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원주라 치악산을 여러 번 올랐겠다고 생각할 테지만 서른을 넘기면서 고향을 떠난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치악산을 넘은
기억은 많지 않다. 물론 구룡사 계곡을 지나 사다리병창으로 정상을 오른 기억이 두 번, 초등학교 때 고둔치를 넘어 횡성군 안흥
면에 있는 이모 할머니댁을 다녀 온 게 서너 번 해서 총 대여섯 번 정도 오른 기억이 있기는 하다. 이런 특정 구간만 등산했기에
종주를 해보리란 생각을 갖던 차에 원주 모임이 있어 겸사겸사 원주에 도착한다. 원고 앞 공터에 주차하고 신림 상원사행 첫 버
스를 올라탄다.
산행할 몇몇 사람도 같이 내렸지만 생면부지라 내 걸음걸이에 맞추니 가장 앞서 나가지만 날씨가 흐려 시계가 좁으니 오늘 산행
은 조망이 틀렸겠다는 생각이 든다. 3월 중순이지만 산이 높고 계곡이 깊아 흘러내리는 물이 얼어 폭포가 된 게 아직 그대로 있
다. 향로봉 가까이 가니 상고대가 열려 신비로움을 주고 정상엔 바람결에 칼날이 된 눈이 무릎을 차 오른다.
향로봉 들어가는 길은 출입이 통제되었지만 지킴이가 없으니 쉽게 넘어 상고대와 눈이 만들어 낸 비경을 감상한다. 비로봉까지
도착한 후 좀 더 걷겠다고 매화산을 연계산행 한 게 의외로 시간이 지체된 데다 컨디션이 괜찮다고 다소 빠르게 걸어 하산길엔
독이 되어 무릎이 아파온다. 행구동에서 찜질방을 하는 동창의 사업장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는데 늦었기에 서두른다고 택시를
잡아타니 그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이래저래 피곤한 하루다.
▼ 산죽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 중 하나다
▼ 나무는 바위를 가르고
▼ 바위도 먹어 치운다
▼ 치악산 정상의 비로봉
▼ 전에는 두개였던 거 같은데 하나가 늘어 세개다
▼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상고대
▼ 안개는 상고대를 만들고
▼ 상고대는 산양의 순록같다
▼ 꿩의 전설이 깃든 상원사 범종각
▼ 나무터널 길
▼ 바람이 만든 눈칼
▼ 상원사 오르는 길의 얼음폭포
▼ 다시 걷고 싶은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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