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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립공원 탐방/군립·시립공원

비오는 날의 장안산 수채화

by 즐풍 2019. 5. 29.

    

 

 

 

 

산행일자 2017.7.2.일 09:32~14:20(이동거리 8.82km,  이동시간 04:47, 평균속도 2.9km/h)  날씨: 비 내리거나 흐림   

 

 

진정한 등산객이라면 어느 산이든 청탁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일에도 중요성과 전후 완급을 따져 우선 순위를 정하듯 산행 순서도 비슷하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17개의 산악형 국립공원은 국가가 공인한 산이니 가장 먼저 순위에 둔다.

이러한 국립공원은 국가가 보증하고 관리하다보니 정부의 지원도 많아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당연히 탐방객도 매년 증가해 지역 경제에 이바지함은 물론 지역 홍보 효과도 발생한다.

 

부산의 금정산이나 구미의 금오산, 전북 대둔산, 봉화 청량산, 대구 팔공산 등이 국립공원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광주 무등산과 태백의 태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과정과 그 효과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 국가가 관리하게 되므로 지방정부는 그동안 부담하던 지출을 다른 용도로 돌릴 수 있다.

게다가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그 이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립공원으로 승격을 준비하는 도립공원까지는 명산으로써의 인기는 당연하다.

 

그러나 같은 도립공원이라 해도 다소 느낌이 떨어지는 곳이 있다. 

백운동 계곡이 아름답고 장곡사에 국보가 두 점이나 있다는 칠갑산 도립공원 정도의 산세를 가진 산은 전국에 부지기수다.

천장호 출렁다리가 유명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천장호 저수지나 출렁다리 모두가 도립공원 지정 이후에 생긴 것이다.

덕숭산도립공원은 덕숭산만 놓고 보면 문제가 있지만, 용봉산과 가야산이 함께 포함되어 있으니 일견 이해는 간다.

이러한 몇몇 도립공원에 대한 불만은 나만 갖는 문제는 아닌듯 싶다.

 

오늘 처음 산행할 장안산에 대한 정보 검색 결과, 여름엔 덕산계곡이 가을엔 정상 부근의 억새가 유명하다.

장안산은 산림청, 한국의산하, 블랙야크에서 정한 100대 명산에 공통적으로 선정된 산으로 가을에 더 인기가 많다. 

100명산이 내 산행 버킷리스트에 들어 있으니 언젠가는 밟아야 하겠지만, 이런 명산도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다.

한 때 100명산이던 여수의 영취산이 지금은 다른 산에 자리를 내주었듯이 접근 편리성과 시대상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국립공원을 제외한 17개의 도립공원과 19개의 군립공원이 등산객들의 선호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장안산 등산코스 

 

 

버스 주차장에서 약 100여m 정도 올라오면 무령고개 터널을 20여m 정도 앞두고 오른쪽으로 장안산 들머리가 있다.

바로 맞은편엔 영취산 오르는 들머리로, 버스주차장엔 장안산과 영취산 등산객을 태운 버스가 예닐곱 대 서 있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었는데도 이렇게 등산객이 많으니 등산용품점이나 등산 버스 업계가 호황이겠다. 

이 들머리 입구에서 고도 측정을 하니 916m, 장안산 정상이 1,236.9m이니 320m 정도 고도만 높이면 된다. 

 

 

 

버스에서 내리니 한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길래 비옷을 입었으나 후텁지근하고 눅눅한게 영 마뜩지않다.

결국 중간에 벗는다. 대지는 이미 어제 오늘 내린 비로 안개가 자욱해 안타깝게도 조망이 없다. 

 

 

첫 번째 전망대를 만나지만, 올라간다고 조망이 있을리 없으니 그냥 통과한다. 

사실 이즈음부터 억새군락이 시작돼 제법 넓게 장안산 동쪽을 장악하고 있어 가을철에 제일 많은 등산객이 몰린다고 한다. 

 

 

아직은 작년 억새와 올 억새가 동거 중이다. 

 

 

 

 

 

가을에 이 지역을 다시 지난다면 은빛 물결 출렁이는 억새군락이 장관일텐데... 

 

 

 

장안산 (1236.9m)

 

장안산은 장수군 장수읍, 계남면, 번암면의 경계에 위치한다.

산의 북쪽 아래 있는 계남면 장안리란 마을 이름으로 인해 붙여진 것으로 1986.8.18.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곳 물줄기는 남쪽으로 섬진강으로 흘러 남해로 빠지고, 북쪽은 금강에 합류되어 서해로 흐른다.  (안내문 편집)

 

산림청에선 덕산계곡을 비롯한 크고 작은 계곡과 윗용소, 아랫용소 등 연못 및 기암괴석이 산림과 어우러져 

군립공원(1986년)으로 지정된 점 등을 고려하여 100명산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날씨만 좋다면 장안산에서 직선거리 약 35km 지점에 있는 지리산도 잘 조망이 된다는데 오늘은 어림없는 얘기다. 

들머리에서 3.1km 지점에 있는 정상까지 한 시간 23분 걸렸다.

호기심에 정상 표지석 앞 바닥에 스마트폰을 깔고 고도를 측정했더니 1236m이다.

어디가 제일 높은지 모르지만 m 단위로 제공되는 고도가 이 정도 값이면 비교적 정확한 편이다. 

 

 

 

정상에서 덕산계곡으로 하산하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어제 오늘 비까지 내려 자칫 미끄러져 넘어지기 십상이다. 

그래도 가파른 곳엔 로프가 설치되어 있으나 양손 스틱을 이용해 하산하는 편이 균형잡기 편하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지난 주 두타산에서 분실했던 스틱은 들꽃향님이 습득하고, 진원님이 챙겨 주셨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두 분이 산행에 참석하지 못하신 관계로 가을들녘님이 가져다 주신다.

세 분뿐만 아니라 인천산누리산악회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제법 내려오다 적당한 공간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준비를 많이 해온 덕분에 푸짐하고 든든하게 식사를 잘 마쳤다.

자세한 얘기를 하자면 또 트집잡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 정도로 마친다.

중간에 비가 제법 내리기도 했는데, 어느 분인지 비닐텐트를 준비해 비도 맞지 않고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비가 제법 쏟아지긴 했으나 워낙 가물어 흙으로 스며들어 계곡에 흐르는 물은 아직 이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래도 오가며 보는 저수지엔 제법 저수율이 높아 보이므로 다행이다. 

 

 

드디어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니 좀 더 가면 산행도 거의 끝나겠다. 

 

 

 

 

 

어느 정도 내려오자 이렇게 자갈과 모래가 깔린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비 온 다음이라 먼지도 안 일고 바닥은 비로 들떠 다소 폭신폭신한 느낌이 올라온다.

시멘트 같은 포장도로라면 제법 피로가 무릎을 타고 올라올 텐데, 다행히 이런 길이라 한결 걷는 느낌이 좋다. 

 

 

 

 

 

좀 더 하류로 내려와도 등산화 안 적시고 건널만큼의 수량이라 아직은 좀 더 많은 비가 와야 한다. 

 

 

 

 

 

덕산계곡을 다 내려올 때까지 폭포라든가 덕산용소를 보지 못했다.

하여 대장은 하산로를 잘못 선택했다며 아쉬워하지만, 트랭글로 봤을 때 덕산계곡으로 하산한 게 맞다.

그 폭포와 용소는 도도체 어디 숨어 있는 거야?

영화 "남부군"에서 300여명의 빨치산 부대가 옷을 벗고 목욕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 바로 덕산계곡이라고 한다

혹여 봤다고 한들 앞서 본대로 계곡의 수량이 풍부하지 못하니 폭포나 덕산용소 모두 감동받을 만큼은 아닐 것이다.

오늘 못 보면 또 다음 기회로 넘길 수밖에 없다.

 

비가 온다는 날씨 예보로 아예 카메라는 지참하지 않고 아이폰으로만 사진을 찍었다.

가끔은 화면에 비가 묻어 카메라 올리기가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이 정도 사진이라면 그리 나쁜 편도 아니다.

점점 스마트폰이 카메라 자리까지 잠식해가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언젠가 스마트폰이 DSLR을 대체할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하며 산행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