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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한라산

한라산 단풍 보겠다고 정상엔 등산객이 바글바글

by 즐풍 2020. 12. 16.

2020_77A

 

 

2020.10.31. (토) 07:27~17:07(전체 거리 22km, 9시간 40분 산행, 1시간 19분 휴식, 평속 2.5km/h) 맑음

 

 

어제 오후 늦게 제주에 도착하니 해가 진 후라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오늘 사실상 제주의 첫 번째 일정으로 한라산을 등정한다.

한라산은 그동안 여러 번 다녔어도 단풍 절정기에 다닌 적은 없다.

단풍 절정이 이미 2~3일 전에 지났어도 여전히 단풍이 좋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한라산으로 향한다.

 

일기 예보와 달리 하늘은 시커멓고, 성판악에 도착하기도 전에 도로 양쪽은 벌써 주차장으로 변했다.

불과 7시 10분인데 차량이 이렇게 많다는 건 단풍 산행을 위한 차량들이렸다.

경찰이 아침부터 차량 관리를 하는 가운데 서귀포 방면으로 주차하고 나니 차량들이 잇따라 주차한다.

다들 마지막 한라산 단풍을 보기 위해 일찍 도착하는 것이다.

 

막상 배낭을 꾸리는 데, 비가 올 듯 날씨가 꾸물거려 산행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한다.

그래도 성판악까지 왔으니 산행하자는 생각에 우비를 챙겨 배낭에 넣는다.

1~2km 정도 올라오니 본격적으로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단풍이 보이자 등산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사진 찍는다고 걸음이 늦어진다.

 

 

 

 

 

단풍은 1,000m 고지에 도착하기도 던에 사라지고 상록수가 아닌 나무는 낙엽이 졌다.

고산이다 보니 잠깐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매번 한라산에 오면 으레 사라오름에 올랐으니 오늘도 산정호수를 보기 위해 올랐다.

그러나 황토를 벌겋게 드러낸 채 물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저 위 통신탑이 보이는 전망대까지 가지 않고 그대로 내려간다.

 

사라오름은 비록 바닥을 드러냈다고 해도 송이 화산체라 붉은 흙 색깔이 예쁘게 보인다.

 

진달래밭 대피소에 오니 안개는 더 심해 한라산 방향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 안개가 정상에 도착하기 전 다 벗겨져야 하기에 걸음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옮긴다.

 

아침은 먹었으나 24시간 식당이 그렇듯 쉬운 전주 콩나물밥이라 배는 진작에 꺼져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

진달래꽃 대피소 화장실 위에 전망대를 설치해 조망이 좋다.

하산하게 될 삼각봉 대피소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낙엽이 다 진 가운데 이 작은 나뭇잎이 붉게 물든 게 유독 눈에 띈다.

 

네가 이 고산 지역의 단풍 여왕이로구나.

 

아침에 혹여 비가 올까 우려했던 날씨는 안개가 벗겨지며 청명한 하늘을 드러냈다.

불편했던 마음도 활짝 열린다.

 

 

 

1,500m 전후부터 한라산의 자랑인 구상나무는 고사목으로 변해 표피가 다 떨어져 나가고 허연 뼈대만 남았다.

환경 변화에 따른 안타까운 현장을 보여주는 사례다.

 

안개와 구름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요동친다.

 

그래도 정상 쪽은 하늘이 청명하니 신난다.

 

 

 

구름아 썩 물러가거라...

 

한라산 정상에 이렇게 많은 등산객은 처음이다.

정상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한라산 정상 안내소까지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라산 인증 사진은 전에 찍은 게 있으니 잠시 조망한 후 내려갈 생각이다.

 

이 등산객들 역시 한라산 단풍을 기대했을 텐데, 단풍은 잠깐 지나가고 긴긴 산행에 고생했겠다.

 

 

 

 

 

왼쪽 웅덩이가 좀 더 낮은지 이제 막 물이 다 빠진 느낌이다.

한라산은 정상이 아니면 올라오는 길은 나무 숲이 너무 우거져 조망이 없다.

잠깐 사라오름에서 조망이 터지고 1,700m 아고산지대에서나 조망이 가능하다.

그러니 한라산을 오른다는 건 다소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언제 이 정상을 한 바퀴 들러볼 수 있게 데크라도 설치하면 좋겠다.

 

저 긴 줄 다 인증사진 찍으려면 한 시간은 충분히 기다려야 하겠다.

 

 

 

네 구역에서 사람들이 너무 시끄럽지?

 

하산이 시작된다.

 

산 정상보다 아래쪽에 구름은 여전히 더 많다.

 

 

 

 

 

 

 

한라산에서 제일 낮은 곳이다.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할 때마다 이곳을 통해 백록담으로 들어가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장구목에서 고상돈케언을 지나 삼각봉까지 간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기회를 만들면 가능하려나...

 

 

 

죽은 동료를 포위하듯 감싸며 자라는 구상나무

 

이곳의 고사목이 구상나무 공동묘지처럼 보인다.

 

한라산 정상보다 더 멋진 곳이다.

 

고만고만하게 키를 다투는 암봉 군락

 

이곳을 올라오는 사람이 지옥 계단을 올라왔다더니 헬기장 있는 쉼터를 지나면서 계단이 한없이 이어진다.

작년 가을까지도 없던 계단이 생겼으니 지루하고 힘들어 지옥 계단이 틀림없다.

 

 

 

비석 세울 자리도 없어 묘 정상에 비석을 뉘웠다.

이 먼 곳까지 묫자리 만든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제주에서 그 흔한 산담도 없을만하다.

 

이렇게 구상나무가 실해야 하는 데, 조금 더 높은 곳은 공동묘지이니 어쩌면 좋냐.

 

 

 

헬기장에서 가까운 이 암봉을 삼각봉 대피소 방향에서 보면 왕관처럼 보여 왕관릉이라 한다.

 

 

 

이 헬기장에서 간식 먹고 쉰다고 누운 게 후딱 40분이 흘렀다.

정상에서 못 쉰 걸 여기서 잘 쉬었다.

어제 난생 처음 380km가 넘는 장거리 운전을 했다.

거의 네 시간 동안 꼿꼿한 자세로 긴장한 탓이다.

 

새로 만든 이 나무계단이 지옥의 시작이다.

끝없이 이어지니 올라오던 사람이 이 계단을 포함해 위에까지 계속 이어지는 계단이 얼마나 지루했던지 

계단 지옥이라 할만하다.

 

 

 

전에 용진각 대피소가 있던 지점이다.

 

 

 

용진각 다리

 

 

 

왕관바위 

 

 

 

작년 9월 이곳을 지날 때 공사를 하더니 멋진 화장실과 그 위에 전망대까지 설치했다.

앞서 진달래꽃대피소 화장실도 이랬다.

 

 

 

왼쪽이 제주시 방향이다.

 

삼각봉

 

전망대에서 보는 삼각봉 대피소 지붕이 이렇게 원뿔형이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팀을 이뤄 추월하기가 불편하고 길은 좁다.

삭도가 다니는 궤도 옆으로 이렇게 예초 작업을 해 이곳을 이용해 하산한다.

이런 풀밭을 밟으니 발도 푹신푹신하게 오히려 더 좋다.

 

 

 

탐라계곡 목교를 지나며 보아선 안 될 계곡의 단풍을 보았다.

순간, 단풍에 맘을 뺏긴 나머지 어느새 즐풍은 자신도 모르게 계곡을 걷고 있다.

 

 

 

이 계곡은 관음사와 만나는 탐라계곡인 줄 알았더니 한천이다.

한천의 단풍 색감이 기가 막히게 예쁘다.

 

이 계곡을 들어온 사람만이 누리는 호사다.

 

오전에 시원찮게 본 단풍을 여기서 다 만회하고도 남는다.

이 얼마냐 멋지냐...

 

한천계곡의 단풍은 기막히게 빼어난 절경이다.

그 절경의 끝에 고통이 있을 줄 누가 알랴?

2부는 한천계곡에서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