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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설악산 용아장성 전편인 가야동계곡

by 즐풍 2019. 11. 11.












2019.11.08. 금 11:13~17:03(전체 시간 05:50, 전체 거리 13.9km, 평균 속도 2.4km)  맑음



작년 가을이 막 시작될 무렵에 설악산 가야동 계곡을 다녀왔다.

설악산이 우리나라 단풍을 처음 알리는 지역이라 이른 단풍이 한두 나무 보일 때였다.

가야동 계곡으로 내려오며 와룡연의 아름답던 옥빛 물빛이 늘 뇌리에 남아 있었다.

와룡연의 환상적인 물빛과 단풍이 잘 어울릴 거란 생각에 올가을 간다 간다고하면서 시간이 안 돼 못 갔다.


내일 설악산 용아장성을 가는 산악회는 걸음이 너무 빨라 무릎 부담을 줄이려고 하루 먼저 도착해 가야동 계곡으로 오른다.

산악회 공지는 봉정암 입구인 9봉부터 1봉인 옥녀봉으로 하산하기에 봉정암에서 자고 아침에 만나면 된다.

하루 앞서 백담사에서 영시암을 거쳐 수렴동 대피소를 지난다.

수렴동 대피소 앞으로 바로 들어가면 좋으나 공단 직원 눈에 띌까 걱정돼 어떻게 들어갈까 고민이 많다.

   



설악산 가야동계곡 등산코스





일산에서 백담사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있는데, 깜박 잊고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홍천 화양강 휴게소에서 휴식을 하기 위해 내렸을 때 고양에서 출발한 속초행 버스가 주차된 걸 봤다.

올여름 속초에서 귀가할 때 이 경로를 거쳤으면서도 생각 없이 동서울까지 갔으니 시간만 낭비했다.

점점 기억이 잘 안 나니 큰일이다. 


시간이 많다고 생각해 백담사 경내를 둘러본다.




설악산 단풍은 딱 여기까지다. 올라가면서 보니 단풍은 더 이상 없고 이미 낙엽이 다 진 상태다.








































너와지붕의 다원





백담사 앞 계곡엔 많은 돌탑이 이목을 끈다.

태풍이나 폭우가 수없이 지나가며 급류가 쓸고 지나갔을 텐데도 끄떡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법력이 센 스님이 세운 돌탑이라 급류도 이겨낸 걸까?















영시암에서 점심을 먹고 비치된 커피를 타 먹었다.

길손을 위해 커피와 사탕이 준비되어 있는데, 전엔 이를 알지 못하고 무심히 지나쳤다.

이렇게 전해주는 작은 정성 하나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해 바로 앞 가야동 계곡으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공단 직원이 지켜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맘을 접었다.

정규 탐방로로 조금 더 이동해 적당하다고 판단된 곳에서 산비탈을 치고 오른다.

대피소를 반원 그리듯 휘감고 가야동 계곡으로 내려섰다.

다음날 용아장성을 오를 때 공교롭게도 내가 오른 그 지점에서 산행이 시작됐다.

이제부터 가야동 계곡이다.





가야동계곡은 암반계곡이거나 산에서 굴러떨어진 돌무더기가 몰려있다.





계곡은 막힌듯 꺽여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계곡이라 물은 맑기 그지없다.





올려다 본 바위능선




















왼쪽 바위와 오른쪽 바위 사이에 천왕문이 있다.

인간 세상의 중생이 양쪽 거대한 바위틈 천왕문을 열고 들어갈 때 새로운 하늘의 길로 들어서는 셈이다. 





바위가 둑처럼 계곡을 가로 질러 막고 있다.

끝에 기운쪽으로 물이 흐른다.





반대 방향에서 다시 한 번





좀 전 계곡을 가로지른 바위 위에서 찍은 천왕문이다.

이 천왕문으로 들어서면 더 내밀한 가야동 계곡으로 들어서게 된다.










천왕문 안에 들어가서 밖으로 본 풍경이다.















제법 높이 올라왔는데도 계곡엔 제법 많은 물이 흐른다.

계곡은 대부분 암반천이라 물이 스며들지 않고 흐르기에 상류인데도 이 정도의 수량을 볼 수 있다.

























가야동 계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와룡연이다.

지난해 가을, 이 계곡을 지날 때 청명하기 그지없던 물빛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았으나 그 풍경을 재현시키지 못한다.

겨울 초입이라 태양의 기울기가 달라 빛을 잃었고, 나무도 잎을 다 떨군 상태라 분위기도 스산하다.









이것이 지난해 가을의 물색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어디서도 보지 못한 투명한 물색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물색을 잊지 못해 용도 승천할 생각 없이 누워 있어 와룡연이란 이름이 붙은 건 아닐까?





이렇게 산은 갈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 매일 가는 산이라도 다른 느낌을 받으며 계절의 변화를 읽는다.















아파트 2층 높이의 거대한 바위가 비스듬히 맞대고 있다.

그 틈새로 이 계곡을 지나는 등산객이 더위를 피하는 장소로 쓰기도 한다.















가야동 계곡은 대부분 이런 암반계곡으로 땅 속으로 스며드는 유실 없이 계곡을 흐르기에 갈수기에도 물이 흐른다.














가야동 계곡을 계속 직진하면 1275봉과 가까운 노인봉 방향으로 오른다.

공룡능선까지 갈 일이 없으니 가야교를 건너 봉정암으로 방향을 튼다.

가야교는 봉정암과 오세암을 연결하는 오작교인 셈이다.










공룡능선의 1275봉 옆 바위라도 될까?





여전히 공룡능선의 일부다.





봉정암으로 오르며 보는 공룡능선





봉정암으로 거의 다 오르며 보는 용아장성은 완전히 역광이라 17시도 안 된 시점에  이미 어둠 속에 잠긴 모습이다. 









드디어 봉정암을 바라볼 수 있는 능선에 올라섰다.

오늘 산행의 미션은 끝난 셈이니 잠시 여유를 갖고 5층 석탑으로 이동하며 옆 암봉을 본다.





중청봉의 기상관측 기구인 축구공도 보인다.

내일도 이렇게 날씨가 좋기를 바란다.










전에 처음 봤을 땐 균형미가 없어 아쉽게 생각했으나 오늘 다시 보니 참 예쁜 석탑이다.

크지 않고 오밀조밀한 게 내 맘을 고스란히 닮아 욕심 없어 보인다.




드디어 봉정암 경내에 들어섰다.

철야기도를 예약할 때 오후 다섯 시까지 도착하라고 했는데, 제대로 시간을 맞췄다.

지도로 계산할 때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영시암에서 점심 먹을 때 잠깐 쉬고 내쳐 걸었는데도 겨우 시간에 맞출 만큼 힘든 코스다.

특히, 가야교에서 봉정암까지는 급격히 고도가 높아져 치고 오르기 힘들다.

잠깐 쉰 후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양쪽 장딴지 근육에 쥐가 나려는 걸 억제했으나 급기야 왼쪽 종아리에 쥐가 났다.

평생 쥐가 뭔지 모르고 살다 느지막하게 쥐를 알게 되니 내 체력도 점점 고갈되는 모양이다. 




봉정암 저녁 공양을 받았다.

어느 절이나 마찬가지지만,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고 찬으로 단무지가 추가된다.

단무지 맛이라야 평범하겠단 생각에 딱 세 개만 집어넣었는데, 웬걸 지금까지 이런 맛은 상상도 못 했다.

국에 말아 먹는 밥이라 금방 꺼질 거 같아 밥을 추가하며 이번엔 단무지 양을 늘렸다.

밥이나 국, 반찬 중 한 가지라도 맛이 좋으면 식사는 성찬이 된다.

어느 보살님 솜씨인지 모르지만, 내일 아침 공양은 단무지에 집중해야겠다.



봉정암에 숙박하면서 잠자리가 따듯할지 걱정스러웠다.

배정 받은 방으로 들어가니 한쪽에 19명씩 양쪽이 발을 마주 보며 가로로 자는 형태다.

문 옆에 배정받았는데, 문을 당겨 열고 다음에 유리문을 옆으로 미는 2 중문인데도 들어오는 바람이 차다.

저녁 여덟 시가 넘어 더 들어오는 사람이 없을 거란 생각에 마주 보는 위치에 사람이 없어 자리를 옮기고 세로로 잤다.

방바닥은 태양열을 이용한 장판이라 절절 끓는데, 요는 기도 드릴 때 쓰는 방석 크기라 딱 어깨 너비에 무릎 아래는 맨바닥이다.

워낙 추위를 많이 타 요를 두 개 더 내려 하나는 발부터 무릎까지 덮고, 하나는 가슴을 덮었는데 양쪽 팔은 밖으로 나온다.

비수기라 숙박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좁고 불편했겠다.

지난번 지리산 어느 대피소에서 요긴하게 썼던 실리콘 귀마개는 이번에도 잘 썼다.

몇몇 사람이 코를 골긴 했어도 별로 느끼지 못했을 정도니, 가성비가 좋다.


저녁이나 아침 공양 시간은 다섯 시 반부터 한 시간이다.

내일 산악회 팀과 봉정암에서 만나 용아를 타야하는데, 계획을 바꿔 수렴동대피소 쪽에서 오른다는 전갈을 받았다.

수렴동에서 6:30에 미팅하기로 해 아침 공양을 포기하고 새벽 세 시에 내려가야 한다.

아침 공양을 기대하고 도시락 준비를 안 해 한 끼를 굶을 상황이었으나 내일 함께 산행할 갯버들님께 식사를 준비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식사 준비가 예정되자 맘이 편하니 만사형통이다.

봉정암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2018.9.29.의 가야동 계곡 http://blog.daum.net/honbul-/1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