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6. 토 03:07~13:33(전체 거리 18km, 전체 시간 10:25, 휴식 시간 02:50, 평균 속도 2.1km/h, 시작 고도 200m, 최고 고도 1,196m) 하루종일 안개
설악산은 어느 곳이라도 아름답고 멋지지 않은 곳이 없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칠형제봉이라 설렘이 무척 크다.
그런 설악산이 그리 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박 산행일 수밖에 없는 게 늘 아쉽다.
워낙 골이 깊고 산이 높아 시간이 오래 걸리니 어쩔 수 없음을 안다.
중간에 내린천휴게소에서 30분 식사하고 세 시간 반 만에 들머리에 도착했다.
새벽 세 시인데도 신흥사 매표소에선 잠도 안 자고 현금으로만 매표한다.
그 새벽에 무슨 문화재를 볼 게 있다고 매표를 하는지 한심하다.
이러니 산적이란 소리를 들어가며 국민의 공분을 사는지도 모르겠다.
무너미고개에서 전부 모여 한꺼번에 오늘 목표인 칠형제봉에 들기로 했다.
얼마만큼 가다 보니 나 혼자밖에 없다.
처음 매표할 때 매표소입구에 한무리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들이 우리 일행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가기로 기다리던 일행이 날 기다린다고 늦는 건 아닐까.
미안한 생각에 그들이 올 때까지 비선대에서 쉬며 일행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30분, 40분이 지나도록 한두 명, 많게는 서너 명씩 지나가지만, 일행이 지나가는 걸 보지 못했다.
결국, 05:03에 대장에게 전화하니 양폭대피소를 지나는 중이라고 한다.
비선대에서 양폭대피소까지 3.5km니 한 시간 40여 분 거리다.
내가 이동하는 동안에도 그들도 이동할 테니 따라잡기엔 너무도 먼 거리다.
모처럼 잡은 기회인데 포기하고 공룡능선이나 한 바퀴 돌자니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겠다.
그들을 따라잡기로 하고 걸음을 서두른다.
가는 동안 양폭, 음폭, 천당폭포 등 제법 볼거리가 있어 걸음은 다소 지체될 게 뻔하다.
천불동계곡은 거리가 먼 데다 다소 지루하여 부득이 한 경우가 아니면 잘 이용하지 않는다.
대청봉을 찍어도 공룡능선 타고 마등령을 거쳐 금강굴쪽으로 하산한다.
마음이 급해설까, 지루한 천불동 계곡도 급경사가 많지 않아 속도를 높이기엔 그리 어렵지 않다.
숨이 턱에 찰 때즘 여나무 명의 등산객을 제치고 무너미고개에 올랐을 땐 아직 후미 몇 명은 도착하지도 않았다.
먼저 와 가다리던 일행이 깜짝 놀란다.
어떻게 걸음이 그렇게 빠르냐며 산악마라톤을 한 게 아니냐고들 한다.
뒤어어 도착한 후미는 다소 질책을 받을 만큼 내가 일행을 따라잡았으니 다행이다.
비선대에서 무너미고개까지 5.3km를 초인적인 걸음으로 한 시간 37분만에 도착한 것이다.
설악산 칠형제봉 등산코스
비선대에서 무너미고개까지 등산코스
설악동에서 비선대까지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밤길이라 사진이 없고...
비선대부터 무너미고개까지는 걸음을 서두른다고 양폭이나 천당폭포에 눈길조차 주지 못했다.
무너미고개에서 일행을 만나 잠깐 쉬고 칠형제봉으로 오른다.
비가 올 듯 안개가 심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씨다.
지난주 달마봉이나 이곳 칠형제봉이나 모두 한 치 앞도 보기 힘드니 언젠가 다시 와야겠다.
좀 전까지 잠깐 보이던 희운각도 어느새 운무가 몰려들어 가린다.
칠형제봉 다 내려갈 때까지 그렇게 어려운 구간은 별로 없다.
그 길을 찾냐 못 찼냐는 개인의 몫이라도 언젠가 다시 올 때는 혼자 와야겠다.
오늘 산행하며 오르지 않고 지나쳤던 많은 봉우리 하나하나 다 오르면 더 많은 풍광을 즐길 수 있겠다.
오가는 길에 잠깐 눈 앞에 보이는 것만 잡는다.
좀 전 아침 먹은 장소가 신선봉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조망이 좋았다면 신선봉을 바라보며 내가 신선이 되었을 텐데, 못 보게 되었으니 얼마나 아쉽냐...
잠시 후 봉우리를 오른 것이다.
가파른 게 어려워 보여도 약간 좌측으로 틀면 어려울 것도 없이 쉽게 오를 수 있다.
꼭 권금성 옆 노적봉을 바라보는 느낌인데, 하경봉이다.
눈 깜빡할 사이 안개가 몰려 들고...
잠싼 사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경봉으로 내려가는 길
하경봉 중턱에서 잠깐 쉬며....
이놈의 안개는 도체 언제 사라질까?
하경봉 정상이다.
우리팀에 온 어떤 회원은 아래쪽 등산팀과 같은 회원이다.
저 팀에 함께오려고 했으나 자리가 없어 우리팀에 합류했단다.
우리팀은 내려가는 길이고, 저팀은 올라오는 길에 이곳 하경봉에서 만난다.
하경봉 정상은 아래쪽에서 보던 것과 달리 매우 넓고 높다.
새벽 세 시부터 시작해 팀과 합류하기 위해 무던히도 빨리 걸었다.
마침내 팀을 만나 칠형제봉을 걷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이렇게 멋진 설악의 한 구간인 이 칠형제봉엔 이런 멋진 소나무가 제격이다.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노력없이 이런 비경을 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땀 한바가지에 웃옷은 물론 바지까지 다 젖어 소금꽃이 피어난 등산객만이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왼쪽에 살짝 보이는 게 신선봉이라는 데, 먼듯 가깝게 보인다.
날씨만 좋으면 범봉도 훌륭하게 보인다니 언젠 다시 와 그 멋들어진 풍경을 다 보고 말리라.
지난주 달마산에선 그렇고 보려고 했으나 찾을 수 없던 산솜다리를 이곳에서 다시 만난다.
이 꽃 하나에 피로가 쫘악 풀린다.
이제 꽃이 다 여물었는지 꽃씨가 떨어져 바람불면 또 어디론가 흩어지며 씨를 뿌리고 새로운 장소에 잘 정착하길 바란다.
점점 짙어지는 안개
더 멀리 범봉이 보이나 순식간에 안개에 가린다.
그 앞에 피카추바위가 앵글에 잡힌다.
대장은 시간 없다며 건너뛰는데, 거리상 불과 10여 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칠형제봉을 내려가며 많은 장소에서 쉬는 시간을 너무 지체한 경우도 많으니 그런 시간만 줄여도 충분히 다녀올 시간이다.
잠깐 발못 올라온 바위에서 더 높은 바위를 올려다 본다.
잘못 올라왔다기보단 바위를 내려가자면 자일을 깔아야 하는데, 시간이 걸려 난 다시 내려가 옆으로 난 길을 돌아간다.
그래도 그들 보다 빨리 돌아왔으니 때로 돌아가는 게 더 안전하고 빠를 때도 있다.
손가락 바윈가?
한참을 더 내려와 더듬이바위에 도착했다.
달팽이의 더듬이처럼 두 개의 더듬이가 인상적인 바위다.
다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고 때론 돌아가기도 한다.
내려가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전혀 엉뚱한 방향이다.
엉뚱한 방향이라도 다 멋진 비경이 숨어 있을 테니 실수라기 보다는 다 즐겨야 할 곳이다.
그런 구석구석 모두를 다 보고 싶은 맘이다.
바위 틈을 한 통과하면 더 큰 바위가 기다린다.
이런 날에 겨우 눈앞에 둔 바위도 안개로 제대로 안 보이는 데, 날씨만 좋다면 먼 풍경까지 보이는 모두가 비경일텐데...
이곳에서 또 하나의 에델바이스를 발견했으나 꽃의 품격도 떨어지고 사진이 별로라 삭제한다.
송곳처럼 뾰족한 첨봉도 많다.
이게 도깨비바위다.
예전 기록을 찾아보니 2016.11.13. 희야봉과 100폭, 잦은바위골 다녀갈 때 이곳 칠형제봉으로 올라왔었다.
어쩐지 네가 눈에 익더라...
그때 이 도깨비바위를 본 후 좌측으로 내려갔으나 오늘은 우측으로 내려간다.
내려 가는 길에 앞서 가던 여성 회원 두 명이 그 보다 앞서가던 일행을 놓쳐 길을 잃었다.
내려가 보니 낭떠러지에 겨우 나무뿌리를 잡고 길을 건너야 한다.
그러니 길이 안 보여 갈 길이 없다고 한 것이다.
먼저 길을 내자 여성회원이 뒤따른다.
때론 나무뿌리나 풀뿌리에 의존하며 배짱 두둑해야 이렇게 건널 수 있는 구간도 있다.
바지막 바위를 지났으나 선두가 바위 아래쪽으로 돌았으나 경사가 너무 가팔라 자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국 다시 올라와 바위로 올라갔으나 마찬가지로 길이 없다고 한다.
그때 후미로 내려온 대장이 없는 길을 내 어렵게 골을 타고 한참이나 까다롭게 내려왔다.
귀면암 근처라 천불동 계곡을 거의 다 내려선 거다.
이렇게 칠형제봉을 다녀오긴 했으나 칠형제봉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처음 봤을 땐 귀면암도 대단해 보였으나 이젠 너무 많은 설악의 비경을 본 뒤라 무덤덤하다.
그만큼 눈높이가 높아졌으니 설악은 계곡이나 능선 모두에 별처럼 아름다운 비경이 많이 숨어 있다.
비선대
우여곡절 끝에 잏행을 무너미고개에서 만나 안개속 칠형제봉을 마쳤다.
그러나 칠형제봉 대부분은 운해에 잠겨 제대로 본 놈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오늘 산행은 무효라 어느 날 좋은 가을 단풍철에 다시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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