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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설악산 단풍은 이제부터야('19.10.6. 현재)

by 즐풍 2019. 10. 7.







 

 

 

 

 

2019.10.13. 일 02:48~14:27 (전체 시간 11:39, 전체 거리 23km, 휴식 시간 50분, 평균속도 2.1km/h)

 

 

10월 3일 목요일은 개천절이고 10월 9일은 한글날이라 공휴일이다.

개천절부터 한글날 사이의 금, 월~화 3일 연가내고 7일을 쉬며 형제들과 경주로 여행갈 생각이었다.

이 황금같은 샌드위치데이 딱 중간을 끊어 아무 쓸모도 없게 만든 악동이 나타났다.

친구 딸이 하필이면 그 황금같은 토요일에 결혼식을 잡아 판을 깨니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이다.

도도체 남을 위한 배려는 손톱 만큼도 없는 건지 날짜를 어찌 이렇게 잡느냔 말이다.

더우기 설악산에서 대청봉에서 시작된 붉은 단풍이 쉬지 않고 번지기 시작할 이즈음에...

 

개천절엔 태풍이 부산으로 빠져나가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기에 산에도 못 가고 종일 빈둥거렸다.

비는커녕 날씨가 좋아 산에 못 가 쓰린 배를 움켜잡고 오후에 킨덱스에서 열린 캠핑카 전시회에 갔다.

온풍기와 바닥난방, 에어컨까지 설치해 4계절 이용 가능한 캠핑카는 6천5백만 원 이상 줘야한다.

캠핑카 사는 걸 반대하는 목우와 동행하며 많은 차량을 본 결과, 르노마스터 캠핑카가 가장 이상적이다.

재미있는 건 카레이싱모델의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 카메라맨과 연신 터지는 플래시 불빛이다.

구입도 못할 캠핑카나 대포만 한 렌즈에 삼각대까지 그저 부러운 장비들로 눈만 높이고 왔으니 큰일이다. 

 

이 모두 지나간 일이 되었고 개천절이나 토요일 산행을 못했으니 일요 산행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겠다.

더우기 제주 여행과 교육을 다녀온 뒤 고구마 캔다고 2주간 산엔 근처도 못 갔으니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설악산 여기저기 거리와 이동 시간, 위험도 등을 따지며 어디가 좋을지 선정에 골머리 썩는다.

처음엔 대승폭포를 보고 안산을 오른 후 12선녀탕을 하산할 계획을 세웠다.

새벽 2시 좀 넘어서 산생을 시작할 테니 깜깜한 밤에 아무리 멋진 폭포라도 소용없어 목적지를 바꾼다. 

한계령에서 곡백운계곡으로 하산하며 백운폭포를 볼 생각으로 길을 떠난다.

 

 


설악산 등산코스


 



한계령 삼거리까지 한 시간 30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거리라 04:20면 도착하겠다.

오늘 속초지역 이출시각이 06:26이므로 06:00까지는 여전히 한밤중이다.

조금이라도 천천히 가려고 남들 다 올라간 다음에도 한계령광장에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떨어진 날씨가 너무 춥다.

여름 장갑을 끼어 손이 시리고 자켓을 준비했어도 좀 부족한 느낌이다.

20여 분 지나 체온이 더 떨어지기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04:34에 한계령삼거리에 도착해 곡백운계곡으로 내려가려니 처음 가는 데다 어제까지 내린 비로 습기가 너무 많다.

결국 안전을 생각해 곡백운계곡은 포기하고 서북능선을 탈까 생각했으나 그쪽으로 진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추운 날씨에 혼자가다 보면 주변 나무나 풀에 맺힌 이슬을 혼자 받아야 하니 체온이 떨어질 걸 염려해 대청봉으로 간다.

세 시간이 지난 5:49에 끝청봉에 도착해서야 안개 속에 겨우 주변이 가늠된다.

끝청봉에 도착하기 직전 찍은 올가을 첫단풍 사진이다.

설악산엔 자주 비가 내려선지 현재 상태로 단풍 나뭇잎 상태는 좋아 보인다.












중청대피소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밖에 설치된 식탁에서 식사하는 경우도 많지만, 내가 추위에 약하다 보니 지하 취사실로 들어간다.

워낙 등산객이 많아 복도를 뚫고 들어가는 데도 상당히 애를 먹었다.

구석의 빈 공간에 겨우 비집고 들어가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대청봉은 일출의 의미도 없고 안개로 조망도 없을 테니 생략한다.

소청 방향으로 내려가며 잡은 중청봉




소청봉 헬기장에서 봉정암으로 내려간다.

설악산을 40여 번 다니며 소청봉에서 봉정암으로 내려가는 건 처음이다.

주변은 구상나무 군락지로 울창한 모습이 보기 좋다. 








중청봉은 벌써 나뭇잎이 많이 떨어진 상태로 단풍나무가 많지 않고, 봉정암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니 단풍이 10% 전후에 불과하다.

그러니 단풍을 보려면 주말인 10월 12일엔 좀 볼 수 있겠고, 19일 전후엔 제법 고도를 낮추겠다.




소청대피소로 내려가며 보는 단풍도 아직은 그리 많지 않다.








소청대피소는 최근에 새로 지은 것으로 설악산 대피소 중 가장 좋다는데,

설악은 대부분 무박으로 진행하다보니 대피소를 이용할 기회가 거의 없다.

이제야 소청대피소를 처음 본다.

좀 더 나이가 들어 기력이 떨어지면 대피소 이용으로 여유있게 산행할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봉정암으로 내려가며 보는 단풍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드문드문 보이는 단풍




봉정암 가까이 가자 저런 큰 바위가 있다.

건너편에 뾰족뾰족 솟은 바위가 숲 사이로 보여 궁금하던 차 조망하기 좋겠다싶어 나도 올라가본다.





바위에 올라오니 위엔 조망하기 좋도록 제법 너른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봉정암 뒤로 펼쳐진 용아장성을 조망한다.

용아장성은 두 차례 다녀오긴 했으나 봉정암과 맞닿은 곳과 개구멍이 있는 봉우리는 밟지 못했다.

그중 봉정암 방향을 이렇게라도 조망하게 되어 기쁘다.

용아장성을 둘러싼 단풍 상태는 다음주(2019.10.12. 전후)엔 많으면 절반 정도 단풍이 물들겠다. 




봉정암과 용아장성




가지가 흰 나무는 벌써 잎이 다 졌고, 단풍나무는 이제 막 누렇게 단풍이 오르고 있다.




몇 번이고 다시 오르고 싶은 용아장성

10년 안에 개방되면 좋겠는데, 안전장비 설치에 막대한 비용이 들테니 가능성은 제로다.








이번엔 봉정암 대웅전 가는 길에 다시 잡은 용이빨이다.




대웅전 오르는 길




설악산 봉정암


조계종 제3교구인 백담사(百潭寺)의 부속암자이다.

대표적 불교 성지인 5대적멸보궁(五大寂滅寶宮) 중의 하나로 불교신도의 순례지로도 유명하다.

643년(선덕여왕 12)에 자장(慈藏)이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가지고 귀국하여, 이곳에서 사리를 봉안하고 창건하였다.

암자 이름을 봉정이라고 한 것은 신라 애장왕 때 조사 봉정(鳳頂)이 이곳에서 수도하였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법당과 요사채뿐이다.

법당 옆 바위 위에는 보물 제1832호로 지정된 봉정암 오층석탑이 있다.

이 탑은 자장이 사리를 봉안하였던 때보다 훨씬 후대의 양식을 띠고 있어,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기단부를 따로 조성하지 않고 자연 암반 위에 그냥 탑신을 안치하였다.

탑신 자체는 잘 정제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는 5층석탑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집)




대웅전에서 바라본 용아장성 일부




범종각









봉정암으로 내려올 때 용아장성 방향을 찍었던 바위가 뒤의 큰 바위다.

조금만 늦었어도 안개가 내려오며 바위를 덮쳤으면 용아장성 조망도 힘들었겠다.

간발의 차이로 용아장성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앞서 큰 바위에서 용아장성을 조망할 때 석가사리탑의 위치를 확인했다.

몇 년 전 백담사-영시암-오세암-봉정암 등 설악산 4암자를 순례했다.

그때 22km의 긴거리를 종주하며 시간 부족으로 석가사리탑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오늘 해소한다.




오세암에서 봉정암으로 깔딱고개를 막 오르고 나면 볼 수 있는데, 그때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해 지나쳤다.

사리탑을 보기 전에 불교도가 아닌 내겐 용아장성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듯 구름 낀 날씨라 조망이 시원치 않은게 흠이다. 

봉정암과 이어지는 하산 방향이다.




한 칸 더 아래쪽 방향은 이미 두 번이나 올랐던 곳이다.





석가사리탑(보물 제1832호)


설악산 대청봉 밑에 있는 봉정암 옆의 능선 위 거대한 암석 위에 세워져 있는 3.3m의 석탑이다.

643년(선덕여왕 12)에 자장법사(慈藏法師)가 당나라에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셔와 이곳에 탑을 세우고 사리를 봉안했다고 전한다.

탑의 형식은 신라의 전형 양식(典型樣式)과는 달리 기단부(基壇部)를 생략했다.

거대한 암석의 정상을 다듬어 모난 2단의 높고 낮은 탑신(塔身)받침을 조성하고 받침 밖으로 16판(瓣)의 단판연화문(單瓣蓮花文)을 돌려 새겼다.

탑신부는 옥신(屋身)과 옥개석(屋蓋石)이 각각 다른 돌로써 이루어졌다.

1층옥신에는 네 귀에 우주(隅柱: 모서리기둥)가 있고 2층옥신부터 높이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옥개석은 너비가 좁고 두터운 편으로 밑에는 각각 3단의 받침이 있다.

추녀는 전각(轉角)에서 반전(反轉)되었으며 낙수면의 경사가 급하여 고려석탑 양식의 특징을 보인다.

상륜부(相輪部)에는 노반(露盤)과 복발(覆鉢)이 있고, 그 위에 큼직한 원뿔형의 보주(寶珠)가 놓여있다.

결손된 부분이 없는 완전한 형태의 석탑으로 주변의 웅장한 산세와 더불어 조화를 이룬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380여 년 긴 세월을 봉정암과 함께한 사리탑이다.

석조문화의 황금기인 통일신라를 지나 고려 때 세워진 5층 석탑이라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균형미나 아름다움은 없다.

작고 뾰족하여 왜소한 느낌이 강하여 절제미가 보인다.




앞에 있는 바위 아래쪽 부문에서 불심 없는 내게 눈과 코가 보이는 부처님의 얼굴이 보인다.

정확한 형체가 아니라서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누구의 모습으로도 보일 수 있겠다.








전망대 위쪽 바위는 앞서 처음 용아장성을 조망할 때 보던 바위는 다 사라지고 겨우 이것만 보인다.




용아장성을 오르지 않는다면 봉정암에서 보는 용아의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청명한 가을이나 겨울에 푸른 하늘과 같이 본다면 이 기막힌 절경에 푹 빠지리라.




봉점암은 단지 암자가 있는 작은 공간으로 생각했으나 이곳으로 하산하며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지난번 4암자 순례 때 스치듯 지나갔으나 오늘은 여유를 만끽하며 이곳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주변 풍경을 즐긴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 제목처럼 여유를 갖고 멈추어 보면 모든 비경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서두르지 말고 여유를 가질 때 주변 풍경에 눈 뜨게 된다.

 

 


 




이번엔 조망 장소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그림처럼 펼쳐진 공룡능선을 볼 수 있다.

1275봉과 멀리 세존봉 그리고 신선대까지 한눈에 조망된다.




하산 코스를 앞쪽 작은 암봉 우측으로 길게 돌아 오세암으로 갈 예정이다.

전에 4암자 순례할 때 먹었던 오세암의 점심공양의 그 맛나던 쌀밥의 고소한 냄새를 잊지 못해서다.

오늘도 과연 그 맛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오세암 쪽에서 마지막 봉정암 깔딱고개를 오르던 사람들의 건친 숨소리와 이구동성 죽겠다던 말이 여전히 귓속에 맴돈다.

오르던 사람들이 죽겠단 말을 쏟아낼 정도로 가파른 고개는 내려갈 때도 스틱에 조심스럽게 의지할 정도로 고도가 뚝뚝 떨어진다.

그 고개 어디쯤 트인 공간에서 용아장성을 한 번 더 잡아본다.








사진은 흐리고 어둡지만, 이렇게라도 다시 볼 수 있어 다행이다.





토요일인 어제 설악산엔 비가 내려 조망은 아예 없었다고 한다.

어제 결혼식 참석으로 설악산에 안 왔기에 망정이지 예정대로 왔으면 산행내내 매우 침통했겠다.

오늘은 비가 올듯 흐리나 이 정도인 걸 다행으로 위안삼아야 한다. 







다른 방향의 암봉




처음엔 누군가 돌담을 쌓은 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바위가 굳으며 분리된 것이다. 

하마터면 속을 뻔 했다. 




나무가 쓰러지고 몇 십년이 흘러 이끼가 꼈다.

곤충이나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아낌없이 전부 내어 주고 떠날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세월이 흐를까.




이번엔 공룡능선의 암봉을 잡아본다.








공룡능선 중 어느 바위일까?




가야동계곡이다.

이 계곡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와룡연과 천왕문으로 이어지는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가을철 단풍들 때 최상의 비경을 보여주나 비탐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봉정암에서 오세암까지 4km 구간은 단풍나무로 가득찼다.

단풍들면 천상의 비경일 텐데, 너댓 번 오르내림을 반복해야 하니 쉬운 구간은 아니다.

그래도 도전할만 한 가치는 있겠다.




또 뭔가 대단한 공사가 이루어질 모양이다.

계속 시설이 정비돼 안전한 산행이 보장되면 좋겠다.




사진으로는 작아 보여도 어른 서너 명이 손 벌려야 겨우 잡을 수 있을만큼 큰 나무다.

바위처럼 이끼가 껴 경외감마저 들 정도다.  








고개마루엔 나무뿌리가 실타래처럼 엉켜 그들이 살아가려는 본능을 훔쳐보는 느낌이 든다.

참나무 뿌리는 소나무 보다 얕게 옆으로 퍼지는 경향이 있어 태풍에 부러지지 않고 쓰러지는 특징이 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났을까?

소나무 심재도 썩어 문드러지며 헤지고 떨어져 나가는 살점이 보인다.

이렇게 되기까지 몇십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쯤에서 무릎에 통증이 시작된다.

지난달 제주에서 2주 여행과 교육받는 동안 170여 km를 걸었다.

그 여파인지 아니면 오늘 바윗돌을 너무 많이 디뎌선지 모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오세암까지 아직 1.5km를 더 가야하고 백담사까지 남은 거리는 7km가 넘는데, 견뎌낼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떻게든 오세암에 도착했다.

오른쪽 통증으로 왼쪽에 힘을 주다보니 왼쪽마저 상태가 나빠진다.

한쪽이 다른 쪽도 물고 들어가는 물귀신작전이 시작된 셈이다.

이 통증으로 3일 후인 10월 9일 한글날 무박으로 진행될 설악산행을 취소해야만 했다.




마등령에서 오세암으로 내려오는 방향의 암봉이다.




오세암의 점심을 기대하고 왔으나 그동안 주방을 맡은 보살님이 바뀌었는지, 밥맛이 평범하다.

그래도 배고던 때라 평소 보다 많이 먹었다.

반찬이래야 큰 대접에 미역국과 단무지에 밥을 말아 먹는 단출한 식사로 젖가락도 필요없다.

장거리 산행에서 이렇게라도 따듯한 절밥 공양을 받는다는 건 사치에 속한다.




오세암

643년(선덕여왕 12)에 창건하여 관음암(觀音庵)이라 하였으며, 1548년(명종 3)에 보우(普雨)가 중건하였다.

오세암이라고 한 것은 1643년(인조 21)에 설정(雪淨)이 중건한 다음부터이며, 유명한 관음 영험설화가 전해진다.

설정은 고아가 된 형님의 아들을 이 절에 데려다 키우고 있었는데, 하루는 월동 준비 관계로 양양의 물치 장터로 떠나게 되었다.

이틀 동안 혼자 있을 네 살짜리 조카를 위해서 며칠 먹을 밥을 지어 놓고는,

“이 밥을 먹고 저 어머니(법당 안의 관세음보살상)을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고 부르면 잘 보살펴 주실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절을 떠났다.

장을 본 뒤 신흥사까지 왔는데, 밤새 내린 폭설이 키가 넘도록 쌓였으므로 혼자 속을 태우다가 이듬해 3월에 겨우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법당 안에서 목탁소리가 은은히 들려 달려가 보니,

죽은 줄만 알았던 아이가 목탁을 치면서 가늘게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었고, 방 안은 훈훈한 기운과 함께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아이는 관세음보살이 밥을 주고 같이 자고 놀아 주었다고 하였다.

다섯 살의 동자가 관세음보살의 신력으로 살아난 것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하여 관음암을 오세암으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오세암은 수선도량(修禪道場)인 동시에 유명한 기도도량으로 손꼽힌다.

아늑한 맛으로는 설악산 내 사찰들 중에서 제일이며, 많은 고승들이 주석했던 곳이기도 하다.

김시습(金時習)이 승려가 된 뒤 머물렀던 곳이고, 조선 중기 불교의 부흥을 꾀하다 순교한 보우가 수도하였다.

근대의 고승이자 시인이요 독립운동가였던 한용운(韓龍雲)이 머물렀던 곳이다.

특히, 김시습과 한용운이 이곳에 머물면서 『십현담(十玄談)』의 주석서를 쓴 것은 매우 유명하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





봉정암에서 곡담계곡으로 내려가면 쌍용폭포, 관음폭포, 용손폭포, 만수폭포 등 여러 폭포를 볼 수 있다.

최근 설악산에 많은 비가 내려 곡담계곡으로 하산한 사람들은 제대로 된 폭포로 눈이 호강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오세암 밥맛을 잊지 못해 폭포를 포기한 결과가 다소 미진하다.

하산길은 봉정암에서 곡담계곡으로 바로 내려가는 게 600m 길지만, 대체로 내리막길이라 훨씬 편하다.



어느 때든 백담사계곡으로 하산할 때 제일 난감한 것은 백담사에서 백담탐방지원센터까지 이용하는 셔틀버스다.

백담사 구간엔 관광객이나 등삭객이 많아 버스를 기다리는 데, 보통 한 시간 반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워낙 시간이 많이 걸려 은근슬쩍 새치기하는 사람도 많아 으레 그러려니 해야 맘 편하다.

오세암에서 점심공양 받을 때가 따~악 정오 때라 식사를 끝내니 산행 마감인 17:00까지 근 다섯 시간 남았다.

무릎이 아프지만, 백담사에 늦게 도착할 수록 백담사를 떠날 사람들이 많아질 걸 예상하고 서두른다.

여전한 아수라장에서 매표하고 예닐곱 대의 버스를 보낸 뒤에야 승차할 수 있었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용대리 서울행 버스 정류장까지 700m를 내려가 17:30 산악회 버스가 올 때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 산악회가 진행하는 무박산행은 설악동에서 17:00에 마감하므로 추운 겨울엔 좀 난감하다.

이렇게 미리 본 설악산 단풍산행은 비가 내릴듯 궂은 날씨 속에 봉정암에서 용아장성을 본 것으로 위암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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