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일자 2009.10.28.일 약 8시간 30분 산행 날씨: 맑음
업무지원팀에 있어 좋은 점 중 하나는 가고 싶은 교육을 골라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금공단에서 예상치 못한 연금관리자 교육이 문서로 접수되었는데, 설악산과 제주코스가 눈에 띈다.
인터넷 접수가 시작이 되자 기다릴 것도 없이 즉시 접속하여 부리나케 입력하고 보니 다행히 접수되었다.
2009.10.23.화요일부터 10.25.목요일까지 3일간 교육을 받고 금요일엔 연가를 내니 3일간 제주 여행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아내는 기회다 싶었는지 금요일 첫 비행기에 애들을 대동하고 제주로 내려와 일요일까지 제주여행에 합류하게 된다.
이틀동안 렌터카를 이용하여 제주 곳곳을 누볐다.
마지막 날인 오늘, 한라산을 등산으로 제주여행을 마무리할 생각에 차량을 몰고 들머리인 관음사 내달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겠다싶던 유량계가 관음사코스 중턱을 오르자 벌써 주유 경고등이 깜박거리자 불안해 견딜 수 없다.
휘발유 차량을 몰 때는 게이지 내려가는 게 보이질 않았는데 이놈의 LPG는 게이지가 뚝뚝 떨어지는 게 보인다.
LPG차량은 가격 싼 맛에 구입하겠지만, 연비도 나쁘고 LPG 충전소도 많지 않아 별 메리트도 없어 보인다.
그냥 관음사에 주차할까 말까 고민하다 앵꼬가 걱정되어 시내로 내려가 연료를 보충했을 땐 벌써 1시간의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한 뒤였다.
백록담 남벽
이왕 제주에 왔으면 한라산은 올라야 하지 않겠냔 아내의 제안에 따라 산행준비를 해왔다.
전에 무리하게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여파로 무릎이 나간 이후 무릎통증이 심해 등산은 자신이 없어 많은 고민을 했다.
무릎통증을 경험할 때마다 다시는 등산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때뿐이고 여전히 등산에 미련이 남는다.
이번엔 무릎충격을 줄이기 위해 등산화에 깔창을 두 개나 깔고 약 여덟시간에 걸친 한라산 대장정에 들어간다.
관음사코스는 경사가 심해 급하게 오를 수 없을 뿐 아니라 애들도 이렇게 긴 장거리 산행 경험이 없어 우보산행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큰 아이는 워낙 운동신경이 없는데다 약골이라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도 내륙의 산과는 다른 풍경이라 신기해 하며 산을 오른다.
한라산의 풍경은 여느 산과 사못 다른 모습이다.
현무암의 이질적이고 거친 형태, 내륙에선 볼 수 없는 나무들이라 이국적인 느낌이 강하다.
관음사에서 오르는 코스는 대체로 급경사라 쭉쭉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런만큼 힘이 든다.
설악산에서 내려오는 단풍이 한라산까지 물들이자면 아직 멀었다.
단풍은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이곳 한라산 기슭까지 불 붙자면 며칠 더 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산행이라 단풍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그저 즐겁기만 하다.
드디어 13:50에 백록담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국립공원 직원은 서둘러 내려가라고 아우성인데, 산악회에서 올라온 팀의 대장이 빨리 내려가자고 회원들을 들볶는 줄 알았다.
나중에 보니 일몰이 빨라 하산시간이 길어지면 위험하니 빨리 내려가란 뜻이었다.
우린 몇 장의 사진을 더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셔터 누루기에 여념이 없다.
거의 마지막이라 할만큼 나중에 하산하였지만, 정상에 머무른 시간은 고작 10여 분에 불과했다.
정상엔 바람이 심하다.
덧옷을 꺼내 입고 하산하는 데 멀리 흰구름이 산아래 깔려있는 게 신기했다.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도 관음사에서 등산을 시작할 때 벌써 600m는 먹고 시작하니 1,300여 m만 더 오르면 된다.
하산길인 성판악코스는 완만하여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들지만, 그게 도리어 무릎에 충격을 주지 않아 다소 편한 하산이 되었다.
덕분에 염려했던 무릎통증은 거의 느끼지 않고 여덟 시간 정도의 산행을 즐겼다.
어쩌다 관음사코스로 오르게 됐지만, 다음에도 한라산을 다시 타게 된다면 오늘과 같은 코스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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