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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박물관·전시관·성지·국보 등

국립중앙박물관의 분청사기와 어문 사기, 용무늬 사기

by 즐풍 2023. 12. 24.

 

 

2023. 10. 8. 일요일 오전

 

사람들이 도자기를 좋아하는 순서를 보면 가장 화려한 청자에 먼저 눈이 가고

어느 정도 시야가 트이면 다음 순서는 단아한 백자로 넘어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분청사기로 넘어가는 게 일반적인 순서라고 한다.

이런 자기를 보다 보면 당초무늬(唐草文)란 생뚱맞은 단어에 직면하게 된다.

용이나 대나무, 매화, 모란, 구름 등을 모를 리 없지만 당최 당초무늬가 뭐란 말인가?

덩굴 모양을  한자로는 당초문(唐草文)이라고 하며 넝쿨무늬라고도 한다.

고려청자나 분청사기, 조선백자에서 모두 자주 쓰이는 문양으로, 특히 고려청자에서 많이 나타난다.

주로 띠 모양으로 나타내는데, 모란 · 연꽃 · 국화 등 다른 꽃문양과 연결시켜 모란당초무늬, 연화당초무늬

식으로 사용된다. 

또 하나, 인화문(印花文)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화문은 그냥 한자만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으로 도장을 새겨 똑같은 문양을 계속 찍어냈거나 찍어낸 듯

보이는 모양을 말한다.

이 두 가지만 알아도 도자기 명칭에 붙는 어려운 이름은 섭렵하는 셈이다.

 

 

 

청자철화 버드나무무늬 병 青磁 鐵畫 楊柳文 筒形 瓶

고려 12세기, 국보

 

넓은 여백에 단순하게 표현한 버드나무무늬가 운치 있다. 버드나무 버드나무줄기의 굵고 얇은 마디와 몇 가닥의

늘어진 잎을 간략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묘사한 수준 높은 솜씨를 보여준다.

 

 

 

흑유 정병

 

 

 

철유 상감 항아리와 병 鐵釉 象嵌 扁壺·

고려 12-13세기, 경기도 개성 출토

 

철유자는 산화철 성분의 유약을 입혀서 구워 낸 자기로, 전하는 작품이 많지 않다.

표면에 무늬를 새긴 뒤 흰 흙으로 메워 넣고 그 부분을 제외한 그릇 전체에 철유를 발라 구웠다.

적갈색의 유색과 흰 흙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어 장식 효과가 크다.

 

 

분청사기 상감 모란무늬 편병 粉靑沙器 象嵌 牡丹 扁甁

조선 15세기 전반

 

분청사기 편병은 둥근 병의 앞뒷면을 눌러 만들기 때문에 둥글납작한 모습을 하게 된다.

앞뒷면의 모란꽃은 무늬를 넓게 파내는 면 상감기법으로 표현했다.

비슷한 특징의 상감분청사기가 전라도 지역 가마터에서 많이 출토된다.

 

 

조선 왕실의 분청사기

 

조선 건국 후 고려 말에 제작되던 상감청자는 상감분청사기와 인화분청사기로 새롭게 발전되었다.

조선 왕실에서는 왕자나 왕녀가 태어나면 건강과 복을 기원하며 태를 항아리에 담아 태실에 묻었는데,

조선 초에는 상감분청사기와 인화분청사기를 태 항아리로 사용했다.

왕실을 상징하는 용무늬가 상감된 분청사기 항아리는 왕실 의례 등 특수한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장흥고'가 새겨진 분청사기 인화무늬 대접 粉青沙器 印花 菊花文 長興庫銘 大楪

조선 1438년 이전, 경상북도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 출토

 

세조世祖의 태실에서 나온 분청사기 대접이다. 대접 안쪽에 새겨진 ‘장흥고’는 궁중 물품을 관리하는 관청이다.

15세기 전반 왕실과 중앙 관청에 상납된 공납 분청사기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예이다.

 

 

분청사기상감 연꽃잎무늬 뚜껑 粉青沙器 象嵌 蓮瓣文 蓋

조선 1438년 이전, 경상북도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 출토

 

세종의 둘째 아들인 세조世祖의 태실에서 나온 뚜껑이다. 이 뚜껑은 1438년에 태를 묻었다는 글이 새겨진 지석,

태항아리와 분청사기 대접이 함께 출토되었다. 연꽃 봉오리 모양 꼭지가 달린 반구형의 뚜껑은 매우 드문 형태로,

경북 성주에 있는 세종 왕자들 태실에서만 발견된다.

 

 

분청사기 인화무늬 매병 粉青沙器 印花文 梅瓶

조선 15세기 전반, 1981년 이홍근 기증

 

인화무늬로 정교하게 꾸민 매병이다. 무늬가 촘촘해서 그릇 표면이 백색을 띠는데,

이는 15세기 전반에 만든 최고급 인화분청사기의 특징이다.

밀집된 인화무늬 아래에 상감기법의 큼직한 연꽃잎무늬가 있어 조화를 이룬다.

 

 

 

분청사기상감·인화무늬 대접 粉青沙器 象嵌 印花文 大楪 (왼쪽 사진)

조선 15세기 전반, 1981년 이홍근 기증

 

상감과 인화 기법을 적절히 활용해 무늬를 장식한 대접이다. 대접 안 바닥에 보이는 소담한 풀꽃무늬가

붓으로 그린 듯 자연스럽다. 줄기는 상감기법으로, 꽃과 이파리는 무늬 도장으로 나타내어,

상감과 인화 기법의 조화로운 모습을 잘 보여준다.

 

분청사기 인화무늬 접시 粉青沙器 印花文 楪匙 (오른쪽 사진)

조선 15세기 전반

 

인화분청사기의 단정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접시다.

접시 안쪽과 바깥쪽 모두 촘촘하게 인화무늬로 장식되었다. 조선의 전형적인 접시 특징을 보여준다.

 

 

분청사기 인화무늬 귀때발 粉青沙器 印花文片口鉢

조선 15세기

 

주전자 부리같이 생긴 귀때가 달린 사발로, 액체를 담아 따르는 데 사용했다.

안쪽 면은 인화 기법으로 꾸몄고, 바깥 면은 흰색 분장토를 빈틈없이 입혀서 백자처럼 꾸몄다.

 

 

분청사기에 새겨진 생산지

 

공납용 인화분청사기에는 납품받는 관청과 생산지의 이름이 함께 새겨진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양산 인수부'라고 표기된 분청사기는 중앙 관청인 인수부에 바치기 위해 양산에서 만든

공납용 도자기라는 뜻이다. 경상도 지역 명칭이 새겨진 분청사기가 가장 많이 전해지며,

전라도 지명이 있는  인화분청사기도 있어서, 인화분청사기의 생산지와 공납 양상을 알 수 있다.

 

 

분청사기에 새겨진 관청 명칭

 

분청사기 중에는 관청 명칭을 새긴 것이 있다. 이는 1417년(태종 17) 이후 관청의 물품을 개인이 감추거나

간직하는 폐단을 방지하고자 공납용 분청사기에 그 그릇이 사용될 중앙 관청의 이름을 새기도록 조치한 결과이다.

분청사기에서 확인되는 관청 중에는 15세기 전반에 임시로 운영된 관청도 있어서 제작 시기를 파악할 수 있다.

관청 이름을 표기하는 데 주로 상감기법을 썼으나 도장을 찍기도 했다. 관청 이름이 새겨진 도장을 반복해서 찍어

장식적인 효과를 내기도 했다.

 

 

 

 

 

 

분청사기 철화 넝쿨무늬 항아리 粉青沙器 鐵畫 唐草文 壺

조선 15세기 후반 - 16세기 전반

 

흰 흙을 그릇에 바르고 철화 안료로 넝쿨무늬를 소용돌이치듯이 속도감 있게 표현했다.

초서체로 쓴 서예 작품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활달하게 붓을 움직여 무늬를 장식하는 충청남도 공주 계룡산 학봉리 철화분청사기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분청사기 박지·철채 모란무늬 자라병 粉青沙器 剝地鐵彩 牡丹文 偏瓶

조선 15세기 후반, 국보 제260호

 

자라 모습을 닮은 '자라병'은 조선시대에 생활용기로 사용되었으며 분청사기와 백자는 물론 옹기로도 제작되었다.

병 윗면에는 조화 기법으로 모란꽃과 이파리를 표현했고, 무늬 주변의 흰 흙을 긁어내고 그 위에 철화 안료로 칠했다.

조형성이 뛰어나며 흑백의 대조가 멋스러운 작품이다. 

여러 종류의 분청사기 

 

 

이제부터는 물고기 문양이 들어간 어문 토기를 보게 된다.

 

분청사기 상감 어룡무늬 병  粉青沙器 象嵌 魚龍文 瓶

용의 머리를 한 물고기, 어룡龍

조선 15세기 전반

 

조선 초에 제작된 상감분청사기의 특징이 잘 드러난 병이다.

용의 머리를 한 물고기무늬가 상감기법으로 표현되었는데, 고려시대 상감 청자의 깔끔하고 정돈된

무늬와 달리 분청사기 특유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돋보인다.

 

 

분청사기상감 물고기무늬 매병 粉青沙器 象嵌魚文 梅瓶

조선 15세기 전반, 보물 제347호

 

매병 전체에 촘촘하게 인화 무늬를 넣어서, 회청색 바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 매병의 생김새는 고려 말 상감청자에 가깝지만, 무늬는 흰 흙으로 꾸며진 부분이 많아

흰색의 비중이 늘어가는 분청사기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분청사기 철화 물고기무늬 병 粉青沙器 鐵畫魚文 瓶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전반, 2021년 이건희 기증

 

그릇 전체를 백토로 칠하고 철화 안료로 물고기를 그렸다. 보통 철화분청사기의 장식은 자유분방한

선으로 표현하지만 이 작품은 모란과 물고기를 면으로 표현해 독특한 미감을 자아낸다.

다른 한 마리의 물고기는 여느 철화분청사기처럼 선으로 그려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표현을 보여준다.

 

 

분청사기 철화 물고기무늬 병 粉青沙器 鐵畫 魚文 瓶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전반, 2021년 이건희 기증

 

 

 

 

분청사기 철화 물고기무늬 장군  粉青沙器 鐵畫 魚文 扁瓶

조선 15세기 후반~ 16세기 전반

 

장군은 눕혀진 원통에 입이 달린 형태로 액체를 담았던 그릇이다. 이 기종은 고려시대에 사라졌다가

조선시대에 다시 등장했다. 일렁이는 물결 위로 물고기를 그렸는데 철화 안료의 농담 표현이 멋스럽다.

윗면과 옆면에는 풀꽃 무늬를 넣었다.

 

 

 

 

 

 

 

 

 

청자 어룡모양 주자 

고려 12세기, 국보

 

용머리로 된 주자의 주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터질 듯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둥근 몸체에 조각된 비늘은 안쪽에

유약이 몰리도록 각도를 조절하여 입체감이 두드러진다. 상상 속 동물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조형미가 돋보인다.

 

 

청자상감용·봉황 넝쿨무늬 항아리 青磁 象嵌 龍鳳唐草文 扁壶

고려 13세기 후반-14세기, 경기도 개성 출토

 

여의주를 쫓는 가늘고 기다란 형태의 용무늬는 중국 원대 경덕진에서 새로 만들기 시작한

청화백자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구름과 용, 옆면에 장식된 보상화 넝쿨과 봉황

무늬 모두 흰색으로 화려하게 상감되어 청자의 푸른 유색과 대조를 이룬다.

 

 

청자상감 용무늬 접시와 대접 青磁 象嵌 龍文 楪匙·大楪

고려 14세기, 경기도 개성 출토 ①

 

 

청자상감·동화 용무늬 병 青磁 象嵌銅畫 龍文 瓶

고려 14세기 경기도 개성 출토

 

 

분청사기상감 인화 구름·용무늬 항아리 粉青沙器 象嵌印花 雲龍文 壺

조선 15세기 전반, 국보 제259호

 

상감과 인화 기법이 조화를 이루는 15세기 전반 분청사기의 정수이다. 상감기법의 역동적인

용을 중심으로 작은 국화무늬를 인화 기법으로 꾸몄고, 크고 당당한 형태는 분청사기 고유의

조형성이 돋보인다. 용무늬가 그려진 이 항아리의 용도는 왕실 의례와 관련된 것으로 짐작된다.

 

 

 

 

 

 

백자철화 구름·용무늬 장군 白磁 鐵畫 雲龍文 獐本 

조선 17세기

 

17세기에는 전란의 영향으로 청화 안료가 부족해 철화 안료를 대신 사용했다. 철화백자 무늬는 청화백자보다

필선이 간략하고 다소 거칠게 장식된 것이 특징이다. 이 장군은 왕실과 중앙 관청에서 술을 담는 데 사용한

그릇으로 추정된다.

 

 

 

△▽ 여러 용무늬가 들어간 투각이나 도자기 

 

 

 

 

드디어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온 걸 근 80여 일만에 마무리 짓는다.

사실, 기증관도 있지만 귀찮아 포기하고 여기서 매듭짓는다.

아직도 천안독립기념관, 원주역사박물관, 원주한지체험관, 지도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등이 남아있어

남은 분량으로 따지면 아직도 요원한 생각이다.

그래도 큰 덩어리 하나를 덜어낸 느낌이라 기분은 홀가분하다.