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0. 토 02:36~16:11(전체 거리 28km, 전체 시간 13:34, 휴식 시간 03:14, 평균 속도 2.5km/h) 종일 흐림
처음 설악산 용아장성에 들었던 게 2016년 10월 단풍이 끝나고 잎이 떨어지던 때였다.
그 이후 몇 번이고 더 가고 싶었으나 이제야 기회를 잡는다.
지난번과 달리 푸르름이 가득한 여름의 문턱이니 이번에 녹색과 화강암의 흰색 대비가 강렬할 것이다.
설악을 온전히 알려면 적어도 계절별로 한두 번은 다녀야 그래도 다녀왔단 말을 할 수 있다.
제법 많이 안다면 적어도 50번 내지 100번은 다녀야 하는 데 설악은 워낙 넓고 갈 데가 많으니 최소 100번은 다녀야 한다.
내 북한산의 경험으로 보아 혹여 100번을 다닌다 해도 그 많은 골과 능선을 밟지 못할 곳도 많을 것이다.
용아장성 1봉과 9봉은 이제 가지 못할 곳이니 용아장성 전 구간을 다녀온 사람은 앞으로 더 이상 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암벽 잘하는 두서 명이 함께 용아를 탄다면 국공이 아무리 눈을 번뜩여도 가능하겠단 생각이 든다.
내 주변에 암벽 타는 사람이 없으니 그런 욕심은 한여름 잠깐 오수를 즐기며 꾸는 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ㅅㅁㄹ가 진행하는 용아는 만차로 출발한다.
사당에서 출발해 양재역 출구와 가까운 서초구청 앞을 경유하므로 교통 편의상 양재에서 버스에 오른다.
설악을 무박으로 진행하자면 내설악, 외설악 모두 설악휴게소에서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등산화 끈 조이며 산행 채비를 한다.
용아장성 등산코스
미리 와 있던 대장은 설악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버스에 올라 몇 가지 당부를 전한다.
휴게소에서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을 만나면 행선지는 한계산성이나 다른 곳을 댈 것과
각자 안전이 제일 중요하므로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 등이다.
목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비가 많이 와 어제 오후에 5시에 겨우 봉정암까지 들어가는 길만 풀렸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용아로 들어가는 길목인 봉정암 가는 길에 있는 폭포도 제법 볼만하겠단 생각이다.
새벽 두 시 반에 백담사 들어가는 버스 운행이 없으니 용대리부터 백담사까지 7km를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버스에서 하차해 400m 지점에 있는 백담탐방 안내소까지 모두 랜턴을 끄고 걸음 소리까지 죽여가며 은밀히 진행한다.
이 시각 백담사로 들어가는 것은 용아를 탈 사람이 분명하므로 이곳에서 숙직하는 직원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번 산..사..팀에서 진행할 땐 백담사까지 65분 만에 헉헉거리며 도착했는데, 이번엔 중간에 한 번 쉬고 90분 걸렸다.
용아를 오르자면 제일 힘든 구간이 용아장성 입구까지 접속 구간 13km를 한밤중이거나 겨우 동틀 때 걷는 것과
용아를 탈출한 후엔 백담사까지 약 7km를 하산하며 지루함을 견디는 것이다.
이틀간 비 내린 후 천지는 온통 습기로 가득 찼다.
랜턴 불빛이 안개를 뚫고 지나가니 용아를 올라가도 운해가 끼면 다이나믹한 용아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없겠다.
대장은 영시암 건너편에 있는 능선이 다 보일 정도니 운해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 다행이다.
오우~
비가 제법 내렸기에 눈에 보이는 계류가 훌륭하다.
하산할 때 쌍룡폭포나 크고 작은 계류가 볼만하겠다.
용아 1봉 개구멍이 있는 옥녀봉 입구엔 숙직자가 있으므로 소리없이 지난 다음 2봉과 3봉 사이로 치고 오른다.
오르는 계곡엔 바위와 너덜이 많은 데 녹색이나 갈색, 흰색 이끼가 덮은 바위는 물을 먹어 미끄럽다.
잠깐 오르는 동안에도 네 명이나 미끄러져 넘어지자 대장은 나무뿌리나 바위의 이끼는 절대 밟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사실 나도 방심하는 사이 미끄러져 넘어졌다.
2봉 봉우리는 눈으로만 보고 3봉을 향하여 전진~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으니 잘 찍어봐~
2봉에서 왼쪽으로 떨어지는 곳에 옥녀봉과 개구멍이 있다.
도체 개구멍이 뭐길래 사람들은 모두 개구멍에 대한 향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걸까.
뒤로 귀때기청 방면이고 앞쪽은 이름 없는 능선이다.
이곳은 아직 미개발 지역
얼마만큼 오른 뒤 식사하던 장소다.
타 산악회에서 9명을 끌고와 식사도 같이 하며 풍경 좋은 곳에선 돌아가며 사진 찍는다.
이들 때문에 산행은 더디게 진행되고 쉬는 시간이 더 많다.
나중에 대장에게 이렇게 어중이 떠중이 다 모아놓고 세월아 네월아하는 산행이라면 다신 안 오겠다고 한 마디 했다.
대장이야 이게 사업인데 그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1막은 용대리부터 용아장성 들머리까지
2막은 용아장성에서 방금 식사를 마친 곳까지다.
이제 3막에서 열린 용아의 비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저 팀은 아직도 저곳에서 밍그적 거린다.
오를 땐 이렇게 절벽인 줄 몰랐는데 한바퀴 휘돌아 나가며 진면목을 본다.
용아가 비탐인 비경지다보니 누구든 욕심낼 명소다.
연년이 사망 사고가 발생하여 두려움도 공존하는 지역이다.
막상 안으로 들어가 조심하기만 하면 북한산 만큼이나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다.
용아가 아무리 어렵다고 한들 설악의 공룡능선과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사람들은 용아에 들지 않고 산만 험하다고 하더라.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 당연히 즐길 수 있거늘...
그제 어제 비가 내려 미세먼지는 잡았으나 날이 흐린 게 좀 아쉽다.
험한듯 보여도 그곳에 또 길이 있으니 그 길따라 이동하면 되니 혼자라도 넉넉히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무너미고개 삼거리부터 마등령 입구까지 약 5km의 공룡능선은 설악에서 갈 수 있는 최고의 비경이다.
용아와 공룡을 비교하면 어디가 더 좋은지 헷갈린다.
공룡능선은 지나가면서 보이는 풍경이 멋지고
용아장성은 멋진 암릉을 직접 부딪치며 즐기는 곳이다.
이 암릉 왼쪽 바위는 오를 수 있으나 가운데 암릉은 경사가 너무 높아 결국 우회한다.
설악은 참나무보다 소나무가 더 많은 산이다.
오른쪽 제일 넓은 바위가 1275봉, 그 왼쪽으로 큰새봉과 마등령으로 이어진다.
공룡능선을 지날 때 보이던 범봉이나 1275봉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게 보인다.
이렇게 보이는 방향에 따라 다른 게 사람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혹자를 나쁘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좋다고 말한다.
보고 느끼는 관점에 따라 산이든 사람이든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
이 암봉 아래서 한참 쉬고 손가락바위로 이동한다.
검지손가락 바위로 오르는 길은 협소하고 작은 돌이 많아 낙석 위험이 따른다.
모두 스틱을 접으라고 하지만, 난 수불석스틱이니 누가 뭐래도 조심스럽게 스틱을 사용하며 오른다.
건너편 능선으로 오르는 길엔 성벽처럼 바위가 긴 꼬리를 내리고 있다.
설악은 온통 화강암 천지다.
이렇게 화강암이 많은 산은 양기가 쎄고 물은 맑고 차니 맨물을 먹어도 맛있다.
현무암이 많은 제주지역만 빼고 전국이 다 그런 지형이다.
중국이나 유럽은 맨물을 그냥 먹을 수 없어 중국에선 차 문화가 유럽은 맥주 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런 이유가 숨어 있다.
제주 현무암은 물을 통과시키며 불순물을 다 걸러내 제주 삼다수는 우리나라 최고의 물맛이다.
성벽같은 능선을 잡아타려 내려가는 길 역시 만만치 않게 가파른 험로다.
지금 막 내려온 암릉
성벽같은 암릉을 오른 후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 보니 용아에서 제일 멋진 구간이다.
현기증 나도록 아름다운 비경이다.
이런 비경을 보기 위해 어젯밤부터 밤길을 달리고 꼭두새벽부터 10km가 넘는 구간을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달려왔다.
산행보다 더 힘든 게 이런 접속구간이다.
접속구간만 없다면 용아는 몰려드는 등산객으로 발 디딜 틈도 없겠다.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1~2~3~4봉
살짝 공룡에도 눈길 한 번 주고...
눈이 가네 눈이 가, 자꾸만 눈이 가네~
이 또한 지나온 구간이다.
이곳은 또 뾰족하기가 칼날같은 암릉지대다.
위험해 보이지만 막상 들어가면 순하기 이를데 없다는...
용의 송곳니처럼 보이고...
아무리 위험해 보여도 이미 수많은 등산객이 길을 냈으니 혼자 처음으로 이곳에 들었어도 길을 찾을 정도로 표가 난다.
가는 길마다 멋진 바위와 암릉의 비경 천지이므로 사람들이 용아, 용아 하는 이유다.
이 암릉을 돌 땐 다소 위험하므로 슬링을 팽팽하게 고정했다.
이곳을 탐방하는 여성은 웬만한 남성보다 절벽을 더 잘 타므로 여자도 군대 보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자주 터진다.
개중엔 간혹 버벅거리며 뒷사람들 한참 기다리게 하는 민폐녀도 있다.
내려오려고 산 위를 지나는 회원들
저런 용이빨 사이를 뚫고 지나왔다.
제법 멋진 소나무인데 너무 가까워 카메라로 담아낼 수 없기에 폰카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한다.
수렴동계곡으로 빠지는 지능선
이제 용아는 점점 막바지에 다다른다.
멀리 중청봉과 희운각으로 내려서는 능선도 보인다.
이 바위 역시 용이빨이다.
뒤에 암봉과 섞여 이빨이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송곳처럼 뾰족한 송곳니란 말씀
송곳니는 이런 모습 되겠다.
이번에도 떡하니 버티고 있는 이 암봉을 올라야 하니 진작부터 힘들다며 터진 곡소리는 이곳에서 더 크게 들린다.
지나온 구간 어디든 보이는 곳은 모두 용이빨이 틀림없다.
건너편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암봉이 많은데 언젠가 저곳에도 사람들 숨소리가 들리리라.
오른쪽 암릉에 좁쌀만큼 작은 녹색이 보이니 그건 함께한 회원의 등산복 차림이다.
여기서 대장은 봉정암 사리탑에 있는 공단직원이 서성거리는 게 보인다고 한다.
봉정암까지 가야 9봉까지 다 타는 건데, 우린 그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고 저기 보이는 큰 봉우리를 넘어 하산하게 된다.
이곳엔 소나무꽃 몽우리가 이렇게 달렸다.
활짝 피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할까?
저 용이빨 사이로 길을 내며 달려왔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바위는 제법 경사가 있는 고래등바위다.
올라오기는 쉬워도 내려갈 때 다소 애매하겠다.
5~6~7봉
저 왼쪽과 가운데 바위 사이로 넘어가 하산하게 된다.
9봉쪽으로 보이는 첨봉도 보기 좋은 데 저쪽은 거의 검문에 걸리기 쉬워 포기해야 한다.
산행 내내 산솜다리인 너를 만나려고 무진 애를 썼는데, 마지막 봉우리에서 겨우 발견했다.
아직은 꽃도 안 피고 여물지 않아 아쉽지만 어쩌랴. 다음에 다시 만나자.
마지막 가파른 암릉을 넘어올 때 어느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린다.
모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으나 접질린 정도로 끝났다.
그 앞에 내려오던 남자가 뒤로 돌며 몸으로 막아서며 앞쪽 바위와 얼굴이 닿아 입 주변에 약간의 찰과상을 입었다.
어제 내린 비로 군데군데 습기가 많아 미끄러졌으나 그만하길 다행이다.
하산길을 막고 있는 나무에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지 않는다."는 말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라는 말씀 같다.
수렴동계곡을 내려가며 지나왔던 용아장성을 바라본다.
쌍룡폭포라고 했던거 같은데...
어제 내린 비로 폭포가 볼만하다.
저 어디선가 이쪽을 바라보기도 했을 텐데...
하나하나 지날 때마다 감탄했던 용아장성이다.
2단폭포다.
하산하는 내내 많은 폭포와 계류를 만난다.
비 온 뒤라 폭포 수량이 많아 제법 볼만한데 날씨가 맑았다면 더 좋았을 걸...
다시 만난 영시암
햇살 받은 싱그러운 초록이 아직 봄기운이 다 가시지 않았다.
그곁에 여름도 함께하고 있으니 곧이어 무더위와 싸워야 할 판이다.
더위가 끝나갈 무렵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을 덮을 때 기회가 되면 다시 들리고 싶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계곡을 거치는 길은 너무 지루하므로 오색에서 올라 봉정암으로 하산하는 코스도 괜찮겠다.
그리 갈 산악회가 있다면 수도권은 물론 대전권까지 거리를 가리지 않고 함께하고 싶다.
그때 9봉은 포기하더라고 1봉 개구멍은 꼭 빠져나가고 싶다.
그날이여 꼭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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