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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설악산 성인대 상봉 신선봉의 설경

by 즐풍 2019. 6. 27.





2019.02.09. 토  10:12~17:22(전체 시간 07:10, 휴식 시간 42분, 전체 거리 13km, 평균 속도 1.9km/h)



올겨울 눈 구경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더니 봄을 앞둔 엊그제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단 소식이다.

적설량에 따라 준비할 용품이 달라지기에 어제 오후 설악산국립공원에 문의하니 공룡능선에 15cm 정도 내렸다고 한다.

설악산은 하루종일 영하 13~12℃의 혹한에 서풍 2~3m/s로 어젯밤 21시경 습도 60%를 최고로 아침엔 30%로 조회된다.


습도가 낮아 서리꽃의 비경은 만나기 힘들겠으나 혹한에 대비해 고소 내의를 착의하고 아이젠과 스패츠, 핫팩 등도 준비한다.

설 전날인 4일 입춘을 지났으나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느닷없이 엄습하며 마지막 발악에 나선다.

이런 동장군이 엄습한다고 방안에서 이불 뒤집어쓰는 것보다 추위에 맞서 움직이면 추운 줄 모른다.


오늘 산행 코스 중 성인대는 몇 년 전 밟아본 적 있으나 상봉과 화암재, 신선봉, 도원 능선은 처음이다.

14km의 거리를 일곱 시간 준다고 하나 눈 쌓인 암릉과 너덜지대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탈하게 하산하도록 발걸음, 몸놀림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야겠다.



설악산 성인대 신선봉 산행코스






수바위(쌀바위)는 정상으로 올라가는 자일을 끊어놓았다.

오늘 산행은 갈 길이 멀어 정상까지 오를 생각조차 없었으나 일부 회원은 아쉽단 표정이다.



수바위에서 바라보는 금강산 화암사



수바위에서 바라보는 오늘 가게 될 상봉과 신선봉, 도원 능선



당겨본 신선봉과 도원 능선



수바위에서 이곳 신선대로 오르는데 인천대산악회에서 초등생 두 명과 함께했다.

눈길인 데다 길이 미끄러워 걸음이 더디다 보니 뒤로 끝없이 많은 사람을 끌고 가는 형국이 되었다.

올해 들어 제일 추운 날인데도 이렇게 어린아이를 데리고 산행하다니 용감한 산악회이자 부모다.

이런 겨울에 산행하면 아무리 추워도 땀이 나기 마련이지만, 어린이가 감기나 몸살이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신선대 또는 성인대로 불리는 바위



닉타바위로 가는 길



낙타바위

사람들은 낙타바위라 부르지만 내가 볼땐 눈발 가득한 혹한 속에서도 영원히 죽지 않는 영생불사의 남근석이다.



화암사에서 올라오며 제일 먼저 만났던 수바위가 이제야 전체 모습을 드러낸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낙타바위를 지나 저 눈발 가득한 바위까지 내려갈텐데...



아무도 밟지 않은 암봉









상봉으로 이르는 곳엔 소나무가 산성처럼 긴 띠를 이루며 둘러싸고 있다.



울산바위는 역광이라 거의 모습이 잡히지 않는다.



상봉 가기 전 화암사로 내려가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리 팀은 잠시 모였다가 진행하기로 한다.

눈 온 뒤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인데, 갈 길도 바쁜데 쉬면 뭐하냐 싶어 길을 내니 모두 내 뒤를 따른다.

본의 아니게 러셀을 하게 됐으나 눈은 발목을 좀 더 덮을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가다 보니 바위 구간을 만나 어렵게 오르고 보니 내가 미처 보지 못한 우측에 있는 길로 회원들이 빠진다.

이렇게 의도치 않게 뒷사람에게 러셀을 내주고 뒤따라 오른다.


상봉으로 가며 처음 만나는 암봉은 우회한다.



미시령터널이 생긴 이후 미시령을 넘는 옛길엔 차량이 다닌 흔적이 아예 없다.






능선을 넘으며 아무도 오르지 않은 작은 봉우리에 올라가 지나온 암봉을 본다.

저 봉우리는 직접 오르지 못하고 우회했는데, 선두가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돌아왔다.



이 암봉은 병풍 그림에 나올 만 한 첨봉으로 가득 찼다.

아마도 저곳까지 들어간 산악회는 없으리라.



상봉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건너편 능선이다.






좀 전에 우회했다던 암봉을 이곳에서 다시 본다.







지난주 설 연휴 기간에 세 번 산행했다.

토요일엔 설악산 소토왕골로 올라 노적봉 아래로 빠져나갔는데, 거리는 짧아도 꽤나 힘든 산행이었다.

하루 쉬고 설을 맞아 월요일 치악산 길 없는 수리봉으로 올라 치악산 주 능선의 활짝 핀 서리꽃을 보기 위해 시명봉으로 올랐다.

시명봉으로 오르는 길을 놓쳐 많은 고생을 하며 겨우 올랐으나 비탐지역이다 보니 눈이 쌓인 곳을 남대봉까지 혼자 러셀 했다.

주 능선에 핀 서리꽃을 다 보겠단 일념으로 향로봉까지 힘든 몸을 이끌고 한가터로 하산하며 제법 긴 거리인 15km를 걸었다.

명절 다음날엔 유명을 달리하신 외삼촌 문상 가는 길에 형이 백년사에 잠깐 들리잔 말에 생각 없이 양복에 구두를 신은 채 따라나섰다.

웬걸 한 시간 가까이 차도를 따라 오르다 이왕이면 정상을 찍자는 말에 아얏소리도 못하고 눈길에 제천 감악산 정상까지 올랐다.

그러니 지난주엔 하루 걸러 하루씩 세 번 제법 강도 높은 산행을 하고 겨우 이틀 근무 겸 쉰 다음 오늘 또다시 설악산에 오른다.

걸음 빠른 ㄴㅁ대장이 마침 빠졌길래 망정이지 ㄴㅁ대장이 왔으면 회원들을 이끌고 급하게 내달렸을 것이다.

산행 처음부터 된 산행이라고 느끼면서도 가다 보니 늘 선두다.


 이 구간은 바위로 뒤엉킨 구멍을 통과해 만난 바위다.






이제부터 지루하고 위험한 너덜길을 만난다.












지나온 구간



오전까지만 해도 파랗던 하늘이 어느새 구름이 가득 끼어 사진이 별로다.



이 지역 몇 곳은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지역이다.

1951년 5월에 국군수도사단이 북한군 6사단과 12사단을 물리친 구국의 현장이다.

국방부와 육군 8사단은 2011년부터 100여구의 국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해 국립현충원에 모셨다고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한때 동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싸움의 전쟁터가 되었던 비극의 현장이다.

이달 말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잘 성사돼 남북 관계도 원망하게 잘 돌아가 평화가 유지되길 기대해 본다.


지나온 구간을 상봉에 도착해 바라본다.



드디어 오랜 피로와 싸운 끝에 상봉에 도착했다.

상봉을 지나면서부터 지금까지와 다르게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제법 긴 낭떠지지에 걸린 자일이란 게 줄넘기에나 쓰일 정도의 가느다란 줄이다.

얼음에 언 자일이 끊어지면 어찌할까 싶을 정도로 약해 보이지만 우리 30명의 회원은 용케 안전하게 내려섰다.



신선봉이 점점 가까워진다.

오늘 세 명은 화엄사에서 반대로 도원 능선을 러셀 하며 올라와 오늘의 최고봉인 저 신성봉에서 만난 뒤 도원 능선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주어진 시간은 일곱 시간인데, 상봉까지 왔을 때 벌써 세 시간 50분이나 걸렸는데, 신선봉까지 가자면 또 한 시간은 훌쩍 지날 것이다.

어쩌면 시간상 도원 능선은 포기해야 할 거 같다.



지나온 상봉의 돌탑



이 바위에 이름이 없다면 하경봉이라 명명한다.






지나온 능선으로 맨 뒤가 상봉이다.



왼쪽 뒤로 울산바위가 보이고, 능선 제일 높은 곳은 여전히 상봉이다.  






다시 시작된 너덜지대의 이 가문비나무?로 방위를 짐작할 수 있다.

바람 많은 북쪽으로는 거의 나무가 자라지 않았고 햇볕 좋은 남쪽으로 가지가 길게 뻗었다.






드디어 오늘의 최고봉인 신성봉이다.

저곳만 오르면 더 오를 곳이 없으니 하산이야 너덜길만 걷는다고 해도 오름보다 쉬울 것이다.

그런데 뒤에 온 대장이 도원 능선으로 오르는 대장과 교신하더니 워낙 눈을 헤치고 오는 게 힘들어 아직 다 올라오지 못했다고 한다.

도원 능선 하산은 시간상 불가능하므로 되돌아서 화암재로 내려가란 전갈이다.

어쩔 수 없이, 아니 오늘 산행이 너무 힘듦으로 잘됐다.






신선봉에서 둘러보는 주변 풍경



신선봉









건너편 미시령 구길



동해바다와 도원 능선을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일부 회원은 신선봉은 포기하고 화암재에서 바로 하산한 사람도 있고 신선봉을 다녀올 때까지도 아직 화암재에 도착하지 못한 회원도 있다.

산이 아무리 좋기로서니 일주일엔 네 번 산행한다는 건 역시 무리다.

빨리 체력이 회복되어 정상 컨디션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