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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치악산

처남 집들이 날 치악산 설경에 취하다

by 즐풍 2019. 6. 5.

 

 

 

산행일자 2014.12.20.토 09:10-15:40(6시간30분 산행)     날씨: 새벽에 눈 온 후 점차 갬

 

원주에 사는 처남이 5층짜리 건물을 새로 지어 입주하고 나머지는 사업장으로 쓴다기에 집들이 가는 길에 치악산을 산행하기로 한다.

신림면 성남리에 있는 상원사계곡으로 올라가 비로봉까지 종주하기로 한다. 

날씨가 춥고 최근 내린 눈이 얼마나 되는 지 알지도 못하는 데다 혼자 하는 산행이라 다소 긴장된다. 

산행하면서 어려우면 어디로든 하산하면 되겠단 생각에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 겨울은 매서운 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어제 치악산은 최저 영하 21도, 오늘은 영하 11도로 강원도 지역은 15cm 정도의 적량을 보인다니 고민이 많아진다. 

다행히 산불통제기간은 12월 15일로 끝났다지만 겨울이라 인적이 끊긴 길을 오로지 혼자 러셀을 하며 헤쳐 나가야 한다. 

당일 눈만 쌓인 눈과 그간 쌓인 적설량도 제법 될 테니 눈길을 헤쳐 나가기엔 체력 부담이 만만치 않겠다.

 

하지만 많은 눈에 강추위가 엄습한다면 치악산의 설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가장 멋진 설산선행은 단연 소백산이다. 

쌓인 눈에 나뭇가지가 얼어붙고 안개가 달라붙어 설화와 빙화가 함께 어우러져 당일 화창한 날씨 속에 최고의 비경을 보여줬다.

번째는 방태산 산행으로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폭설이 내려 허리까지 찬 눈으로 러셀을 포기했다.

되돌아 올 때도 방금 내린 눈으로 길을 찾기 어려울 만큼 눈이 많았다. 

그리고 덕유산과 설악산, 태백산, 광덕산이나 함백산의 설경도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치악산도 이런 유명 설산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설경을 자랑한다. 

덕유산, 소백산에 이어 치악산도 설경 명산에 이름이 오르내리니 오늘 같은 날씨엔 설경을 만끽하기엔 더없이 좋은 기회다. 

평소라면 성남매표소에서도 한참을 더 올라갈 수 있지만 오늘은 눈이 많은 데다 아내가 내차를 처음으로 운전하기에 

불안하여 처남네 집으로 돌려보내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마을이 있는 곳엔 농민이 소유한 트렉터로 제설작업을 해 제법 걸을 만 하지만 마을을 벗어나면서터 눈이 푹푹 빠진다.

 

 

고도를 높이기 전까지는 눈에 습기가 있어 아이젠에 달라붙어 몇 번을 바닥에 긁어냈지만 이내 건설로 변해 더 이상 달라붙지 않는다

 

 

 

치악산을 종주할 생각이라면 완만한 구간인 상원사부터 오르면 구룡사쪽보다 편안한 산행이 되겠지만 오늘은 눈이 많아 처음부터 힘든 산행이다

 

 

까치와 선비의 설화로 치악산이란 이름이 유래된 상원사로 새벽에 눈이 내린데다 안개가 끼어 조망이 좋지 않다

 

 

 

 

 

 

 

 

 

 

 

 

 

 

어제 내린 눈과 안개가 만들어 낸 상고대의 비경

 

 

 

 

 

햇빛이 반짝이는 맑은 날이라면 상고대의 비경이 멋질 텐데 안개가 아쉽다

 

 

 

 

 

 

 

 

 

 

 

오는 내내 나무가 높아 능선의 비경을 볼 수 없지만 조그만 바위를 타고올라 겨우 보는 능선의 설화인데 이 마저도 안개가 방해를 놓는다

 

 

 

 

 

 

 

 

늘어진 억새에 설화가 다시 피어나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산 아래는 영하 3도라지만 100m 오를 때마다 0.7도씩 온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평균고도 1000m인 치악산 주능선은 마을보다 800여m가 높아 대략 6도가 더 떨어지는 기온이다. 

주능선엔 바람이 얼마나 쎈지 버프를 한 얼굴에 깊게 칼자국을 내듯 할키고 지나가니 얼굴이 얼얼하다.

앞서 몇몇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그새 바람이 눈을 쓸고 지나가거나 발자국을 메꿔 새로 러셀을 해야 한다. 

보통은 무릎까지 발이 빠지지만 론 허리까지 빠지는 눈길도 있어 진행하기가 너무 힘들고 진도도 더디다. 

럴수록 보여주는 상고대가 점점 더 멋지다.

 

 

 

주능선에 올라서자 다행히 날씨가 개어 점점 조망이 좋아지니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여준다

 

 

 

 

 

 

 

 

 

 

 

 

 

 

 

 

 

 

 

 

 

 

 

 

 

 

 

 

 

이제야 겨우 향로봉이니 눈길을 헤치고 오는데 근 다섯 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여기서 비로봉까지 가는데 제 시간에 가기는 무리겠다.

 

 

고둔치를 지날 때 14:36이다. 

서둘러 비로봉까지 4.6km 눈길을 헤쳐나간다 해도 눈길이라 길이 더디니 하산은 랜턴을 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10여분 더 진행하다 결국 포기하고 고둔치로 돌아내려와 하산하고 만다. 

구룡사 계곡에서 산행을 시작했다면 정상인 비로봉을 찍었겠지만 오늘은 쉬움을 남기고 관음사로 하산하며 정상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이런 겨울 눈 많은 치악산을 종주하려면 아침 7시 정도에는 산행을 시작해야 여유있는 종주가 가능하겠다. 

서두른다고 했지만 아내가 운전을 천천히 한데다 휴게소에서 아침까지 먹고 오니 많은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그래도 올들어 최고의 설경과 상고대를 보고 안전하게 하산했으니 다행이다.

등산을 끝내고 처남댁과 막내 동서에게 들려 밤 10시가 넘어 귀가를 한게 오는 길에 너무 졸리다. 

휴게소에서 몇번을 쉬었어도 여전히 졸린 눈으로 새벽 2시 반이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하루를 아주 알차게 보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