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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눈 내린 설악산 울산바위

by 즐풍 2019. 5. 29.

 

 

 

 

설악산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공룡능선이다. 공룡능선을 오르자면 어느쪽에서 올라도 기본으로 대여섯 시간은 깔고가야 할만큼 긴 코스에 엎다운이

심해 체력소모가 많다. 하지만 수려한 암릉미가 있어 고단한 산행의 보상은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는다. 이런 공룡능선에서도 잠시 눈을 돌리면 유독

눈이 가는 풍경이 있다. 멀리 동해바다쪽으로 병풍을 둘러치듯 불끈 솟은 흰 암봉군락이 시선을 끈다. 울산바위가 있는 빼어난 비경을 가진 외설악

이다.

 

이 울산바위를 일산사레와와 함께 한다. 원래는 2월 23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영동지방의 폭설로 입산이 통제되어 날짜가 변경된 것이다. 그렇지않아

도 가고 싶던 곳인데 날짜가 변경되어 다행히 가게 되었다. 오래전 아이들을 데리고 흔들바위에서 울산바위까지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땐 거의 수직

에 가까운 "공포의 808 철계단"을 타며 고소공포증으로 다리가 후들거렸던 좋지 않은 추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밖에 안 나오지만 그땐 정말 내

색도 못 하고 얼마나 긴장하고 가슴 졸였던가. 이제 그 철계단은 철거되고 반대방향으로 코스가 변경되어 등로가 더 안전해졌다고 한다.

 

지난 주 다녀온 지리산 천왕봉은 아홉시간에 가까운 산행을 했지만 오늘 산행은 그 절반 수준인 다섯 시간 전후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 함께 다녀

왔던 곳이니 어려울 게 없는 산행이다. 설악산 대청봉이 1,708m인데 반해 울산바위는 불과 873m이지만 둘레가 4km에 30여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동양에선 제일 큰 병풍 모양인 하나의 돌산이다. 그러니 공룡능선에서도 눈에 들어오고, 미시령을 넘으면서도 우람한 알통에 뜨거운 눈길이 꽂힌다.

836m인 북한산 백운대 보다 37m가 높아도 전혀 어려울 게 없는 산행이다. 보통 설악산을 간다면 원거리 지방산행이기에 이왕이면 대청봉이나 공룡

능선, 백담계곡이나 12선녀탕계곡을 많이 간다. 일부러 오기엔 너무 멀어 기회만 보고 있었는데 오늘 고맙게도 다른 산악회에선 잘 찾지 않는 울산바

위를 찾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시간은 참 빨리도 흐른다. 엊그제 새해를 맞는다 싶었는데 벌써 후다닥 2월이 가고 오늘이 삼일절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토요일과 겹치니 공휴일 하나

를 송두리째 도둑맞은 느낌이다. 생각대로라면 공휴일은 주말과 겹치지 말아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샐러리맨의 생각이다. 

동해안의 지형적인 특징에 따라 며칠을 폭설이 내려 산골마을은 인적이 끊겨 꼼작없이 갇혀산다는 뉴스를 본 게 벌써 십여일 전인데 설악동에 도착하

니 여전히 눈이 쌓여있다. 그래도 계절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어 눈은 이미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으니 녹고있는 중이다. 하지만 모처럼 찾은 설악산은

날씨가 흐려 조망이 좋지 않다.

 

 

 울산바위 등산코스

 

드디어 울산바위가 보이지만 날씨가 흐린데다 눈으로 대지에 습기가 많은지 안개까지 있어 조망이 별로 좋지 않다

전망바위에 올라 울산바위를 둘러본다

 

하나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둘레가 4km에 달한다니 놀라운 비경이다

 

 

 

 

 

 

반대편 공포의 철계단과 달리 이곳은 나무계단을 돌리고 돌려 급경사가 없지만 모처럼 산행에 나선 사람들의 숨소리는 무척이나 거칠게 들린다

 철거되기 전 공포의 808개 철계단

이 바위는 치아를 발치한 모습과 비슷해 꼭 이 뿌리 모양이다

 이 사진은 북한산 파랑새능선에 있는 제대로 꽂혀있는 어금니바위다

 

눈이 내리고 내려 층이진 모습이 세월의 간극을 말하는 나이테 같은 느낌이다

소나무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척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울산바위에서 내려다 본 옆 암릉

 

울산바위의 상징인 고목과 태극기, 고목은 더 이상 쓰러지지 않도록 펜스에 고정했다. 

이 고목이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건 아닐테니 삭막한 정상의 운치를 더하기 위해 어디선가 공수해 왔을 터....

울산바위 정상에서면 사방이 트여 일망무제로 온세상을 굽어볼 수 있지만 오늘은 안개가 끼어 설악산 공룡능선이나

권금성은 커녕 불과 20-30m 거리도 보기 힘들다. 한기가 느껴지니 다소 을씨년스러원도 선계를 걷는듯한 몽환적

분위기가 풍긴다.

지금 생각하니 정상엔 찻집이 하나 있던데, 공단이 기득권을 인정해 준건가?  궁금하다.

정상 아랫쪽 암릉엔 사람들의 이동경로에 따라 가운덴 아직 눈이 쌓여있다

아랫쪽에서 보는 울산바위 정상의 모습

잠깐 사이에 안개가 밀려온다

 

다시 하산이다

 

 

 

계조암에 있는 바위아래 있는 나한석굴로 규모가 굉장히 크다  

내원에서 볼 수 있는 건너편 암봉의 멋진 모습

안양암의 법당엔 지난 달에 내린 눈의 양이 얼만큼인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신흥사 향나무

 

 

권금성, 모처럼 설악산에 준비 없이 왔다든지 아니면 산행에 자신이 없을 때, 혹여 아이들이 있어도 좋다.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가까이는 만물상과 멀리 공룡능선은 물론 울산바위 너머 속초 시가지와

동해바다까지 보이니 설악산을 조망하기 딱 좋은 장소다.

혹여 설악산을 염두에 둔다면 4월 중순까지 아이젠과 바람막이 잠바는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낭패가 없다.  

 

설악의 嶽은 산이 감옥처럼 사방으로 깔려 가둔다는 의미라고 한다니 지난 달 내린 폭설이 아직도 그대로다

돌아올 땐 이왕 속초까지 왔으니 동해안에서 회나 먹고 가자는 의견이 많아 남애항에서 회를 먹고 영동고속도로로 돌아왔다.

대관령을 지나면서부터 차가 많아 꼼짝을 못 했다는 데, 깜빡 자느냐고 알지도 못 하고 잘 왔다. 귀가길은 네 시간 20분이 걸렸다.

10년도 훨씬 지나 후에 울산바위를 찾았지만 날씨가 받혀주질 않아 다소 아쉬운 산행이니 다음에 날 좋을 때 다시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