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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설악산 세존봉 노인봉 범봉 100리폭포

by 즐풍 2019. 8. 18.










2019.08.17. 토 03:47~16:01(전체 시간 12:13, 전체 거리 22km, 평균 속도 1.9km/h, 휴식 시간: 한 시간)  비 올듯 흐림



설악산은 오늘같이 흐린 날이면 일상에서 볼 수 없는 비현실로 가득하다.

오를 때면 하늘에 닿은 듯 높고, 막상 오르면 심연인 듯 깊게 보이는 곳이다.

비현실은 현실이 되어 눈앞에 어우러지는 우주 공간이 된다.

 

어둠 속에 깊어 묻어 있던 천의무봉 암봉 사이를 비가 올 듯 흐린 날씨에 꿈속을 걷는 듯 다녀왔다.

이런 비경을 눈앞에 두면 어떤 속도도 분주함도 다 필요 없다.

느리게 걷거나 또는 그저 멀거니 서서 보이는 풍경 그대로 놓치지 말고 바라보는 게 최상의 산행이다.





세존봉 공룡능선 노인봉 범봉 등산코스




그제 태풍이 물러가며 속초지역에 뿌린 많은 폭포로 설악산은 어제까지 이틀간 출입이 통제됐다.

어제 17:00에 설악산 귀때기청봉이 포함된 서북능선과 천불동계곡, 마등령에서 오세암 구간을 제외하고 통제가 다 풀렸다.

새벽 세 시 반에 신흥동에 도착했으나 천불동계곡으로 올라갈 수 없어 비선대에서 마등령 쪽으로 오른다.


50분 가까이 오른 끝에 지난주에 다녀온 형제폭포가 눈에 잡힌다.

설악산을 다니며 등로에서 형제폭포를 보는 건 처음이다.

대부분 새벽에 오르기에 보이지 않거나 또는 하산할 때 고개를 돌리지 않는 한 보이지 않는 위치다.



형제폭포 상단의 토막봉이다.

지난주 저 봉우리를 오른 후 안개가 너무 심해 세존봉을 아깝게 포기했다.




지난 주의 아쉬움을 풀 기회다.

송곳을 세워 놓은 듯 첨봉인 저 세존봉을 오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기대가 크다.




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한 세존봉은 위에서 찍어 누른듯 납작하게 변했다.




세존봉을 오르는 암봉 구간은 거칠고 험해도 돌부리와 나무 밑 동, 나뭇가지를 잡고 오를 수 있다.

중간에 아주 위험한 곳에 언제 설치했는지 모르는 빨랫줄처럼 가는 로프가 걸려있으나 신뢰하기도 마땅치 않다.

그럼 위험 구간에 오르고 보니 시야가 트인다.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동해바다와 울산바위, 달마봉이 보이겠지만, 그름이 많아 분간하기도 힘들다.

정상에 헬기 한 대 정도 겨우 내려앉을 정도의 공간이 있다.




동해바다

달마봉 뒤로 속초 시내의 빌딩이 보이고 그 뒤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뒤에 암봉을 배경으로 정상에 앉은 회원




장군봉과 금강굴이 있는 암봉, 비선대는 안개가 많아 거의 구분이 안 된다.








세존봉 하산








내려와서 보는 세존봉




세존봉을 조망하던 바위












금강문이다.

이 금강문에 들어서면 지상에서 느끼는 모든 번뇌를 끊어낼 수 있을까?

설악산에 신흥사와 백담사, 오세암, 봉점암 등 많은 사찰이 있다 보니 지명도 불교와 관련된 게 많다.

금강문만 해도 흘림골에서 오색약수터 사이에 있고 이곳에도 있다.

비선대 인근의 금강굴이 있고, 나한봉, 세존봉, 염주골, 달마봉, 관음폭포 등 불교와 관련된 지명이 보인다. 





지나온 금강문 방향




에워싼 바위 때문에 하늘은 둥글기보다 모가 나 있었다.

동양의 전통사상 중 하나인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천원지방도 설악에 들면 틀린 말이다.

이런 첨봉이 설악에 가득하니 하늘은 뾰족하게 모가 났다.




마등령 삼거리에 들어섰으니 이제부터 설악이 자랑하는 공룡능선이 시작된다.

설악의 여러 등산로 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에 속한다.

여기서부터 공룡능선의 자태에 매혹되다 보면 걸음은 느려지기 마련인데, 오늘 목표로 한 구간을 지나자니 걸음은 뛰듯 빠르다.






큰새봉인가?







1275봉 직전의 첨봉이다.

시간이 넉넉하면 1275봉을 이곳으로 오르고 싶었다.

그저께 제일 더울 때 도봉산을 종주하며 땀으로 범벅될 만큼 체력 소모가 많았다.

게다가 오늘 갈 거리가 많은 데다 바람이 워낙 심하게 불어 1275봉 오르는 건 포기한다.

그런 와중에 몇몇 회원은 1275봉을 오르기도 한다.



1275봉 입구에서 뒤돌아 본 큰새봉 방향



1275봉 오르는 회원들




1275봉에 오른 회원들은 노인봉 가는 길을 잘 아니 대장은 그들과 나중에 합류하기로 하고 안부에서 쉬던 회원들과 노인봉으로 떠난다.

나도 뒤질세라 대장을 따라 나선다.



뒤쪽에 있는 첨봉이 칠형제바위 군락이다.










까치골 방향에서 살짝 잡은 1275봉



드디어 노인봉에 올라왔다.

작년 가을에 오른 이후 거의 일년만이다.




범봉의 위용






바람이 너무 쎄게 불어 끝쪽에 있는 노인봉은 오를 생각도 못한다.

회원 한명이 노인봉을 지나치는 바람에 거의 40여 분 기다린 후 범봉으로 향한다.



아래쪽 바위는 카메라보다 폰 사진이 더 선명해 교체했다.




범봉에 자꾼 눈이 간다.




노인봉에서 다시 잡는 1275봉







범봉으로 내려가며 잡은 노인봉 방향의 바위




범봉으로 내려가며 잡은 1275봉은 노인봉에서 볼 때 보다 훨씬 넓어졌다.




이런 첨봉도 지나게 되고...




넌 이름이 뭐니?

갯버들님이 바람꽃이라고 알려 주시는데, 이 기억이 오래 가면 좋은데...








범봉 왼쪽을 타고 내려가는 암봉은 이렇게 톱니바퀴처럼 보이는 곳도 있다.




범봉 하단부로 간 회원




건너편 칠형봉 일부




범봉과 가까운 희야봉이다.

오르는 방향과 정 반대편에서 찍은 모습이다.

범봉을 지나 계속 그 방향으로 내려갔으면 덜 힘들었을 위험하다며 희야봉 방향으로 코스를 틀었다.

없는 길을 개척하며 무척이나 고생했다.

그 경로에서 만난 바위에 올라가 찍은 사진이다.




희야봉에서 왕관봉으로 가는 능선인 천화대다.

희야봉 아래 안부에서 바로 떨어지며 잦은바위골로 하산하게 된다.




더 땡겨 보면...




저렇게 위험천만인 천화대를 희야봉을 둘러보고 두 번이나 지나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

천화대는 희야봉에서 왕관봉을 내려가는 곳과 칠형제바위 쪽 두 군데가 있다.

하늘에서 핀 꽃만큼 아름답다는 뜻이라 공룡능선이나 용아장성도 그런 칭호를 받을 만 하다.

하지만, 공룡능선이나 용아장성은 이미 이름에 그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 생략한 걸까?




칠형제봉 방향








이곳도 칠형제봉 방향




100리폭 바로 옆 폭포로 평소엔 건천이기에 이름도 없다.

엊그제 태풍이 일봉을 관통하고 동해로 빠져나갈 때 동해바다엔 많은 비가 내렸다.

속초와 설악산에도 그 영향권에 들어 폭우가 쏟아지며 오늘까지 폭포가 제법 볼만하다.




마른 폭포 정면




빠른 것이 그토록 빠른 것을 자랑삼지 않는 100리폭포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 보여도 저 위로 얼마간 계곡이 형성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올 수 있는 곳이라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겠지만, 워낙 험로 속이라 몇몇 선택된 사람만 찾을 수 있다.




폭포를 배경으로 찍은 회원으로 폭포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아래쪽부터 20리폭, 50리폭을 지나 이 계곡에서 가장 크다고 하여 100리폭으로 불린다.




이 계곡은 전부 암반천으로 가파른 만큼 물쌀도 빠르다.

제법 물이 흐르는 계곡을 건너야 다음 구간으로 하산할 수 있다.




폭포라 해도 좋을 계류








계곡은 하산하는 내내 이런 병풍같은 암봉으로 둘러졌다.








50리폭




20리폭




20리폭까지 내려가도 비 온 끝이라 습기가 많아 계곡은 여전히 위험하고 거칠기 짝이 없다.

때로 자일이 쳐진 곳도 있으나 모두 개인이 설치한 데다 세월이 지나 삭은 게 많다.

그러니 맘 놓고 의지할 수 없어 고민과 번민이 교차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 자일을 잡지 않으면 건널 수 없으니 갈등과 번민의 연속이다.




이곳도 절벽이라 왼쪽엔 걸린 자일을 잡아야 한다.

이런 자일이 위험하다고 생각해 추가되고 덧댄 자일로 그나마 의지하고 건널 수 있음에 감사한다.




100리폭이 있는 잦은바위골로 하산할 땐 긴장감으로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그에 앞서 산행 코스를 소화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해 빠르게 진행한 데다 길이 없는 숲을 많이 헤치기도 했다.

그만큼 체력 소모가 많았고, 그제 폭염 속 도봉산 산행의 피로가 다 빠지지 않은 상태다.

설악산 산행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은근히 체력 압박이 있었는데, 비경을 찾아다니고 험로라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긴장감에 험로를 어떻게든 벗어날 수 있었다.

정규 등산로에 접어들자 극심한 피로감에 더 이상 걷기도 힘들다.

저 비선대만 지나면 그래도 편한 길이니 그깟 한 시간 정도는 견뎌 내리라. 




설악산 비경을 찾아다니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늘 금요일 밤에 출발해 새벽부터 산행해야 하니 체력 부담이 많다.

오늘처럼 22km나 되는 장거리 산행에 험한 곳이라면 긴장과 체력 소모는 의외로 크다.

극한의 피로 끝에 밤 10시가 넘어 귀가했다.

그 피로감에 입맛이 없어 저녁 먹는 것도 포기하고 그대로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