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_35
2024. 2. 7. 수요일
드디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의 장욱진 회고전 작품을 마무리하게 된다.
즐풍이 장욱진 회고전 관람을 끝내고 난 후 설연휴 마지막 날에 전시도 끝났다.
새로운 작품 전시를 위해 전시관을 새롭게 꾸며 5월에 가칭 「한국근대자수」를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작품이 구체적으로 뭔지 알지는 못하지만, 최근 국립현대박물관 과천에서 전시했던 「이신자 실크로드」일지도
모른단 생각도 든다.
그 작품이 전시되면 다시 둘러볼 생각이다.
이번 포스팅으로 장욱진의 서정적 동화 같은 작품도 마무리되니 시원섭섭하다.
늘 그렇듯 작품 안내문을 옮기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새해에 나는 친구에게 한다는 인사가 "올해는 피차 자기 일이나 꾸준히 하여 보세 지난해는 별로 한 것이 없어"
이런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길 Road
1983,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Oil on canvas, MMCA Lee Kun-hee collection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 나는 내 몸과 마음과 모든 것을 죽는 날까지 그림을 위해 다 써버려야겠다.
남는 시간은 술로 휴식하면서, 내가 오로지 확실하게 알고 믿는 것은 이것뿐이다.
닭과 아이 Rooster and Child
1990, 캔버스에 유화 물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Oil on canvas, Chang Ucchin Museum of Art Yangju
민화의 특성으로 꼽히는 단순성, 해학성, 상징성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화면의 정가운데 위치한 수탉은 이 그림의 주인공답게 당당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동일한 굵기의 노란 윤곽선과 주황, 초록, 하양의 채색이 다양하게 배합되어 매우 장식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탉의 모습은 윤곽선 없이 단색으로 깨끗하게 선염 된 나무, 집과 대비된다. 여기에 상단에 달과 함께 배치된 인물이 하늘을 날며 하강하는 모습은 그림의 해학성을 더욱 고조시킨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자신을 한 곳에 몰아넣고
감각을 다스려 정신을 집중하면 거기에는 나 이외에 아무도 없다.
풍경 Landscape
1980,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최종태, <장욱진 초상> Choi Jongtae, Portrait of Chang Ucchin
1990, 종이에 파스텔, 개인소장, Pastel on paper, private collection
오수환, <장욱진 선생님〉 Oh Sufan, Chang Ucchin
197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이만익, <장욱진 초상> Manik, Chang Ucchin Lee
1977, 캔버스에 유화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김정, <무제> Kim Jung, Untitled
1975, 종이에 연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Chang Ucchin Museum of Art Pencil on paper, Yangju
이만익, <장욱진 초상> Manik, Portrait of Lee Chang Ucchin
1976, 종이에 수채 물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Chang Ucchin Museum of Watercolor on paper, Art Yangju
안뜰 Courtyard
1990,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장욱진이 세상을 뜨기 전 두 달 전인 10월에 그린 마지막 두 점의 유화 작품 중 하나이다. 뼈대처럼 집과 인물을 그린 것은 1973년작 <부엌과 방>을 연상시킨다.
말년에 지금까지 본인이 시도했던 여러 방식들을 다시 한번 회고하는 측면에서 그려진 작품으로 보인다. 집과 울타리 등은 추상적인 평면성을 띠지만, 공간감을 암시하고 있으며, 정면이 아닌 측면으로 그려진 화면의 구도는 장욱진의 뛰어난 조형 감각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길에서 On the Road
1987, 캔버스에 유화 물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황톳길 Dirt Road
1989,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1951년 <자화상>에서 보았던 황톳길이 다시금 등장한 작품으로 산을 가로질러 길을 낸 작품은 한국회화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붉은 길 혹은 땅의 요소는 장욱진 작품에서 일관되게 나타는 요소 중 하나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황톳길이 더욱 선명하게, 또한 직선으로 뻗어있어 더욱 주목된다. 황톳길은 뒤편 산꼭대기의 천상(天上)의 마을로 가는 통로처럼 표현되어 그 길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붓에 뭔가를 이루었다는 욕심이 들어갈 때 그림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 때면 무심코 자연을 직시하곤 한다.
요즈음도 그림이 막히면 나는 까치 소리며 감나무 잎사귀들이 몸 부비는 소리들을 그저 듣는다.
그것만큼 사람 마음을 비우게 해주는 것도 드물다.
기도하는 여인 Praying Woman
198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위로 오르는 여인과 아래로 내려가는 까치의 대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흰 옷을 입고 하늘을 향해 두 손은 모은 여인은 장욱진의 작품에서 불공을 드리는 인물 도상에서 변형된 것이다. 공양과 기도 모두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여인과 지상으로 빠르게 내려오는 까치의 모습이 교차되는데, 여기에 기울어진 세 그루의 나무가 속도감을 더한다. 오르고 내린 두 존재는 지상의 작은 집 안에서 만난다.
새 Bird
198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나는 심플하다." 이 말은 내가 항상 되풀이 내세우고 있는 나의 단골말 가운데 한 마디지만
또 한 번 이 말을 큰 소리로 외쳐 보고 싶다. “나는 깨끗이 살려고 고집하고 있노라.”
가로수 Roadside Trees
197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장욱진의 고향 인근의 국도의 풍경을 그린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가로로 길게 뻗은 국도와 세로로 우뚝 솟은 포플러 나무 세 그루가 수평과 수직의 대조를 이루며 화면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가로수 아래에는 엄마, 아빠, 아들로 추정되는 가족이 서 있고, 그 뒤를 강아지와 소가 따르고 있다. 가로수 위에 엉뚱하게 표현된 가옥과 누정은 멀리 보이는 마을 같기도 하고, 3인 가족이 머물고 싶은 상상의 집 같기도 하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과 표현 때문인지 이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무척 많아 유족이 이 그림을 일부러 숨겨 둘 정도였다고 한다.
가로수 Roadside Trees
1986,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들 Field
1986,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1986년 용인의 집과 주변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다. 당시 주변의 경작지인 다랑논과 일하는 사람들, 나무 아래 쉬고 있는 사람들, 소, 나무와 까치, 아이, 닭과 개 등이 묘사되어 있고, 집 안에는 화가와 그의 부인이 표현되어 있다. 장욱진의 작가 정신 중 하나는 자족(自足)의 태도이다.
그는 짐승과 인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평화로운 모습을 일관적으로 추구했다. 주변에 실재하는 대상과 자연을 중심으로 자족하며 살아가려 한 화가의 태도는 삶의 방식에서도 나타나며, 장욱진의 작품은 '그의 삶 자체'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강 풍경 River Landscape
198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강가의 정경을 물고기 두 마리와 배 한 척으로 표현한 해학적인 작품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강물은 여백을 주고 산과 강의 경계가 없는 공간으로 처리했다. 화면 가장자리를 황토색으로 구획하여 마치 창문 너머로 보이는 강가를 포착한 것 같은 시각적인 효과를 첨가했다. 두꺼운 윤곽선과 패턴으로 표현된 두 마리의 물고기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유영하고 있어
그림에 활력을 부여한다. 반면 나머지 경물에는 번짐을 활용한 몰골법을 구사하여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수안보 풍경 Landscape of Suanbo
1986,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장욱진은 1986년 초 잠시 넷째 딸이 살고 있는 부산의 해운대에서 머문 적이 있다. 이 작품은 이 시기에 그려진 '그림이다. 탁 트인 넓은 동해를 바라보며 첩첩이 산으로 둘러싸인 벽지의 작은 화실을 떠올린 듯, 제목은 '수안보 풍경'으로 붙었으나 화폭에 담긴 것은 해운대 앞바다의 풍경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동양화 모필의 '일필휘지'를 응용한 푸른 물결과 오륙도를 연상시키는 큰 섬은 장욱진의 다른 강 그림에서 보기 드문 요소들이다.
풍경 Landscape
1987,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Oil on canvas, MMCA Lee Kun-hee collection
배경과 바닥을 다 생략하고 대상만을 간략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동양화의 기법적 특징을 유화에 적용한 작품으로 주목된다.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서양화이지만 동양화의 몰골기법 즉, 대상을 선으로 묘사하고 채색을 가하는 방식이 아닌 붓질 만으로 형태를 묘사하여 보다 내밀하고 정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풍경 Landscape
1983,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나무 Tree
1985,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화면 아래쪽 녹색의 둔덕 위에 난을 심은 화분이 놓여 있고, 잘 그려지던 소재가 아닌 여치가 한 마리 풀 숲에 들어와 있는 장면을 그렸다. 중앙의 소용돌이처럼 휘어지고 나무는 마치 있는데, 까치 한 마리가 그러한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위에 앉아있다. 리듬감 있는 형태와 밝은 색감, 그리고 시원한 여백의 활용으로 시정이 넘치는 그림이다.
산수 Landscape
1986, 캔버스에 유화 물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Oil on canvas, Chang Ucchin Museum of Art Yangju
까치와 소, 닭이 있는 마을 풍경
풍경 Landscape
197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명륜동 시기에 그린 작품이다. 중앙에 둥근 나무가 우뚝 서 있고, 그 옆에 팔작지붕의 누정이 좌우 대칭을 이루며 배치되었다. 상단에는 원경의 산세가 두 개의 단층으로 분리되어 길게 펼쳐지고, 그 위로 새들이 띠를 이루며 날고 있다. 장욱진은 산세를 그릴 때 붉은 기운이 감도는 고동색을 진하고 편편하게 바른 다음, 초록색의 가로줄로 구불구불한 산줄기를 표현했다. 이러한 율동감 넘치는 산등성이 표현은 고구려의 무용총에 그려진 수렵도 벽화와의 관련성이 엿보인다.
산 Mountain
1981,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호랑이와 아이 Tiger and Child
198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화면 옆에서 평면적인 나무 도상이 불쑥 튀어나오고, 그 아래로는 호랑이와 아이가 매우 크게, 클로즈업시켜 그렸다. 구도가 특이할 뿐 아니라 호랑이와 아이의 표현 역시 매우 평면적이면서도 구불구불한 형태를 띠고 있다. 호랑이의 발톱이 유난히 날카로워 아이를 위협하는 듯 하지만, 표정만큼은 여전히 순박하다.
도인 Immortals
1978,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화면 가운데 두 노인이 앉아 있다. 왼쪽 노인은 다리를 모으고, 오른쪽 노인은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어 화면에 재미를 자아낸다. 화면 하단의 나무와 새는 한 쌍의 범주로 표현되어 상반된 속성이 대칭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는 반대되는 속성을 지닌 자연 경물들의 조화로움과 균형을 말하는 음양론(陰陽論)적 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유화 물감을 칠하고 테레빈유로 지우는 과정을 통해 얇게 물들인 듯한 배경과 화면 상단에 멀리 보이는 문은 관념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해와 달과 호랑이 Sun, Moon, and Tiger
1987,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Oil on canvas, MMCA Lee Kun-hee collection
호랑이와 아이의 주제가 크게 부각되었고, 산의 표현과 해와 달이 매우 평면적이고 도식적으로 그려져 있어 민화와의 친연성이 강하게 돋보이는 작품이다.
산과 호랑이 Mountain and Tiger
1981,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회컬렉션, Oil on canvas, MMCA Lee Kun-hee collection
장욱진의 작품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사납고 공격적인 이미지가 아닌 사람을 지켜주고 보호해 주며, 사람과 가까운 존재로 그려진다. 장욱진의 호랑이는 마치 사람처럼 콧수염과 턱수염이 있거나 때로는 고양이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렇게 친근하고 익살스러운 표현은 민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호랑이와 아이 뒤에는 까치와 산, 해와 달이 보인다. 까치는 화면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고 세 개의 산봉우리와 해와 달은 일월오봉도를 연상케 한다.
호도虎圖 Tiger
1975,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Oil on canvas, MMCA Lee Kun-hee collection
호랑이가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는 민담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1975년부터 장욱진의 그림에 반복적으로 표현되는 주제 중 하나다. 자신의 그림 속 호랑이를 가리키며 "옛날 호랑이는 아이를 재웠어."라고 말했다는 일화처럼, 장욱진은 민담으로부터 호랑이에 대한 모티브를 얻어 사람과 자연의 존재론적 동등성과 조화로운 삶의 모습을 지향했다. 호랑이를 맹수가 아닌 인간과 함께 있는 친밀한 대상으로 묘사하는데, 이를 통해 인간과 동물(자연)의 융화와 공존을 소망하는 사유를 확인할 수 있다.
초당草堂 Thatched Cottage
1975,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낚시 Fishing
1981,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깊은 산골 풍경을 엷은 유화 물감으로 흐릿하게 포착한 산수화이다. 강물과 언덕의 지평선을 지그재그로 구획하며 뒤편의 둥근 산세를 겹치게 그려 넣어 산수의 깊이를 부여했다. 낚시를 하거나 언덕을 산책하는 전경 인물상과 지평선에 걸쳐진 후경 인물상의 크기를 다르게 해 원근감을 나타냈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과 멀리서 바라보는 시점을 혼용하여 공간감을 표현했다.
동아시아 전통회화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경물의 경계가 겹치도록 하며 삼단 구도를 이루며 수직 상승하는 산수화와 구도가 유사하다. 화면 곳곳에는 붉은 물감이 뭉쳐서 그대로 말라 얼룩이 남아있고, 캔버스 바탕의 이 그대로 드러난 부분은 동양화의 담채 기법과도 닮아 있다.
정자 Pavilion
1981,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정자에 앉아 있는 장욱진에게 화가의 부인이 강아지와 함께 찾아오는 듯한 정겨운 장면이다. 하늘의 광활함과 시원한 해가 녹색으로 한 붓에 그려짐으로써 드넓은 자연 속의 한가로운 일상을 묘사하고 있다.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그림이란 사실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동양화 표구와 이질 감 없이 어우러져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어선 장욱진의 독자적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수안보 풍경 Landscape of Suanbo
1980, 캔버스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Oil on canvas, MMCA Lee Kun-hee collection
장욱진이 수안보로 막 이사한 직후인 1980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화면은 하단에 누워 있는 사람, 그 위에 지구를 연상시키는 둥근 지평선, 상단에 아스라한 산등성이와 해 등을 배치한 삼단 구도로 구성되었다.
하단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상은 장욱진의 딸로 알려져 있다. 누워 있는 딸은 마치 중국의 위진남북조 시대에 종병(宗炳)이 화산수서(壽山水序)에서 언급한 와이유지(臥以遊之), 즉 누워서 산수를 감상하며 노니는 상태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가족과 나무 Family and Tree
1983,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나무는 마치 먹으로 그린 듯 일필휘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짙은 녹색으로 그려져 나무의 강렬한 생명력이 유난히 강조된 그림이다. 나무 아래에는 초막에서 신발을 벗고 낮잠을 즐기는 이와 차 달이는 동자가 묘사되어 한가로운 이상적인 풍경을 그리고 있다.
달맞이 Looking at the Moon
1981,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화면 양쪽으로 겹쳐진 언덕 위로 둥근달이 아련하게 떠 있고, 언덕 위에는 벌거벗은 아이들이 자연 속으로 환원된 듯 자유롭게 뛰놀고 있다. 언덕에 거꾸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 두 명은 실제 동산에 누워 달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 사이로 동산을 오르는 강아지 한 마리가 화면에 재미를 더한다.
차 달이는 아이 Boy Brewing Tea
1981,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둥근 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주변 소품을 그려 넣었다. 중앙에 우뚝 서 있는 둥근 나무 위에 집과 인물상이 나란히 배치되어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구를 보는 듯하다. 나무 아래에서 차를 끓이고 있는 소년은 동아시아 전통 회화의 고사인물도 자주 등장하는 전다(煎茶)의 동자를 연상시킨다. 윤필로 나무, 길, 집 등을 옅게 그리되 윤곽선을 생략했으며, 대신 유분 많은 채색이 번질 때 생기는 얼룩을 그대로 활용하여 각 사물의 형태를 완성했다.
시골 풍경 Rural Landscape
1986, 캔버스에 유화 물감, 개인소장,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장욱진이 고미술의 도상 및 함의에 대한 인식이 깊을 뿐 아니라 옛 그림의 형식에 대한 이해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하늘에 뜬 붉은 해, 가지만 뻗어 있는 나무, 그 위에 앉은 새의 조합은 고구려 고분 벽화인 각저총의 씨름 장면에서 발견되는 소재들이다. 동양 고전에서는 동쪽 바다의 해가 뜨는 곳에 신성한 나무인 부상수(扶桑樹)가 자란다고 한다. 또한 장욱진은 "張旭鎭(장욱진)이라고 새긴 주문방인'의 인장을 찍었다.
이 도장은 전각의 명인인 청사(晴斯) 안광석(安光碩, 1917-2004)이 새긴 것이다. 장욱진은 청사의 도장을 받고 찍어보고 싶은 마음에 이 그림을 빠르게 완성해 찍었다고 전한다.
* 주문방인(朱文方印) 양각으로 새겨 글씨 부분이 붉게 나오는 네모난 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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