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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설악산 대청봉 최단코스와 공룡능선의 단풍

by 즐풍 2019. 11. 1.

 

 

 

 

 

산행 일자 2015.9.26. 토(추석 연휴 첫날) 03:00-15:35(12시간 35분 산행)   날씨: 맑음

 

 

"어느 산이 제일 좋으냐"고 묻는다면, "첫 번째도 설악산이요, 두 번째, 세 번째도 설악산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설악산처럼 수려하면서도 장엄한 풍광은 여느 산에선 느끼기 어렵다.

사계절 어느 때라도 멋지지 않을 때가 없으니 늘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코스를 가더라도 쉬운 곳이 없으니 갈 곳을 정하기도 쉽지 않다.

가장 아름답기야 공룡능선이지만, 이 능선 하나면 오른다 해도 꼬박 열 시간 이상은 잡아야 하니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고는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올봄에 아내와 여동생 부부 넷이 갈 생각이었지만 다들 체력 감당이 안 돼 포기했다.

그새 계절이 바뀌어 가을이 왔다. 

단풍은 설악산에서부터 시작되어 남진하게 된다.

9월 말이면 대청봉이나 공룡능선을 중심으로 정상 부근엔 얼추 단풍이 든다. 

오늘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됨으로써 대부분 산꾼들도 가족과 함께 추석 명절을 보내고 있을 테니,

등산객들에게 치이지 않고 가을 단풍을 가장 여유롭게 볼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단풍은 정상부근에 국한되겠지만,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청봉과 공룡능선으로 단풍 비경을 보러 간다.

 

 

 공룡능선 등산코스(오색~대청~중청~소청~희운각~공룡능선~비선대~설악동)   

 

 

 

어젯밤 11:30에 서울 신사역을 출발하여 설악휴게소에서 준비해온 약밥으로 요기를 대신한다.

회원들의 희망지에 따라 장수대, 한계령, 오색약수에서 각각 정차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코스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대부분 회원과 마찬가지로 3시 정각 입산이 허용되자 오색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최단거리는 오색약수에서 올라가는 길이다.

불과 세 시간의 짧은 코스라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돌계단엔 앞사람들이 흘린 땀이 핏방울처럼 얼룩져 보인다.

산행 들머리인 오색의 고도는 약 320m, 정상인 대청봉은 해발 1,708m로 1,400여 m의 높이를

거의 돌계단이나 나무계단으로 설치되었으나 쉴 장소도 없어 오로지 오르고 올라야만 한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최단거리 코스로 오색을 이용하지만, 다음엔 한 시간이 더 걸려도 한계령에서 시작해야겠다.

한계령으로 오르는 길은 완만하여 지루하긴 하지만, 오늘처럼 급경사로 쭈욱 연결되지 않아 좀 더 편한 코스다.

 

오색만 하더라도 새벽이지만 참을만한 날씨였는데, 고도가 높아질수록 반장갑을 낀 손이 시리다.

잠깐이라도 쉴라치면 차가운 날씨로 방풍복을 걸쳐야 한다.

대청봉 정상에 올랐을 때가 오전 6시 5분, 속초의 일출 시각이 06:16이니 아직 10여 분 더 기다려야 일출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스가 차 일출을 보기 어렵겠단 생각에 인증사진만 찍고 서둘러 중청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대청봉 표지석 글자는 최근에 색칠을 다시 해 깔끔한 게 보기 좋다.

설악산에 왔으니 정상을 오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오늘은 설악산 단풍과 공룡능선의 비경 탐방에 더 많은 의미를 두고 왔다.

 

 

 

거의 중청에 다다를 무렵, 동해안에 걸쳐있던 가스층을 뚫고 올라온 태양이 대청봉 기슭을 벗어나 천하를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순간이다.  

 

 

 

중청에서 소청봉으로 넘어가는 길목의 사진이다.

산정엔 이처럼 단풍의 절정이나 이 고도를 조금만 벗어나도 단풍의 기색은 좀 더 줄어든다.

그러니 다음 주말인 10월 3~4일 정도면 설악산의 단풍 비경은 절정이겠다.

물론 그즈음이면 대청, 중청, 소청엔 이미 낙엽이 절반쯤 정도일 테지만 전체적인 풍광이 가장 아름다울 때로 생각된다.

 

 

山行(산행) / 杜牧(두목)

 

遠上寒山石俓斜(원상한산석경사) 멀리 쓸쓸한 산에 오르니 경사진 돌길이 비껴있고

白雲深處有人家(백운심처유인가) 흰구름 피어오르는 곳에 인가가 있어

停車坐愛楓林晩(정차좌애풍림만) 수레를 멈추고 석양에 비치는 단풍 숲을 바라보니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 서리 맞은 단풍이 한창때 봄 꽃보다 더욱 붉고나

 

봄꽃이 생기발랄한 20대 청춘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면, 단풍은 노년의 가장 화려한 순간으로 생각된다.

유록색 나뭇잎이 마치 아기 피부같이 유순하던 잎은 여름의 땡볕과 폭풍우를 온 잎으로 견디고,

찬 서리를 맞으며 가장 화려한 색으로 올 한 해를 보낸다.

사람도 수없이 많은 시련을 견디며 노년이 되면 가장 지혜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듯 단풍의 모습이 그렇다.

 

 

 

 

아직은 태양이 기세가 약하니 그늘진 응달은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리 멋진 길은 계절마다 밟아 봐야 하는데...

 

 

 

여기만 해도 제법 고도가 있어 암봉을 에워싼 나무는 제법 붉은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단풍은 이 설악산부터 시작해 시차를 두며 점차 남진하게 된다.

봄이 오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진행하니 우물쭈물 하다간 단풍도 순식간에 지나간다.

내장산 단풍 절정기가 10월 하순에 끝나니 불과 한 달 정도로 단풍 명소를찾아다니기도 쉽지 않다.

참 보기 좋다.

지금 설악산은 희운각까지 단풍이 내려가 있어 공룡능선을 도는 동안 단풍은 계속 만난다.

 

하지만 공룡능선도 다음 주말인 10월 3~4일 정도나 되어야 절정이겠다.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공룡능선에 들어왔다.

드문드문 단풍이 들어섰지만, 아직 자태가 눈에 혹할 만큼 곱진 않다.

그래도 등록엔 단풍이 맞아주는데, 일주일만 더 기다리면 단풍 천국이겠다.

 

 

 

저 암봉 틈새로 붉은 단풍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설악산의 명물인 범봉

 

 

 

늘 이런 암봉 군락의 비경인 공룡능선을 그리워했다.

설악산은 연년이 계절마다 찾아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

 

 

 

 

 

 

 

 

 

 

 

범봉에 자주 눈이 간다

 

 

 

뒤돌아본 능선은 역광이라 아쉽지만, 그런대로 그림이 좋다.

 

 

 

 

 

 

 

이게 칠형제봉이던가?

 

 

 

 

 

 

 

 

 

 

 

 역광은 역광대로 아름다우니 설악의 진경은 역시 공룡이다.

 

 

 

 

 

 

 

뒤돌아 본 칠형제봉

 

 

 

멀리 동해바다 쪽으로 울산바위가 보인다.

마등령에서 내려가며 좀 더 가까이서 울산바위를 볼 수 있겠단 생각을 했지만,

공룡능선이 거의 끝나갈 무렵 갑자기 동쪽에서 안개가 밀려와 이렇게 보는 게 마지막이다.

 

 

 

 

 

 

 

양기탱천 한 바위가 땅을 뚫고 나와 하늘을 떠받드는구나.

 

 

 

1275봉 오르기 직전 빈자리에서 점심을 먹는데 단풍이 예쁘다. 초록과 붉은 단풍의 대비도 좋다.

 

 

 

어디가 나한봉이더냐?  내 곧 간다.

 

 

 

두어 번 1275봉을 올라가 봤지만, 오늘은 처음 배낭의 어깨 멜빵이 영 시원치 않아 그냥 지나친다.

1275봉과 연결된 작은 암봉이 앙증맞은 귀여움을 보인다.

 

 

 

 

 

 

 

길을 가다가 잠깐 뒤쪽 암봉에 가면 뭔가 특별한 게 보일 거 같아 올라갔더니 이런 게 보인다.

 

 

 

 

 

 

 

 

 

 

 

보이는 대로 찍었으나 그 사진을 모두 올릴 수 없다. 빼고 덜어 추려낸 사진만 올려본다.  

 

 

 

 

 

 

 

저 제일 높은 봉우리가 방금 지나온 1275봉이다.

마등령에서 희운각까지 딱 중간 거리에 있으니 어느 쪽으로 가든 1275봉을 지나면 중간 거리를 지나는 셈이다.

지나는 길목엔 단풍이 보이지만 멀리 잡아놓고 보니 단풍색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좋던 날씨는 갑자기 동쪽에서 안개가 밀려온다.

워낙 서풍이 강해 안개는 얼마간 공룡능선을 넘지 못한다. 마등령으로 가는 길이니 오른쪽이 동쪽이다.

 

 

 

청명하던 하늘도 안개가 밀려들면서 어느새 색깔이 바뀌었다.

 

 

 

 

 

 

공룡능선 서쪽의 기암들

 

 

 

뒤돌아본 1275봉, 왼쪽 안개의 기세가 세질수록 언젠가 안개에 묻히고 말리라....

 

 

 

 

 

 

 

마등령 고개에서 잠시 쉬며 간식 먹을 때, 오세암에서 올라온 등산객이 안개로 조망이 좋지 않자 많이 아쉬워한다.

흔히 아침나절에 많던 안개도 오후가 되면 걷히는 게 일반적인데,

오전 내내 쾌청하던 날씨가 오후 들며 갑자기 안개가 밀려오는 건 처음 본다.

지척에 동해를 둔 설악산의 변화무쌍한 날씨 변덕이다.

 

 

 

마등봉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하산길에 안개가 없으면 울산바위 등 볼거리가 많으니 덜 심심할 텐데,

그놈의 안개 때문에 하산하는 내내 근거리만 좀 보일 뿐 원거리 조망이 꽝이라 아쉽다.

그래도 간간이 보이는 단풍이 매혹적이다.

 

 

 

 

 

 

 

마등령에 다다를 무렵부터 왼쪽 무릎이 시원치 않다.

딱히 무릎이다 보기는 무릎과 연결된 장딴지 쪽 근육인 거 같기도 한데 어디라고 콕 찍어내지 못하겠다.

그러니 점점 걸음이 늦어지기에 최대한 스틱을 이용해 보지만 하산하는 내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하긴 물 3리터에 밥 대신 간편하게 준비한 약밥의 무게만도 1kg 정도,

카메라가 약 1kg, 그 외 과일과 기타 준비물 등 7kg의 배낭 무게다. 

무겁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아내는 날씨가 그렇게 무덥지 않을 거라며 물을 좀 줄이라고 하지만,

혹여 식수가 부족하면 그것처럼 낭패인 것도 없기에 부득불 우기며 3리터를 준비했다.

나중에 집에 와 보니 절반 정도는 남아있다. 에구 고생만 시킨 물이로다.

 

25리터 살레와 배낭을 처음 살 때 색상과 가벼운 무게감이 좋아 혹하고 샀다.

단거리 산행할 땐 가벼워 좋다. 봄부터 가을까지 옷가지라든지 특별히 준비할 게 없어 간단하게

5리터 배낭을 사용하다가 찬바람이 불면 준비할 게 많아지니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한다.

물론 단거리 산행용이다.

이번엔 무박 산행이라 식사와 행동양식, 옷 등 준비물이 좀 더 많다 보니 25리터 배낭을 가져갔다.

 

그런데 배낭을 가볍게 만들다 보니 어깨와 허리 멜빵이 얇게 처리되었다.

하여 어깨 멜빵엔 인장 강도 유지를 위해 가는 와이어가 들어가 있다. 이놈의 와이어가 사람을 죽인다.

멜빵이 지탱할 무게를 한도를 초과하자 와이어가 도드라지게 어깨를 압박하여 알이 배고 멍이 들 정도로 하중을 받는다.

어깨 멜빵이 굵고 폭이 넓어야 하중이 분산되는데, 좁은 멜빵에 와이어가 하중을 받아내다 보니 산행이 고행이 되었다.

망할 놈의 배낭....   

 

 

 

 

 

 

 

 

 

 

 

 

공룡능선의 마지막인 마등봉은 1,326m이다.

마등봉을 기점으로 하산길도 오색에서 올라오던 길만큼이나 가파르게 떨어진다.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 내려가는 길은 지루하도록 길어 이번 산행 구간 중 가장 혹독하다.

무릎과 장딴지는 시큰거리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추월해가는 사람들이 생긴다.

시간은 충분히 주어졌으므로 어찌어찌하여 내려가더라도 대충 한 시간 이상의 여유 시간은 있을 것이다. 

스틱에 체중을 실어 무릎의 부담을 줄여보지만, 길은 쉽지 않고 멀기만 하다.

 

 

 

 

드디어 비선대까지 내려왔으니 고생도 거의 끝나간다.

여기서부터 설악동까지 대략 3km의 거리니 여전히 지루하지만, 뚝뚝 떨어지는 고도 차이는 없으니 견딜만하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산은 붉게 물들고, 물은 맑고 차다.

 

 

 

소공원의 금강소나무, 금강소나무는 금강산에서 처음 그 존재가 알려져 불리게 된 이름이다.

 

 

 

참 오랜만에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왔다.

배낭과 무릎 통증으로 고생한 산행이었지만, 그래도 설악산 첫 단풍의 비경을 엿본 멋진 산행이었다. 

다음엔 대청봉 빼고 공룡능선 한 바퀴 돌아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하는 짧은 코스를 선택해야겠다.

최대한 짧은 거리를 산행하면서 제대로 즐기는 설악산 등산을 계획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