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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백운대 야간산행

by 즐풍 2019. 5. 21.

 

 

 

 

 

산행일자 2013.8.10.토(18:00-22:40, 네 시간 40분)       날씨 : 박무에 고온다습

 

 

지난 수요일에 입추가 지났다고는 하지만 다음주 월요일이 말복이니 더위는 아직도 한참을 우리 곁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텐데, 지루한 장마가 끝난 직후라 대지에 가득한 습도로 샤워를 하고 나와도 벌써 땀이 흐른다.

 

어제는 자는동안 몇 번을 에어컨을 켰다 껏다 하다보니 숙면을 못 취해 낮에는 비몽사몽하다 점심을 부랴부랴 네 시에 

먹고 북한산 야간산행이나 할 생각에 국사당에 도착한 게 오후 여섯시다.

 

국사당 입구 큰길 양쪽으론 차량이 빽빽하게 주차돼 있어 웬일인가 싶은 데, 코너를 돌아 국사당으로 오르는 길은

이번 장마에 흙이 쓸려나가 길이 패여나간 자리에 돌만 불쑥 솟아올라 한참을 덜컹거리며 올라가 겨우 주차를 한다.

 

늦은 시간에 등산을 시작하는 데 밤골계곡에선 가족끼리 연인끼리 운동화에 슬리퍼를 신은 사람들이 돗자리에 가방을

들고 끝없이 내려오는 걸 보니 큰길을 빽빽히 주차한 사람들이 이 계곡으로 피서를 온 사람들인 걸 이제야 실감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긴 장마 끝이나라고는 하나 계곡이 깊지 못 해 물은 바닥으로 겨우 흐르는 정도니 피서치고는

아쉬웠겠지만 모처럼 가족이 함께 발을 담그며 정담을 나눈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지 않았을까.

수량 적은 밤골계곡에도 이렇게 인파가 많은 데, 서울에서 제일 가까운 송추계곡이라면 많은 인파로 몸살을 앓겠다.

 

계곡을 타고 어느 정도 오르자 사람들은 더이상 보이지 않고 간혹 지나치는 사람들이 늦은 시각에 산에 오르니 별스럽게

쳐다보기도 하는 데, 계곡은 벌써 어둠이 깔려 사방이 어둑어둑 해진다.

 

 

 

 

 

오후 여섯 시에 국사당에 도착하여 산행 시작

 

 

 

 

 

 

 

아래 위로 총각폭포, 처녀폭포의 수량도 많지 않아 아쉬운 모습이다

 

 

 

 

 

 

 

 

 

계곡에선 보이지 않던 태양이 어느 정도 고도에 이르자 비로서 모습을 나타내는 데 벌써 빛을 잃은 석양이다

 

 

 

 

 

숨은벽능선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합류지점으로 백운대까지는 아직 1.3km 더 올라가야...

 

 

장마끝이라 샘물은 수량이 풍부하다

 

 

 

 

 

드디어 호랑이굴 턱밑이라 저기만 넘어 돌아가면 백운대 오르는 길이니 좀 더 힘을 내본다  

 

 

숨은벽능선 뒷모습

 

 

호랑이굴 나무데크에서 보는 숨은벽능선 정상

 

 

왼쪽은 파랑새능선에서 백운대 오르는 길

 

 

호랑이굴을 넘어온 시각은 19:40이니 오늘의 서울지역 일몰시각인 19:31을 훨씬 넘었다

 

 

하지만 17:45에 찍은 인수봉엔 마직막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는 모습이니 서울시내 고도보다

훨씬 높은 인수봉이라 백운대와 함께 서울지역에서 가장 늦게까지 햇빛을 볼 수 있는 봉우리다

 

 

드디어 백운대 오르는 길에 진입

 

 

만경대도 박명에 그 모습 살짝 볼 수 있다

일출 일몰 전후하여 어느 정도 사람이 느끼는 희미한 상태는 약 30분 전후 지속된다 

 

 

노적봉 뒤로 의상능선은 더 많이 어둠이 감싸고...

 

 

저녁노을과 초승달, 그리고 화성의 환상적인 조합이다

 

 

 

 

 

 

 

 

 

 

 

 

 

 

드디어 한 시간 56분만인 19:56에 백운대에 올라 내려다 본 강북지역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인수봉엔 야간 암벽등반이 있는 지 불빛이 보이니 저들도 꽤나 암벽을 즐기는 산꾼인 모양이다

 

 

백운대 정상

 

 

 

 

 

백운대는 어느때라도 늘 바람이 불어 태국기가 펄럭이니 오늘같은 무더위에 흠뻑 젖은 등산복은 어느새 말라버리고

산 기운까지 달라 에어컨의 시원함과는 또 다른 형태의 서늘한 기운이 몸에 스며드니 이런 게 정상에서 느끼는 보람이다

 

 

서울 야경을 담아보려고 거의 같이 올라온 사람은 지난주에도 이 시간에 올라왔는 데 오늘도 시야가 좋지 못 하다고 투덜댄다.

긴 장마에 습도가 높은 여름을 지나 선명한 가을에야 서울 야경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을 텐데, 아직 두어달 잘 기다려야 좋은 사진을 얻겠다.

 

 

 

 

 

뒤이어 세 명이 같이 올라와 백운대 정상에서 야간을 즐기는 모습이다.

 

 

 

 

 

그 사진쟁이가 아쉬운대로 작은 텐트를 쳐놓고 텐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더니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막 정상에 올랐을 때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와 백운대 정상에서 기념 사진을 찍던 아빠와 랜턴도 없이 내려가는 게 무척이나

불안하게 보였는 데, 40분이나 쉬고 내려가다 보니 한참 전에 아이를 데리고 내려가던 엄마와 합류하여 네 가족이 캄캄한 등산로를

아빠가 한발 앞서 아이의 발을 하나씩 잡아주며 내려가는 모습에 기가 찬다.

 

몇 시간을 걸어 백운대를 찍고 나름대로 의미있는 산행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이는 운동화를 신어 미끄러운 데다 해드랜턴 준비도 없이

이런 야간에 사지로 가족을 몰아넣는 어처구니 없는 가장을 보니 화가 치밀지만 나무 계단에 도착할 때까지 랜턴빛을 비춰주며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데, 그래도 꼬마 아이는 인사성이 밝아 계속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계단에 도착할 때 즈음 세 명이 내려오길래 그들에게 인계하며 백운산장까지 내려가 그 아래 산악경찰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하산하라고

일러주고 나도 서둘러 하산한다.    

 

 

 

백운대를 휘돌아 호랑이굴을 넘어 하산을 시작한다

 

 

 

 

 

지난 6월 야간산행시 밤골계곡으로 하산할 때 너덜길이 많아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엔 위험하고 돌아가더라도 길의 구분이 쉬운

숨은벽능선을 치고 올라갈 생각에 숨은벽능선 하단부 협곡에 도착했다.

사위는 어둠의 적막인 데, 어디선가 귀뚜라미에 여치까지 우는 소리가 들리고 간혹 소쩍새 우는 소리도 들리니 한낮엔 덥다고 하지만

어느새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걸 알 수 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지 않아도 새벽이 온다더니 무더위 속에서도 벌써 가을의 기운을 느끼니 계절의 시계는 어김없이 흐른다.

 

 

 

 

 

 아기고래바위

 

 

 

 

 

개미바위를 너무 가까이서 잡아 개미바위인지 알 수 없다

 

 

 

 

 

해골바위 위 전망바위에서 잠시 쉬며 야간산행에서 마지막 더위를 식혀본다.

눈으로야 영장봉이 보이고 인수봉과 숨은벽능선을 넘어 백운대로 이르는 스카이라인이 구별되지만 디카로 담을 수 없는 게 아쉽다.  

 

 

드디어 긴 시간을 걸어 국사당에서 사기막골 입구로 넘어가는 둘레길과 만나니 오늘의 야간산행도 끝이 보인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단독 야간산행을 무사히 마친 걸 감사하게 생각하며 금년이 가기 전에 한 번 정도 더 기회를 가져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