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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등등/생활 속 발견

화재날뻔 한 아내 생일날

by 즐풍 2015. 2. 7.

 

오전에 6촌 형의 전화를 받는다. 오리골 아저씨가 어제 외양간 지붕을 고치러 올라가셨다가 떨어져 돌아가셨다고 한다.

문상갈 일이 바쁜데 아내 회사마저 덩달아 바빠 오후 여섯 시면 퇴근한다던 아내가 여덟 시가 넘어서야 퇴근했다. 부리

나케 달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밤 10시 20분이다.

 

문상을 끝내고 친인척 친지분들을 만나뵙고 느즈막히 장례식장에 마련된 별실의 잠자리에 들었으나 외풍이 쎈데다 방

다닥은 벽에서 1m 정도까지는 보일러 배관이 지나가지 않아서 냉골인데 배관이 지나가는 바닥만 따듯하다. 코로 들어

오는 공기는 차갑고 배관이 반만 지나가는 등은 반은 따듯하고 반은 차가워 아내쪽으로 쭉 밀어 따듯한 배관쪽으로 등

을 대고 잠을 잔다.

 

여동생과 매부 등 네 명이 한 방에서 같이 잠을 청해 보지만 낯선 잠자리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데 새벽녘엔 코고

는 소리에 또 잠을 깬다. 짧은 밤 숙면도 못 취한 체 이리저리 뒤척이는데 새벽 4:50에 아침 제사를 드린다고 잠을 깨운

다. 봉평 선산인 장지로 떠날 때 마지막으로 집에 들린다고 가보니 외양간 슬레이트 중 일부는 채광을 위해 프라스틱슬

레이트를 덮었는데 몇 년 지난 플라스틱 지붕이 삭은 걸 모르고 밟으셔서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지셔 뇌진탕으로 사망

하신 거였다. 이제 향년 일흔아홉이시니 사고만 아니라면 10년 정도는 더 사셨을 텐데 아쉽고 슬프다. 사람이 살고 죽

는게 한 순간이다.

 

아저씨는 생전에 원하시던 대로 3년 전에 돌아가신 큰아저씨옆에 자리를 잡으셨다. 굴삭기를 동원해 산소를 만드는데

흙이 부드럽고 배수가 잘되는 토양이라 누구라도 욕심이 날만큼 좋은 흙이다. 굴삭기를 동원하고 전문가들이 작업을

해도 의외로 꼼꼼하여 제법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 시간을 강원도의 추운 산골에서 서 있었더니 많이 춥고 피곤하다.

귀로에 서울 동생집에 들려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오니 밤 11시가 넘었다. 간단하게 씻고 잠자리에 들어 모처럼 숙면을

취한다.

 

 

오늘은 막내딸과 아내 생일이다. 아내 회사가 바쁘다 보니 오늘도 출근하면서 미역국 끓이는 중이므로 한 시간 후인 여

덟시 반에 가스불을 끄라며 집을 나선다. 비몽사몽간에 그러마 하고 대답을 했으나 이내 잠에 빠지고 만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잔데다가 장지에서 벌벌 떨며 추위와 싸우고 장거리 운전에 피로가 많이도 쌓였던 모양이다.

 

얼마큼 지났을까? 잠을 깨면서 퍼뜩 아내가 불을 끄라는 말이 생각나 벌떡 일어나 안방문을 열었을 땐 거실은 온통 검은

연기로 가득찼다. 주방으로 달려가니 국그릇에선 시커먼 연기를 연신 토해내고 있다. 얼릉 불을 끄고 그릇에 물을 부은

다음 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큰애방에 가니 녀석은 거실문을 열어놓아 연기가 조금 들어갔지만 천장에만 몰려있다. 

혹시 하는 생각에 국그릇이 타 연기가 많아 창문을 열겠다고 하니 알았다고 한다. 다행히 의식엔 큰 문제가 없어보이고

작은앤 다행히 문을 닫고 자 별 탈이 없다. 일어난 때가 9:40이니 두 시간 넘게 국이 끓어 쫄다 못해 타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부터 이런 소란 끝에  벌써 하루가 저물어 간다.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뻔 한 끔직한 시간이 지나갔다. 더군다

나 아내와 작은애의 생일날 일어난 소동이다. 이 작은 소동이 우리 집안의 평생 악운을 액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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