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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박물관·전시관·성지·국보 등

덕수궁국립현대미술관의 장욱진 회고전 B

by 즐풍 2024.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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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7. 수요일

 

누구나 그렇겠지만 티스토리를 작성할 때 표지 사진을 쓴다는게 여간 고민이 아니다.

산행기나 여행기 작성은 많은 사진 중에 절대 풍경이 있으니 그래도 쉬운 편이다.

특정 개인의 전시관이나 회고전을 둘러보면 다들 비슷한 그림이기에 한 장의 사진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 올릴 사진도 고민 좀 하다가 술독에 빠진 사람을 선정했다.

이 사진을 보면 구도 때문인지 술병 크기에 맞게 사람을 가운데 세웠으나 작취미성[昨醉未醒]로 정신은 혼미하고

몸을 가누지 못해 술병 한 귀퉁이에 쓰러질 듯 앉아 머리를 부여잡는 걸 그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역시 안내문을 옮기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세 번째 고백

 

“자기의 생활은 자기만이 하며 자기의 생활을 그 누구의 생활과도 비교하지도 않았으며 때문에 창작 생활 이외에는 쓸데없는 부담밖에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승려가 속세를 버렸다고 해서 생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처님과 함께하여 그 뜻을 펴고자 하려는 또 하나의 생활이 책임 지워진 것과 같이 예술도 그렇듯 사는 방식임에 지나지 않으리라"

                                                                                 - 장욱진, 예술과 생활」, 「신동아」, 1967. 6.

Third Confession

"Any unnecessary burden of daily life outside of creative pursuits is useless. It's like the story of the Buddhist monk who did not abandon life by renouncing all his worldly ties, but rather by joining Buddha in order to promote Buddha's teaching. Just as that monk was responsible for another life, art is simply another way of living."

                                                             -Chang Ucchin, "Art and Life" Shindonga, June 1967

 

해 · 달 · 산 · 집

Sun, Mountain, and Moon, House

1961, 캔버스에 유화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마해송 초상 Portrait of Ma Hae-song

1975, 종이에 유화 물감과 마커펜, 영인문학관, Oil and marker on paper, Young In Museum of Literature

 

 

마을과 아이 Village and Child

1976, 캔버스에 유화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무제 Untitled

196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새벽녘 아침이 밝아오기 전 해와 달이 동시에 떠있는 덕소 풍경을 포착한 작품이다. 투터운 마티에르에 대상들을

거칠게 다룬 방식으로 산과 강의 흐름을 기호처럼 그려냈다.

 

 

들소 / 들* Bull | Field

1954,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 『장욱진 화집』(현대화랑, 1979) 수록 제목

 

장욱진의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나무의 수종이 등장하는 그림이다. 화면 전체를 삼면으로 나눠 소와 까치,

닭, 나무 등을 배치하였는데, 적갈색과 녹색의 보색 대비로 인해 화면은 생동감과 활력이 넘친다.

 

 

집짐승 Livestocks

1978, 종이에 마커펜, 개인소장, Marker on paper, private collection

 

평면적이면서도 과감한 대비를 통한 화면 분할이 특징적이다. 장욱진 특유의 구성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원근법을 과감히 무시하고 그만의 시각으로 대상을 재해석하여 초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풍경으로 재구성했다.

 

 

무제-해와 달과 사람 Untitled-Sun, Moon, and People

1977, 종이에 마커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Marker on paper, Chang Ucchin Museum of Art Yangju

 

 

기와집과 초가집 Tile-roofed House and Thatched House

1984 종이에 마커펜, 한솔문화재단, Marker on paper, Hansol Cultural Foundation

 

매직펜으로 그린 <집짐승 (1978)과 유사한 구도를 확인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종이가 아닌 한지에 매직펜으로 제작해 주목된다. 한지라는 재질의 특성상 매직팬의 잉크가 한지에 그대로 스며들면서 선을 통해 그리는 방식(drawing)보다는 면으로 절하는 방식(painting'의 표현 효과가 두드러진다.

여백 없이 가득 채워진 배경에 상하로 분할된 화면 속 기와집과 초가집은 평면적이고 단순한 모습이다.

 

 

기와집 Tile-roofed House

19%, 종이에 마케핀,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Marker on paper, MMCA Lee Kun-hee collection

 

 

술독 Liquor Jug

1975, 종이에마커팬,개인소장, Marker on paper, private collection

 

투시법 없이 간략한 선으로 도식화하여 그린 술독 안에는 사람의 형상이 간결하게 기호화되어 묘사되어 있다.'술독에 빠진 사람'이라는 표현을 즉흥적으로 조형화하듯, 그리려는 대상의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히 생략하고 대상의 본질만 압축적인 선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반복적인 선으로 술독의 내부를 채워 바탕을 형성하면서도 바탕 위로 간결한 사람의 이미지를 중청 하여, 매직펜 그림만의 즉흥적이고 빠른 필치의 표현적 특성을 극대화했다.

 

 

무제 Untitled

1975, 종이에 마커펜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Marker on paper, Chang Unchin Museum of Art

 

 

무제 Untitled

연도미상, 종이에 마커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Date unknown, Marker on paper, Chang Ucchin Museum of Art Yangju

 

 

진眞․진眞 묘妙 Zinzinmyo, Absolutely Stunning Beauty

 

장욱진의 세 번째 고백, '참으로 놀라운 아름다움 [眞眞妙)'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의 첫 불교 관련 작품인 <진진묘>로 시작되는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장욱진의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적 사유를 살펴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진진묘'는 장욱진의 부인 이순경 여사의 법명(法名)이다.

아내를 보살상으로 표현할 정도로 존중하고 가족을 귀하게 여겼던 장욱진은 하다못해 동물을 그려도 동물 '가족'을 그렸다. 가족도, 동물도 모두 소중한 인연(因緣)으로 함부로 대하는 법이 없었던 그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불교적 세계관에 기반한 것이다.

그와 불교와의 인연은 청년기부터 여러 에피소드가 언급되지만, 실제로 불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작품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먹그림 역시 이 시기부터 그려지기 시작했다. 전시된 그의 먹그림들은 장욱진의 불교 인식과 태도가 딱히 종교적인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적어도 예술이라는 개념에서 '깨달음의 과정'이자 '깨달음의 표현'이었음을 말해준다.

나아가 그의 간결하고도 응축된 작품들이 서구 모더니즘의 추상에서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오히려 불교적 사상과 개념으로 추구된 '절제'와 '득도'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더욱 설득력 있음을 알게 한다. 특히 이 전시실에서는 6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장욱진 최초의 가족도가 응급 보조처리를 마치고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꼭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사찰 Temple

1978, 캔버스에 유화 물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Oil on canvas, Chang Ucchin Museum of Art Yangju

 

장욱진이 명륜동 자택의 안방에 걸어두었던 작품이다. 조선시대 도성도(都城圖)에서 볼 수 있는 활짝 핀 꽃 같은 형태[滿開花形)의 구도처럼 화면의 동서남북에 각각 건물을 배치하면서 하단에는 사찰의 대문 역할을 하는 일주문을 그렸는데, 여자아이의 손을 잡은 여인이 기둥에 기대어 있다.

일주문의 양 옆에 심어진 나무 상단을 살펴보면 길상을 상징하는 까치와 봉황(혹은 닭)이 각각 앉아 있어 사찰로 들어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어 더욱 신성한 느낌을 준다.

 

 

사찰 Temple

1977,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한국 사찰의 전형적인 가람 배치를 약도처럼 표현했다. 법당, 좌우 요사채, 누각이 둘러선 배치를 '4동중정형' 배치라고 부른다. 좌측에는 종루(鐘樓), 우측에는 천왕문(天王門) 혹은 금강문(金剛門)이 자리 잡았다. 바깥의 두 나무는 불교교리의 '색(色)과 공(空)'처럼 대구를 이룬다. 좌측은 유연한 느티나무, 우측은 굳건한 소나무다.

상단의 담장에 둘러싸인 집은 큰스님의 거처이거나 세속의 소원을 비는 삼성각(三聖閣)으로 보인다. 그 앞에는 공양을 드리고 있는 인물이 표현되어 있다. 해와 달이 위아래로 표현된 것은 서쪽으로 해가 지고, 달이 뜰 무렵 타종(打鐘)이 시작된 절에 막 들어선 순간의 느낌을 표현한 듯하다.

 

 

구추봉도 (혼인앨범 표지) Phoenix Couple with Nine Chicks (Wedding Album Cover)

1941, 종이에 포스터물감, 개인소장, Poster paint on paper, private collection

 

결혼앨범 표지로 궁중용 자수 베갯모에 자주 등장하는 무늬 그림인 '구추봉도(九雛鳳圖)'를 포스터물감으로 그렸다. '구추봉도'는 봉황 부부와 새끼 봉황인 봉추를 함께 그려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길상적인 의미를 가진다. 화면 하단에도 바위 대신 거북이를 그려 넣어 화목과 다산의 상징에 장생(長生)의 길상성을 강화했다

 

 

가족 Family

1973,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가족 Family

1976, 캔버스에 유화 물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Oil on canvas, Chang Ucchin Museum of Art Yangju

 

원형으로 구획한 공간 안에 부부와 아이들을 그린 '가족'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장욱진의 일반적인 '가족도' 형식에서 벗어나 있는데, 가족들이 모두 집 안에 있는 모습이나 생략된 선과 단순한 형태의 조형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작품 속 가족은 야외를 배경으로 마치 기념사진을 찍듯 정면을 응시하고 있으며, 인물들, 특히 부부에 대한 묘사가 비교적 상세하다.

전반적으로 밝은 색조로 표현되었는데 이는 12년간의 덕소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이 있는 서울 명륜동 집에 살면서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하는 여유로움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나와 아내가 성실하고, 올바른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한은 아이들은 거침없이 씩씩할 수만 있으면 된다.

함께 생활하는 동안 아이들은 부모를 닮고, 은연중에 뿌리 깊은 성격구조를 형성해 간다.

 

참된 의미에서 자랑스러운 부모라면, 아이들은 항상 진실을 찾을 것이고, 자기의 삶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하여서라도 나는 단순한 아버지이기 이전에, 훌륭한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장욱진, 『월간세계月刊世界』, 1968.2

 

가족 Family

1979,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Oil on canvas, MMCA Lee Kun-hee collection

 

화면 네 귀퉁이에 정자와 원두막, 해와 달을 그리고, 그 가운데에 다시 둥근 구획을 주어 한 가족을 담아냈다. 옷을 입고 있지 않은 가족을 그림으로써 '자연'으로서 가족의 성격을 부각하고 있다. 앞쪽에 어슬렁거리는 강아지 역시 한 가족일 것이다.

 

 

아이 / 인생人生*(인물人勿) Child | Life (figure)

1972,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인생 : 《제10회 앙가주망 전>(1972)>(1972) 리플릿 수록 제목

* 인물: 조선일보』, 1972.11.10. 수록 제목

 

손자가 태어난 것을 기뻐하여 그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벽면처럼 질감을 준 바탕 위에 간결한 선으로 아이의 천진난만하고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잘 포착해 냈다. 이 그림의 형상은 훗날 화가의 사후, 고향인 충청남도 연기군에 설립한 기념탑비맨 아랫단에 양각으로 새겨졌다.

 

 

 

네 번째 고백

 

"그림은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툭툭 튀어나온다. 마음속으로부터 그리기 위해서는 마음이 밝은 거울이나 맑은 바다처럼 순수하게 비어 있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잡다한 얼룩과 찌꺼기들이 많다. 기쁨, 슬픔, 욕심 집념들이 엉겨서 열병(熱病)처럼 끓고 있다. 그것을 하나하나 지워 간다. 다 지워 내고 나면 조그만 마음만 남는다. 어린이의 그것처럼 조그만 이런 텅 비워진 마음에는 모든 사물이 순수하게 비친다. 그런 마음이 돼야 붓을 든다."

                                                                                                 - 장욱진, 경향화랑, 주간경향』, 1979. 10. 7.

 

 

무제 Untitled

1983,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타원의 언덕 위에 서 있는 세 그루의 나무와 비상하는 새의 모습은 같은 소재와 주제를 반복해서 그려도 지루함을 넘어서게 하는 장욱진의 예사롭지 않은 회화적 감각과 조형적 완성도를 잘 보여준다. 가족 초상사진과도 같은 경직된 모습에서 집 앞에서 노니는 동물들과 함께 일상적인 풍경으로 변화되어 가는 가족도의 양상을 살필 수 있다.

 

 

정자 Pavilion

198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정자에는 노인이 부인과 딸로 보이는 가족과 함께 정다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앞쪽에 수직으로 선 나무는 구부정하게 약간 기울어져 있어 자연스럽게 화면 상단에 위치한 나무로 시선을 이동시킨다. 오래된 고목 같은 질감의 나무에는 까치 여러 마리가 지저귀고 있으며, 그 아래 붉은 해는 화면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정자 앞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들에 가족의 정겨움이 느껴진다.

 

 

가족 Family

1981,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작품에서 화가의 모습은 발밑의 나무가 왜소해 보일 만큼 거대한 크기로 화면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뒷짐을 진 채 아래에 있는 화가의 부인을 곁눈질하는 표정이 다소 익살스럽다.

나무의 크기를 압도할 정도로 화가의 모습이 크게 그려진 모습은 이 작품 외에는 찾기 어렵다. 이에 대해 화가의 부인은 '이 무렵부터 화가가 조금씩 당당해졌다고 회상했고, 장욱진 스스로도 '덕소 시절까지 진 빚을 수안보에서 처음 갚았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잊고 당당해진 화가의 모습이 과장된 크기의 대비로 유머러스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소와 돼지 Bull and Pigs

198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장욱진의 그림에는 일찍부터 한 울타리 안에 사람과 소, 돼지, 닭 등이 정겹게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눈동자를 강조한 통통한 애호박 같은 독특한 돼지의 형상과 어눌한 표정의 네모난 엉덩이를 가진 소가 반복적으로 표현된다. 장욱진은 제자가 건강을 염려하며 건넨 약병아리를 닭으로 잘 키워 제자에게 닭이 낳은 달걀을 되돌려 줄 만큼 동물을 좋아하며 한 가족으로 대했다.

덕소 시절 화실의 벽화(1964)와 유사한 작품으로 짙은 갈색의 소는 색을 닦아내는 것으로, 옅은 먹색의 돼지는 짙은 색을 덧칠해 무늬를 표현한 점이 재미있다.

 

 

소와 돼지 Bull and Pigs

1977,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나날이 좋은 날 (일일시호일 日日是好日) Each Day Good Day

1995, 종이에 목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Woodcut on paper, Chang Ucchin Museum of Art Yangju

 

나날이 좋은 날

"앞으로 보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표현하는 말이 무엇입니까?" 운문선사가 그의 제자에게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다. 오랜 침묵이 흐른 후 선사 스스로 대담하였다. "나날이 좋은 날이다." 나쁜 날이란 있을 수 없다. 슬픈 날이란 있지 않다.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다. 봄의 꽃망울. 가을의 달, 여름의 산들바람, 겨울의. 눈.... 어둠, 비, 실패했느냐? 이겼느냐? 어떤 날이 나쁜가? 어떤 날이 좋은가?

 

 

선도 악도 생각하지 말라 (불사선不思善 불사악不思惡) Never Think of Good and Bad

1995, 종이에 목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Woodcut on paper, Chang Ucchin Museum of Art Yangju

 

선도 악도 생각하지 말라, 선을 생각하지 말라. 악을 생각하지 말라.

당신들의 부모가 태어나기 전 당신들의 면목은 어디에 있었는가? 

혜능은 혜명에게 가르쳤다.

선과 악, 사랑과 증오, 삶과 죽음, 행복과 슬픔 등의 대비를 버리고 논리와 개념으로부터 벗어나라고

깨끗한 무심이 되면 세상의 만물은 모두 같아지고 차이가 없어진다.

당신의 부모가 태어나기 전 당신의 면목이 어디에 있건 다를 바가 없다.

당신들의 부모가 태어나기 전 당신의 면목은 어디에 있었는가?

 

 

집 House

1984,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간결한 화면 구성에서도 마치 캔버스에 먹의 농담을 조절하듯 가운데 나무의 표현을 진한 먹빛으로 강하게 그려내어 화면의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집의 묘사 역시 여타 다른 채색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집안 인물들의 포즈를 다양하게 그려넣음으로써 이야깃거리를 던져주며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

 

 

나무 Trees

1983, 캔버스에 유화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나무와 산 Tree and Mountain

1983,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Oil on canvas, MMCA Lee Kun-hee collection

 

열은 바탕에 바람 속에 있는 듯한 나무와 그 곁의 검둥개, 나무 위 새 한 마리, 세 개의 산봉우리와 붉은 해를 그렸다. 작은 태양과 산의 부분을 제외하면 모두 검은색으로 그려져 있다. 캔버스에 그린 유화이지만 마치 종이 위에 먹으로 그린 그림처럼 느껴진다. 장욱진은 1980년경부터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나무를 그렸는데, 이 작품은 특히 붓질의 빠른 속도와 즉흥성으로 인해나무의 생동감이 두드러져 인상적이다.

불교 주제의 그림은 아니지만 깨달음의 순간을 상징하듯 빠르게 몇 개의 선으로 그려 내는 선종화풍이 감지된다.

 

 

나무와 가족 Tree and Family

1982, 캔버스에 유화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Oil on canvas, MNCA Lee Kun-bee collection

 

화면 중앙 언덕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와 그 아래 아빠, 엄마, 아들로 보이는 가족 세 명을 그려 넣었는데, 전통적인 동아시아 회화의 산수인물화 형식의 구도를 취한다.

기법적으로는 붓끝을 여러 갈래로 갈라지게 해서 긋는 과정을 사용하기도 하고, 인물 표현에서도 획의 굵기와 가늘기의 변화나 짙음과 옅음을 달리했다. 붓이 멈춘 자리에는 물감이 엉켜 붙은 독특한 얼룩이, 붓질이 빠르게 지나간 자리에는 붓끝이 갈라짐과 삐침이 생겨, 그 결과로 예상치 못한 여백이 연출되기도 했다.

 

 

집 House

1989,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한 울타리 안에 모여 있는 전통적인 주거 공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화면 하단의 대문에는 여인과 강아지가 서 있고, 그 옆으로 돌담이 둘러 있다. 담벼락의 곡선과 상단 양옆에 그려진 나무가 연결되어 둥근 원을 형성한다.

집 안쪽에는 팔작지붕, 맞배지붕의 건물 세 채가, 마당 한가운데에는 마주 보고 서 있는 닭 두 마리가 보인다. 장욱진은 검은색 물감과 테레핀유를 넉넉하게 섞은 다음 윤필의 빠른 붓놀림으로 담벼락, 건물, 나무의 형상을 그려 냈다. 동양의 모필 끝에 먹을 묻혀 휘호 할 때 나타나는 농담, 태세, 비수를 활용했다.

 

 

풍경 Landscape

198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전형적인 문인산수화의 소재와 모티프를 취한 작품이다. 나무와 집, 학의 배치를 모두 사선방향으로 설정한 구도가 재치 있다. 뻗어 있고, 산이 수평적으로 놓여 사선으로 그려진 사물들의 동세에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도인 An Immortal

198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도인의 모습과 문인화의 소재인 학, 수석, 난, 화분들이 정경(情)을 이룬다. 자연에 둘러싸인 집 안에 있는 인물의 모습 또한 문인화적 요소이며, 안에서 밖을 보고 있는 도인은 자연을 동경하고 자연 속에서 살고자 한 화가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장욱진 회화에서 자연은 감상하면서 즐거워하는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몸소 그 안에서 생활하는 가거(居)의 장소이다. 이처럼 화가는 자연을 따르고 자연에 동화되려 한 자신의 심미관을 회화에 드러내고 있다.

 

 

노인 Old Man

1988, 캔버스에 유화 물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Chang Ucchin Museum of Art Oil on canvas, Yangju

 

 

강 River

1987,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언덕, 산, 절벽, 나무를 다양한 시점으로 포착한 산수풍경화이다. 양옆 절벽과 그 위정자와 소나무는 붓자국 없이 두껍게 바른 진채(眞彩)로, 언덕과 배 위에 탄 어부는 번짐이 풍부한 선염(渲染)으로, 원경의 산은 옅은 호분과 가벼운 윤곽선으로 구사했다.

마치 한 폭의 문인 산수화를 보는 듯한 이 작품의 실제 주제는 흐릿한 선과 채색으로 표현된 작품의 정중앙에 위치한 인물들이다. 비스듬한 배 한 척과 그 위에서 노를 젓거나 앉아 있는 인물상을 그려 넣어 여백으로 남겨진 부분이 넓은 강임을 암시한다.

 

 

산하초가山下草架  Cottage under the Mountain

198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온통 안개로 둘러싸인 산속에 초가집을 짓고 사는 가족의 모습을 담아냈다. 유난히 산속의 안개가 강조 모습으로 장욱진은 안개를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여백으로 둔 것이 아니라 흰색 물감을 사용하여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채색하였다. 묘사된 나무 역시 건장한 청년의 나무라기보다는 구부정한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어 작품에 운치를 더한다.

 

 

산수 Landscape

1987,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하단 언덕의 집과 정원, 중간의 나무 세 그루, 상단의 안개 낀 산 등 다양한 경물을 삼단으로 배치했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구도나 소품들은 문인들이 향유하던 분재, 수석, 학을 소재로 삼았는데, 단순한 문인화의 제재라기보다 오랜 기간 한반도에 전승된 기억과 추억의 고전물에 가깝다.

이것은 국립박물관에 근무하는 동안 가까이하며 수용한 고미술의 모티프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 한국성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세 그루 나무 Three Trees

1987,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Oil on canvas, MMCA Lee Kun-hee collection

 

 

기도 Prayer

1988, 캔버스에 유화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