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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다시 오른 설악산 칠형제봉

by 즐풍 2019. 9. 1.










2019.08.31. 토  03:24~15:20(전체 시간 11:56, 전체 거리 22.4km, 휴식 시간 1시간 20분, 평균 속도 1.7km/h) 대체로 맑음



2주 만에 다시 설악산이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기대하고 왔는데, 대장이 바뀌어 자유 산행은 각자 알아서 가야 한다.

한계령에서 곡백운계곡으로 하산해 백담사에서 용대리까지 백담계곡을 걸어갈까?

아니면 전에 앞도 안 보이게 안개 낀 날 올랐던 칠형제봉을 오를까 고민이다.


곡백운계곡은 안 가 본 곳이지만 산행기를 보면 길 찾기가 크게 어려울 것도 없다.

백담계곡은 버스로 이동하거나 아무것도 안 보이는 밤중에 걷던 곳이라 한 번은 걸어보고 싶은 곳이다.

설악동에 내려 하늘을 보니 밤하늘에 별이 반짝여 날씨가 괜찮다.

이렇게 좋은 날씨라면 지난번 제대로 못 본 칠형제봉이 제격이다.


칠형제봉 오르기로 맘을 굳히지만, 많은 걱정이 앞선다.

걸음을 옮기며 지나갔던 코스를 하나하나 기억 해보며 잘 해낼지 걱정된다.

더군다나 위험한 곳이 많아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도움받기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잘 해낼 것이라 믿으며 의지를 다진다.




설악산 칠형제봉 등산코스





속초 지역의 오늘 일출은 05:53이니 두 시간이 지나야 해가 뜬다.

천불동계곡을 지나 무너미고개 삼거리까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걷기로 한다.

비선대까지 50분, 5.2km 거리에 있는 귀면암까지 한 시간 25분

7.2km 거리인 양폭대피소엔 05:40에 도착했으니 꼬박 두 시간 17분 걸렸다.

13분에 후 일출이니 약 2km를 더 걸어 무너미고개에 오르면 제법 환한 아침이겠다.

양폭대피소 밖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20여 분 누워 휴식을 취하고 빵 한 조각 먹고 다시 출발이다.



잠시 휴식을 가졌던 양폭대피소








천당폭포

속세를 떠나 이곳에 이르면 온갖 번뇌를 잊는다고 하여 천당폭포라고 한다는데,

여기까진 어떻게 올라으나 지금부터가 더 걱정이니 천당이 아니라 고통과 때로 환희의 시작이다.








날이 점점 밝아지나 설악의 비경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무너미고개 삼거리를 지나 칠형제봉으로 오르며 대청봉을 바라보니 안개가 들어 차 소청봉 보다 낮게 보인다.

같은 설악산이라도 대청봉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희운각에서 무너미고개로 오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신선대 일부다.

신선대에서 능선을 타고 설악동 방향으로 내려가며 칠형제봉을 거치게 된다.












오른쪽 바위를 타고 오르며 본격적인 암릉 산행에 접어든다.

저기가 신선대 2봉이다.




이곳이 칠형제봉이 모여있는 곳인데, 아직 햇빛이 산등성이를 넘지 못해 여전히 미망에 갇혔다.




본격적인 칠형제봉은 이 통천문을 지나야 하므로 조심스런 마음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통천문이 아니라 칠형제문이라 이름 짓고 싶다.

이 문을 통과해야 칠형제봉이 시작된다.




지나온 신선대 방향의 암릉, 즉 신선대 1봉이다.




산 가지와 죽은 가지가 함께하는 명품 소나무다.





죽어서도 여전히 이 신선대2봉 자리를 지키며 드나드는 산객을 맞는 소나무








중앙에 제일 높은 봉우리가 공룡능선의 최고봉은 1275봉

바로 오른쪽 한 칸 아래가 노인봉, 오른쪽 더 아래 송곳처럼 뾰족하고 매끄러운 게 범봉이다.




밤하늘 가득하게 반짝이던 날씨도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드니 설악은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변한다.




당겨 본 1275봉과 노인봉




매끈한 범봉




통천문이 있던 바위에서 제법 고도를 낮추며 내려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칠형제봉 탐방이 시작된다.












지난 번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 제대로 못 본 설악의 비경을 오늘 제대로 볼 수 있겠다.

내 이날을 기다려 왔다.




저곳이 신선대를 지나 내려온 곳이다.




내려가며 보는 신선대








이 암봉군락을 우측에 두고 왼쪽 허릿길로 하산하게 된다.




공룡능선을 가려면 왼쪽 암봉 뒤로 가기에 이 암봉은 보이지 않는다.




지나와서 본 봉우리는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비경이다.




명산인 설악산에서 하늘에 기도하면 신과 통하게 되는 신통(神通)한 능력이 생길까?

하늘에 기도하려면 제물을 바치고 정성을 다해 기도해야 한다.

오늘, 아니 몇 번을 다시 온다고 해도 제수용품을 마련할 기회가 없거니와 기도하는 방법도 모른다.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나 도통한 도인이라면 모를까.

그러니 신통한 능력을 받기는커녕 여전한 필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칠형제봉 중 규모가 제일 큰 바위다.

화면은 카메라가 보기 좋지만, 크기를 다 담기엔 역부족이라 폰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한 것이다.




칠형제봉을 내려가는 내내 범봉을 마주하게 되어 자주 보게 된다.




큰 봉우리 우측 부위




좀 전의 제일 큰 봉우리 중간에 오른 후 지나온 곳을 바라본다.




설악산은 열린 곳이 별로 없어 섭섭한 게 많다.

이렇게 칠형제봉이나 다른 비경도 열어주면 더 많은 사람이 설악의 비경을 즐길 수 있을 텐데...
















제일 큰 봉우리를 오르며 정상으로 진행한다.




멀리 보든 가까이 보든 눈을 두는 곳이 모두 설악의 비경이다.




다시 범봉 방향





범봉을 더 크게...





오늘도 어김없이 만나는 솜다리꽃이나 이젠 거의 끝물이다.

5월 중순부터 봤으니 벌써 100일 넘게 피는 꽃이다.

무궁화만큼은 아니어도 100일을 이어가며 꽃이 피는 멋진 이 친구도 올해는 끝이다.

다음주부터 3주간 내륙에서 산행을 못할 테니 너 솜다리야, 내년에 다시 보자.





아침에 오를 때 본 오련폭포를 칠형제봉에서 원경으로 본다.

한 칸만 내려서거나 오르면 대부분 다니는 곳인데, 막아놓다 보니 이렇게 멀리서라도 만나니 반갑다.










피카추바위다.

지난 번 함께했던 산악회에서 시간이 없다며 지나쳤던 곳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오늘은 혼자 왔으니 어떤 코스를 정하고 얼마나 시간을 보내든 내 맘이다.

대략 어느쪽으로 가야 한다는 감이 잡히니 길을 따라 이동한다.





막상 길은 접어들었으나 비탐지역이라 흔적이 뜸해 길이 잘 안 보인다.

두어 번 왕복했으나 피카추바위로 들어가는 길을 못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결국, 질러가기로 하고 숲을 뚫어 가다 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피카추가 보인다.

그쪽으로 길을 낼 때 숲을 지나다 보니 피카추가 영 안 보여 가는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

피카추바위 거의 다 가서 건너편을 보니 그쪽에 피카추바위가 보인다.

다시 그쪽으로 가니 또 건너편에 피카추 놈이 보인다.


피카추가 도술을 부려 이곳저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라도 한 걸까?

좀 전에 피카추라고 생각했던 게 그리 멀지 않은 곳의 더듬이바위였던 것이다.

더듬이바위와 피카추바위가 거의 비슷하게 생겨 헷갈린 것이다.

막상 피카추바위에 올랐으나 가까이 가지 않고 다른 바위 위에서 관찰하니 피카추가 아닌 거 같다.

속았다는 생각에 한참을 후퇴한 후 먼 거리에서 다시 보니 정말 그놈이 파카추였던 것이다.

다시 가서 드디어 피카추바위를 만난다.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우이령을 거쳐 북한산에서 숙영하고 새벽에 떠날 때

길을 헤매며 같은 코스를 뱅뱅 돌았다더니 내가 그 꼴이 난 셈이다.

말이 숲이지 가다 보면 낭떠러지도 있고 낮게 자라는 숲이 너무 우거져 바위가 많은 지역에 뱀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컸다.

피카추로 가는 길은 조금 더 위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그쪽엔 길이 희미해 잘 안 보여 일어난 해프닝이다.

그 바람에 한 시간 넘게 약 1.5km의 거리와 시간, 정력을 낭비했다.

힘들게 만난 피카추 놈이다.






이쪽에서 보니 저쪽에 피카추가 보이고...





가까이 보여도 숲을 질러가기엔 너무 어려운 곳이다.





이 놈이 피카추 녀석인데, 피카추 머리 모양이 안 나와 더듬이바위 쪽으로 이동한다.





앞쪽 바위 따라 맨 오른쪽이 더듬이바위인데 귀가 두 개 거의 겹쳐 보여 저놈을 피카추로 착각했다.





힘들어도 볼 건 보자. 범봉이다.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다 선경이니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곳은 다닐만 하다. 















공룡능선이나 용아장성은 설악에서 최고의 비경으로 알려지지만, 이곳 칠형제봉 또한 들어서면 비경이다.

그러니 어디가 더 좋다는 말은 보는 사람 느낌일 뿐 다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이런 비경을 하나씩 다 탐닉하자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직업이 등산이라고 해도 몇 년 잘 걸리겠다.





멀리 울산바위










드디어 만나 피카추 이놈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한 줄 아니?

이렇게라도 만나 반갑다.





피카추와 옆에 늘 함께하는 친구 녀석















마가목 열매는 정상은 빨갛게 익었고 내려갈수록 익기 전인 오렌지 색이 많다.

이게 뭐에 좋다고 설악산이나 명산에 가면 많이 따 가는 사람이 있다.

봄이면 산나물, 철따라 솔방울이나 각종 열매를 채취하는 걸 자랑 삼는 사람들 제발 그런 짓 좀 하지마라.





손가락바위로 이동하며 눈길 한 번 더 주는 피카추바위





별특징 없는 손가락바위





왼쪽 맨아래 더듬이바위가 보인다.

더듬이바위와 헷갈리게 했던 이 바위는 내려가는 길목에 있으니 잠시 후 자세히 보자.










더듬이바위다. 토끼처럼 생겨 토끼바위라고도 한다.










다른 위치에서 잡은 더듬이바위










이 바위는 워낙 높아 암벽을 배우지 않고 오를 수 없다.










죽은 듯 산 듯 그렇게 그 자리를 지킨다.




















워낙 크고 높은 데, 가까이 있으니 그 전모를 볼 수 없어 아쉽다.




















갈라지고 틈새가 벌어져 언젠가 무너질 날도 있겠지만, 그것은 영겁의 세월이 지난 다음일 것이다.

어쩌면 천지개벽으로 지진이라도 난다면 가능한 일이겠으나 일본이 아닌 다음에야 바랄 일은 아니다.














도깨비바위 위에 있는 암봉





드디어 도깨비바위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잦은바위골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천불동계곡으로 빠진다.










칠형제봉이 보여주는 마지막 비경이다.

날씨가 좋아 지난 번 보지 못 했던 여러 비경을 눈에 담았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주변 풍경을 담고 하산한다.





카메라로는 왼쪽 암봉이 너무 가까워 하나도 제대로 다 담을 수 없어 폰을 이용해 주변 풍경까지 담는다.

폰이 카메라의 단점을 보완하는 좋은 친구다.










왼쪽 큰 두 봉우리 사이를 지나 이곳으로 왔다.

쉬운 구간도 있고 때론 암봉을 어렵게 타고 넘은 곳도 있다.

이곳까지 오면 어려운 구간은 거의 끝난 셈이다.

왼쪽 잦은바위골로 내려가면 20리폭과 만나게 되는데, 사실 거기서부터 하산코스도 만만치 않다.

하여 오른쪽 계곡을 타고 내려간다.





건너편 천불동계곡 방향





비선대 방향





노적봉과 권금성 방향





도깨비바위에서 그 능선 따라 조금 더 내려갈 수 있으나 볼 것도 별로 없는 데다, 하산길이 가파르고 위험하다.

그쪽은 포기하고 바로 계곡으로 내려서는데, 태초 이후에 수많은 빗물이 지나며 남은 것은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다.

때론 높고 큰 바위를 어렵게 내려가야 하고 어떤 곳은 발 딛기 적당한 곳도 있다.

고도가 급격히 낮아지므로 이런 바윗길을 지날 때 무릎에 실리는 부담이 상당하다.

그나마 스틱이 있어 어느 정도 하중을 받쳐주지만, 스틱이 아니라면 무릎이 아작날 뻔 했다.

그 길은 지루하고 길다.















그 바위와 돌 많은 계곡을 다 내려오면 바로 눈앞에 귀면봉이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완만한 길이나 거리가 길어 이 또한 부담이다.





암반천










멀리 보이는 비선대




드디어 비선대 일군이 다 보인다.

여기서부터 한 시간 줄기차게 걸어 설악동 매표소까지 가야 오늘 산행이 끝난다.

올라 올 땐 50여 분 거리인데, 기운 다 쓰고 하산할 땐 한 시간 걸린다.


비선대 건너편 암봉





산행 끝내고 버스 정류장에서 트랭글 앱을 끌 때 거리가 20.2km인데, 등록하고 나니 22.4km이다.

앱이 실제 거리를 측정해 실거리로 등록해 준 걸까?

피카추바위 찾는다고 알바한 덕에 적어도 1.5km 이상 추가된 기분이다.



설악산 산행은 늘 어렵다.

대부분 무박 산행을 해야 하니 잠은 부족하고 새벽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피로를 무릅쓰고 이런 산행을 감행해야 많은 시간 여유롭게 설악의 비경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혼산인 데다 위험 구간이 많아 걱정했으나 피카추바위에서 알바한 걸 빼고는 대체로 무난한 산행이다.

앞으로도 혼산의 기회가 많겠지만, 무사히 다 잘 넘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