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국립공원 탐방/치악산

치악산 설경

by 즐풍 2019. 6. 5.

 

 

 

 

산행일자 2014.1.11.토. 09:00-15:00(여섯시간)         날씨 : 안개 걷힌 후 맑음(-16℃~-6℃)

 

 

또다시 치악산이다. 그렇다고 자주 찾는 산은 더더욱 아니다. 

지난 해 9월 14일 오늘처럼 살레와 일산덕이산악회를 이용하여 치악산을 찾았지만

그날따라 가을비치곤 제법 많은 비가 내려 호우특보가 발효 중이라 입산통제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아쉬움이 있는 산이다. 

그날의 한을 풀 겸 치악산의 제대로 된 설경을 보기 위해 그때 그 산악회를 이용해 다시 왔다. 

내 고향 땅의 산이긴 하지만 겨울 산행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잔설이 남은 3월에 밟아보긴 했으나 오늘처럼 한겨울 산행은 처음이다.

 

어릴 땐 밤하늘의 별을 보며 치악산능선으로 사람의 얼굴도 그려보거나 여러 상상을 했던 친근한 산이다. 

처음 치악산을 넘은 건 산행이 아니라 고둔치를 넘어 횡성 안흥에 있는 이모할머님댁 다니러 몇 번 다녀왔다.

나이가 들어 한 번의 종주와 몇 번의 비로봉 탐방에 이어 오늘 비로서 심설산행을 한다. 

다행히 지난 목요일부터 날씨가 급강하여 눈은 많지 않아도 상고대가 제법 좋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기상청의 치악산 예보를 보니 아침 최저 영하 17℃라 제법 춥겠단 생각에 올들어 처음으로 브린제 악틱내의를 꺼내 입는다. 

악틱내의는 북극과 가까운 노르웨이에서 생산한 극지탐험용 제품이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도도체 더워서 입지 못하는 겨울 방한용으로는 최고의 내의이다. 

망사와 내의로 된 이중구조라는 독특한 형태로 땀이 나도 속건성이 좋고 공기층을 만들어 보온이 유지되는 게 장점이다. 

하여 1년에 겨우 한두 번 정도만 사용하는 내의인데 치악산의 혹한에 견디고자 입어본다.

 

산행은 황골인 입석사에서 시작해 비로봉을 타고 사다리병창으로 하산하는 비교적 짧은 코스다. 

그러고 보니 지난 가을에 계획한 그 코스 그대로다. 

사다리병창으로 오르는 코스는 워낙 가팔라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친다고 치악산을 풀어보는 사람도 있을 만큼 힘들다. 

이에 비해 비교적 쉽게 정상에 오르는 입석사 코스를 선택한다. 

상원사와 선비, 꿩이 갖는 전설에서 까치 치(雉)자를 써 치악산이지만 그런 오래된 전설은 더 이상 의미를 부여할 생각도 없다. 

힘겨움에 치악산 비로봉을 오를 땐 다신 안 오겠다는 다짐도 막상 정상에 서면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다시 찾고야마는 명산이다.

 

비로봉 정상에 서면 원주와 횡성군, 멀리는 영월이나 제천까지도 산과 능선이 장쾌하게 조망되는 영서지역 최고의 산이다.

 

치악산 등산안내도

 

 

입석대 입구부터 입석사까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 연결되어 30분 이상을 걸어야 하므로 처음부터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입석사에서 올려다 보이는 입석대에 도착해 사진을 담아보지만 워낙 공간이 없는데다 나무가 자라 담기도 어렵다.

 

 

석탑이 훼손되어 돌로 쌓지만 정성과 균형에 제법 태가 난다  

 

 

입석대

 

 

입석대에서 20여m만 더 가면 고려말 마애불상을 덤으로 만날 수 있다

 

 

마애불좌상(磨崖佛坐像)

부처가 앉은 자리 아래 '원우(元祐)5년'의 문구가 있어 1090년에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둥근돌을 만져보고 돌려보기도 하여 마애불좌상과 교감을 나눠보기도 한다. 

 

 

입석사의 명칭이 유래된 입석대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땐 안개가 많아 조망을 걱정했으나 그 안개가 이렇게 멋진 서리꽃을 만들려고 밤을 지나 아침나절까지도 그렇게 산에 머물다 갔나보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수정같은 맑은 눈이 후두둑 떨어지는 눈 아닌 서리꽃의 비경이다

 

 

 

 

 

 

 

 

하늘이 아니라 맑기 그지없는 심해의 산호초 구간을 걷는 느낌이니 이곳이 용궁이다  

 

 

저 능선 너머 아직 산허리를 감싸고 있는 운해

 

 

서리꽃 터널을 지나 드디어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이 바라보이는 헬기장에 도착했다. 

당초 점심은 이곳에서 먹기로 했으나 햇볕이 무 좋아 비로봉의 서리꽃이 신기루처럼 없어질까 염려된데다 

불과 11시 밖에 안 된 시각이라 일단 비로봉에 오르기로 한다.

 

 

저 운해와 달리 다행스럽게도 이곳의 날씨는 흠 잡을 데 없이 쾌청하다

 

 

세상에 나목이 온통 흰색이라니!! 오늘 치악산은 등산객을 위하여 순결구무하기 이를 데 없다

 

 

낙락장송 소나무도 오늘만큼은 예외 없이 절대 순백이니 세상은 오직 희색과 청색으로 통한다  

 

 

 

 

 

서리꽃을 뒤집어 쓴 주목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나목의 서리꽃이 흡사 바다속 물고기의 지느러미인양 산은 바다를 타고 움직인다

 

 

드디어 비로봉 정상이다

 

 

날은 춥지만 바람이 없으니 집어논 고어택스자켓도 그대로 둔채 정상의 아름다움과 장쾌하게 뻗은 능선의 비경을 조망한다

 

 

겨울산은 나뭇잎이 다 떨어져 속살까지 거리낌 없이 온전히 다 보여주니 또 다른 유혹에 미혹된다

 

 

산은 여전히 운해에 잠겨 이곳이 섬인지 산인지 구분이 안 된다

 

 

어느새 햇빛을 받는 돌탑의 서리는 벌써 사라지기 시작하니 이 또한 자연의 경이로움이다

 

 

 

 

 

 

 

 

 

 

 

 

 

 

 

 

 

 

 

 

 

 

 

당초 사다리병창으로 하산하려던 계획은 하산길엔 마땅히 40여명이 넘는 인원이 식사할

장소를  확보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올라온 길을 되돌아 가 식사를 하고 계곡으로 하산한다

 

 

 

 

 ▲ 오늘과 ▼ 지난해 4월 8일의 칠석폭포  

 

 

 

 

 

 

세렴폭포

 

 

 

 

 

 

 

 

세렴안전지킴터 앞에 설치한 눈사람은 무덤덤한 강원도 사람을 빼닮았다  

 

 

 

 

 

구룡사 인근의 구룡소

 

 

원주지역 명찰인 구룡사

 

 

200년 된 은행나무 보호수

 

 

황장목을 보호하기 위해 벌목을 금지한다는 "황장금표(黃腸禁標)"다. 황장목은 나무의 중심부에 누런색을 띠며, 나무가 단단하여 질이 좋은

소나무다. 치악산에는 황장목이 많을 뿐 아니라 강원감영이 가까워 관리가 유리하고, 땟목으로 섬강과 남한강을 거쳐 서울로 운송하기도 수

월하다. 조선 초기에는 전국 60여개의 황장목 봉산(封山) 중에서도 이름난 곳의 하나였다.(안내문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