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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설악산

설악산 공룡능선과 천불동계곡 2011.06.11.토

by 즐풍 2019. 5. 29.

 

 

 

 

 

산에가자 팀의 1무1박3일의 설악산 등정을 신청했으나 요즘 컨디션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감당할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정예

10명 정도가 첫날은 새벽부터 가장 험난하다는 너덜지옥 서부능선을 열두세 시간 타고 다음날 공룡능선 코스를 탄다고 한다. 지난

3월 치악산과 매화산을 혼자 연계산행 하면서 다친 무릎이 여전히 시원치 않을 뿐 더러 가련한 내 몸을 혹사하면서 등정에 대한 만

족감을 얻자고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무렵, 다행히 「북한산 매니아」에서 설악산 공지가 올랐고 당일코스라면 어느 정도 감내할 자신이 있기에

산에가자는 꼬리를 내리고 매니아팀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산행 당일은 저쪽 팀의 하산 길은 우리 팀이 올라가는 코스와

일치하므로 공릉능선 어디선가는 만날 수밖에 없어 다소 만남이 부담스럽다. 그 문제는 그때 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테니 그저 시

간에 맡기기로 한다.

 

 

 

▼ 새벽 4시에 산행을 시작해 5:30이 돼서야 여명이 밝아 온다

 

 

 

 

▼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설악산

 

     

버스는 정원을 태우고 어둠 속을 불길로 밝히며 동서횡단을 끝내고 드디어 새벽 두 시, 설악동 상가에 도착하여 조별로 간단한

요기를 끝내고 오전 3시 15분경 심연의 어둠 속에 잠긴 설악산의 발등을 밟고 헤드랜턴 불빛에 의존하여 한발 한발 발을 내딛

는다. 칠흑의 어둠 속에 무엇이 보이겠는가? 성능 좋은 랜턴도 근접거리만 보여 줄 뿐 원거리는 어둠이 삼켜버리니 여명을 지

나 동이 틀 때까지는 발아래 돌부리에 채이지 않게 조심스레 걸을 수밖에 없다. 

 

계곡을 지나 능선으로 올라 선 시각이 오전 5시 8분, 동해에선 붉은 해가 바다를 딛고 벌써 산 위를 한 뼘만큼 올라타고 앉았다.

처음부터 일출을 함께 하진 못했지만 아직은 맨 눈으로 보기에 부담 없이 아름다운 모습이 첫사랑 그녀의 홍조처럼 아름답다.

 

사실 5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일출 시작된다는 건 너무 빠르지 않은가? 5.16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부는 경제적 이익을

생각하여 우리보다 30분 빠른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는 일본 표준시에 맞춘 게 40여 년을 지난 지금도 같은 동경시를 사용하

고 있으니 여전히 일본에서 완전히 독립을 하지 못한 불완전독립이다. 그러다 보니 생체리듬이 깨져 늘 피곤함이 계속될 테고 오

늘만 해도 속초 바다의 일출은 서울보다 좀 더 이른 시각인 5시를 조금 넘겨 일출이 시작되었다.

 

 

 

 

 

이 사진을 찍은 시각이 오전 5시 8분, 일출은 바다를 가린 산 위로 떠 있으니 몇 분은 지났겠다. 이러니 한국 표준시를 되찾는 것은

우리의 생활리듬을 되찾는 것인데 이 문제에 관한 한 우리 국민이 너무 관대한 것인지 경제의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

을 못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데다 요즘 들어 심심찮게 썸머타임 얘기가 돌더니 일본이 꿈쩍하지 않자 없던 일로 돌아간 것은 천만

다행이다.

 

해가 솟아오르고 나서야 사물이 뚜렷해지자 설악의 위용이 파노라마로 각인된다. 첩첩이 기기묘묘한 형태로 줄지어 늘어선 암산은

우리 일행의 탄성을 받으며 늘 그 자리에 있어 두고두고 등반객의 찬미를 받는다. 저 아래부터기는 하지만 소리님, 담지님, 청초롱

님, 레오님과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등을 하며 남 보다 먼저 설악의 정취를 맘껏 느낀다.

 

 

 

 

 

 

 

 

 

 

 

부엽토가 쌓여 모처럼 밟는 폭신폭신 한 느낌이 발의 피로를 풀어 주니 이런 길만 계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쌓아 놓은

돌담길은 올레길의 한켠을 걷는 착각에 들게 하고 바쁘지 않다면 맨발의 흙길을 밟으면  발가락 사이로 퐁퐁거리며 올라 올

부엽토의 간지럼을 느낄 텐데 갈 길이 바쁜 게 못내 아쉽다.

 

바라보이는 첨봉이 1275 고지인가?

  

  

 

산 아래는 짙은 녹음이었지만 이곳엔 이제 막 피어난 연초록 나뭇잎이 꽃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어

한껏 요염한 아낙보다 아장아장 걷는 어린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보는 듯 내 지난 세월 어느 귀퉁이에도 저런 순수 · 천진함이

있었을 텐데, 세월의 못된 담금질로 산적 같이 변한 내 모습이라니... 

 

5월 22일의 남양주 서리산의 철쭉이 장관이었고 6월 5일 원주에 있는 감악산의 그놈은 끝물이라 몇 개 없더니 이곳에서 금년

마지막일 연분홍 철쭉을 본다. 붉은색 철쭉보다 은은한 연분홍 철쭉이 수줍은 시골 처녀 같은 순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지금쯤 소백산 철쭉이 절정이겠다.

 

 

 

 

 

 

 

 

          

           1275 고지에 오르기 전 좌측의 출입금지 능선을 따라 올라 간 뒤돌아 본 풍경이다. 이 모습을 본 사람은 산이슬님을 포함한 단 세 명,

           설악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할 요량으로 굳건히 성채를 쌓은 듯 그 기교가 알.흠.답.다. 

 

 

 

 

 

 

 

 

 

                                                                  ▲ 1275능선을 오르며 바라본 건너편 능선  

 

 

▲ 1275에서 내려다 본 산 아래의 비경이란 이런 모습이다.

 

 

후덜덜 거리며 발끝에 힘을 주고 미끄러지지 않게 올라서 보니 이곳 풍경에 넋을 잃고 생명을 바친 분을 기리는 동판이 새겨져

있다. 부디 좋은 곳에 계시길 빈다.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간다면 화장하겠다던 나의 약속을 취소하고, 아니 화장을 해도 유골은 산 위에서 한 줌 먼지로 앉는 게

좋겠다. 1275 정상을 넘는 고개 마루다. 대부분의 산우님들은 이곳에서 간식을 하며 피로를 푼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려는 듯 경연하는 자세를 보인다. 이쯤에서 설악에 대한 미사여구는 그저 사족에 지나지 않음을 알겠다.

 점입가경, 뾰족하게만 서있던 암릉도 여기선 한 숨 돌리고 가지런히 고만고만한 자태를 보이니 단정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드디어 공룡능선은 끝나고 천불동 계곡이 시작된다. 공룡의 등뼈를 밟고 지나 온 능선 중 1275 고지가 압권이었다. 천불동계

 곡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 지 자못 궁금하다. 드디어 계곡의 작은 폭포가 눈에 들어오고 갑자기 옷을 잃은 천사가 오

 버스크랩 되는 건 불량한 마음이 있기 때문일까? 

 

 

  

 

 

 

 

 

 

 

 

 

 

 

 

 

 

 

 

 

 

 

 

금강산은 가 보지 않았지만 다녀 온 사람들의 평을 들어 보면 화려하나 장엄하지 않다고 한다. 내가 본 설악산은 화려하면서도

장엄하다. 겨우 공룡능선에서 천불동계곡으로 한 바퀴 돌았을 뿐이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속초에서 마지막 2년을 보내면서

구석구석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물론 그 때는 비탐방로를 포함하여 점봉산까지 아우르는 넓은 범위가 되겠지만

그 꿈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 양폭대피소

 

 

 

▼ 나무도 목말라 목 축이려 고개를 숙이고

 

 

 

 

 

 

 

 

 

▼ 왼쪽 바위산 아래 부분 이끼 많이 낀 곳이 금강굴이다

 

 

 

 

 

 

▼ 벽제 금동대향로가 유명하니 복제품이 여기에도 설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