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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가기 어려운 점봉산 등산

by 즐풍 2019. 6. 27.




산행일자 2017.5.21.일 03:31~10:04(이동시간 06:33, 이동거리 14.81km, 평균속도 2.5km)   날씨: 맑음


충청북도 단양에 있는 황정산과 도락산 약 12km 산행을 끝내고 서울로 올라오니 저녁 7:50이다.

밤 11:50에 무박으로 버스를 타고 강원도 양양과 속초에 있는 점봉산에 간다.

한 시간 거리인 집에 다녀오자니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과 차에 시달리기 싫어 잠시 pc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저녁 먹고 일찌감치 23:20에 점봉산행 버스에 오르니 벌써 두어 명 먼저 와 있다.

버스는 밤거리를 달려 귀둔리 곰배골에 닿아야 하나 길을 잘못들어 신포동 오작골로 들어섰다.

대장이 길을 잘못 들었다며 운전기사에게 내비 좀 업데이트하라고 면박아니 면박을 준다.

차를 돌려 나가자니 장소가 워낙 협소해 시간을 지체하느니 오작골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곰배골이든 오작골이든 한밤중이라 풍경이 눈에 들어올리 없으니 어느 쪽으로 올라가도 상관없다.

오밤중인데다 통행이 뜸한 곳이라 길찾기가 어렵지만 선두에서 용케 길을 잘 잡아 가칠봉 방향으로 오른다.


오늘 속초지역의 일출 시각은 05:10이니 서울보다 8분여 빠르다.

같은 하늘 아래 있어도 동서간 일출시각은 차 한 잔 마실 시간 정도의 차이가 생긴다. 

03:31분부터 산행을 시작하니 일출 30분 전 여명이 시작될 때까지 꼼짝없이 랜턴을 켜야한다.

몇 년동안 산행을 하면서도 이런 야간 산행을 할 땐 가끔 미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정도의 열정과 경제적 투자를 뮤지컬이나 음악, 영화에 쏟아부었다면 그 방면에 상당한 경지에 올랐겠단 생각을 해본다.

뭐, 등산으로 심신의 건강을 지키고 지역 명산에 대한 이해를 높였으니 그것만 해도 상당한 소득이긴 하다.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점봉산(1424m)은 생물종이 다양하고 보전 상태가 양호해 ‘생태계의 보고’로 꼽혀 왔다.

예전엔 수없이 많은 산나물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앉은 자리에서도 많은 양을 채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역적으로 워낙 산림지원을 보존할 가치가 커 1982년 남한에서 처음으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점봉산은 이렇게 보전지역으로 지정함과 아울러 상시적 입산통제를 통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 지역이다.

전체 면적의 76%만이 설악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을 2010.12.16.에 8.09㎢를 마저 국립공원에 편입시켜 관리하고 있다. 

이런 점봉산을 야간 작전으로 뚫고 들어가 바람처럼 스쳐 지나왔다.



점봉산 등산코스 



랜턴 불빛에 의존해 한 시간 20여분을 달려온 끝에 여명이 밝아오더니 마침내 일출이 시작됐다.

버스 기사가 들머리를 제대로 찾아갔어도 곰배령이나 작은점봉산 정상에서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일출의 여운이 남아있는 이 사진을 찍을 때가 5:22이니 일출이 시작된지도 벌써 12분 정도 흐른 시점이다.

기사의 잘못으로 대략 3km 더 걷고 일출을 놓쳤어도 불평하는 회원들이 없다. 다들 걷기에 급급하다. 


뭔 꽃나무가 이렇게 클까?


사진으로만 봐왔던 곰배령이다.

온천지에 들꽃이 만발하다면 어떤 감동이라도 밀려오겠지만, 멀리 어쩌다 핀 철쭉밖에 없으니 그저 무덤덤하다.

내가 원한 건 이런게 아닌데... 


노 코멘트 


이 뭥? 


산이 높다보니 철쭉은 같은 나무라도 일부만 피었고, 바람이 많아 키 큰 나무가 별로 없다. 


걷는데 치중하다보면 깜박 지나칠만큼 등로에서 대여섯 발자국 안쪽에 숨겨진 주목나무다.

그래도 용케 찾아들어와 이미 자리가 빤들빤들하게 잘 나있다. 




거리에 핀 흰 철쭉꽃이 개량종인줄로만 알았더니 이런 깊은 산에도 흰 철죽꽃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재래종인가보다. 

관심이 부족한 탓일까?  흰 철쭉꽃은 처음인듯 싶다. 


저 맨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작은점봉산으로 들머리부터 6.5km 지점에 있다.

2시간 38분에 돌파했으니 고도가 높아(1,297m) 시간이 제법 걸린 셈이다.

높은 산임에도 험상궂지 않고 부드러운 능선이 이천의 어느 들녁에 있는 낮은 구릉처럼 느껴진다. 


죽어서 990년 쯤 된직한 주목 나무 


간간이 보이는 주목 


이제 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연초록 나뭇잎을 다시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초봄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이제 점봉산 정상도 점점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조금 더 고도가 높아졌다고 나무는 바닥을 깐듯 낮게 자라고 만개한 철쭉꽃을  보자면 한 열흘 잘 기다려야겠다. 


반 하트 모양의 점봉산 표지석이다. 

설악산국립공원에 편입되었어도 지리산 한 귀퉁이처럼 유장한 산세를 보인다.

설악산을 잘 조망할 수 있다는 현혹성 광고에 산행을 신청했으나 날씨는 맑아도 미세먼지 때문인가?

멀리 보이는 설악산은 반투명 유리창 너머로 보이듯 그저 흐린 윤곽으로만 보인다. 속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지울까 말까 하다 그냥... 


몸통을 보면 죽은듯 보여도 속으로는 점봉산의 정기를 그대로 빨아들여 여전히 푸른 기상을 보여주는 끈질긴 주목나무의 기상을 엿본다. 


더 진행하면 백두대간의 한 구간인 단목령을 만나겠지만, 어느 삼거리에서 길을 끊어 너른이계곡으로 내려선다.

내려설 때 세워진 이정표엔 계곡으로 내려가는 방향은 있으나 누가 글자판을 떼어냈다.

누군가 얄궂은 장난을 했다고 생각했으나 계곡으로 내려서는 첫발부터 딛고 나가기가 어려울만큼 오래 전에 폐쇄된 느낌이다.

산에서 조난을 당하면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내려서면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찾는다고 했는데, 사실이 그렇다.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눈에 잘 띄지 않게 길은 이어져 있다.

간혹 물길에서 머지않은 곳에 장뇌삼을 심은 곳에 표시를 해둔 곳이 보이기도 하니 이를 위해 일부러 길을 폐쇄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큰 나무도 강풍에 맥없이 허리가 꺽여 쓰러지기도 하니 도체 얼마나 큰 바람이었을까?


예전 민가를 인수해 지금은 공익용으로 쓰이고 있는 느낌이다. 


마을로 들어선 넓은 주차장엔 곰배령을 방문하는 탐방객을 싣고 온 버스가 대략 20여대에 승용차도 그 정도다.

곰배령과 점봉산이 그렇게 인기가 좋다는 얘긴데... 



그 어렵다는 점봉산 산행을 끝냈다.

어제 황정산과 도락의 암봉산행으로 빡빡해진 근육을 풀지도 못하고 오늘도 15km에 가까운 장거리 등산을 끝냈다.

점봉산 정상까지 세 시간 20분 동안 8.3km를 쉬지 않고 걸었더니 나중에 기계적인 동작이 나온다.

정상까지 걷기가 힘들었지 정상을 지나며 한참을 쉰데다 하산길이라 그 다음부터는 그냥저냥 걸을만 했다.

명성에 비해 풍광은 다소 기대를 못미쳤다. 온 산에 들꽃이 만발한 천상의 화원일 때 다시 온다면 별천지일까?


서울 양양간 고속도로가 다음달 개통되면 인제나 속초로 가는 길은 훨씬 단축될테니 영동지역의 산행이 수월해지겠다.

그때가 되면 영동지역 산행지가 더 많이 올라올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