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산의 계기
2009년 8월 심장병 확진 이후 운동을 해야 한다면 등산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 달에 두 세 번 정도 등산을 하다가 2010년 1월
새로운 각오로 매주 주말엔 가까운 북한산으로 무조건 떠나는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처음엔 등산에 취미를 붙이
며 등로를 따라가는 한정된 코스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지도로 찾아 가기도 하고 눈으로 보는 능선이나 계곡을 따라 점차 그
범위가 넓혀가며 북한산의 새로운 풍경들에 점차 빠져들게 된다. 초창기엔 간혹 카메라를 휴대해도 인물사진에 국한되다시피
하여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 없는 게 아쉽다.
인수봉 뒤로 운무에 가려 있는 백운대
그러면서 카페보다는 블로그에서 산행과 관련한 더 많은 고급정보를 얻으면서 2010년 6월 블로그를 욕심 내 개설하긴 했으나
귀차니즘으로 1년 여 동안 방치하다가 2011년 6월 설악산을 다녀올 때 휴대성이 좋은 똑딱이 디카를 구입하고서야 비로서
풍경위주의 블로그를 만들고 가꾸는 작업을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당초 한 번에 북한산 총정리를 끝낼 생각이었으나 작성하다보니 양이 많아져 이번 회에서는 능선을 중심으로 살피고 다음엔
계곡과 기타 특이한 볼거리에 대하여 좀 더 진행해 볼 생각이다.
■ 북한산 개요
북한산국립공원은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의 79.916㎢를 묶어 1983.4.2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서울을 둘러싸고 있을 뿐 아니라 수도권과 인접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으며 산세가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많다보니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봉우리가 많아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멋이 있고 여러 능선으로 갈라진 가운데 의산능선이나 숨은벽능선,
향로봉능선, 숨은벽능선, 상장능선, 칼바위 능선 등 헤아릴 수없이 많은 능선들 하나하나 멋지지 않은 곳이 없다.
많은 계곡 중에서도 몇몇 화강암으로 이우어진 암반천은 낙차가 커 많은 폭포가 산재되어 있으나 계곡이 깊지 못해 평소에는 거의
건천이다 보니 볼만한 폭포는 폭우 뒤에 잠깐씩만 볼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조선의 궁궐을 품고 있다보니 역사적 유적지도 많아 성곽과 성문은 물론 문인재사의 필력 좋은 문체도 주의만 기울이면 도처에서
만날 수 있는 데, 특히 폭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 계절별 특징
사실, 블로그 작성 이전부터 북한산을 꾸준히 다녔으니 그 셈을 다 헤아리지도 못하겠으나 다닌 곳의 대부분은 반복되는 코스가
많기에 사실상 블로그에 이미 다 반영되긴 했겠지만 계절에 따른 다양한 변화는 아직 다 담아내지 못 하고 있다.
봄에는 진달래능선에서만 진달래를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 도처에서 진달래꽃을 볼 수 있으나 두드러질만큼 많지는 않다.
나뭇잎 새순이 돋을 때 의상능선이나 노적봉이 아니더라도 불쑥 솟은 암봉에서 바라보는 꽃보다 예쁜 연두색 초록물결이나
안개가 스멀거리며 계곡과 능선을 휘감는 몽환적 풍경이나 해무리가 아름다운 일출이나 일몰은 타이밍이 좋아야 얻는 행운이다.
한여름 폭우가 내린 뒤의 계곡이 만들어 내는 멋진 폭포는 쉬는 주말과 잘 맞아 떨어져야 그 시원한 물줄기를 볼 수 있다. 벌써
하루 이틀 뒤라면 담수능력이 없는 가파른 계곡은 더 이상 보여줄 수량이 없기도 하거니와 주말마다 내리는 폭우가 아닌 데다
도처에 숨어 있는 폭포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아 절반 이상은 다음 해로 넘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폭우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기회포착에 성공한다면 누구도 경험하지 못하는 비경을 엿볼 수 있다.
구천은폭은 여러 개의 폭포로 이어져 있다.
허나 한여름 동안엔 이런 비경의 폭포 탐방보다는 숨막히는 더위와 몰려드는 모기떼에 내몰리는 경우가 더 많지만 나무 그늘
아래서 만나는 한 점 바람이나 계곡을 떠나지 못하는 탐방객 틈에 끼어 발을 담그는 재미도 있다.
산행을 이어가며 만나는 숲속에서 아직은 파란 단풍나무 군락지를 만나면 가을에 다시 와서 단풍의 절경에 취해 보겠다는
다짐도 막상 그 가을이 되면 지방 산행과 겹쳐 언젠지 모를 미래로 넘겨진 단풍 군락지가 어디 한 둘이랴.
서벽밴드를 건너면 만날 수 있는 단풍나무 한 그루.
늘 푸를 것만 같던 녹음방초도 10월에 접어들면서부터 갈색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낙엽이 지면 발 아래 밟히는 낙엽의
시각거리는 소리의 운치를 카메라에 담지 못 함이 아쉽다.
의상능선의 낙엽 오솔길
평소 보이지도 않던 먼 능선과 암봉이 낙엽진 가지 사이로 눈에 들어온다면 벌써 옷차림은 두터워졌을 테니 한 때 폭우로
내달린던 계곡도 머지않아 모든 물이 얼어 여름과는 또 다른 빙폭의 장관을 보여준다.
이 또한 혹한의 추위를 물리치고 능선을 넘어 긴 계곡을 찾아가는 고행 끝에야 만날 수 있는 행운이다.
밤골계곡의 빙폭
3월초 해빙기가 되자 푸석거리며 주저 앉을 것 같은 빙폭
비 그친 뒤의 합수폭포에 몸을 담근 산객들
이러한 계절적 특성 외에도 북한산엔 수많은 비경이 도처에 잡리잡고 있다. 정상인 백운대는 북한산 탐방의 처음과 끝이므로
백운대를 밟아봐야 북한산을 다녀왔다는 말을 할 수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만만치 않은 데다 어느 계절이든 탐방객은
넘쳐나기에 대부분이 정체된다.
노적봉에서 조망하는 만경봉
■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로 오르는 코스는 무수히 많다. 서울이라면 우이동에서 하루재를 거치거나 좀 더 멀리는 육모정에서
오르는 길이 있고다. 도선사에서 용암봉을 찍고 만경대 허릿길을 따라 오르는 방법도 있겠고, 고양시에서는 북한동에 있는
북한산 탐방지원센터에서 상운사 계곡을 따라 위문을 넘어가는 길도 많이 이용한다. 밤골계곡 또는 사기막골능선을 따라
오르는 방법 등이 있겠지만 거리를 좀 더 길게 잡으면 수없이 많은 코스가 있다.
백운대 정상에 서면 가까운 만경대나 노적봉은 물론 의상능선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과 뒤로는 상장능선 너머 도봉산의 여성
봉에서 오봉을 지나 우이암, 자운암에 이르기까지 조망된다. 서울 시가지와 연접한 수락산, 불암산, 북악산, 인왕산은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지만 멀리 희미한 선으로 연결된 산까지 말해보라면 나는 다 알지 못 한다.
노적봉에서 조망하는 백운대, 약수릿지와 파랑새능선이 둘러싸고 우측엔 인수봉이다.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봉 근경
여우굴로 올라가면 백운대를 정면으로 만날 수 있다.
백운대를 지근거리에서 단단히 지키는 인수봉은 북한산의 마지막 코스라지만 암벽등반을 배워야만 탈 수 있으니 아직은
동경의 대상이라 그저 바라만 볼 뿐 미래로 남겨 놓던가 아니면 영원한 미답지로 남을 공산도 크다.
서리꽃을 앞세운 인수봉인 시리도록 춥게 보인다.
■ 백운대와 만경대의 비경을 거침없이 바라볼 노적봉
북한산에서 최고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을 묻는다면 난 노적봉 정상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만경대능선과 그 허리를 가로질러 백운대로 가는 허릿길의 산객을 보는 재미와 상상을 초월한 백운대 암봉과 염초봉,
가까이 용암봉에 이르기까지 파노라마로 펼쳐진 풍경은 마치 손에 잡힐듯 가까이 있기에 전율마저 느끼는 스펙터클은
힘들여 올라온 노고는 충분히 보상 받는다.
게다가 욕심 내 노적서봉에 서면 나폴레옹 모자바위와 산 아래 펼쳐진 일망무제로 펼쳐진 계곡과 능선을 바라보는 시원함은
백운대나 만경대에서 보는 느낌과 다른 시원함이 있다.
노적서봉의 그림자가 능선 한 켠을 집어 삼킨 웅장한 모습을 누가 볼 것인가.
노적봉에서 바라보는 백운대와 만경봉
■ 구비구비 절경인 의상능선
의상능선이 있다.
북한산초등학교 뒤로 의상봉을 거쳐 용혈, 용출, 증취, 나한, 나월봉을 거쳐 문수봉에 이르기까지 북한산에서 가장 험란한
코스를 밟는다면 왼쪽으로 원효봉능선에서 염초봉을 지나 백운대가 한 눈에 들어오고 우측으론 응봉능선 너머 기자촌능선에
사모바위와 비봉까지를 눈에 담을 수 있다.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어쩌다 올라왔다면 다리에 배긴 뻐근함이 풀어질 때까진
며칠 고생도 각오해야 만날 수 있는 진풍경이다.
봉을 하나씩 넘을 때마다 또다시 거인처럼 앞을 가로막는 작은 산에 힘이 빠질 지 모르지만 적당히 바위도 타야하고
와이어로프나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봉우리 하나 하나씩 섭렵할 때 앞 뒤로 보이는 비경엔 쉼 없이 탄성이 쏟아진다.
코스가 험란하기에 방책이 쳐 있거나 출입금지 구역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릿지에 자신이 있다면 에스컬레이터바위나
불꽃바위를 탄다는 지 문수봉 정상에서 사방의 굽어보며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는 호기를 누릴 수 있다.
그러기에 용출봉과 용혈봉 사이의 바위엔 "북한산에 단풍이 들어 만산홍엽일 때 계곡물은 서늘하고 맑고 차가운 경관의
아름다움이 온 마음에 투영되어 고요하게 조망하는 곳"이란 뜻으로 해석될 「紫明海印臺(자명해인대) 」란 한자까지
새겨져 있기에 옛사람이나 요즘 사람이나 의상능선에서 갖는 흥취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 한동안 숨어있던 숨은벽능선
의상능선과 비견되는 곳으로 숨은벽능선이 있는 데 사기막골능선으로 불리기도 한다. 밤골계곡 입구인 국사당을 끼고 능선
으로 올라가면 왼쪽에 인수봉이 있고 오른쪽엔 밤골계곡 건너 파랑새능선이 백운대와 연결되어 있다. 숨은벽에서 계곡을
따라 잠깐 내려간 다음 밤골계곡과 만나 호랑이굴쪽으로 올라가는 코스다. 해골바위 바로 위에 있는 전망바위에 서면 좌측
으로 상장능선은 물론 도봉산의 여성봉부터 오봉을 거쳐 자운봉까지 도봉산 주능선과 우이남능선이 조망된다.
지근거리에 영장봉과 숨은벽, 인수봉이 바로 코앞에 있고 파랑새능선의 어금니바위와 장군봉을 지나는 암봉이 서로 맞닿아
큰 호선을 그리며 백운대르 지나 인수봉 암봉까지 뻗은 암봉의 규모가 크기에 또 다른 장엄함으로 다가온다. 그런가 하면
안개에 잠긴 바위 두 눈에 반쯤 물에 잠긴 해골바위를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느라면 인생을 달관하지 않겠는가?
사실 이 코스는 2010년 8월 호랑이굴 아래 계단을 설치하기 전엔 로프를 타고 겨우 올라가야 하는 험로였기에 일반인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코스였으나 계단이 설치된 이후 갑자기 각광받는 코스가 되었다. 의상능선과 숨은벽능선을 연계등산
코스로 선택하여 산행한다면 중급 이상의 산객은 여덟 시간 전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
좌우 인수봉과 파랑새능선의 엄호를 받으며 올라가는 숨은벽능선
해골바위 눈엔 물이 좀 차야 제멋이 난다.
파랑새능선에서 보는 숨은벽능선 일부
■ 염초봉능선과 파랑새능선
파랑새능선을 타고 코끼리바위를 지나 어금니바위의 잇몸을 잡고 더 높은 곳에 이르러 어금니바위를 내랴다 본다면
숨은벽능선에서 보이던 입석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어금니의 절묘한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허나 이 코스는 일반적으로 장군봉 아래까지 이를 수 있으나 장군봉은 암벽이 높아 장비가 있어야만 올라갈 수 있다.
굳이 이 코스르 잡았다면 춘향이바위를 지나 염초봉을 둘러보는 게 적절한 코스라 생각한다.
피아노바위를 탄지신공으로 올랐다면 책바위는 팔힘과 릿지화가 필수겠지만 요행히 두 개의 관문을 통과했더라도
내려가는 길은 여전히 만만치 않아 사고가 잦은 곳이라 북문에서 올라온다면 장비검사를 한 후에 통과 시킨다.
원효봉에서 바라보는 염초봉과 백운대로 맨 좌측이 염초봉이다.
사진으로 보면 험악해 보이지만 막상 탐방할만 한 염초봉이다.
파랑새능선의 어금니바위와 이를 잘 받치고 있는 잇몸
파랑새능선의 일부구간
■ 보현봉
문수봉에서 남산쪽을 바라 본다면 바로 앞에 울퉁불퉁한 알통을 까발리고 사납게 서 있는 봉우리가 보현봉이다.
그러고 보니 의상능선 정상에 문수봉이 있고 건너편을 보현봉이 지키고 있는 데 이 모두가 불교용어에서 따 온 말이다.
어느 산이나 불교용어로 된 지명이 많으니 명산일수록 그 명칭이 더 많다. 북한산에도 원효봉이나 승가봉, 향로봉, 인수봉,
나한봉, 나월봉에 미륵폭포가 있다만 불교신자가 아니니 그 의미는 모른다.
그런데 보현봉 정상에 오르면 거의 대부분은 사이비교도가 늘 방언을 읊조리며 기도를 하고 있고 정상 바위엔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가 하면 또 누군가 열심히 지운다고 덧칠을 하고 다시 긋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게 밤낮이 바뀌는 형국이다.
아마도 된통 불교용어로 가득한 북한산에 이교도가 송곳치기로 들어온다는 느낌이지만 무교인 내가 보기에도 영 마뜩치 않다.
올라가는 길이야 수없이 많지만 중늙은이인 노파도 기도하겠다고 올라오는 걸 보면 맘만 먹으면 누구나 올라올 수 있겠다만
치기가 있다면 사자능선에서 직벽을 치고 바위굴을 통과하여 송신탑으로 올라간다면 짜릿한 쾌감을 가질만 하다.
보현봉은 문수봉에서 보는 것보다 사자능선을 밟고 올라서며 보아야 대양을 항해하는 항공모함의 위용을 보는 듯 위용이
대단하고 선미에는 항공기가 한 대 내려 앉은 모습까지 제대로 된 모습이 나온다.
운무가 삼켜버리는 보현봉은 북한산에서 기운이 가장 강한 봉우리다.
사자능선에서 보는 사자봉 뒤로 보현봉도 보인다.
■ 상장능선
군부대가 있기 때문에 기약도 없이 휴식년제로 묶여 있는 지 몰라도 능선 아래 계곡은 우이령고개로 김신조 일당이 다녀간 뒤
몇 십년을 묶여있다 풀렸다지만 사전예약제로 한정된 인원만 받고 있으니 아래 위로 도매급으로 묶여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불수사도북 종주할 때도 도봉산에서 우이령고개를 거쳐 상장능선으로 넘어와야 하겠지만 우이동으로 내려갔다가
육모정이나 하루재를 타고 북한산으로 발을 디밀어야 하니 빙 둘러 돌아가는 길이 마뜩치 않아 심통인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상장능선을 타고 봉우리마다 다 올라서자면 2봉을 넘어 3봉으로 연결되는 구간엔 로프를 걸어야 하고
4봉은 오르기도 어렵지만 내려가기도 꽤나 어려운 구간이다. 능선을 타는동안 도봉산 주능선 너머 사패간까지 시야가 뚫려
있고 발 아래 효자리계곡은 드넓게 펼쳐져 있어 계곡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마지막에 큰 형처럼 자리잡은 9봉인 왕관
봉을 그냥 우회 한다면 재미없다.
20여년 전 아는 사람이 상장능선을 타고 계곡에 있는 부대로 내려오다 잡혀서 쪼그려 높이뛰기를 하고 다시 육모정으로
되돌아 올라갔다는 얘기도 해준다.
8봉쪽에서 보는 왕관봉
▲▼ 상장9봉으로 일명 왕관봉의 앞 뒤 모습이다.
맨 좌로부터 상장2봉, 3봉, 4봉이다.
■ 북한산주능선
백운대에서 만경대 허릿길을 따라 문수봉까지 쭈욱 연결되는 주능선은 서울과 고양의 경계로 북한산성이 둘러쳐져 있고
등로가 모두 만나는 정점에 있어 어느 능선이나 계곡으로든 나가고 빠질 수 있다.
또한 산성이란 게 만리장성처럼 폭이 몇 m씩이나 넓지 않고 그저 능선을 따라 담장만 쳐진 형태라 구비구비 흰색으로 늘어진
형태를 따라 걷는 맛은 번잡스러움을 잊고 봄에는 진달래가, 여름엔 좌우 늘어진 수목이 우거지고, 가을엔 안개를 제치며
보이는 단풍색이 곱고, 겨울엔 북풍한설을 맞으며 상고대라도 본다면 차가운 바람에 몸을 내맏겨도 걸음이 즐겁다.
북한산 주능선은 성벽과 나란히 걸으며 역사와 함께 숨쉬는 느낌이 좋다.
이 성벽이 본래의 역활에 충실한 적은 없으나 역사적 가치는 충분하다.
북한산 전체르 조망할 수 있는 곳에 동장대가 설치되어 유사시 지휘장소로 적격이다.
■ 비봉능선
백운대 다음으로 인기코스를 꼽으라면 일반인이 손쉽게 만날 수 있는 비봉능선의 사모바위일 것이다. 가까이는 향로봉에서
비봉을 거쳐 오거나 의상능선을 타고 문수봉을 거쳐 오던지, 아니면 응봉능선이나 진관사, 삼천사, 승가사쪽에서 올라오든
사모바위는 늘 인기있는 코스다.
백운대는 멀고 힘드니 손쉽게 올라 북한산에 오른 인증사진을 남긴다면 사모바위가 제격인 데다 조금만 용을 쓰면 사모바위
를 오를 수 있으나 그림일 뿐 실제 오른다면 처음인 사람은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다. 사모바위 아랜 헬기장으로 쓰이는 넓은
공터가 있어 오가던 산객들의 쉼터로 활용되는가 하면 산악회가 지난다면 자리가 넓어 식사장소로 안성맟춤이라 점심 무렵에
지난다면 몇 팀씩 모여 식사하는 장관도 볼 수 있다.
사모바위는 그나마 오르기가 만만하다.
사모바위에서 5분 거리에 비봉이 불쑥하니 솟아 있어 올라가본다면 진흥왕순수비의 복제품을 볼 수 있다. 진흥왕이 순수비는
천오백년의 세월이 흐르며 글자가 마모되어 해독이 어려웠던 것을 금석학에 밝은 추사 김정희 선생으로 말미암아 비로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으로 비봉이라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비봉은 좀 용력을 써야 오를 수 있는 험로라 진흥왕순수비에서
인증샷을 찍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진흥왕 순수비가 세워진 북한산 비봉
■ 기자촌능선
지금은 기자촌에 아파트공사 관계로 출입이 금지되어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지금은 잘 가지 않지만 기자촌능선을 따라
향로봉으로 가는 구간도 제법 조망하기에 멋진 구간으로 응봉능선 너머 의상능선과 더 멀리는 백운대까지 조망되는 멋진 코스다.
능선을 올라서면 대머리바위가 반갑게 맞아주고 좀 더 진행하면 낙타바위가 길 떠날 차비를 하듯 길손을 기다리는 폼이 멋진데
조금만 더 지나면 능선 정상으로 가는 바위가 제법 가파르며 폭이 좁아 고소감도 느낄 수 있다.
기자촌능선을 지나 안부를 지나면서 우측 암벽을 타고 5부능선으로 돌아가면 김신조굴도 들려갈 수 있는 데 이곳은 아는 사람
들만 왕래가 가능하여 비가 오거나 폭풍가 지날 때 대피장소로 안성맞춤이다.
기자촌능선의 대머리바위
앞쪽으로 보이는 작은 바위는 위에 혹이 있어 낙타바위라 부른다.
■ 칼바위능선
북한산 주능선으로 연결된 성벽은 암문과 성문을 통해서만 통행이 가능한 데 오직 한 군데, 즉 칼바위 가는 코스엔
성벽을 터 놓아 이곳이 얼마나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는 코스인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성벽을 넘어가 200여m 정도가면 칼바위를 만날 수 있는 데 넘어가기 보다 넘어오기가 어렵고 위험해 지금은 우회로에
철구조물로 이동통로를 설치하여 통행이 한결 수월해졌지만 이왕에 갈 거라면 침착하게 칼바위를 넘어보자.
이 코스는 한참을 내려가는 코스도 수월한 코스가 아닌 데 한참을 내려가다 범골약수터로 내려가면 길이 고즈녁한
외솔길이라 무척 마음에 드는 구간이기도 하다.
칼바위을 막 넘은 등산객이 주능선을 조망하고 있다.
칼바위능선
■ 응봉능선
삼천사와 진관사 사이에 있는 응봉능선은 처음엔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별 특징 없이 적당한 고저로 이어지지만 중반을
넘으면서부터 암봉을 만나면서 다소 긴장해야 하는 구간이 두 세 군데 나타난다. 마지막 절정은 응봉의 암봉을 타고 오르
면 좌측으로 돼지바위와 앙증맞은 악어머리를 볼 수 있으며 능선의 정상은 사모바위와 만나게 되어 이 구간을 이용하는
등산객도 많다.
등산을 하면서 눈여겨 보면 바위나 나무 등 지형지물이 여러가지 모양을 보여주는 데 이런 다양한 형태의 모양을 보며 이름
을 알아보면 등산하는 즐거움이 더 커진다. 어떤 사람은 그저 등산에 목적을 두고 앞으로 걷기만 하다보니 이런 멋진 모습은
보이지 않아 어디를 다녀왔다는 자랑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뭐가 어디 있는 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등산할 때 좌우로 보며 뒤돌아 보기까지 하면 보이지 않던 풍광이나 사물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는 데 그렇게 등산을 한다면
훨씬 재미있고 힘들지 않게 등산을 하는 비결이 된다. 「내가 가는 곳의 주인이 되면 그곳이 모두 참된 곳」이라는 이른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을 말하지 않더라도 늘 산의 주인이 되는 참다운 산행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응봉의 백미인 응봉바위를 내려오는 사람이 악어머리바위 곁을 지나고 있다.
응봉바위 한쪽에 있는 돼지머리 사모바위 방향의 귀여운 악어머리
■ 형제봉능선
사실 형제봉능선은 서울 시계에 있기 때문에 일산에 사는 나로서는 국민대 부근에 주차를 하고 탐방에 오르던가 아니면
산을 넘어가 형제봉을 타고 다시 원점복귀를 해야 가능한 산행이라 자주 탐방하는 코스는 아니지만 형제봉이 말 그대로
두 개의 봉을 넘어야 하고 제법 암봉을 타고 오르는 재미가 있는 데다 좌우로 사자능선과 보현봉, 칼바위능선을 두루
조망하는 재미도 있다.
형제봉
나머지 능선과 계곡 등은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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