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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설악산 노적봉의 비경

by 즐풍 2019. 7. 2.











2018.09.08. 토 05::28~14:01(전체 시간 07:33, 전체 거리 10.78km, 휴식 시간 01:55, 평균 속도 1.6km)   맑음




등산은 내게 주말의 힐링이다.

일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려면 산을 걷고 오르면서 신선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집어넣는다.

등산이 힘들면 힘들수록 숨을 더 깊이 들이마심으로써 폐부를 넘어 단전까지 한 바퀴 순환시킨다.

이내 막혔던 마음도 혼탁한 피도 신선한 산소를 공급받아 새로운 느낌이 가득 충전된다.


올여름처럼 무더울 때 배낭을 메고 등산화를 조인 채 산을 오른다는 건 중노동과 같다.

한겨울 몇 십 년 만의 한파가 들이닥쳤다고 뉴스에서 금방 온 세상이 꽁꽁 언 듯 호들갑을 떨 때도 마찬가지다.

산행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땀이 흐르기 마련이며 이때 몸 안의 노폐물과 중금속이 함께 배출된다.

그러니 등산은 신선한 기운을 몸 안에 가득 채우고, 몸속의 노폐물은 밖으로 밀어낸다.


일단 현관만 나서면 산행은 100% 보장되는데 결심하기까지가 문제다.

아니다, 알람에 잠을 깰 때 곤한 잠을 떨쳐내고 이불 밖으로 몸을 뺄 때가 가장 힘든 순간이다.

난들 왜 따듯하고 포근한 이불 속에 더 있고 싶지 않으랴?

이러한 모든 유혹을 벗어나야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며 언제나 대자연 속에 나를 던진다.


산은 끝없이 펼쳐진 스펙터클한 영화관이다.

영화관 스크린이 아무리 크다 해도 그것은 제한된 크기일 뿐이고, 함께한 관객이 많을수록 공기는 탁해진다.

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바람에 실려오는 신선함, 끝없이 이어지는 자연의 신비,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의 하모니에 환희를 느낀다.

그러니 등산은 주말의 힐링이자 다음 산행까지 지켜줄 생활의 활력이다.

  



설악산 노적봉 탐방코스




지난 6월 6일 오늘 산행코스를 오를 예정으로 전날 무박으로 설악에 들었다.

그날은 연간 두 번 열리는 건너편 달마봉이 열리는 날이라 모처럼 솔담님, 도솔님과 함께 달마봉을 오르기로 했다.

그런데 평소 꼭 가고 싶던 노적봉이 ㄷㅅㅇㅂ산악회에 나왔기에 갈아탔으나 하필이면 날씨가 영 좋지 않다.

설악에 들어서면서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이슬비와 함께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어 춘천으로 이동해 용화산과 오봉산을 탔다.

그날 노적봉을 오르지 못한 한을 두 번째 방문인 오늘 비로소 탐방하게 된다.



주초까지만 해도 주말 날씨가 오락가락했으나 막상 현지에 도착하자 날씨는 쾌청하기 그지없다.

숙자바위까지 갈 11명이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 22명은 한발 늦게 뒤따라오기로 한다.

이 노적1봉을 만나기까지 길 없는 산속을 용케 이리저리 돌아 어렵게 들어섰다.

평소 그래도 남 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노마 산행대장은 거칠 것 없이 내달려 초반부터 그로기 상태로 몰고 간다.

거친 숨을 몰아가며 오르던 일행도 한 명 두 명 뒤로 쳐지지만, 그때뿐 다들 용케 따라붙는다.


드디어 만나 노적1봉이 가파르게 버티고 있으나 모두 1봉을 오르고 만다.

사실, 우측에 검게 나타난 봉우리가 1봉이나 너무 가팔라 오를 수 없기에 저 봉우리를 오를 수 있는 1봉으로 친다.



사진이야 입체감이 없는 평면이라 경사가 눈에 보이지 않으나 이렇게 엎드려 밀착시켜야할 만큼 가파르다.



1봉에선 본 노적봉은 제4봉에 속한다.

이 구간에서 7봉까지 붙은 봉우리 중 가장 우람하고 위험한 노적봉이다.

3봉은 노적봉 우측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노적1봉 정상



지나온 노적1봉



노적봉 구간에서 권금성 방향으로 조금 동떨어진 곳에 하경봉은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

이 바위가 보통 산에 있다면 제법 많은 사랑을 받겠지만, 여기선 존재감이 거의 없다.



우측 위쪽으로 토왕성폭포

왼쪽은 경원대길 '별을 따는 소년들' 구간



토왕성폭포와 노적봉



성큼 가까워진 노적봉



높은 봉우리에 막혀 그늘진 일부 소나무 가지가 아쉬우나 또 이렇게 멋진 모습이 되기도 한다.



노적2봉을 내려온 후 다시 보게 된다.

저 2봉을 내려올 때 반대편에 자일을 걸고 내려온 후 앞쪽에 더 쉬운 구간이 있다는 걸 알았다.

대장도 전에 2봉으로 어렵지 않게 내려왔다는 데 오늘은 조금 착각이 있었다.



이 봉우리가 3봉이었던가?

지금가지 소개한 봉우리 갯수만 놓고 보면 3봉이 맞다.



지나온 1, 2, 3봉을 한눈에 다시 보기






맨 우측 봉우리가 숙자바위로 오늘 올라가야할 마지막 봉우리다.

저 바위엔 노적봉을 내려오며 버벅 대던 한 사람을 다름 팀으로 보내고 최종 10명이 오르기로 한다.



평소라면 말랐을 토왕성폭포엔 그래도 폭포가 조금 흐른다.

설악산 아니 우리나라 최고의 폭포인데, 대부분 저렇게 응달인 시간이 많은 데다 평소 수량이 부족해 다소 아쉬운 느낌이다.

겨울에 폭포가 얼면 빙폭을 타는 수준 높은 클라이머들의 성지가 되기도 한다.



노적봉을 가는 길은 너무도 험란하다.

누구든 다 저런 구간을 어렵지 않게 올라야 비로소 노적봉을 오를 수 있으니 오늘은 선수들만 모인 셈이다.



노적봉은 이런 구간의 연속이다.



카메라가 다 담지 못하던 걸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했다.

가끔은 이렇게 파노라마 기능을 사용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 봐야 노적봉의 일부 구간에 지나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난관을 헤치며 계속 나가야 한다.



이 구간 역시 어렵지 않게 지나고...












노적봉은 어렵게 올라오고 그 넓은 정상 구간을 지나 내려가는 구간은 경사도가 높아 푹푹 떨어진다.

한 군데 10여 m 자일을 맨 곳도 있으나 너무 가까워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앞 사람이 벌벌거리며 진도를 방해해 옆쪽 바위를 타고 내려오다 근육이 긴장해 뭉치면서 갑자기 종아리에 쥐가 났다.

평생 이렇게 쥐가 나긴 처음이었다.

지난여름 휴가 때 울산 왕피천계곡에서 목우가 쥐가 나 고생하는 걸 봤기 때문에 나 또한 산행을 접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는 쉽게 끝났다.

잠깐 2~3분 딱딱한 느낌이 들어 조심스러웠으나 이내 회복되어 다행이다.

숙자바위를 가려던 그를 대장은 제외시켜 후미 팀과 중간에서 빠지게 하고 10명이 진행한다.



이곳이 노적 5봉과 6봉, 7봉이 엉켜있는 구간이다.

맨 우측이 5봉, 중간이 6봉, 7봉은 왼쪽으로 조금 등로를 벗어난 곳에 있다.

숙자바위를 안 가는 팀은 6봉과 7봉 사이에서 소토왕골로 빠져 하산하게 된다.






노적봉을 내려오며 뒤돌아 본 거대한 노적봉 사면이다.

이런 노적봉을 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권금성과 멀리 울산바위가 한 번에 잡힌다. 권금성 중턱에 케이블카 정류장이 보인다.



노적봉 상단 일부



내려와서 보니 거의 직각처럼 보이는 노적봉이다.

발 한 번만 잘못 디뎌도 천 길 낭떠러지인데, 저곳에 10m의 자일을 한 번 걸고 나머진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지금 봐도 소름이 쫘악~~



왼쪽 노란 선은 암벽꾼이 자일을 걸고 내려오는 더 위험스럼 구간이고 우린 오른쪽으로 하산

그저 한발만 잘못 디녀도 천 길 낭떠러지로 꽈당,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너무 가까워 카메라로 잡을 수 없어 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찍었다.

그 넓은 노적봉을 억지로 한 화면에 꾸겨 넣은 느낌이다.



건너편 달마봉, 올가을에 다시 한 번 가볼까?



이 정도 바위라면 평평한 아스팔트길인 셈이다.



앞쪽 여치바위만 찍으려던 게 뒤에 노적봉까지 따라 올라와 앞 바위의 특징이 별로 잡히지 않는다.  

다만, 선명한 것과 탁한 뒷배경으로 원근의 차이가 느껴진다.



이게 노적7봉이었던가?

등로에서 좀 비켜난 곳에 있어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다.

이렇게 노적봉 구간은 1번부터 이어져 4번이 노적봉이고 7봉에서 끝난다.

어떤 바위는 멀리서 보면 제법 날카롭게 보여도 막상 정상에 도착하면 평평한 곳도 많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까칠해 보이는 사람도 막상 사귀고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여유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사람도 있다.

그러니 남의 말로 그를 평가할 게 아니라 직접 부딪쳐봐야 그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모습들과 다른 형태의 바위군락



5봉인지 6봉인지 헷갈리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다녀와야겠다.



앞쪽 5봉과 뒤의 노적봉이 연결돼 거대한 바위산이 된다.

워낙 위험한 구간이라 일반적인 등로에서 제외시켜 놓았으나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기술로 저곳을 등산객이 다닐 수 있게 개발하면 좋겠다.



이 사진에서 보니 좀 전에 5봉이라고 했던 게 6봉이겠단 생각이 든다.

아무렴 어떤가?  4봉 노적봉만 정확히 알면 된다.

그 외 나머지 봉우리는 그저 전위봉에 지나지 않는다.



이건 스마트폰의 파노라마로 찍은 건데, 아무래도 색감이 틀리고 좀 거친 느낌이 나지만, 좀 더 폭넓게 잡을 수 있다.



숙자바위 바로 아래쪽이다.

숙바바위가 궁금해 그 어려운 비탈길을 힘들게 올라왔으나 2016년 11월 5일에 다른 코스를 이용해 거꾸로 칠성봉을 거쳐 이곳까지 왔던 기억이 있다.

그날의 기록 ☞ http://blog.daum.net/honbul-/1018

그날은 바람이 워낙 거세어 가기로 했던 망군대를 포기하고 소토왕골로 하산하며 산행을 끝냈던 기억이 있다.






숙자바위 정상의 물웅덩이



숙자바위 뒤로 보이는 칠성봉

전엔 이곳 숙자바위까지 온 다음 저 칠성봉 뒤로 돌아 내려갔는데, 오늘도 그리하면 좋겠으나 대장은 바로 숙자바위에서 내려간다.

맨 나중에 올라왔던 세 명은 보다 쉬운 코스로 먼저 내려가고 우린 보다 거친 앞쪽을 이용해 내려간다.

숙자바위를 전에 왔던 곳이란 걸 알면 구태여 올 필요는 없었으나 그래도 전에 올라왔을 때 낙엽 진 풍경과 다르게 생동감이 넘친다.

고생고생하며 올라오길 잘했다.

노적봉에서 올라오다 보면 칠성봉 앞쪽에 있다고 하여 칠성봉의 전위봉이라 불리기도 하고 숙바바위라 불리기도 한다.  



전에 왔을 때 앞에서 찍은 칠성봉 풍경이다.

그날은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어 칠성봉 정상까지 오르지 못했다.



숙자바위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하산한다.



이제 권금성도 눈 아래 깔고 내려다보는 위치가 될 만큼 숙자바위도 제법 높다.

등산 앱에서 최고 높은 숙자바위의 고도를 1,041m로 알린다.



숙자바위와 칠성봉을 다시 보고 내려간다.



숙자바위 정상을 한 칸 아래서 다시 보기



숙자바위를 내려가며 비탈진 곳을 본다.



아직 숙자바위 인근의 매력적인 풍경에 눈을 못 떼는 회원들



올라오던 곳과 다르게 한참 왼쪽인 소토왕골로 내려가며 다시 잡은 노적봉의 위엄은 여전히 당차다.

아무리 큰 스크린을 가진 영화관이라고 이렇게 황홀하고 멋진 풍경을 다 담아내지 못한다.

숨이 턱에 닿고 온몸이 보내는 아우성을 참고 견뎌야 이런 비경을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을 수 있다.



이 바위 정상에도 작은 우물이 이 봉우리의 화기를 잠재운다.



이제 또 거친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한다.






이곳 어디에 있는 노적봉은 맏형으로 북두칠성처럼 중요한 길잡이 노릇을 한다.



높은 산이라 물길을 만나기 어렵겠단 생각이 들어도 작은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바위를 만나면 이렇게 멋진 폭포가 된다.



계곡 틈새로 열린 하늘을 보면 여전히 바위 투성인 설악산의 비경을 보여준다.






이곳은 노적봉 방향의 바위로 아침에 오를 때 저곳 어느 지점으로 지나가기도 했으리라...



노적봉 구간의 더 아래쪽 지점



이런 설악의 한 계곡 어디쯤에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모든 풍경을 매일 보고 살 수 있을 테니...



하루 이틀은 즐겁게 보낼 수 있어도 몇 날이고 몇 달이 지나면 갑갑함을 못 이겨 결국 세상 밖으로 뛰쳐나오지 않을까.



이 구간을 지나며 먼저 내려간 팀에서 소토왕골 어느 지점에 국공이 있다는 무전을 받는다.

없으면 다행인데 혹여 만나게 되면 사정이야 해보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지금까지 한 번도 걸리지 않은 두 사람이 벌금을 내기로 한다.

물론 벌금은 카페에서 내주는 조건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국공이 없어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다 하산해 정문으로 나가 버스를 타고 C지구 주차장으로 가면 편할 텐데, 시간이 많다며 계곡에서 몸을 씻고 걸어가잖다.

어려울 것도 없으니 그러기로 했는데, 도로로 올라가기가 영 마땅치 않다.

중간에 숲을 헤치고 어렵게 올라왔으나 일행 세 명은 그게 귀찮은지 개울을 따라 더 내려간다.

나중에 그들은 어떻게 올라와 택시를 타고 내려온 모양이다.

세시에 산행을 마감했으나 C지구까지 걸어 내려왔어도 한 시간 일찍 내려왔다.

어렵고 긴장되는 노적봉을 이렇게 날 좋을 때 산행을 마쳐 다행이다.

오늘의 기분 좋은 노적봉 여운은 아주 오래갈 것이다.


하산길 도로에서 올려다본 달마봉이 노적봉 오르면서 보던 것과 달리 가까워 아주 선명하게 보인다.






지난 5월 말 설악산 마산봉을 다녀온 이후 석 달 보름 만에 설악산의 숨겨진 비경을 열었다.

이번엔 워낙 거친 곳이다 보니 평소 잘 이용하지 않던 로프를 쓰는 등 팔 운동이 유난히 많은 산행이었다.

등이나 옆구리까지 온몸이 근육통으로 욱신욱신한다. 그래도 기분 좋은 근육통이다. 


B지구 주차장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51호인 설악동 소나무가 오늘 산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