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7. 일 10:18-16:54(6시간 36분 산행, 13.45km 이동) 날씨: 맑음 -6℃
겨우내 큰 한파 없이 따듯하던 날씨가 그제밤 눈이 내린 후 갑자기 돌변하여 한파가 몰아닥쳤다. 하기야 소설, 대설에
동지까지 지났으니 한겨울 속이다. 아직 소한, 대한이 남았고 입추까진 추울 테니 몇 번을 더 한파에 떨어야 할지 모른다.
24 절기야 중국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니 우리나라와는 십여 일 이상의 시차가 있다 해도 겨울은 다 가자면 아직 멀었다.
겨울은 춥고 눈이 많아야 겨울답다. 물론 이런 겨울이 뭄서리치게 힘든 사람도 많다. 하지만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워
야 모든게 제대로 돌아간다.
올겨울 기대했던 눈은 별로 내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심설산행을 접은 채 주야장천 근교산행이다. 설악산 토왕성폭포
는 45년 만에 일반에 개방하여 비경을 드러낸다고 한다. 이런 겨울엔 수량이 적을테니 폭포의 위용을 느낄 순 없겠다.
하지만 날이 더 추워져 빙폭이 형성돼 얼음 위에 얼음이 또 얼어 거대한 빙폭이 형성되면 볼만하겠단 생각이 든다.
하여 추워지기만 기다려 그 빙폭이 거대해진 1월말쯤 탐방할 생각이다. 요즘 날씨가 별로 춥지 않다고는 하지만 강원도
첩첩산중의 바람이 세찬 곳이니 날이면 날마다 조금씩 두께가 더해지겠다. 한 달쯤 후면 제법 볼만하겠다.
오늘 아침 서울이 영하 9도까지 떨어졌다니 현관문을 나서기 싫지만, 이 정도 추위에 움츠린다면 한겨울 산행을 포기
해야 하기에 배낭을 매고 집을 나선다. 추운 날씨라 등산객이 별로 없겠단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세명컴퓨터
고등학교 정류장에서 송추로 가는 704번 버스는 들어갈 틈이 없어 그냥 보낸다. 다음 버스인 34번은 두 정거장 전인
서부터미널에서 출발했는데도 한 자리만 남아 겨우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구파발에서 등산객을 다 태우지도 못하고
출발할 만큼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행을 하는 등산객은 여전히 많다.
그 많은 등산객이 북한산성계곡에서 일부 내리고, 일부는 우이령고개에서, 나머지는 도봉산이나 사패산으로 갈 테니
목적지가 다 다르다. 북한산성 입구도 제법 북적대지만, 위로 올라가면서 하나둘 옆으로 빠지더니 대성문 방향은 겨우
두 사람이다. 어제 내린 눈이 춥다고는 하지만 양지에 벌써 다 녹고 응달에만 남아있다. 이런 추위에도 등산을 시작하
니 땀이나 잠시 후 겉옷을 하나 둘 벗어 배낭에 넣게 된다.
북한산 백운대 등산코스
북한산성역사관 앞다리를 지나 선봉사로 오르는 길목부터 새롭게 나무데크로 된 인도를 만들었다.
법용사 입구까지 차도밖으로 길이 나 차와 사람이 서로 방해 없이 다니도록 만들었으나 거리가 제법 길다.
여전히 차량의 매연이야 마시겠지만, 차량을 비킨다고 한쪽으로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중성문
모처럼 복원한 산영루는 무슨 문제인지 몰라도 출입이 금지돼 그림의 떡이다.
난간이 부실해 출입을 못 시킨다면 설계부실이거나 시공부실 둘 중 하나일 텐데, 부실 시공업체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전엔 두세 칸 아래 임시 법당이 있었으나 이젠 제법 규모 있는 법당과 종무소가 원래 자리에 들어섰다.
대웅전 신축 후 1년 정도 지나 나무가 다 자리를 잡고 이제야 단청을 끝내니 제법 사찰답다. 중흥사는 이제 중흥의 시대를 열어가는구나.
북한산성 계곡을 따라 대성문에 올라섰다. 다이내믹한 능성이 아닌 계곡으로 오르다 보니 편하게 주능선에 오른 것이다.
여기서부터 백운대까지 그리 어려운 곳이 없으니 편한 길이 된다.
북한산 성덕봉, 우측으로 돌출된 곳이 치성에 해당한다.
왼쪽 끝은 보현봉,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 형제봉과 만난다. 오른쪽은 의선능선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오른쪽 암봉은 칼바위다. 전엔 제법 어려운 코스였지만 이제 나무계단이 설치돼 한결 편하다.
하지만, 암봉구간은 역시 온몸으로 타고 올라야 하는 구간으로 남겨뒀으니 여전히 매력 있는 코스다.
다른 위치에서 본 칼바위
반대편에서 본 칼바위는 그 이름답게 칼날 같은 날카로움을 보인다.
대동문, 새해 아침 바로 옆에 있는 시단봉에서 해맞이 축제가 7:30분부터 열린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장군의 지휘소였다는 동장대. 남장대와 북장대도 있었지만 이 동장대만 복원되었다.
왼쪽은 노적봉, 가운데 용암봉과 만경봉은 구분 없이 연결돼 있고 오른쪽에 불쑥 솟은 게 인수봉이다.
백운대는 만경봉이 가렸다. 새봄의 연초록 나뭇잎이나 가을에 붉은 단풍이 피었을 때 참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적봉은 어느새 역광이라 좀 아쉬운 풍경이 된다.
염초봉을 타고 내려간 곳이 원효봉이다.
만경대 허릿길에서 보는 백운대, 나중에 원효봉 가는 길의 상운사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잠시 후 다시 보자.
만경대
인수산장 앞에 있는 신랑신부바위, 뒤로 넘어가면 도선사가 있다.
드디어 백운대 정상이다. 날은 청명하다지만, 마음엔 옅은 운무가 감싸고 있다.
올해, 이 태극기 앞에 놓인 바위에 북한산 정상이란 표지석을 새겨 더 뜻깊은 한 해가 될 것이다.
도봉산과 수락산을 배경으로 보기 좋게 자리 잡은 인수봉이 늠름하다. 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암벽을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백운대 너럭바위
오리바위
백운봉암문
대동사에서 올려다보는 만경봉과 노적봉
이번엔 상운사에서 백운대를 바라보니 원형 바위 위에 태극기가 보인다. 이곳에서 보는 모습도 늠름한 기상이 풍긴다.
깎아지른 듯 하늘을 향한 염초봉에도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있다.
저런 험지에도 성벽이 놓여있으니 북한산성은 말 그대로 천혜의 요새인 셈이다.
왼쪽부터 염초봉, 백운대, 만경봉과 용암봉은 붙어 있고, 마지막이 노적봉이다.
북한산의 저런 강한 기운이 대대손손 이어져 상승하는 국운이 계속되길 기원해 본다.
원효봉 정상
이 전망바위는 꼭 이 장소에서 찍어야 제대로 잡힌다. 다른 장소라면 너무 가까워 전체 윤곽을 잡을 수 없는 애매함이 있다.
원효암
시구문 인근의 성벽을 살펴보니 몇몇 바위에 각자가 새겨져 있으나 전문가가 새긴 글은 아닌 듯 보인다.
누군가의 부탁이나 힘 있는 석공의 부탁으로 새긴 거 같은데. 사학자들은 이런데도 관심을 갖고 그 의미를 살펴보는 게 좋겠다.
원효봉의 마지막 관문인 서암문(시구문)을 끝으로 2015년 마지막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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