 길을 또 얼마큼 걸었을까?
암봉 이정표가 60m라고 되어 있길래 올라가보니 큰 바위가 보인다.
이정표엔 암봉으로 되어 있으나 어느 지도엔 바위봉이라 되어 있다.
암봉이나 바위봉이 다 같은 말이지만, 내 생각에 하경봉이라 짓는 게 가장 좋겠다.
하경봉에서 대장은 회원들을 끌고 다시 오던 길로 돌아갔지만, 내 혼자 저기 보이는 너덜길을 관통하기로 한다.
하경봉에서 바로 내려가는 너덜길은 제법 길다.
하지만, 너덜길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밟았는지 바위 색깔이 틀리다.
그 길을 눈으로 쫒으며 내려간다.
방금 하경봉에서 내려온 너덜구간
마산은 워낙 적설량이 많다.
때문에 해외고산 등반을 위한 원정대의 설상훈련 장소로도 종종 쓰인다고 한다.
이런 겨울철 심설 산행지로 많이 찾는 데, 오늘 같이 날이 더울 땐 정말 매니아나 한적한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나 찾는다.
멀리 보이는 신선봉에 오르면 북한산 금강산이 지척에 보인다는 데, 출입금지구역이라 맨정신으로 밟을 수 없다.
하경봉을 내려서고 얼만 안 돼 여러 바위가 풍경을 더욱 화려하게 만든다.
암봉에서 제법 많이 내려가보면 오른쪽 소나무 군락지엔 솔가지가 유독 많이 떨어져 죽어있다.
이런 산 중에 가지치기를 한 것도 아닌 게 이상하다싶었는 데, 나중에 알고보니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6.25전사자 유해발굴을 완료한 지역이다.
6.25때 군인으로 참전했던 사람이면 벌써 다들 90이 넘었을 텐데, 얼마나 한이 서렸으면 아직도 이 자리를 기억하고 이제야 발굴사업을 할까.
발굴된 유해가 유가족에게 인계되고 관련 법률에 따라 적절한 보상이 있기를 바란다.
이 돌탑 뒤로 올라가면 신선봉으로 오르는 길인데 막혀 있으니 줄을 넘지 못하고 왼쪽 도원리로 내려간다.
오른쪽은 마장터를 거쳐 소간령으로 가는 길인데, 우린 소똥령팀과 만나야 하기에 도원리로 하산한다.
하산길은 지루하고 길다.
때로는 이렇게 긴 다래나무가 나무 사이를 건너뛰고 길은 경사가 심해 조심스럽다.
곳곳에 낙엽사태가 난 곳을 지날 땐 스폰지를 밟는 것처럼 쿠션이 좋다.
깊은 산이 아니고선 이런 산길은 좀체 만나기 어렵다.
드디어 만난 임도의 나무에 담쟁이풀이 나무와 공생을 한다.
저 담쟁이 풀이 언젠가 이 잘생긴 나무를 죽이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간령(새이령, 샛령)
이 길은 예전에 영동과 영서를 잇는 유일한 교역로였다.
미시령과 진부령은 산세가 험하여 겨우 사람만 다녔던 반면에 새이령은 경사가 완만하고 산세가 부드러워
영동지방의 소금, 염장수산물 등을 내륙으로 운송하였고, 내륙의 농산물과 공산뭄을 실어 나르던 우마차와 보부상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고개 너머엔 마장터가 있다. (안내문)
임도를 따라 한참을 내려온 후 개울이 보여 들어서본다.
영겁의 세월 동안 물이 흐르며 울퉁불퉁했던 바위는 이렇게 매끈한 자태를 만들었다.
긴 바위가 뱀처럼 누워 심통을 부리며 물길을 막아본다.
하지만, 물길은 낮은 데로 흐르니 그 틈 사이를 비집고 밑으로 떨어진다.
그 떨어지는 곳에 낙차가 제법 있어 선녀폭포란 명칭을 얻는다.
선녀폭포
예전에 이 근처에 신방사란 절이 있어서 신방소라고도 했다.
폭포 근처에 있는 바위에 여자 신발 모양의 발자국이 있는데, 이를 선녀의 발자국이라 생각하여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생겼다.
선녀폭포라는 이름은 이 발자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짐작된다.
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일품인데, 특히 겨울철 얼음 속에서 흘러 떨어지는 물소리가 더욱 독특하다. (안내문)
산행을 끝내고 내려오다보면 지치기도 하고 잡목을 헤치고 개울에 들어서기도 만만치 않아 이를 본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산에 있어야 할 바위가 무게 중심을 이기지 못하고 굴러떨어져 다 이 계곡에 있는 모양이다.
대간령에서 소간령으로 빠지는 코스 또한 계곡이 길다고 들었다.
그곳 계곡도 제법 볼만 하겠으나 어떤지 알 수 없으니 현재 보고 있는 이곳이 더 아름답겠다.
마산봉을 비롯해 병풍바위, 암봉 등 산은 산대로 멋있고, 계곡은 계곡대로 멋지다.
보통 심성산행지로만 알려진 마산봉이기에 여름 산행지로 별 인기가 없다.
그러나 눈속에 가린 암봉이 다 드러난 이 즈음에 정말 찾아야 할 산은 북설악 마산봉이다.
블로그 작성을 서두르다보니 산행을 끝내고 소똥령팀이 있는 백도해변에서 산책한 걸 빼먹었기에 추가한다.
그들은 먼저 이곳에 와 식사를 하고 해변을 산책 중이며, 우리팀도 식사를 하거나 해변 산책을 한다.
50여 분 주어진 시간에 이곳 백도해변에 뭐 특별한 게 없나 호기심을 갖고 둘러본다.
바위는 구멍이 숭숭한 게 석회암인 지 타포니현상이 도드라져 보인다.
제법 큰 구멍엔 한 사람씩 들어가 앉을 정도의 홈이 보인다.
이쪽을 보면 영락없는 화강암이니 가까이 서로 다른 암석이 있기는 어려운데, 도체 구멍이 숭숭한 바위는 뭐람
이곳 주민들이 신성시 한다는 미륵바위
구전에 따르면 언젠가 삼척부사의 부친이 사망하자 문상을 온 고승이 이 마을의 돌로 문석을 만들어 무덤 앞에 세우면 가문이 크게 번창한다고 알려주었다.
지금 문석이 있는 이 자리에서 문석을 제작하여 삼척으로 옮겨 가려고만 하면 거센 풍랑에 배를 띄울 수 없어 몇 번이나 실패했다.
결국, 삼척부사는 이 문석이 이 마을을 떠려 하지 않는다며 그냥 남겨두고 떠났다고 한다.
그뒤 청어 등 많은 고기가 풍어를 이루었고 아이가 없는 집안에서는 불공을 드리면 아이를 얻는 등 문석이 마을에 복을 준다고 하여 미륵불로 불리게 되었다.
그후 일제 때 무슨 연유인지 땅속에 묻혔다.
6.25사변 뒤 마을에서는 무술인까지 동원하여 몇 번을 탐색했으나 하나 밖에 찾지 못하다가 파도에 드러난 문석을 찾아 이 자리에 함께세운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미륵불에 불공을 드리고 자식을 얻으려 하고, 마을 어민들은 이 미륵불이 풍어를 가져다주길 기원한다. (안내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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