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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등등/생활 속 발견

강릉에서 만난 동기모임

by 즐풍 2014. 1. 19.

 

 

 

2014.1.10금 ~ 1.11.토  강릉 동기모임

 

지난 가을에 이어 두 번째 동기 모임이다. 당초 연말 모임 얘기가 나왔으나 연말엔 다들 일정이 바쁘니 연초에 만나기로 한 날이 바로 오늘이다.

어제 인천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인 강릉 강문동 소라회집에 도착했을 땐 약속시간보다 5분여 빠른 시간에 도착했다. 카풀로 오는 팀

중에 정 형님에 전화하니 안 받길래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니 원주톨게이트에서 정 형과 만나 카풀을 하기로 했으나 재미있게 얘기하다보니 깜빡

잊고 지나쳐 부득이하게 두 대의 차량으로 온다고 한다. 아무리 재미있기로서니 깜빡 지나치다니 좀 심했다. 한 시간을 더 기다린 끝에 두 팀이

거의 동시에 도착하여 그 일을 두고 잠깐 웃을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40여분 경포대호수를 산책 후 서포트 받은 숙소인 라카이콘도에 도착하니 방 두 개에 한 칸은 퀸사이즈 침대가 있고 방도 제법 크고

청결한 게 마음에 든다. 모처럼 만나 두 팀은 바둑을 두고 어찌하여 고돌이까지 치지만 고돌이엔 흥미를 느끼지 못해 한 판으로 판이 깨지고 만다.

한 팀은 여전히 바둑을 두며 우리는 환담을 나눈다는 게 새벽 두 시 반을 지나자 강릉팀 두 명은 집에서 자고 온다고 나가고 남은 다섯 명은 세 시

반을 지나서야 겨우 잠을 청해본다.

 

만 28년만에 다시 만났으니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기엔 시간이 부족하기에 날을 새자고 했지만 내일 일정을 마치고 귀로에 접어들자면 졸음운전

에 더하여 오전에 두어 시간 좀 더 되는 트레킹으로 방전된 체력과 싸워야 하기에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기로 한다. 젊어보이지만 정초라고 한 살

더 먹은 엄 세무사님은 하남과 포천을 들려 연천까지 가야하니 다섯 시간 이상되는 긴 여로가 될테고, 정 형님도 인천 집에 가는 길에 내 차가 있

는 사무실까지 태워주기로 하니 또한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귀로는 또 그때의 일이고 당장은  지난 세월의 추억을 하나둘씩 쏟아낸다.

 

포천의 신 형은 초임시절 전후의 직원 이름이나 사업자 이름까지도 술술 꺼내니 동안으로 보이는 비결 못지않은 기억력의 비상함에 다들 놀란다.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결코 치매 걱정은 없어 보이니 처세와 더둘어 이 또한 그의 복이라 믿는다. 강릉의 최 형은 이번 일정을 빈틈 없이 짜고 트

레킹에 필요한 행동양식까지 꼼꼼히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쉽지 않은 일정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소화해냈으니 완벽하다. 게다가 수지침

에도 일가견이 있어 직장내 동호회 회장으로 직원들의 건강증진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하니 직장내 신망도 두텁다.

 

정 형은 포대화상을 연상시키는 외모에 약초채집과 명리학이나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아 벌써 이 세계에 빠져든 게 꽤 오래 전의 일이니 풍기는

외모도 완전히 도사풍이다. 어떤 모임을 통해 몇 년동안 지방으로 역사적 유명인들의 묘지를 둘러보며 풍수지리를 연구하기도 하고, 평생교육원

을 통한 산간오지의 약초채집, 명리학을 터득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기행도 서슴치 않는다. 하여 본청장의 자리배치까지 보고 왔다니 청에서

도 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나보다. 나 또한 주역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으나 심오한 동양사상이라 쉽지 않은 일이다. 가까이 이런 사람

들과 교우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롭고 신기하다.

 

전부 다 개성이 뚜렷하고 관심분야가 다르니 바라보는 것만으로 흥미롭다. 나머지 인원은 다음에 평가하기로 하고 다시 모임을 더듬어 본다.

두어 시간 잠결은 여섯 시에 맞춘 알람 설정에 깨어 샤워장으로 내려갔으나 7시부터 영업을 한다기에 한 시간을 더 잘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땐 벌써 해가 한참이나 떠오른 상태라 더 이상 의미없는 일출이 돼버렸다. 초당순두부집에선 어젯밤

두시 반에 집에서 자고 오겠다며 집 나간 동기 두 분이 올 때까지 한 시간 넘게 기다리며 지난 추억을 꺼내본다. 근무처가 같았던 동기들은 공

유되는 면이 있고 떨어져 근무했던 동기들에겐 남 얘기가 된다. 그래도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들여다 볼 수 있기에 흥미로운 대화가 계속

된다.

 

마지막 일정으로 꽤 오래 전 북한군 잠수함 침투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안인진해안을 따라 형성된 뒷산인 안보등산로를 걷는 트레킹

시간을 가졌다. 멀리 전동진과 썬크루즈가 박무에 가려 신기루처럼 아스라이 보이고 발아래 동해바다가 푸르게 넘실댄다. 산은 높지 않고

코스는 어렵지 않으나 응달길엔  눈이 얼어 미끄러운 데도 있어 한두 명 엉덩방아를 찧기도 해 웃음을 선사한다. 두어 시간 남짓한 코스는

어렵지 않고 바다 조망이 좋아 하산길엔 많은 산악회에서 올라오는 회원들에게 길을 비켜주기도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매년 3월 첫째 주 토요일에 정기모임을 갖기로 하고 필요에 따라 만나기로 했으나 부정기모임은 경조사가 있어야 가능해 보인다. 강릉과 인

천, 연천, 분당, 일산 등 거리가 멀어 맘만 공유할 뿐 각자 생활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또 그렇게 흘러 갈 것이다.

 

 

 밤을 새워 회포를 풀어야 할 라카이콘도

 괘방산 등명낙가사에서 안보등산로 탐방을 시작한다

 

 멀리 정동진과 썬크루즈가 보이지만 오늘따라 미세먼지 농도가 3배 정도 높아 먼 거리가 아님에도 조망이 시원치 않은 아쉬움이 있다

 

 

 

 

 과객에서 마지막 점심 식사를 한다. 한정식 메뉴로 깔끔한 상차림에 강릉 고택에서 느끼는 이 고장의 음식문화를 새롭게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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