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2015.11.14.토 09:58-14:50(4시간 52분 산행) 날씨: 안개 심하고 이슬비 내림
모처럼 아내와 함께 한라산 등산을 하겠다고 카페산악회를 이용해 제주에 들어섰다.
지난 주 일기예보엔 오늘 오전에 비가 예보되었으나 어제 검색했을 때 오전에 흐린 걸로 예보되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침 일곱시에 뜬다던 비행기는 연방되어 여덟시 반이 넘어서야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제주에 늦게 도착한데다 비가 내려 한라산은 내일 가고, 대신 영실에서 윗세오름을 거쳐 어리목으로 하산한다고 한다.
진달래대피소까지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까지는 도저히 못 가나보다.
참 잘된 일이다.
모처럼 제주 한라산에 왔는데 이렇게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안개속이라면 굳이 갈 이유도 없다.
내일 가기로 한 올레 7코스는 두 번이나 보았으니 윗세오름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영실 주차장에 도착해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니 그동안 산에서 먹을 도시락 배정이 있었는데 겨우 하나 남았다.
맞게 가져왔다는 도시락을 어느 놈이 두 개를 챙기는 바람에 하나가 부족하다.
대장이 자기 것을 준다고 했우나 다행히 어제 미리 떡을 준비한 게 있어 그걸로 점심이 충분히 된다고 생각해 사양했다.
이런데서 남의 도시락까지 훔쳐가는 놈의 심뽀로 산행 첫발부터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산행기점인 영실탐방지원센터는 해발 1,024m다. 1천m를 거저 먹고 들어가는 산행이다.
저 암봉과 보지 못하는 조망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제주의 변화무쌍한 날씨 앞에 비경은 다 놓치지만, 이런 날씨마저 즐겨야 하지 않을까.
이곳 어디쯤에서 보면 오름풍경이 기가 막히다는 안내판이 있다.
오름은 제주어로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화산체를 말한다. 제주에는 약 360여 개의 크고 작은 오름이 있다.
한라산국립공원엔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물장올을 포함해 약 46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날씨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6년 만에 찾은 제주의 첫날은 도시락 사건과 맞물려 영 개운치 않다.
이곳에도 안개에 가린 멋진 풍경이 반투명 유리창으로 보듯 흐리게 보인다.
구상나무와 조릿대, 그리고 억새가 반겨주는 영실 구간
한라산 선작지왓
이곳은 명승 제91호인 선작지왓이다.
한라산 고원에 있는 초원지대의 "작은 돌이 서있는 밭"이란 의미를 지닌 곳이다.
키 작은 관목류가 넓게 분포되어 있는 곳으로 다양한 식물들이 서식하는 고원습지로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안개로 이 또한 제대로 보지 못한채 아쉬움만 남기고 지나간다.
노루샘에 도착하니 12시 반이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나니 아주 잠깐 안개가 걷혀 사진 몇 장 얻는다.
해발 몇 m 지점인지 모르지만 수목한계선도 아닐 텐데, 큰 마무가 없는 초원의 형태를 보인다.
이곳도 한라산의 한 구간이긴 하나 산이란 느낌보다는 고원이란 느낌이 강하다.
다음에 제주에 온다면 한라산은 못가는 한이 있어도 이 어머니 품처럼 아늑한 영실 구간은 다시 와 봐야겠다.
여기도 선작지왓인가?
산도 아니고 작은 구릉이 나무라고 땅바닥을 기는 작은 관목이다. 대한민국 산이지만 다른 나라 느낌이다.
한라산 윗세오름휴게소를 끝으로 하산길이 시작된다.
저 암봉은 삼방산은 아니겠지만, 꼭 그런 느낌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 봉우리는 백록담이다.
한라산 남벽을 나무에 가리지 않고 보려고 가다보니 얼만큼 더 가야할지 몰라 결국엔 되돌아오고 만다.
내일 한라산 성판악으로 올라가며 하루종일 보는 조릿대를 오늘 산행 구간에도 끝없이 본다.
잡풀 대신 조릿대가 한라산을 꽉 잡고 있는 특이한 풍경에 매료된다.
그놈의 안개라니 꼭 꿈속을 걷는 느낌이다.
제주 여행을 한다면 어디로 무엇을 찾아가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겠다.
이번 여행은 산악회를 따라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이지만,
이왕 제주에 간다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제7권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을 참고하는 게 좋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권을 참고한다면, 열흘 갖고도 시간이 부족할테니 안 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이곳 영실구간도「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권에서 추천하는 코스 중 하나다.
드디어 네 시간 52분 동안 11.3km를 걸어 영실에서 윗세오름을 거쳐 어리목으로 하산했다.
날씨만 좋다면 뭍에서는 보지 못할 여러 풍경을 사진에 담았을 텐데, 눈앞의 작은 풍경밖에 건지지 못했다.
노루샘에서 점심을 먹고 잠깐 안개가 물러난 틈에 색다른 풍경을 보는 행운도 있었지만 찰라에 불과한 아쉬움이다.
이것으로 첫날의 한라산 풍경을 남겨보며, 다음을 기약한다.
탐방을 끝내고 저녁식사 후 제주공항쪽 풍경을 더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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