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직장이 서울인 큰애를 풍산역까지 태워주며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전무님이 전직원을 모이게 한 후 회장님의 축하화환을 전달하신다.
오늘로 우리 직장에 입사한 지 30주년이 되는 것을 축하하는 것이다. 1985년 12월 10일 입사
했으니 벌써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다. 요즘은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니 자고나면 건물 하
나씩 들어서고, 도로가 생기고, 다리가 놓이니 변화도 초 스피드라 세상은 1년 만에도 천지
개벽할 만큼 급변한다.
이런 시대에 한 직장에 30년을 근무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명퇴제도가 있으니 하기 싫으면
오늘이라도 당장 명퇴 신청을 하던지 그만둘 수도 있다. 그래도 아직은 나이도 있고 자식들
결혼도 안 시켰으니 더 다녀야 한다.
더 중요한 건 노후관리다. 정년퇴직을 하고도 평균 30년은 더 살아가자면 가진 것 없이 연금
으로 버텨야 하니 퇴직할 때까지 연년이 연금을 더 쌓아야 한다. 퇴직하면 그 연금조차 소득
세를 내고 공과금에 경조사비까지 지급해야 하니 연금 두세 달치는 그렇게 허공으로 사라질
테니 아끼고 쪼개 써야한다. 그러니 퇴직하는 순간 시베리아 벌판에 선 느낌이겠다.
본부에서 온 화환
직장인이야 어제나 오늘, 내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업무만 해도 정해진 일정에 따라 늘
순환되는 업무라 경력이 쌓일수록 노하우도 늘어난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다양해짐
에 따라 생산되는 여러 사례도 덩달아 복잡해지고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러니 실무사례나 업무메뉴얼도 점점 두꺼워져 검색기를 활용해 일처리를 해야 한다.
게다가 조직성과 관리도 해야 하고, 끊임없이 올라오는 결재처리도 해야한다.
일상적인 업무니 힘들건 없겠지만, 그간 폭발적인 업무증가와 데이터 급증으로 전산업무가
두세 번 판을 흔들만큼 크게 바뀌었다. 그때마다 적응기간까지 힘들 때도 있었다.
모두가 겪는 시련 중 하나다.
입사 당시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격세지감이다. 전산이 일견 편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담당의
재량을 한순간에 회수해버렸다. 어느새 인간미는 사라지고 전산의 노예가 되어 미결업무 없
애기에 진력하지만 하루에 수십 개씩 새로 올라온다.
흡사 전쟁터 같다. 소총이 아니라 다연발 총을 자동에 놓고 긁어대는 즉시 새로운 업무가 쏟아
진다. 모두가 비명이다. 누구는 카톡 프로필에 "일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푸념아닌 푸념
을 올리기도 한다. 그나마 이제 연륜이 차 결재만 하면 된다지만, 세월이 갈수록 전산의 꼭두
각시놀음을 하는 느낌이다. 더 좋은 세상이 오기는 하는 걸까?
이 모든 것을 떠나 한 끼라도 안 먹으면 죽는 줄 아는 남편을 위해 출근 시간을 아껴가며 끼니
마다 공양 바치는 걸 행복으로 알던 아내도 이제 흰머리 더 늘고 주름살 깊어진다.
그 은공을 어찌 갚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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