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_38
2024. 1. 18. 목요일
오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 <탕탕평평-글과 그림의 힘> 연계강연회를 한다는 알림톡을 받았다.
오후 2시부터 세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강연인데, 여러 유물을 살피다 보니 늦어서 참석할 수 없었다.
유물이나 강연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기 어렵지만, 고대 그리스 · 로마 유물을 볼 생각에 강연은 포기했다.
이번에 본 유물은 주제별로 나누다 보면 대략 열 개 넘게 분할하여 올리게 될 것이다.
워낙 양이 많다 보니 올리는 작업도 지루하게 늘어질 것 같다.
박물관 측에서는 어문 분청사기를 별도로 나누었으므로 어렵지 않게 올리게 된다.
안내문을 그대로 올리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살짝 즐풍의 의견도 넣었으니 눈치 빠른 사람은 알 수 있겠다.
물고기가 첨벙!
어문魚文 분청사기
조선의 분청사기에는 여러 가지 무늬가 담겨 있습니다. 그중 물고기 무늬는 다채로운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예로부터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고 떼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어 풍요와 번영을 의미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과거급제와 출세의 상징으로서 분청사기뿐만 아니라 청화백자의 무늬로도 즐겨 사용되었습니다. 이렇듯 물고기는 좋은 징조를 뜻하는 길상吉祥의 의미로 조선시대 도자에 나타납니다.
분청사기의 물고기는 상감象嵌과 인화印花, 철화鐵盡, 조화彫花의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상감기법과 도장을 써서 새겨진 물고기는 규칙적인 무늬로 표현한 파도나 연꽃과 어우러져 있어 단정한 느낌을 줍니다. 이와 달리 거칠고 빠른 붓질로 그려진 철화 분청사기의 물고기는 파격 그 자체입니다. 단순하면서도 자유로운 선으로 새겨진 조화 분청사기의 물고기는 동심의 세계로 초대하는 듯합니다. 이처럼 분청사기의 물고기 표현은 제작기법에 따라 개성을 뽐내며 다양한 변주가 이루어졌습니다. 어느 하나 똑같지 않은 물고기를 살펴보는 것은 분청사기 감상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분청사기 철화 물고기무늬 병 粉青沙器 鐵畫 魚文 甁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전반, 2021년 이건희 기증
그릇 전체를 백토로 칠하고 철화 안료로 물고기를 그렸다. 보통 철화 분청사기의 장식은 자유분방한 선으로 표현하지만 이 작품은 모란과 물고기를 면으로 표현해 독특한 미감을 자아낸다. 다른 한 마리의 물고기는 여느 철화분청사기처럼 선으로 그려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표현을 보여준다.
분청사기 철화 물고기무늬 병 粉青沙器 鐵畫 魚文 瓶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전반, 2021년 이건희 기증
이 분청사기는 털이 굵은 붓으로 거칠게 칠하고 역동적인 물고기 그림을 그렸다.
분청사기 조화 물고기무늬 병 粉青沙器 彫花魚文 瓶
조선 15세기 후반, 1981년 이홍근 기증 왼쪽, 2021년 이건희 기증 오른쪽
병 전체에 귀얄로 백토를 입힌 후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하여 무늬를 새겼다. 이러한 방식을 조화彫花기법이라고 하는데 특히 전라도 지역에서 유행했다. 능숙한 선묘로 그려낸 물고기는 마치 웃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위 분청사기의 왼쪽 도자기
위 분청사기의 오른쪽 도자기
분청사기 철화 물고기무늬 장군 粉青沙器 鐵畫 魚文 扁䍃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전반, 2021년 이건희 기증
장군은 눕혀진 원통에 입이 달린 형태로 액체를 담았던 그릇이다. 이 기종은 고려시대 사라졌다가 조선시대에 다시 등장했다. 일렁이는 물결 위로 물고기를 그렸는데 철화 안료의 농담濃淡 표현이 멋스럽다. 윗면과 옆면에는 풀꽃무늬를 넣었다.
분청사기 조화 파도·물고기무늬 편병 粉青沙器 彫花 波魚文 扁瓶
조선 15세기 후반, 2021년 이건희 기증
앞뒤가 납작한 병을 편병扁瓶이라고 한다. 옆면은 곡선과 직선으로 음각했고, 앞면과 뒷면에는 물결 속에 뒤집힌 물고기를 표현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 해학적이다. 그릇 표면에 보이는 검은 점은 유약의 철 성분이 굽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타난 것이지만 마치 무늬를 넣은 것 같은 효과를 낸다.
분청사기 조화·박지 물고기무늬 자라병 粉青沙器 彫花剝地 魚文 瓶
조선 15세기 후반, 2021년 이건희 기증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이건희가 기증한 작품이 많다. 지난번 국립현대박물관 청주에 갔을 때도 피카소 도예전 전체 작품과 다른 많은 작품도 이건희 컬렉션에서 기증한 작품이었다.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국내외 많은 유물을 기증했으니 이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천문학적 가치를 지녔으니 감사한 일이다.
분청사기 조화 물고기무늬 접시 粉青沙器 彫花 魚文 楪匙
조선 15세기 후반, 2021년 이건희 기증
이 물고기 그림은 아주 간단명료하다. 마치 피카소의 그림을 보는 느낌이다.
분청사기 철화 물고기무늬 병 粉青沙器 鐵畫 魚文 瓶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전반, 2021년 이건희 기증
철화 분청사기는 충청도 계룡산 일대 가마에서 제작되었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와 물고기의 생동감 있는 표현이 돋보인다. 이 분청사기 들의 물고기 얼굴은 서로 유사하지만 비늘과 지느러미는 차이가 있다. 연꽃 봉오리가 함께 있어 물고기가 연못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분청사기 철화 물고기무늬 병 粉青沙器 鐵畫 魚文 瓶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전반, 1981년 이홍근 기증
철화 분청사기는 충청도 계룡산 일대 가마에서 제작되었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와 물고기의 생동감 있는 표현이 돋보인다. 이 분청사기 들의 물고기 얼굴은 서로 유사하지만 비늘과 지느러미는 차이가 있다. 연꽃 봉오리가 함께 있어 물고기가 연못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분청사기 조화 물고기무늬 항아리 粉青沙器 彫花 魚文壺
조선 15세기 후반, 2021년 이건희 기증
분청사기 상감 물고기무늬 접시 粉青沙器 魚文 楪匙
조선 15세기, 2021년 이건희 기증
이 접시는 할아버지 밥상에 생선 한 마리를 통째 올려놓은 것처럼 보인다.
옛날 사람은 지금보다 자연을 더 많이 접하고 잘 알므로 물고기 그림 또한 사실적이다.
분청사기 상감 물고기무늬 연적 粉青沙器 象嵌 魚文 硯滴
조선 15세기, 2021년 이건희 기증
물고기 형태에 물고기 무늬를 넣은 연적이다. 툭 튀어나온 눈과 통통한 기형이 복어를 연상케 한다. 연적의 윗면에는 흙을 덧붙여 지느러미를 표현했다. 물을 따르는 출수구出水口는 마치 물고기 입처럼 보인다. 연적 옆면의 물고기는 상감으로 단순하게 묘사했고 연적의 윗부분은 도장을 찍어 꽃무늬를 표현했다.
분청사기 철화 물고기무늬 병 粉青沙器 鐵畫 魚文 瓶
조선 15세기 후반
분청사기 조화 물고기무늬 편병 粉青沙器 彫花 魚文 扁瓶
조선 15세기 후반, 2021년 이건희 기증
납작한 편병이라 그림 넣을 공간이 많다 보니 화면을 꽉 채우게 물고기 두 마리를 넣었다.
아래쪽은 유약을 바르지 않아 자연스럽게 바닥처럼 보이는 효과를 준다.
분청사기 상감 물고기무늬 장군 粉青沙器 象嵌 魚文 扁䍃
조선 15세기, 2021년 이건희 기증
분청사기상감 파도·물고기무늬 매병 粉青沙器 象嵌 波魚文 梅瓶
조선 15세기, 2021년 이건희 기증
상감으로 빼곡하게 무늬를 넣은 매병으로 고려청자의 기형과 상감기법의 전통을 이은 작품이다. 몸체에 구획을 나누어 연꽃, 파도, 풀 등의 무늬로 장식했다. 가장 넓은 면에는 파도 속에서 유유히 헤엄 치는 물고기가 있다. 파도와 물고기의 비늘을 규칙적으로 표현하여 단정한 느낌을 준다.
분청사기상감 모란·물고기무늬 병 粉靑沙器象嵌 牡丹魚文徹
조선 15세기, 2021년 이건희 기증
병의 몸체에는 상감으로 모란과 물고기를 묘사했고 목 부분은 인화印畫기법으로 장식했다. 모란은 면을 넓게 깎아 백토를 감입하는 면상감 기법으로 표현했다. 모란의 밝은 잎은 배경이 되는 어두운 태토와 대조를 이룬다. 아가미가 크게 표현된 물고기는 익살스러워 보인다.
분청사기상감 물고기무늬 항아리 粉青沙器 象嵌 魚文 壺
조선 15세기, 2021년 이건희 기증
'■ 박물관 > 박물관·전시관·성지·국보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립중앙박물관 인도·동남아시아실의 ‘인간을 닮은 신들의 세계’ (0) | 2024.02.24 |
---|---|
국립중앙박물관, 영조 즉위 300주년 기념 탕탕평평 특별전 (0) | 2024.02.23 |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인 고대 그리스·로마 유물전 (0) | 2024.02.21 |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에서 용 그림 찾아보기 (0) | 2024.02.18 |
청와대를 관람하니 분노만 부글부글 (20) | 2024.02.17 |
덕수궁국립현대미술관의 장욱진 회고전 C (20) | 2024.02.15 |
덕수궁국립현대미술관의 장욱진 회고전 B (19) | 2024.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