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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북한산 상장능선과 도봉산 오봉 연계산행

by 즐풍 2019. 6. 12.





2018.03.17. 토  06:45~17:57(산행 거리 15.71km,  이동 시간 11:12,  휴식 시간 02:47, 평균 속도 1.8km/h) 맑음, 미세먼지 조금 



6~7년 전 숨은벽능선 정상인 호랑이굴 아래 나무계단이 생기면서 산행이 쉬워지자 이곳을 찾는 등산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숨은벽능선 들머리인 국사당 앞 공터엔 주차 공간이 적다 보니 요즘엔 사기막골까지 차량이 넘쳐난다.

사기막골은 북한산 둘레길 11구간인 효자길이 끝나는 구간이자 12구간이 시작되는 충의문 입구이기도 하다.

이곳 둘레길 탐방객까지 주차에 합세해 주차난이 갈수록 심해져 주자전쟁을 피하고자 7시에 만나기로 했다.


충분히 여유 있게 아침 6시에 출발하는 데, 갯버들님이 벌써 도착했다며 장소가 맞는지 전화를 주신다.

이쪽 길을 잘 몰라 한 시간 일찍 출발했다고 한다.

일산팀 세 명을 태우고 이번 만큼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서둘러 주차장에 도착하니 6:40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06:45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지난번 북한산 16성문 종주 때 다른 일정으로 빠진 솔담 님이 이번에 함께 함으로써 완전한 블로그 산행팀이 됐다.

솔담님과 나, 갯버들님은 산악회에서 알던 사이고, 갯버들님과 도솔님은 서로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사이다. 

목요일 오전에 비가 내리며 미세먼지를 씻어냈는지 공기는 맑고 기분은 상쾌하다.

산행 코스는 북한산 상장능선에서 우이령 고개로 내려가 석굴암을 보고 관음봉을 거쳐 오봉을 찍는 제법 긴 구간이다.


3주 만에 산행을 나선다는 갯버들님은 걱정 없었으나 4개월 만에 산행을 나선 솔담님은 처음 한 시간은 참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간 산책이나 스쿼트 등으로 꾸준히 운동해 왔기에 어렵고 힘든 구간을 조금도 뒤쳐짐 없이 함께 완주했다.

오늘 산행은 암릉구간이 많은 데다 간혹 알바로 길 없는 험난한 구간을 지날 때가 많아 팀에게 매우 미안하기도 했다.

매주 산행을 해온 나도 다리가 뻐근할 정도로 힘들었는 데, 한 발도 뒤처지지 않는 솔담님의 체력과 저력에 놀란 산행이다.



상장능선~도봉산 오봉 등산코스





산행은 충의문을 통과하며 시작된다.

어느 순간 상장능선에 접어들어도 제법 긴 능선이라 2km 지점에 있는 상장봉엔 76분 만에 도착한다.

이제 능선을 올라타고 2봉이 보이기 시작하니 얼마간의 고도 차이는 있겠으나 왕관봉까지 능선길이니 별 어려움은 없겠다.



모두 9봉까지 있는 상장능선에서 제일 어려운 봉우리는 2봉과 4봉, 왕관봉으로 불리는 9봉이다.

2봉과 4봉을 온전히 넘자면 자일이 필요하고 9봉은 릿지만 잘하면 넘을 수 있다.

2봉을 먼저 선등으로 올라가 자일을 깔고 함께 오른다. 


이젠 날이 풀려 서리가 없으니 바위가 미끄럽지도 않다.

솔담님은 캠프라인 블랙스톰 최고급형 등산화를 사고 오늘 처음 산행에 나섰다는데, 접지력과 착용감에 상당히 만족해한다.

나도 캠프라인을 두 번이나 밑창을 갈아가며 7년 넘게 신고 있는데, 10년 정도는 너끈히 사용할 수 있겠다.


상장2봉을 뒤로 넘기 전 찍은 모습 



2봉은 자일 없이 내려올 수 없다.

전에 이곳을 솔담님과 함께 했던 것으로 기억했으나 기억을 상기하니 아내인 목우와 함께 했다.



지나온 2봉은 경사가 너무 심해 자일 필수 구간이다. 아침 햇살을 받는 2봉이 참 멋지다. 



2봉은 3봉과 거대한 바위로 연결돼 있다.

자주 다니다 보니 새로울 것도 없어 사진을 찍지 않고 강아지 바위만 찍는다.

털 빠진 오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잘 알고 자주 다니는 구간에서 타성에 빠져 점점 사진 찍는 게 소홀해진다. 



4봉으로 가는 길에 만난 이 소나무는 두 번째 큰 소나무로 기억한다.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견뎌 왔을까?

바위를 뜨겁게 달구던 삼복더위나 온 세상을 차갑게 얼리는 혹한의 추위도 지나고 언제나 푸른 기상을 보여주니 선조들이 선비의 기상으로 삼을 만하다. 



5봉에 올라서 본 1~4봉까지의 우람한 봉우리다.

1봉은 여느 흙으로 된 봉우리니 특징이 없고, 2봉은 3봉과 연결되어 있다.

4봉은 이제껏 겨우 두 번 올라갔을 뿐이다. 



5봉을 지나면서부터 별 특징이 없기에 봉우리 이름을 생각지도 않고 지난다.

가지치기로 뻗은 지능선을 따라 잠깐 들어온 곳에서 지나온 능선을 보니 4봉과 3봉이 붙어 보인다. 



이번엔 5봉까지 함께 잡아본다. 



건너편 도봉산의 주 능선이다.

왼쪽 오봉 아래로 관음봉이 조금 거리를 두고 자리 잡고 있다.

관음봉 아래 석굴암을 들린 후 관음봉으로 올라가 관음상(?)을 알현하고 오봉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멀리 우측으로 도봉산 정상인 주봉과 만장봉, 선인봉도 잡힌다. 



이번엔 북한산 정상 쪽을 보자.

맨 앞에 인수봉이 설교벽을 거느리고, 오른쪽 중간에 숨은벽능선이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를 지난다.

그 뒤로 염초봉과 파랑새능선이 철옹성처럼 백운대를 호위하고 있다.

염초봉에서 파랑새능선으로 북한산성이 지나고 있으니 북한산성은 천혜의 요새인 셈이다. 

인수봉 왼쪽으로 만경봉이 길게 흘러내리고 그 뒤로 살짝 용암봉이 보인다.

북한산성은 백운대에서 만경봉과 용암봉을 거쳐 의상능선으로 빠진다. 



좀 전 잠깐 지능선으로 들어갔던 마지막 구간의 암릉이다. 

맨 위 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아래 있는 큰 바위 정상엔 커다란 크레바스가 있다.

흔히 7봉이라고 하는 데, 상장능선엔 9봉까지 있다 보니 5봉만 지나면 뭐가 몇 봉인지 일일이 기억하기도 어렵다.



8봉에서 보는 9봉 왕관봉이다.

비 온 다음 날인 어제는 제법 시계가 좋았겠지만, 하루 더 지난 오늘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다.

1년 중 봄이 시계가 가장 불량하다. 



마지막 조망 구간인 소나무 그늘이 좋은 큰 바위에서 간식을 하며 왕관봉을 조망한다.

9봉인 왕관봉 가기 전 바로 눈 앞에 있는 바위를 전위봉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전위봉은 이번에 생략했다.

배경으로 들어간 인수봉 왼쪽의 만경대는 노적봉에서 볼 때 병풍처럼 보여도 여기선 송곳처럼 뾰족해 보인다. 



왼쪽 뒤로 8봉이 보이고 오른쪽 뒤엔 도봉산 오봉이다.

앞쪽을 하얗게 채운 바위는 두 군데 바위가 모여 보이는 것이다.

둘을 반으로 나눠 뒤쪽 소나무 아래 있는 전망바위에서 좀 전에 왕관봉을 조망했다. 



왕관봉은 자일을 이용해 함께 올랐다.

정상이야 특별할 것도 없어 함께 한 사진을 올린다. 



상장능선 왕관봉에 오른다면 내려갈 때 뒤로 돌아 법안사능선으로 내려가는 등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서 이 사진을 꼭 찍는다.

왕관봉의 쭉쭉빵빵 빠진 몸매에 건너편 오봉을 함께 집어넣으면 근사한 풍경이 되기 때문이다. 



좀 더 오른쪽으로 나가 왕관봉만 잡아본다. 



왕관봉을 우회해 다시 8봉까지 온 후 8봉을 뒤로 돌아 우이령 고개로 넘어간다.

하산길엔 낙엽이 쌓여 낙엽 밟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리는데, 지난번 봐 뒀던 감시카메라가 보이자 잠시 우회한다.

바로 내려가면 초소를 통과해야 하므로 방향을 바꿔 다소 어렵게 우이령 고개로 들어섰다.

내려가며 올려다본 8봉 풍경 



우이령 고개에 오봉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 보다 내려가며 한 발이라도 더 가까운 데서 찍은 이 사진이 더 좋다.



석굴암에 들어서며 보는 왼쪽 관음봉과 오른쪽 오봉의 막내인 5봉 



석굴암 소나무가 참 멋지다.

본 줄기가 왼쪽으로 휘며 자라자 가지가 중심을 잡으려는 듯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햇볕을 고루 받는 느낌이다.

정이품송처럼 곧게 자란 소나무도 멋지지만, 이렇게 방향을 바꾸니 더 멋진 모습이다. 



석굴암을 보고 관음봉 오르는 길로 들어섰으나 스님들 산책로라고 생각해 바로 치고 올라갔으나 이내 길이 끊어진다.

관음봉으로 방향을 잡고 올라갔으나 워낙 경사가 높고 길이 험해 일행에게 무진장 고생을 시켰다.

그래도 끝까지 함께 해주신 세 분께 감사드리며, 또한 심심한 사과도 함께 드린다.


그런 고생 끝에 뵙게 된 관음상 



관음상이 석굴암이 아닌 오봉 쪽으로 돌아 앉아 '돌아앉은 부처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부처님의 손바닥처럼 넓은, 아니 부처님 품 안에 파고 든 솔담님 



관음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오봉 일대



관음봉 정상에 고인 물과 건너편 여성봉의 매치 




관음봉 정상에서 상장능선을 배경으로 




오봉산 정상



5봉이라 불리는 데, 보이는 건 네 개의 봉우리다.

잠시 후 5봉 전체를 찾기 위해 오봉능선으로 내려간다. 



늙고 싶지 않은 데, 어느새 눈가에 주름이 잡힌 장년이다. 



앞쪽 오봉산 정상 뒤로 도봉산 정상의 주요 봉우리가 다 보인다. 



오봉 정상에서 바라보면 5봉과 3봉 사이에 숨은 4봉이 안 보여 전망대인 정상을 포함해 오봉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상은 전망대라는 걸 알리기 위해 오봉능선으로 함께 내려가는 데, 도솔님은 다 내려가지 않고 중간에서 기다린다.

갯버들님, 솔담님과 함께 5분 정도를 더 내려가 오봉을 완벽하게 잡는다.

맨 아래쪽 5봉과 3봉 사이에 살짝 숨어있는 4봉은 전망대에서 보이지 않으나 일부러 이렇게 내려와야만 볼 수 있다.   




오봉산 바로 앞에 있는 지능선을 따라 내려가며 도봉산 주능선을 조망한다. 

주난 3.1절에 저 능선에 핀 눈꽃 비경지를 황홀하게 걸었던 기억이 있다. 

그날의 풍경 바로가기  http://blog.daum.net/honbul-/1192 





오봉산 지능선은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코스다.

고즈넉하니 걷는 길엔 낙엽이 깔려 부드럽고 또는 거칠고 험하게 내려가야 하는 구간이다.

워낙 오지다 보니 길은 가끔 끊기고 이어지길 반복한다.

트랭글 등산지도로 확인해보니 지능선 입구부터 송추계곡 등산로까지 1.8km를 내려가는 데, 한 시간 15분 걸렸으니 쉽지 않은 길이다.

워낙 숲이 우거져 사진으로 남길 만한 장소가 별로 없다. 



 

지난 동계올림픽 때 세계적인 유형어를 만들었던 "영미야~" 유행어를 만들었던 컬링경기의 컬링스톤처럼 보인다. 



그제 내린 비로 폭포가 제법 그럴싸하다. 




오봉 안내판 사진으로 앞서 말한 5봉이 맞는지 확인한다. 



대략 아홉 시간 정도로 예상했던 산행이 2봉과 9봉을 오르내리고,

관음봉에서 보낸 시간과 오봉을 확인하겠다고 오봉능선까지 내려가며 시간을 할애하여 11시간을 넘겼다.

뒤풀이 장소인 송추가마골까지 이동해 트랭글을 끄는 바람에 15.7km나 걸린 제법 긴 산행이었다.


3주 만에 산행에 나선 갯버들님이야 무난히 산행할 수 있겠지만, 네 달 만에 처음으로 산행에 나선 솔담님은 좀 힘들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산 상장능선에서 우이령고개로 내려간 다음 다시 도봉산으로 올랐으니 하루에 두 산을 탄 셈이다.

석굴암에서 잠깐 길을 잘못 들어 거친 산을 알바했음에도 싫은 내색 없이 함께 해주신 세 분께 감사드린다.

특히, 새벽에 도착해 근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신 갯버들님도 북한산의 매력에 빠지셨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을 기록으로 남기니 오랜 세월이 흘러도 언제든 반추하며 회상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