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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지질공원 탐방/그외 국가지질공원

철쭉 가득 핀 부산 금정산성 종주

by 즐풍 2019. 5. 20.

 

 

 

 

 

산행일자 2015.05.02.토 08:00-17:20(범어사 관람 포함 9시간 20분)    날씨: 맑은 후 흐림

 

 

 

이 작은 나라에도 예로부터 많은 나라가 명멸했다.

씨족사회와 부족사회, 부족국가를 거쳐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들어온 나라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이런 나라들이 힘을 키우면서 영토를 넓혀가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산성이 생겨났다.

나아가 고려와 조선을 거치는 동안 지역별로 더 정교하게 산성을 축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성이야 공격보다는 방어 개념의 산물이니 대도시 주변에 많이 나타난다.

전국의 여러 산을 탐방하다 보면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크고 작은 산성의 흔적을 자주 만난다.

 

수도 서울엔 사대문과 인왕산, 무악산, 남산을 연결하는 제일 규모가 큰 한양도성을 비롯해

북한산의 북한산성과 아차산 등 산성의 흔적이 있거나 복원되고 있다.

가까운 성남의 남한산성과 수원에 있는 수원화성은 제법 규모가 크며 보존상태가 좋은 데다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가까운 북한산이야 자주 가다 보니 손금보듯 원하게 알고 있고, 그 외 한양도성이나 남한산성,

수원화성은 근교에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탐방할 수 있다.

 

이러한 수도권 산성 외에 규모와 역사적 가치가 큰 산성은 어디에 있을까?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의 금정산성이다.

임진왜란을 거치며 왜놈들에게 호되게 당한 후 조선에서는 정상의 봉우리들을 연결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큰 산성을 만들게 된다.

물론, 그 전부터 남아있던 산성은 증·개축하면서 새롭게 축성하며 금정산성을 완성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후 해상을 방어할 목적으로 북한산성을 축조한 조선 숙종 때

경상 감사 조태동의 건의로 다음 해인 1701년 완성한 금정산성의 길이는 약 17km에 달한다.

이후 1807년 동, 서, 남, 북문의 문루를 완성하였으며,

1971년 2월 9일 사적 제215호로 지정되었으며, 높이 약 1.5m에서 3m에 이른다.

 

서울의 북한산이 그러하듯 부산에도 금정산이 도시와 맞닿아 있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어디 금정산뿐이랴.

장산과 봉래산, 철마산, 백양산 등 일일이 다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산으로 둘러싸인 부산(釜山)은

富山으로 불러도 될 만큼 산이 많은 도시다. 

그 많은 산 중에서 금정산은 산세와 규모 등에서 다른 산들을 압도한다.

그러기에 진작부터 금정산을 찾고 싶었으나 너무 멀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사는 일산을 포함하여 서울에서도 금정산을 가는 산악회의 일정은 보지 못했다.

워낙 장거리다 보니 무박 산행을 감행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산악회에서 지난달 무박산행 공지가 떴지만

회원 참여가 부족해 취소되기도 했으니 여전히 쉽지 않은 산행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는 방법을 찾아본다.

 

기차는 안내방송이 잦은 데다 주요 역마다 오르내리는 혼잡으로 잠을 청하기도 마땅치 않아 버스를 알아본다.

다행히 고양터미널에서 부산 동부터미널로 가는 버스 편 중에 마침 심야버스도 있다.

밤 10:20에 출발하면 다음 날 새벽 세 시경에 도착한다.

잠은 버스에서 자고 새벽에 국밥 하나 먹고 산행을 시작하면 처음 가는 금정산이지만 구석구석 모조리 눈에 담고

가슴에 남기며 오지게 산행할 수 있겠다.

 

이왕 일정을 잡는다면 금정산만 힁하니 다녀오기엔 아쉬움이 많다. 

주말과 연휴 3일 동안 부산의 금정산, 부산의 관광지, 양산의 천성산 등을 둘러볼 생각이다.

부산에 간다고 하자 부산에 많은 애정을 가진 큰딸도 따라나선다.

딸은 딸대로 자신이 원하는 부산관광에 나서고 난 나대로 등산길에 오른다.

 

 

 

 금정산성 등산코스

 

 

2018.08.19. 일요일에 미륵봉으로 올라 금샘을 경유하여 지난번과 같은 코스로 하산했다.

궁금하면 http://blog.daum.net/honbul-/1290

 

 

 

고양종합터미널에서 출발한 지 꼭 다섯 시간이 지난 오전 3시 25분에 부산 동부터미널에 도착했다.

딸과 인근에 있는 찜질방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일곱 시에 일어나 식사를 하려는 데

아침부터 문 연 식당이 없어 한참을 헤맨 끝에 겨우 식사를 마친다.

범어사 관광부터 시작해 계명봉 아랫길을 돌아 갑오봉, 장군봉을 찍는다.

범어사에서 보는 금정산 최고봉인 고당봉 일대다.

 

 

계명사를 통과하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갑오봉 오르며 보는 고당봉 일대

 

 

사실 범어사에서 바로 고당봉으로 오르면 금정산성 일주를 끝낼 수 있겠으나,

장봉군에 필이 꽂혀 계명봉에서 갑오봉 장군봉을 거쳐 고당봉까지 돌아간다고 두어 시간 좋게 허비한 셈이다.

하지만 갑오봉에서 장군봉까지 펼쳐진 장군평전과 장군봉의 색다른 풍광과 철쭉꽃 흐드러지게 핀 길을 걸었으니 나름대로 의미도 있다.

 

 

 

 

 

장군평전

 

 

금정산성 밖인 번외등산은 이 장군봉으로 끝내고, 고당봉까지 가는 길은 제법 길고 지루한 여정이다

 

 

장군봉을 끝으로 가지 못 할 건너편 능선을 바라본다

 

 

 

 

 

지나온 장군봉 능선 일대

 

 

 주능선에서 70m를 내려가면 양산군 가산리 마애여래입상이 있다. 높이 12m, 너비 2.5m인 거대한 입상으로 통일시대 말기작품으로 추정한다.

 

 

맨 왼쪽이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바위다

 

 

 

 

 

금정산의 정상인 고당봉의 모습

 

 

고당봉에서 보는 산성 왼쪽 풍경으로 하산할 때 저 암봉쪽으로 내려갔어야 했는데 길 따라 가다보니 산성길이다

 

 

고당봉 오르는 길

 

 

고당봉 정상에서 보는 금정산성, 앞으로 가야할 방향을 조망하니 원효봉과 의상봉이 희미하게 보인다  

 

 

고당봉은 금정산의 주봉으로 부산이 한 눈에 들어오고 부산 앞바다까지 보인다.

1984년 8월 "금정산표석비 건립추진위원회"에서 이름 찾기 고증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때 姑堂峰과 高幢峰 등 두 의견이 나왔으나, "우리나라의 모든 산에는 산신이 있고, 고려 때까지 내려오는 모든 산신은 여신이었다.

금정산의 고당봉도 할미신 이므로 할미 고(姑),  집 당(堂)의 姑堂峰이 옳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姑堂峰으로 표석비를 세웠다.

 

정상의 높이는 표지석에 보인다.

 

 

 

 

 

 

 

 

고당봉에서 내려오는 길 한켠에선 여전히 산성을 복원중이라 길을 막고 돌을 쪼개며 산성을 쌓고 있다. 멀리 고당봉이 보인다.  

 

 

고당봉에서 우측으로 보이는 암봉쪽으로 내려왔어야 했는데, 아차하는 순간 산성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능선에서 살피게 될 조망을 놓쳤다

 

 

원효봉과 상계봉 둘러보기

 

 

왼쪽은 상계봉, 오른쪽 원효봉

 

 

사람들이 있는 곳이 원효봉이다.

금정산 동쪽 가장 높은 봉우리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으뜸의 새벽"이란 뜻의 원효(元曉)봉(687m)이다.

 

 

금정산은 거의 암봉으로 둘러싸인 북한산과 달리 등산길이 심심하다 싶으면 군데군데 암봉이 있어 오가는 길이 잔뜩 기대되는 명산이다

 

 

멀리 우뚝 솟은 바위가 의상봉이다

 

 

 

 

 

의상봉 아래 암봉인 용봉

 

 

의상봉

금정산성 제4망루 위쪽에 있으며, 동해의 망망대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늠름하고 고고한 자태로 웅크린 호랑이의 형상이다.

전설에 따르면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려는 데, 갑자기 금정산 호랑이가 나타나 승천을 저지하기 위해 격렬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무승부가 되어 위쪽은 용을 저지하는 호봉(虎峰)이 되고, 아래쪽은 용을 닮아 용봉(龍峰)이 되었다.

이 두 봉우리를 합쳐 용호봉이라 부르다가 1970년대 산악인들이 의상봉으로 명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멀리서 보면 두 봉우리의 형상이 자못 장엄하다.

내 생각엔 의상봉은 위쪽 호봉만 의미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용호봉으로 부르는 게 좀 더 의미가 깊어 보인다.

 

 

의상봉 정상에서....

 

 

의상봉에서 내려다 본 용봉은 긴 꼬리가 안 보여 아쉽다

 

 

의상봉에서 보는 제4망루

 

 

의상봉 하산하며 보는 원효봉 방향, 멀리 고당봉도 보인다  

 

 

제4망루

 

 

의상봉(위 호봉과 아래쪽 용봉), 용호봉이라 불러야 아래쪽 용봉까지 먹고 들어가는데 의상봉은 좀 잘못 지었단 생각이 든다  

 

 

오늘 현재 금정산엔 철쭉이 절정이라 처음 찾은 금정산은 길일 중에 길일이다

 

 

부채살처럼 쫙 펼쳐져서 부채바위할는 걸까?

 

 

 

 

 

 

 

 

뒤돌아 본 암봉군락

 

 

부채바위도 정면에서 보면 긴 꼬리가 안 보여 작은 암봉에 지나지 않는다

 

 

왼쪽 바위 뒤에 제3망루가 살짝 보인다

 

 

정밀지도를 보면 제3망루 옆에 나비바위라고 표시되어 있던 데 저 왼쪽 바위인 모양이다

 

 

 

 

 

제3망루

 

 

금정구 구서동 방향

 

 

 

 

 

서울 북한산엔 대성문, 대동문, 대남문 등이 정상 주능선에 있고 산성 입구 계곡에 대서문, 중성문 등이 있는데

금정산엔 간단하게 동문, 서문, 남문, 북문 등 방위를 표시한 게 특징이고 중간중간 망루가 더 있다.

 

 

금정산은 산이라지만 중간에 고개를 가로질러 도로가 관통하고 마을도 있다.

오늘 금정산성 파리봉을 마지막으로 산성 안에 있는 공해마을에서 203번 버스를 타고 부산관광을 하고 있는 큰딸을 만나러 간다.

 

 

대륙봉은 특별히 볼 건 없으나 큰 이름 하나를 얻는다

 

 

앞서 동문에 이어 이 문은 남문이다

 

 

이제 산행도 거의 막바지에 접어든다.

제1망루가 있는 상계봉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바위봉이란 애매한 이름의 암봉군락이다.

저 암봉 오른쪽 뾰족한 바위까지만 올라가본다.  

 

 

상계봉 제1망루는 돈대형의 망루다. 지도에 보면 상계봉은 상학산이라고도 한다.

 

 

바위봉 정면으로 이 바위를 올라가 조망을 하고 서둘러 파리봉으로 향한다  

 

 

바위봉 정상의 뾰족한 암봉은 까마귀 차지

 

 

 

 

 

오늘 마지막 코스인 파리봉이다. 파리는 불교에서 말하는 7보 중 하나로 수정을 뜻한다고 한다.

금정산성의 마지막 보물을 끝으로 하산한다.

 

 

파리봉의 암봉군락 중 일부

 

 

파리봉은 마지막답게 여러 형태의 암봉을 보여준다

 

 

 

 

 

맨 왼쪽 고당봉부터 오른쪽으로 돌아 70% 정도를 돌고 오른쪽에 보이는 공해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금정산성을 탈출한다.

원래 계획은 금정산성을 종주할 계획이었으나 계명봉에서 갑오봉, 장군봉을 돌아가는 바람에 시간을 많이 축냈다.

파리봉에서 나머지 구간을 보니 특별히 눈을 끄는 시선이 없는 데다 날이 저무니 종주할 자신이 없다.

아쉽게 산행을 종료하며 다음에 풀 숙제로 남겨둔다. 

 

 

마을에 내려와서 보는 파리봉이 다음에 또 만나자고 정겹게 인사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