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족두리봉-향로봉-문수봉-의상능선

by 즐풍 2019. 6. 12.

 

 

 

산행일자 2015.12.25.금 09:45-17:56(8시간10분 산행, 12.5km)    날씨: 맑음

 

 

등산화 몇 켤레가 있다. 그중엔 북한산이나 관악산처럼 암벽구간을 다닐 욕심으로 구입한 5.10은 거의 사용하

지 않아 방치되고 있다. 웬만한 바위는 지금 신고 있는 캠프라인 애니스톰으로 커버되기 때문이다.

마무트 등산화는 너무 딱딱해 무릎통증이 생기는 바람에 밑창을 갈았지만 여전히 불편한 느낌이다. 하여 쿠션

좋은 눈길에서 가끔 사용한다.  캠프라인과 송림제화는 그동안 얼마 사용하지도 않은 거 같은 데, 밑창이 많이

닳아 경사진 길에선 모래만 조금 깔렸어도 넘어질듯 미끄럽다. 하지만, 밑창 빼고는 아직 상태가 양호해 이 두

등산화는 밑창을 갈아 신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엊그제 어느 산악회에서 27명이 덕유산 산행을 나섰다가 갑작스런 폭설로 길을 잃어 조난을 당했다. 이 과정

에서 50대 여자 한 명이 저체온으로 사망하고 탈진자도 속출하는 사고가 있었다. 구조에 나선 젊은 소방대원

도 탈진했을 정도니 눈길을 헤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이미 여러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심설산행이나 혹한산행을 무수히 다니면서 웬만한 겨울 등산용품은 대부분 구입했다. 하지만 덕유산

사례처럼 갑작스런 폭설로 조난당한다면 보온유지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휴대가 간편한 은박 보온담요를 

구입하려고 시에라 일산점에 들렸다.

매장에선 이 제품은 취급하지 않으니 북한산성 입구에 있는 등산용품 매점에 가보라며 안내한다.

 

매장에 들린 김에 등산화를 살펴보니 평소 갖고 싶었던 잠발란등산화가 보인다. 워낙 고가라 별로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연도가 이월되는 시점이라 40% 할인을 한다. 내 것만 사자니 몇 달 전부터 등산화를 사겠다고 매장

에서 함께 구경하며 맘에 들어하던 잠발린의 할인상품 재고가 없어 지금껏 미룬 목우가 생각났다.

목우 등산화를 사며 내꺼까지 산다면 미안한 마음을 면하겠다 싶어 원하는 치수를 전화로 물어보고 함께 구입 

했다. 기껏 1만원도 안 되는 은박지를 사러갔다가 수십 배도 넘는 등산화를 덜컥 사버렸으니 출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 등산에서 제일 중요한 걸 꼽으라면 등산화다. 서너 시간 걸리는 단거리야 운동화로도 산행할 수 있겠지만,

예닐곱 시간 이상 걸리는 장거리 등산이라면 등산화가 편해야 한다. 그런 장거리 산행이라면 하이컷인 중등산

화가 제격이다. 발목 위 종아리까지 잡아주면 접질러도 안정감이 있으나 무게감으로 피로도가 쌓일 수 있다.

산행할 때 단거리냐 장거리냐, 흙산이냐 바위산이냐에 따라 등산화 선택도 중요하기에 서너 켤레 있으면 그에

맞게 착용하면 좋다.

 

매장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신어주면 발에 맞게 자리가 잡힌다기에 며칠 사무실에 신고다녔다. 하루종일 사무실

에 앉아있으니 별로 걸을 일도 없어 점심 때 잠깐 나간다든지 출퇴근 길에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했다.

드디어 오늘은 중장거리 산행에 나선다. 코스는 불광역 인근 대호아파트에서 족두리봉으로 올라가 비봉능선,

문수봉을 거쳐 의상능선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북한산은 가파른 암릉구간도 많으니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지

오늘 제대로 확인해본다.

 

 

등산코스  

 

 

불광역에서 대호아파트까지 제법 멀다. 길이 익숙하지 않아 두번 잘못들어 겨우 들머리를 찾아 오른다.

이 코스는 북한산 종주에서 의상능선으로 하산하지 않으면 족두리봉을 거치는 마지막 구간에 해당한다.

 

요즘들어 보기 드물게 날이 맑아 조망이 시원하다. 올겨울은 날씨도 따듯해 족두리봉에도 산객이 많다.

 

족두리봉에서 조망하는 향로봉 일대

 

향로봉으로 가며 보는 족두리봉은 뾰족해 보여도 정상은 제법 넓어 여유 공간이 많다.

 

향로봉으로 바로 치고 올라가지 않고 탕춘대성으로 가는 이 길은 시골 고향길 가는 정겨움이 있어 자주 이용한다.

혹자는 바위길이 아름다워 차마고도란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이 바위만 돌면 탕춘대성 마지막 구간과 만난다.

해가 보일 거 같아 눈으로 보지 않고 적당한 위치에 놓고 두 번을 찍었는데 다행히 태양이 잘 잡혀 멋진 사진이 된다.

 

좀 전의 바위로 돌아오니 부자가 함께 산행하며 잠시 말동무가 된 모습이 보기 좋다.

 

탕춘대능선 마지막 구간의 바위에서 잡은 향로봉, 옆에서 보면 긴 능선이지만 정면에서 보니 마지막 구간이 날카롭게 끊어져 시원해 보인다.

 

향로봉을 옆에서 치고 올라왔다. 좀 전에 본 향로봉의 마지막 구간의 암봉은 의외로 위가 평평한 모습이다.

 

향로봉 중간 부분의 암봉

 

소나무가 예쁘진 않으나 주위 바위와 잘 어울려 잡아본다.

 

향로봉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저 암봉을 오르내리기가 위험해 출입금지 구역으로 묶였다.

하지만 요령만 알면 크게 어렵지 않다. 그래도 오갈 땐 늘 조심해야 한다.

 

좀 전에 바라본 암봉에 올라와 다시 지나온 암봉을 잡아본다.

 

향로봉 구간은 저곳부터 금지구역에 속한다. 왼쪽으로 기자촌으로 오가는 길목이 보인다.  

 

기자촌으로 오가는 구간의 마지막 지점

 

비봉과 잉어바위

 

좀 전에 본 비봉의 반대편에서 다시 보는 비봉

 

사모바위에 올라가 가까이서 잡아보겠다는 등산객의 모습을 멀리서 담아본다. 사모바위를 지날 때면 늘 이곳에서 찍어본다.

 

승가봉 지나 통천문으로 들어간다.

 

가까워진 의산능선의 마지막 구간인 문수봉, 이곳에선 연화봉을 거쳐 문수봉으로 오르겠지만,

오늘처럼 맑은날 건너편 보현보ㅇ을 보기위해  연화봉 아래에서 바로 보현ㅇ으로 질러간다.

가는 길이 없어 나무가지 사이를 뚫고 바위를 만나면 위험을 무릅쓰고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어렵게 길을 잡았다.

 

건너편 능선에 겨우 올라와 보는 연화봉은 전혀 새로운 모습이다. 뒤로 보이는 문수봉과 전망바위를 위성처럼

거느린 모습은 문수봉에서 발 아래 두고 보았던 연화봉과는 딴판이다. 연화봉 오를 때 철봉을 잡고 오르며 보던

모습과도 상당히 다른 시원한 모습이 보기 좋다. 이 장소가 아니면 저런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늘 보아도 숫사자 머리 위에서 보는 모습이 보현ㅇ봉의 멋진 모습을 가장 잘 잡아낼 수 있다.

태초에 있었다던 대홍수 때 "노아의 방주"가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당당하고 거대하다.

이 모습 하나를 보기 위해 근 한 시간 동안을 무인지경의 나무를 헤치고 바위를 오르며 저 멋진 모습을 바라보니 감개무량하다.

 

식빵바위

 

보현ㅇ봉은 형제봉을 거쳐 거너편 북악산까지 길게 뿌리내린다. 한칸 건너 인왕산이 보이고 멀리 남산타워도 어렴풋이 잡힌다.

 

정작 보현ㅇ봉 정상에 올라와보면 뭐 별거 아니라지만, 사자머리나 문수봉에서 보는 모습은 장관이다.

 

연화봉과 문수봉이 포근하게 감싼 문수사, 좀전에 보았던 모습과 달리 이곳에선 넉넉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보여준다.

 

 

 

왼쪽 대남문 뒤로 북한산의 최고봉인 백운대를 위시해 노적봉과 만경봉, 용암봉이 날카롭게 보인다.

앞쪽엔 암봉이 너무 많아 별다른 이름도 받지 못한 암봉이 시위하듯 고개를 내밀고 있다. 녀석도 멋지다.

 

돼지머리바위라는데....

 

좀 전에 지나온 암봉을 보기위해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해 이 대남문에서 바로 북한산성계곡으로 하산하고 싶다.

하지만 처음보터 의상능선을 염두에 두었기에 문수봉을 거쳐 의상능선으로 하산한다.

문수봉까지 오르면 하산길의 의상능선은 몇 번의 오르내림이야 있겠지만, 그래도 하산길이니 어렵지 않겠단 생각때문이다.

 

문수봉의 전망바위를 끝으로 본격적인 하산길에 접어든다.

 

대남문 구간부터 문수봉을 거쳐 의상능선 증취봉으로 오르는 안부까지 성벽을 보수공사하고 있다.

북한산성도 남한산성처럼 보수와 정비를 끝내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할 생각인가?

보수가 잘 끝나 새롭지만, 고증을 바탕으로 복원하여 원래의 모습에 충실한 성벽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겨울이라 햇볕이 약해 서산쪽으로 해가 기울자 미세먼지까지 더해 선명하지 않다.

 

건너편 백운대 일원

 

증취봉

 

용출봉과 용혈봉

 

용혈봉에서 보는 용출봉

 

이번엔 용출봉에서 바라보는 용혈봉은 석양의 햇빛이라 포근한 느낌이 묻어난다.  

 

오늘의 마지막 구간이 의상봉과 건너편 원효봉의 둥글둥글한 모습이 마지막 구간에 대한 체력부담을 줄여준다.

 

겨울해가 짧다. 아직 의상봉도 다 오르지 않았는데, 벌써 해는 겨우 한뼘 남겨놓았으니 하산길을 서둘러야 한다.

 

의상봉에서 5-6분 내려온 곳에 토끼봉이 있다. 저 뒤로 태양은 빛도 잃은 채 내일을 기약하며 지고 있다.

여기서 다시 5분 정도 내려왔을 때 이미 해가 졌는데, 네 명의 젊은이들이 올라온다. 맨 앞에 올라오는 젊은 친구에게

지금 해가 졌으니 20여분 후면 컴컴해지니 바로 내려가야 한다고 알려준다. 지들끼리 의논해보고 결정한다더니

내려오는 소리가 안 들린다. 의상봉 넘어 국녕사로 내려가는 길을 알려주긴 했지만, 겨울 산행에 초행길이라 불안하다.

 

처음 신은 잠발란 등산화의 착용감은 좋다. 전부 가죽이라 뻣뻣해 발이 불편할지 모른다는 우려감도 없다.

서양 등산화의 특징이 발볼이 좁아 발이 조이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딱 맞다. 내 발이 두툼하지

않아 좀 큰 걸로 구입해 바닥에 깔창을 하나 더 깔았더니 양말을 두겹 신었음에도 불구하고 크지 않다.

국산은 대체로 한국인이 발 볼이 넓은 걸 감안해 볼이 넓게 나오기 때문에 조금 크면 발니 노는데, 그런게 전혀 없다.

바위에서의 릿지기능은 5.10엔 미치지 못하고, 캠프라인에 조금 떨어지지만, 일반등산화보다는 잘 잡아준다.

아쉬운건, 길 없이 이곳저곳 누비고 다녔더니 첫날부터 여기저기 흠집이 좀 생겼다.

내가 가진 등산화 모두가 성한 곳이 없으니 잠발란이라고 사정 봐줄리 없다.

이런 식으로 산행한다면, 밑창을 갈 때 즈음이면 상처 투성이겠다.

오늘 겨우 하루 착용하고 좋다 나쁘다를 단정짓기엔 이르지만 전체적인 느낌이나 만족도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