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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① 설악산 범봉과 노인봉 단풍 맞이 산행

by 즐풍 2019. 6. 27.




가야동계곡의 옥빛 물색





2018.09.29. 토  04:50~15:25(전체 시간 10:35,  전체 거리 19.5km,  평균 속도 2.1km)   맑음



설악산의 가장 깊은 구중심처인 용아장성은 2년 전 다녀왔으나 열 번이든 백번이든 기회만 되면 늘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워낙 사고가 잦은 곳이라 단속이 심한 첫 번째 관문과 마지막 문은 열지도 못하고 나머지 구간만 다녀왔으니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

공룡능선은 그래도 엎다운이 심하지 않으나 용아는 그 차이가 너무 커 고생이 심한 만큼 볼거리 또한 풍성하다.


설악산에 가고 싶은 곳이 어디 그뿐이랴.

어느 능선이든 계곡이든 발만 들여놓으면 그곳이 곧 별천지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오늘은 이런 설악의 잣골과 범봉, 노인봉, 가야동계곡을  간다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청했다.


어제 오후에 처음으로 노인봉과 범봉을 검색하니 보이는 암봉이 모두 거대한 산처럼 보인다.

이런 거대한 암봉이 많아 설악산과 북한산 인수봉 암벽을 연습 삼은 우리나라 산악인들이 히말라야를 그렇게 많이 정복했나 보다.

설악산 토왕성폭포는 겨울철 빙벽이 유명해 산악인들에겐 가장 오르고 싶은 빙벽 중 하나로 히말라야 산행 연습지로 안성맞춤이다.


지난 추석 연휴 땐 원주 고구마밭에서 고구마를 캔다고 3일간 중노동을 했다.

평생 호미도 한 번 잡아보지 않던 내가 봄에 고구마를 심고 가을에 수확한다고 밭을 전부 뒤집어 놨으니 대단한 노동력이다.

그런데도 거뜬히 견딜 수 있던 건 만 9년을 등산으로 다져진 체력 덕분이다.


등산하는 데 무슨 체력이 필요하냐고 물을 수 있지만, 등산도 무한 체력이 요구된다.

겨울에 일곱 시간이 넘는 장거리 산행에 바위를 탄다면 배낭 무게가 보통 10kg 이상에 간혹 팔로 몸을 들어 올려야 하니 큰 체력이 요구된다.

어쩌다 한 번이면 모르되 이렇게 근 10년 동안 근력을 키워 왔으니 빌빌해 보여도 내 체력 또한 무시하지 못 한다.



설악산 범봉 등산코스






막내가 회사 점심때 맛있게 먹었던 간장게장을 사준다기에 먹고 집에 오니 배낭을 쌀 시간이 촉박하다.

서둘러 짐을 꾸리며 파우치에 든 랜턴을 챙겨 가고 있는데 아내가 랜턴 안 가져간다고 전화가 오길래 챙겼다고 했다.

간혹 아내와 무박 산행할 때가 있어 똑같은 랜턴을 두 개 샀기에 좀 전에 쓰던 걸 보고 걱정해 전화를 준 것이다.

설악동에 도착해 랜턴을 켜니 건전지가 다 됐는지 불빛이 나오지 않는다.


오늘 속초의 일출시각이 06:17이니 대략 30분 전부터 여명이 밝아올 테니 그때까지 한 시간 정도 랜턴 없이 올라야 한다.

엊그제 추석이 지나고 오늘이 8월 열아흐렛날이라 아직은 보름달처럼 밝아 달빛에 나무 그림자가 다 생길 정도다.

설악동에서 비선대 입구까지 넓은 대로인 데다 함께 움직이다 보니 랜턴 불빛을 동냥해가며 오른다.

다음부턴 랜턴 챙기기 전에 전구에 불빛이 들어오는지 잘 확인해야 이런 낭패가 없겠다.


몇 군데 계류나 폭포가 있었으나 너무 어두워 이제야 폰카로 폭포를 찍는다.



60년대 말 요델산악회의 두 연인이 천당폭의 빙벽을 오르다 추락사한다.

이 두 사람의 끝 이름을 따 석주길로 불리게 됐다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검색해 보면 한 편의 드라마다.

언젠가 희야봉을 오르며 이 길을 지났을 텐데, 그땐 너무 어두워 보지 못했다.

그들의 명복을 빈다.






맨 오른쪽 이마만 살짝 보이는 봉우리가 오늘의 목표 중 하나인 범봉이다.



마등령에서 멀지 않은 세존봉(위)



이게 1275봉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1275봉은 워낙 커 용아장성에서 봐도 이렇게 넓적하다는데 공룡능선에서 보면 뾰족하게 보이니 완전히 딴판이다.

범봉으로 오르며 1275봉의 다양한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뒤쪽은 햇빛을 받아 밝은 모습을 보일 텐데...









한층 더 깊어진 계곡에서 보는 세존봉 방향



범봉과 연결된 능선

보는 풍경에 따라 만년필 펜촉도 보이고 시중드는 사람의 모습도 보인다.






처음 보았던 1275봉도 이젠 제법 폭이 좁아지니 나중에 노인봉에서 보면 공룡능선에서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1275봉에서 세존봉까지 한번에 잡기






범봉으로 오르는 막바지 코스다.

불과 10여 m 아래쪽만해도 한참 동안 돌이 많은 너덜지대로 떨어진 낙석으로 여러 곳에 돌이 깨지고 흠집이 생긴 걸 보았다.

오르는 중에서 발길에 채인 돌이 굴러 아찔한 순간도 여러번 있었으니 이곳을 늘 조심해야 한다.



이제야 산 그림자가 말끔히 가신 1275봉의 민낯

새벽에 길을 환하게 밝혀주던 달이 아직 다 넘어가지 않고 1275봉에 걸려있다.

이렇게 풀잎(艸) 사이로 해(日)가 떠 올랐는데도 달(月)이 있을 때가 아침이라 한자로 朝라 쓴다.

풀 艸를 보기 좋게 日자 위 아래로 배치했다.  



1275봉과 공룡능선을 폰의 파노라마 기능으로 찍었는데, 왼쪽을 기준으로 잡다보니 오른쪽은 너무 빛이 많이 들어갔다.






맨 왼쪽에 살짝 보이는 게 범봉이다.

보이는 안부, 그러니까 범봉이 솟아오르기 시작한 곳에서 아침을 먹을 예정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범봉이나 노인봉 보다 객인 1275봉이 가장 많은 사진을 차지한다.

어째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작은 범봉이라고 하는데 공룡능선에서 봐야 작은 놈인지 더 구분이 쉽겠다.  



범봉에서 바라본 작은 범봉과 노인봉 방향



범봉 뒤쪽 꼬리 부분이다.

여러 형태의 다양한 바위가 수많은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해리 포터를 지은 작가 J.K. 롤링이 이곳에 올랐다면 이 범봉과 설악의 비경으로 또 하나의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낼지도 모를 일이다.  

J.K. 롤링이 환지 소설에 올인해 서양의 지가(紙價)를 올렸다면 동양에선 무협소설이 제대로 먹힌다.


음지에서 놀던 무협소설이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1980대 중후반 고려원에서 출간된 김용의 '소설 영웅문'이 공전의 히트를 치며 양지로 끌어냈다.

소설영웅문 하나로 영세 출판사였던 고려원은 빌딩을 매입할 정도로 잘나갔다.

후에 파주의 문학수첩이 판권을 얻어 '해리포터'를 출간하고 고려원처럼 돈방석에 앉았다.

국내 작가로는 조정래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흥미있는 대하소설로 부를 거뭐지기도 했다.




이 정도 바위는 이곳에서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위험하니 조심 조심하면서 사진 찍기



설악산 단풍은 엊그제부터 시작하는 데, 다음주말 정도면 공룡능선에 단풍이 그득하겠다.



드디어 노인봉에 올라 공룡능선의 맏형인 1275봉부터 담아본다.

드문드문 박힌 단풍이 일주일 정도면 절정일 테니 다음 주말에 온다면 횡재다.

앞으로 2~3주 정도 설악의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으로 공룡의 등줄기는 미어터지겠다.






노인봉에서 바라보는 천화대 암능길은 석주길과 마지막 구간의 범봉이 마침표를 찍는다.

그 뒤로 울산바위가 아스라히 눈에 잡힌다.



노인봉 정상



노인봉에 올라 다시 보는 범봉과 울산바위



이번엔 폰카로 화각을 넓혀서...




설악의 비경을 이렇게 하나 더 파헤치게 됐다.

범봉이나 노인봉은 설악의 수많은 비경의 하나에 불과하니 이 넓은 설악을 속속들이 다 알자면 얼마나 더 다녀야 할까?



카메라로 다 잡히지 않던 범봉 주변의 바위까지 폰카로 잡는다.






다시 폭 넓게 잡아 본 1275봉 일대






와~, 겁도 없이 저곳에 오르다니...

아래 쪽을 보더니 갑자기 심장이 쫄깃한지 엉거주춤한 모습



그렇지, 이 정도는 돼야지...



노인봉 아래  



노인봉 뒤쪽으로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과 중봉이 보인다.






아무리 멋진 곳이라도 하루 산행에선 1편의 포스팅으로 끝냈다.

사실, 오늘 산행에서도 별로 찍은 사진이 많지 않을 거란 생각에 간단하게 한 편으로 끝낼 생각이었다.

막상 사진을 정리하며 많은 사진을 버렸으나 살아남은 사진 또한 많다.

그래서 낸 결론은 공룡능선을 넘어 공가골과 가야동계곡은 별도로 포스팅하기로 한다.


곧이어 2부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