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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등등/생활 속 발견

블로그 작성 쉽지 않네

by 즐풍 2017. 5. 4.

관악산 연주대

 


2009년 하반기부터 산행을 시작한 이후 2년 후 2011년 6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산행 블로그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산행 때마다 산행 후기를 작성했으니 제법 생산된 양도 많다. 그동안 쌓인 북한산 산행기만 해도 150개가 훌쩍

넘다 보니 대부분은 다녀온 데 또 다녀오다 보니 늘 그 얘기가 그 얘기다.

몇 번을 동일한 장소에 간다고 해도 날짜와 시간이 다르고 계절도 다르니 다른 느낌이 들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산행도 주말 시간을 보내는 느낌인 데다 타성에 빠지기에 색다른 느낌이 퇴색한다.

 

금오산 도선굴

 


 

생면부지의 명산이나 무척이나 가고 싶었던 산은 여기저기 정보를 수집하며 산행 거리나 난이도, 산행시간, 눈여겨

볼 코스 등에 대하여 알아본다. 이때가 되면 눈은 반짝거리고 정보를 수집하며 이미 내 마음은 그곳에 가 있다.

가장 좋은 정보는 아무래도 전문기자가 쓴 월간지나 일간지의 산행기다. 월간지로는 '월간 산'이나 '이 마운틴'을 주

로 이용했고, 일간지는 국제신문의 '근교산&그너머'를 읽었던 기억이 있다. 월간지는 전국을 커버하지만 일간지인

국제신문은 부산에 적(籍)을 둔 신문사다 보니 아무래도 산행기 대부분은 남부지역에 국한되어 내용이 좋다해도

영호남권 산을 산행할 기회가 별로 없는 아쉬움이 있다. 이 외에도 개인 블로그나 오케이몰의 산행 후기도 자주 들

여다본다.

 

도봉산 y계곡

 

 

블로그를 작성할 때마다 끙끙거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이런 월간지나 일간지가 펼치는 유장한 산행기가 부럽기만

하다. 그들은 몇 개의 핵심적인 사진에 산행기가 대부분이지만 난 글이 안 되다 보니 사진이 대부분이다.

여러 산행기를 읽어본다. 우리 직장 내부망에 올라온 몇몇 산행기를 보면 그들은 몇 년이 지나도 늘 같은 틀이다.

자신의 한계에 갇혀있다.

나 또한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별반 변한 게 없으니 내가 만든 틀 안에 묶여있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산 백운대

 

 

재미있게 써보려고 해도 그동안 사무실에서 수없이 작성했던 보고서의 틀을 깨기가 쉽지 않다. 30년을 길들여진

사실관계에 대한 무미건조한 판단들은 퇴직한다 해도 여전히 내 가슴과 뇌리에 남아있을 테니 환골탈태는 어렵지

않을까.

요즘 학생들은 그래도 논술이 있어 어려서부터 글쓰기 훈련이라도 받지만, 우리 세대는 방학숙제로 나간 일기 쓰기

마저도 개학 전날 몰아 쓰던 시절이었으니 작문능력과 연결되진 않는다.

 

내장산 내장사 입구


 

어떻게 써야 할까?

쉽고 간결한 게 가장 좋아 보이지만 쓰다 보면 부족해 보여 덧쓰다 보니 애초 의도와 다른 방향일 때도 있다.

역경(계사상전)에 이르길 書不盡言 言不盡意, "글로는 말을 다하지 못하고, 말로는 뜻을 다하지 못한다."고 했다.

내 맘에 있는 느낌을 글이나 말로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단 말이니 옛사람의 고민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연과 명산이 주는 즐거움을 어떻게 표현할까? 글이 짧은 나로선 늘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