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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립공원 탐방/군립·시립공원

백두대간 간보기로 나선 웅석봉

by 즐풍 2019. 5. 29.

 

 

 

 

산행일자 2015.2.14.토 10:37-15:17(4시간40분 산행)    날씨: 맑음

 

 

산행경력이 일정궤도에 오른 산악인이라면 얼마간 백두대간을 꿈꾸지만 그렇다고 그들 모두가 백두대간을 종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기 위해선 체력과 인내력, 시간, 날씨, 그리고 철저한 준비 외에도 여러 요소가 잘 맞아떨어져야 하

기에 이 모든 것을 갖추지 않고 섣불리 뛰어들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백두대간의 남한구간인 진부령에서 지리산까지 도상거리는 690km 정도로 알려지지만 가장 긴 접속구간은 무려 9km에 달하는

곳도 있고, 또 엎다운의 굴곡까지 포함하면 실제거리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더 늘어난다. 이런 백두대간은 수없이 많은 구간으

로 나누어 진행하는 데 중간에 탈출로가 없어 열 시간 이상을 내리 걷는 구간에서 실패한다면 그런 낭패도 없겠다. 실패구간은

다음에 땜빵해도 되겠지만 마음의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더욱이 간간이 출입금지구간도 있어서 국립공원 직원들과 숨바꼭질

하는 구간은 야간에 산행을 감행하기도 하지만 그들이라고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니 이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백두대간 종주를 내 산행경력에 포함시킬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하룻밤을 꼬박 새우는 불수사도북 종주나 강남7산 종주

경험이 있으니 열 몇 시간 정도야 감당하겠지만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 사는 나로선 당장의 호구지책을 해결해야 하니 몇 달을

종주에 매달릴 수도 없다. 또한 아무리 대간이 좋기로서니 산림이 우거진 지역은 조망이 없는 곳도 많을 테니 같은 비용과 노력

이라면 차라리 명산 명소를 다녀오는 게 훨씬 유익하다는 게 평소의 지론이다. 그 몇달 동안 계절에 맞는 명산순례를 포기하기

에도 아쉬움이 너무 크다.

 

이런 이유 등으로 백두대간 종주는 산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거나 몇몇 선택된 자들의 전리품으로 생각해 왔다.

헌데 덕이살레와산악회에서 세미백두대간을 기획하여 평소 접근이 어려운 비경만을 골라 남쪽구간부터 2년간 북진한다니 귀

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백두대간 종주는 아니되 대간의 백미만 골라먹는 재미는 한계효용을 극대화시킨다. 게다가 백두대간

을 세 번이나 종주한 모모대장님이 선정한 구간이니 무한신뢰가 간다. 더욱이 한 달에 한 번이라면 부담도 적으니 마다할 이유

도 없다.

 

첫 번째 구간으로 지리산 자락과 연결된 웅석산이 선정되었다. 나도 이젠 제법 산 좀 탄 거 같은데 웅석산이라니 생소하기만하

다. '산세가 하도 가팔라 곰이 떨어져 죽었다고 해서, 산의 모양새가 곰을 닮았다 해서 곰바위산으로 부른다.'는데 한자식 이름

이다. 이런~! 산세가 가파르다면 위험하진 않을까?

여기저기 정보를 종합해 보면 눈에 띄게 가팔라 보이는 암봉은 없다. 그러니 미련한 곰탱이가 굴러떨어질 만큼 가파른 험산이

아니라 산의 모양새가 곰을 닮은 게 맞겠다. 웬만한 북한산의 암봉을 다 올라가보고 설악산 1275봉도 올라가봤으니 제 아무리

험한들 북한산만 하랴.

 

지도를 보니 백두대간은 지리산에서 멈추는데 마지막 구간에서 사라질듯 하다가 다시 용을 써 토해내듯 살려낸 웅석산은

1,099m로 제법 높을뿐 아니라 산세도 좋은 지 군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을 모두 합치면

53개로, 이렇게 공인된 산이면 당연히 100대 명산에 듬직하지만 아쉽게도 웅석산이 순위권에 들지 못한 것은 지리산의 명성

에 가렸기 때문은 아닐까?

같은 거리라면 지리산에 눈이 가겠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일부러 웅석산을 찾기도 어려울텐데 오늘 첫 번째 구간에 발을

들여놓음으로써 대망의 세미백두대간, 그 첫 장을 연다. 

 

 

 웅석산 등산코스  

 

산행기점은 밤머리재부터 시작하는데 마지막 구간은 코너링이 많아 어질어질 멀미할 뻔...

 

 

 

밤머리고개에서 시작하는 들머리는 능선을 만날 때까지 지루하게 오름이 계속된다. 등산로 주변엔 잡목이 우거져 조망은

없으나 진달래와 철쭉나무가 많아 꽃피는 봄에 오면 흐드러진 진달래꽅과 철쭉꽃으로 천상화원이 화려하게 펼쳐지겠다. 

 

가뿐숨 몰아쉬고 능선을 잡아타면 건너편에 지리산의 천왕봉이 눈에 잡히며 웅석봉으로 치닫는 동안 함께 걸음을 옮기며 따라온다.

올겨울은 가뭄이 심해 걸을 때마다 먼지가 폭싹거리며 등산화를 타고 오르지만 건너편 천왕봉 주변엔 그래도 백설이 만건곤하다.

 

이 작은 나무들이 진달래거나 철쭉이라니 봄에 다시 발길을 하면 좋겠지만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은 별로....

 

어느 분이 지리산 천왕봉쪽을 많이 잡아달라는데 너무 멀어 윤곽만 잡힐뿐 가까이 당겨올 수 없어 아쉽다

 

 

 

이번 산행들어 처음 보는 암봉

 

웅석산 계곡의 물을 받아 봄에 모내기하고 여름내내 벼농사에 지을 내리저수지 뒤로 경호천이 제법 물빛을 보이며 흐른다

 

우리 팀만 산행에 나설줄 알았는데 수원에서 왔다는 팀은 먼저 식사를 하고 일어나 우리와

길이 엉키며 한동안 산행을 같이하지만 하산코스를 달리 잡았는지 정상에선 갈 길이 달라진다

 

수원팀은 앞서 점심을 먹었으나 우리팀은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저기 보이는 웅석산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한 칸 아래 마련된

나무데크에서 주린 배를 채운다. 어제 지리산 정상의 기온을 검색했을 때 오전 9시 이전까지 영하 12를 나타냈지만 10시가 좀 넘어

시작한 산행이라 별로 추위도 없어 누군가는 반팔이거나 소매를 걷어 올리고 산행할 만큼 날씨가 풀렸다.

 

정상을 코잎에 둔 헬기장에서 보는 내리저수지

 

드디어 웅석봉에서 올라온 능선을 바라보니 한참을 같이 따라오던 지리산 천왕봉은 지나온 능선에 막혀 걸음을 멈추고

우린 더 이상 주변풍경엔 관심없이 오직 정상표지석에서 인증샷 찍기에 여념이 없다

 

산불감시초소

 

몇 년전 그림을 보면 저 곰의 눈과 주둥이는 평범했는데 최근 누군가 윤곽을 뚜렸하게 남긴다는 게

눈은 너무 크게 그려 균형이 깨진데다 굳이 주둥이에도 난도질을 해 저리 망가트릴 필요가 있었을까?  

 

 

 

웅석산을 검색하면 사진이 별로 없던 이유는 강원도 응복산이나 약수산처럼 수목이 우거져 주변을 조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산길에 응달진 등로가 눈이 있어 잠깐 아이젠을 차냐 마냐로 잠시 고민이 있었지만 이내 맨땅이 드러난다.

불과 다섯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산행이지만 올라오고 내려갈 때 모두 경사가 제법 있어 등산의 압박은 좀 받는 산이다.

 

가지가 갈라져 훼손될 위기에 땅을 도움닫기로 다시 일어선 장한 소나무

 

 

 

 

 

 

 

경호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은 소나무 군락이고 이쪽은 활엽수림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잠깐 암릉구간이 나타나 산 타는 재미를 더해 준다

 

 

 

지나온 능선

 

제법 수량을 보이는 경호강

 

 

 

임도

 

 

 

 

 

 

 

모모대장님이 대간을 뛰는 산행은 목적산행이라고 한다. 오로지 대간의 종주에 목적을 두다보니 대부분 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해 경관을

즐길 시간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도도체 어디를 다녀왔는지도 모를 산행이 아쉽다고 한다. 이런 아쉬움 대신 우리 산악회 회원분

들에게 대간 맛을 보이되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기획한 세미백두대간이다.

오늘 웅석산으로 대간의 첫 장을 열었고 다음 번 지리산 구간은 성삼재에서 만복대로 이어지는 구간으로 미답지라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하산 후 지척에 있는 암담한 지곡사에 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