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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한라산

휴가 중 두 번째 오른 한라산과 사라오름

by 즐풍 2020. 1. 19.












2019.09.15. 일  07:22~15:34(전체 거리 21.5km, 전체 시간 08:12, 평균 속도 2.5km/h)  맑으나 정상에 구름 많음




오늘이 제주 휴가 마지막이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다.

추석 연휴가 껴 연가 3일을 이용해 8일간의 긴 휴가를 알차게 보낸다

어제 딸아이와 우도를 돌며 한라산에 오르자고 하니 자신은 갈 생각 없으니 아빠나 다녀오란다.

녀석이 안 갈 줄 알면서도 농담 삼아 한 말이 도리어 내가 당한 셈이다.


가만히 생각하니 한라산을 더 오르는 것도 괜찮겠다싶어 그럼 나 혼자라고 가겠다고 했다.

숙소 인근에서 아침 먹고 지난 수요일 보다 한 시간 12분 늦게 출발한다.

목우가 없으니 내 산행 속도로 오르면 적어도 두 시간 이상 단축할 수 있어 산행 시작이 조금 늦어도 상관없다.

목우는 아이를 데리고 취향에 맞게 여행에 나설 것이다.



한라산 등산코스





관음사코스는 급경사라 대부분  산행이 쉬운 성판악서 등산하다보니 관음사지구 주차장은 텅비었다.

사진 안 잡힌 왼쪽에 몇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긴 하다.

이곳은 해발 581m인데 비해 성판악주차장 고도는 780m이으로 200m 고도를 높여야 한다.

산에서 200m 고도를 높이려면 제법 땀을 흘려야 할 거리라 부담이다.

성판악이 고도가 높은데다 등산로도 완만해 등산객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관음사코스를 이용하는 건 내려갈 때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용암지대를 지나기도 하고...




굴 비슷하게 보일 만큼 안쪽이 비었다.





지금은 계곡에 흐르는 물이 거의 없다. 










모노레일이 등산로를 지나다 보니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 위로 길을 냈다.





마른 계곡엔 콘크리드로 가로지르듯 암석이 지나갔다.

태초 이래 물이 지나가며 제법 높은 단차를 만들었다.




탐라계곡에 들어가는 사람을 감시할 목적인지 감시카메라가 보인다.





이렇게 늘씬하게 자라기도 쉽지않은 소나무 군락





아, 드디어 삼각봉을 만났다.

이제부터 한라산까지 고도가 가팔라지므로 제법 숨이 가쁘게 차 오를 것이다.










오늘도 꿀 채취가 용이하도록 침이 긴 특이한 벌을 만난다.





왼쪽 왕관봉과 오른쪽 삼각봉 뒤로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수증기가 꽉 들어찼다.

정상에 올라갈 때까지 저 구름이 사라져야 백록담 호수를 볼 텐데...




왕관봉이다.

저 봉우리 위에 헬기장과 쉬는 공간이 있으나 그늘이 없는 게 흠이다.










샘물을 받는 모양인데, 먹어도 될만큼 깨끗하겠다.





용진각 현수교





오른쪽 암봉 아래 삼각봉대피소가 있다.










위쪽엔 아직 구름이 안 벋겨졌으나 정상에 오를 때 즈음 안개가 물러나 백록담 호수를 보아야 하는데...




용진각 대피소 터에서 바라보는 병풍바위










왕관봉 위에서부터는 한라산 명물인 구상나무 군락지라 많은 구상나무를 볼 수 있다.





왕관봉까지 갈 생각으로 숲을 들어가 보지만, 인적이 드물어 길은 좁고 잡목이 우거져 가다가 되돌아 온다.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하는 구상나무 군락















저 바위를 따라 반 바퀴 왕관봉이 단애를 이루며 헬기장을 받치고 있다.










이 구상나무는 줄기가 중간에 잘려나간 것으로 보인다.

나뭇가지가 좀 질서 없이 자라는 느낌이다.










정상이 바로 코앞인데 안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 백록담을 볼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관음사로 오르다 처음 만나는 북벽으로 백록담 중 가장 낮은 곳이다.

이 북벽의 첫 입구를 장식한 바위도 안개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북쪽으로 치우친 백록담엔 지난 화요일 보다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많은 물이 남아 있다.

5일만에 한라산 정상에 생신 호수를 두 번이나 보는 행운을 얻었다.

이번 포스팅은 정상은 밟은 후 2주만에 작성하는 것으로 지난주 많은 비를 뿌린 "타파"가 지나갔을 때

TV에서 제주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호수가 생겼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난 그 전에 벌써 두 번이나 이런 백록담 호수를 봤는데, 뉴스는 2주일이나 늦은 셈이다.





한라산 동벽





용진각 대피소 터에서 바라보던 병풍바위 위쪽의 너른 평원





한라산은 구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다시 오기를 반복한다.

잠깐 사이에 반짝 보이던 백록담 호수도 어느새 안개에 갇히고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밀려오기를 반복한다.

다시 선명하게 나타난 북벽 건너편엔 아직 구름이 다 물러가지 않았다.





백록담을 한 바퀴 도는 목재 데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라산국립공원은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탐방예약제가 시범 운영될 예정이라니 앞으로 예약제가 정착될 것이다.

그러니 예약 없이 한라산을 즉흥적으로 오른다는 건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모두가 한라산을 보호할 목적이니 백록담을 둘러 목재데크를 만들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한라산 북벽을 따라 내려가는 제법 넓은 고원이 생긴 걸 볼 수 있다.

저기도 개방하면 좋을 텐데...





제주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구상나무가 절반 이상 고사목이 된 처절한 현장을 보고 있다.

기후변화로 생긴 현상이라는데, 평균 기온은 계속 상승하고 있어 이런 일은 더 자주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지구 멸망이 가속화되는 중이다.















드디어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 도착했다.

관음사에서 9.1km 지점으로 세 시간 58분 만이다.

내려가는 길은 오르는 길보다 쉽겠지만, 중간에 사라오름을 들리면 약 40여 분 이상 지체 될 것이다.

사라오름 또한 반드시 들려할 할 필수코스니 시간이 들더라도 보고 가자. 




5일 전에 비해 수량은 다소 줄었어도 이렇게 백록담 호수를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며칠 전 TV에 백록담 호수에 물이 담긴 걸 내보낼 때도 딱 이 정도의 수량이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한라산에 600mm의 비가 내렸다니 백록담도 제법 물이 잠겼을 테고

제주에서 제일 높은(50m) 엉또폭포도 잠깐 동안 제대로 된 폭포의 위용을 보여줄 것이다.

이렇게 비 온 뒤에만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제주 곳곳에 널려있다.



지난주 제법 많은 물인 고인 백록담 호수가 궁금하면  http://blog.daum.net/honbul-/1465



한라산 정상의 풍경





잠깐 동안 또 안개가 백록담을 서서히 장악하며 들어선다.

더 보고 즐기기 싶지만 이 안개가 벗겨질 때까지 기다리자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 그냥 하산한다.










하산하며 뒤돌아 본 정상 방향















정상인 고도 1,900m 지역은 수목한계선으로 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무가 아예 없는 것도 어떤 매력으로 다가온다.





잔디도 이젠 갈색으로 변하니 한라산에 단풍들 날도 그리 머지않다.

1~2주 뒤부터 한라산은 가을 맞이 단풍 산행으로 한동안 붐비겠다.










엉컹퀴는 아직도 이 숲을 수놓고 있으니 이곳의 명물인 셈이다.




















잎을 가진 작은 풀잎에 단풍이 들었다.

수목한계선 아래는 구상나무가 자리하고 있어 단풍과는 거리가 멀다.

구상나무 아래쪽에 단풍이 드는 활엽수가 시작되니 한라산 단풍을 보려면 아직 많이 기다려야겠다.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공간















사라오름에 들어서니 안개가 가로막는다.

정상 보다 아래쪽인 사라오름에 안개가 더 많으니 벗겨지기를 기다리다 해가 다 지겠다.





지난번 이 나무데크는 일부 물이 잠길만큼 수량이 풍부했는데 벌써 많이 빠졌다.

사라오름은 분지라 물이 빠져나갈 길은 없으나 구멍 송송한 현무암 암반이라 물이 쉽게 스며들겠다.















안개가 다 보여주지 않아 더 스산한 분위기가 호수와 잘 어울린다.




사라오름 전망대로 올라가니 백록담 보다 많지 않지만 여기도 까마귀 차지다.

빵으로 요기를 하는데, 까마귀가 배고파 달라는듯 쳐다본다.

혼자 먹기 미안해 까마귀 쪽에 여럿이 같이 먹으로라고 사각형으로 네 군데 빵을 놓았더니 한 마리가 잽싸게 다 먹는다.

그 놈이 나무데크 울타리에 앉아 입을 벌리니 옆에 있던 까마귀가 입속으로 부리를 넣어 빼 먹는다.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며 자식이 자라서 어버이의 은혜에 보답하는 효성을 이르는 말로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이 있다.

그 두 마리가 어미와 자식인지, 아니면 암수 사인지 몰라도 제법 애정있는 행각이다.

이번엔 못 먹은 까마귀를 향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빵 조각을 떼어 아예 던졌다.

잽싸게 날라 부리로 낚아채 먹는다.

예전에 강화도에서 석모도로 배 타고 들어갈 때 새우깡을 던지면 갈매기가 채어가던 광경 그대로다.

잠자리든 나비든 날아다니는 곤충도 잡아먹는 날짐승이고 보면 이런 건 일도 아니다.





물 속 수생식물





성판악으로 하산하며 입구를 지키는 공단직원에게 전에 뉴스에서 봤던 사라오름에서 무례하게 목욕했던 사람을 잡았냐고 물어봤다.

서귀포에 있는 ㄷㅂ오름산악회에서 사라오름을 오른 회원 중 두 명이 호수에 들어가 목욕하는 걸 보고

다른 회원이 안 나오면 동영상 찍어서 고밝하겠다고 하니 이들은 네가 뭐냐는듯 고발할테면 하라고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즉시 공단에 고발해 진달래꽃대피소에 있던 공단 직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그들은 사라오름을 벗어난 뒤였다.

공단에선 **오름산악회에 연락해 그들의 인적사항을 특정 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과태료라고 해봐야 고작 10만원인데, 이것도 납기내 납부하면 25%가 감면돼 75,000원에 불과하다.

한 때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이 사건은 다소 싱겁게 끝난 셈이다.

그래도 이런 행위로 그들에게 쏟아졌던 비난과 경각심을 생각하면 큰 교훈을 준 셈이다.










울창한 삼나무 숲






이렇게 5일 만에 한라산을 성판악과 관음사 양쪽에서 각각 오르는 종주 산행을 마쳤다.

두 번의 산행에서 일생에 한 번 보기도 힘든 백록담 정상에 잠긴 호수까지 보는 행운을 누렸으니 기막힌 행운이다.

앞으로도 더 오를 기회를 만들어 한라산이 주는 감동을 맛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