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북한산 파랑새능선과 염초봉능선

by 즐풍 2019. 6. 12.

 

 

 

 

2017.09.22. 금(연가)  09:22~16:33(산행시간 07:10,  이동거리  7.73km,  휴식시간 01:51,  평균속도 1.5km/h)  날씨: 흐린 후 맑음 

 

낼 중학교 국어 선생인 조카 결혼식에서 참석 후 딸 이사한 집에도 가봐야 하니 하루종일 꼼짝 못 하게 생겼다.

직장에선 자기 계발과 건강증진으로 활기차고 생산적인 업무 조성을 위해 의무적으로 연가를 55% 이상 써야 한다.

여름휴가를 짧게 다녀왔더니 11월 말까지 목표를 채우려면 아직 사흘을 더 다녀와야 하니 연가내기도 바쁘게 생겼다.

수요일의 날씨 예보는 오늘 날씨가 좋다기에 연가를 내고 혼자 가까운 북한산을 여유 있게 산행을 나선다.

 

북한산은 의상능선과 숨은벽능선이 가장 비경지로 손꼽히지만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파랑새능선과 염초봉능선도 좋다.

좋다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 의상능선이나 숨은벽능선 보다 더 기막힌 절경인데, 그만큼 위험이 따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숨어있는 비경 중에 하나다.

숨은벽능선이 더 이상 숨지 않고 이젠 누구나 다 아는 벽이 되었듯 이곳 파랑새능선이나 염초봉능선도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숨은벽능선 파랑새능선 염초봉능선 등산코스 

 

 

 

 

모처럼 여유 있는 산행이지만 비경지 체험을 극대화시킬 수 있게 숨은벽능선으로 올라가며 주변 조망부터 시작한다. 

 

 

해골바위 위 전망대 

 

 

잠깐 등로와 떨어진 영장봉을 다녀온다. 영장봉에서 인수봉을 보면 숨은벽은 더 작게 보인다.

하지만 숨은벽능선으로 올라가면 인수봉 보다 숨은벽이 가까워 숨은벽이 제법 웅장하게 보인다.

지금은 아침이라 인수봉 방향이 역광이기에 사진 상태가 좋지 않아 올리지 않는다. 

 

 

좀 전에 다녀온 영장봉 

 

 

잠시 후 넘어갈 건너편 파랑새능선으로 왼쪽 큰 봉우리가 장군봉, 그 능선을 따라 오른쪽 아래에 있는 봉우리가 어금니바위다. 

 

 

숨은벽능선의 또 다른 전망바위인데, 마침 어느 등산객이 보기 좋게 포즈를 잡아준다. 

 

 

 

숨은벽능선을 내려서면 바로 건너편인 파랑새능선으로 올라가는 바람골이 있다.

바람골은 고층 건물 계단으로 올라가듯 가파른 구간으로 겹겹이 쌓인 바위를 밟고 올라야 한다. 

이 바람골로 올라가면 파랑새능선의 저 장군봉과 만나는 지점의 안부에 닿게 된다.

평소엔 장군봉 뒤쪽으로 다녔지만, 오늘은 앞쪽에도 길이 있다는 걸 알아 그리로 가게 된다. 

 

구멍바위를 내려가며 보는 건너편 장군봉 

 

 

도마뱀이 잠깐 내가 가는 길을 막더니 사진을 찍고 나니 유유히 사라진다.

내 블로그에 모델로 써 달라는 깊은 뜻이 있나 보다. 

다리 위치에 비해 꼬리가 너무 길어 다니는 동안 늘 꼬리는 바닥에 끌고 다녀 거추장스럽겠다. 

 

 

바람골로 올라가며 보는 좀 전의 숨은벽능선의 하산 코스인 구멍바위 일대 

 

 

이 숨은벽능선은 암벽꾼들만 오를 수 있는 릿지구간이다. 

 

 

장군봉 뒤쪽에 이렇게 밴드가 보여 처음으로 이 밴드를 이용해 건너간다.  

백운대 서벽밴드와 비슷한 정도의 켕김이 생기는데, 위쪽에 있는 밴드는 헐거운 느낌이 많아 좀 더 타이트하게 조여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막상 밴드를 이용해 넘어오긴 했으나 어금니바위 쪽으로 내려가려니 바위가 너무 가팔라 결국 준비한 로프를 이용해 내려간다.

로프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더 붙들기 싫은 밴드를 한 번 더 이용할 뻔했다. 

 

 

다시 보는 건너편 숨은벽 암릉 

 

 

건너편 숨은벽능선을 탈 땐 별로 모르고 지나가지만, 이 파랑새능선에서 보니 밤골계곡 쪽으론 낭떠러지기라 조심스럽게 다녀야겠다. 

 

 

로프를 이용해 한 칸 내려온 후 진행할 방향을 바라본다. 

 

 

파랑새능선의 명물인 어금니바위로 저곳을 통과할 땐 이빨과 잇몸사이에 난 홈 틀을 잡고 내려가야 안전하다. 

 

 

어금니바위 아래 있는 고래바위는 나만 보면 늘 반가운 표정이니 귀엽다. 

 

 

파랑새능선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로, 올라가긴 제법 쉬운데 내려올 때가 영 어렵다. 당연히 조심해야 한다. 

 

 

바람골로 올라올 때 정강이 보호대를 착용했다.

바람골부터 파랑새능선, 염초봉능선은 워낙 바위가 많다 보니 잘못하면 무릎이나 정강이에 상처가 생길 때가 더러 있다.

괜히 상처가 생기면 샤워할 때 따꼼거리며 아프고 상처가 떨어질 때 즈음이면 가려워 불편하다. 

이런 보호대만 하나 착용하면 그런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으니 보험을 들어놓은 듯 안심이 된다. 

 

 

드디어 만난 파랑새능선의 또 다른 명물인 코끼리바위 

이 바위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바위를 타고 내려가 염초봉능선으로 가기 위해 파랑새능선 아래쪽으로 이동한다.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파랑새능선 

 

 

춘향이바위 

 

 

좀 전에 지나온 파랑새능선의 장군봉 

 

 

곧 올라갈 염초봉이다.

저 염초봉만 넘으면 하산길에 접어들게 되나 책바위와 마지막 한 구간 어려운 고비가 남아있다.  

 

 

오늘 산행할 구간 중 가장 어려운 왼쪽 말바위와 오른쪽 책바위 

 

 

말바위 옆 피아노바위야 손쉽게 올라올 수 있지만, 거기서 이 책바위까지 내려오는 바위도 은근히 긴장된다.

오늘은 늘 다니던 바위 등으로 내려오지 않고 오른쪽 우회로를 이용하는데, 마지막에 소나무를 안고 건너야 한다. 

 

이 책바위는 지난번에도 어렵게 올랐는데, 오늘도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근력이 딸리는 건지 저 바위틈으로 손가락을 넣고 오르는 게 점점 힘들어 이젠 자주 다니지도 못하겠다. 사진으로는 작아 보여도 4~5m 높이라 아차 실수라도 하면 큰일 난다.  

 

 

 

책바위를 통과했다고 끝난 게 아니라 마지막으로 한 군데 더 난코스가 있다.

오를 땐 누군가 만들어 놓은 홀드를 이용하면 되지만 내려갈 땐 아래가 안 보여 참 난감하다. 

내려가기가 영 마땅치 않아 마지막으로 자일을 한 번 더 이용한다. 

이 염초봉을 오를 때마다 소림사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소림사에 들어와 무술을 배우면 마지막 단계에 꼭 심사를 보는 게 관문마다 어려운 코스를 통과해야 하는 그런 통과 의례 같은 느낌이다. 

 

 

오른쪽으로 바로 하산하면 산행을 빨리 끝낼 수 있는 데, 괜히 저 원효봉으로 내려가 시간만 잡아먹었다. 

 

 

염초봉 마지막 구간의 잘생긴 소나무가 겨울엔 누렇게 떠 생명이 다했나 싶었는데, 지난여름 빗물에 활기를 되찾았는지 이렇게 푸른빛이다. 

 

 

북한산에도 이렇게 단풍이 들기 시작하니 설악산 정상엔 지금쯤 제법 단풍이 들었는 지도 모르겠다.

추석 다음날은 10월 5일, 6일 이틀 동안 솔담님과 여유 있게 설악산을 타기로 했는데, 그때 단풍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원효봉 오르며 보는 저 염초봉을 지금 막 내려왔으니 아직 따끈따끈한 느낌이다. 

 

 

원효봉에서 바라보는 백운대 일원 

 

 

 

 

 

원효암과 원효봉 사이에 있는 이 바위 이름이 뭐라고 하던데, 기억이 안 나니 그냥 전망바위라 하자. 

이 전망바위만 찍고 차량 회수를 위해 바로 담을 넘고 길 없는 산을 가로질러 밤골계곡으로 이동한다. 

 

 

왼쪽 뒤로 길게 늘어선 암봉이 파랑새능선인데, 꼭 숨은벽능선에서 바라보는 인수봉과 비슷하다. 

앞쪽은 당연히 염초봉으로 오늘 저 두 능선과 보이진 않지만 숨은벽능선까지 탔으니 제법 힘 좀 쓴 날이다. 

 

 

오늘 날씨가 좋을 거란 전망에 일찌감치 수요일에 연가를 냈다.

그런데 웬걸 오전 내내 구름이 껴 그놈의 구라청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데, 거의 다 하산해서야 날이 풀려 푸른 하늘을 보게 된다.

젠장 산행 날씨 하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